금옥몽(속 금병매) <36>
내안이는 월랑의 재물을 죽쑤어 개준 꼴이 되고...
장소교는 내안이와 약속한 날 인데도 담비털 외투를 꺼내 보자기에 싸고는
성내 장관인(张官人)이 새로 문을 연 전당포를 찾아갔다.
공교롭게도 새 전당포 관리인은 안면이 있는 분씨(贲氏)인데
분씨는 전당포를 하던 사람으로 내안이가 서문경의 전당포에서
물건을 훔친 도난품을 맡은 일 때문에 문을 닫았다가 장관인의 도움으로
새로 문을 열고 관리를 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구, 이게 누구요?
그동안 잘 지내셨수,
또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군요!" 하며
장소교가 담비털 외투를 보자기에서 풀어 내 놓으며 너스레를 떤다.
이거 몇일 전 지나가는 과객이 우리집에 묵고서 노잣돈 대신에 받은 것이요, 얼마나 되겠수?
"얼마를 쓸려고 하나요?"
"그래도 열냥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분씨는 어디서 많이 눈에 익은 외투다 싶어서 찜찜하였지만,
단돈 열냥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여 요사이 이 난리통 세상에 누가 시비를 걸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무 군소리 없이 선뜻 내어 주었다.
장소교가 가고 난 후 옷을 다시 보며 한참 생각하던 분씨는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서문경 처 오월랑이 자주 입었던 외투와 비슷하다고 생각되었으나
옷이 꼭 그녀의 것이란 증거도 없고 이 난리통에 약탈당한 것이 어디 한 두개더냐,
그리고 꼭 장물이란 보장도 없다.
또한 장소교는 옥리로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니 바보가 아닌 이상
도적질한 물건을 자기를 잘알고 있는 전당포에 맡길리 없을 테니 더 이상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장소교는 어제 저녁 아무리 술에 취했다 해도,
내안이와의 약속을 잊지는 않았을 텐데 돈을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곳장 기방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던 장대와 대낮부터 술을 퍼 마시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꿍꾸이가 있는지 알수 있었다.
한편 내안이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집을 정리하고 장소교를 찾아 갔다.
그러나 문이 굳게 잠겨 있는데
아무리 대문을 두들겨 봐도 인기척도 없는 걸로 봐서는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했다.
내안이는 거 이상하네 하며,
어제 아무리 술이 취했다 하여도 그 중요한 약속을 기억하지 못할리 없고,
잊었다 해도 장대 녀셕이 기뜸 해 주었을 텐데 집을 비우고 어디로 갔나 하며 고개를 갸웃하며,
토왕묘까지 가서 찾아 보았으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 다시 찾아가 대문을 두들겨 보았으나 아무 기척도 없었다.
초조하여 의심이 잔뜩 든 내안이는 집에 와서 마당을 왔다 갔다 하며
도데체 무슨 꿍꿍이 속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길이 없고 머리만 멍한데
마누라 까지 바가지를 끍어 데니 마음이 심란한 것이 어떻게 해야 할지 망연 하기만 하였다.
저녁이 되어서 다시 찾아가니, 그제서야 집에 불이 켜져 있었다.
대문을 두드리고니 장소교 마누라가 대문을 빼꼼히 열고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내안이는 속으로 다 알고 있을텐데 모르는 척 하는데 열불이 치밀어 올랐다으나,
"장형님 계시나요" 하고
조용하게 말했다.
"마실 갔는지 아침 나절에 나가서는 아직 안 왔구만유." 하고는
문을 닫으려해 문을 밀치고 들어가려 하자,
아니!
야심한 밤중에 여인네 혼자 있는 집에 남정네가 어딜 들어 오려고 하냐 면서
내일 신랑 오거든 오라며 눈쌀을 찌푸리며 쾅하고 대문을 닫아 버렸다.
머쓱해진 내안은 아무래도 수상한 생각이 들어 마누라를 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군말없이 들어 오라 하여 내안이 마누라가 들어 가며
"날씨도 점점 추워 지는데 있던 옷은 화재로 몽땅 다 타버렸고,
옷가지라도 가져온 옷보따리에서 몇 벌 가져다 입어야 되겠구요,
헌옷이라 입을려면 빨래라도 해 놓아야 될 것 갔구먼유."하며
장씨 여편네가 저녁밥을 짖는 부엌까지 쫒아가 부뚜막에 걸터 앉으며 말을 마치자.
입심 걸기로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장씨 여편네가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아니,
어디서 굴러먹은 여편네가 어디다가 후랑말코 개뼉따구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아니 이것들이 누굴 지들 종으로 알고 있나,
툭하면 찾아 와서 콩내나라 팥내노라 하는데 어디서 하던 개수작이여?
어느 누구 한테라도 물어봐라!
느그집 옷 보따리가 왜 우리집에 와있나 우리가 느그집 이삿짐을 우리가 날랐나,
아님 옷에 날개가 달려 날아 왔나,
좀 이치에 닫는 소리를 해야제 아닌 밤중에 봉창 뚜두리는 소리 그만 하라고 여편네야?"
"엄마야, 아줌마!
무슨 말을 고로케 하신다나?
장씨 어르신이 당신의 입으로 오늘 와서 가져 가라 했다길래 가지려 온 것이지,
내가 무슨 없는 일을 만들어서 생때를 쓰는것 같이 말하니 정망 섭섭하구만요.
옛날 일도 아니고 어제의 일인데 하늘의 천벌이 무섭지도 않나요?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그러자,
장씨 여편네 눈도 깜짝하지 안하고 말을 되 받아 친다.
" 그래 늬 말 한번 잘 했다. 염병헐!
양심이 있어서 보따리가 굴러 들어 왔구먼,
그래 하늘도 다 알고 땅도 다아니 천벌을 받나 안 받나 보자,
동내방네 다 돌아다니며 어디 한번 실컷 떠들고 다녀봐라, 이여편네야!
아주 관가에 고발이라도 하지 그러나!"
내안의 마누라는 장씨 여편네의말을 듣고 속이 찔끔 하였으나,
더이상 말싸움을 해 보았자,
더 큰 싸움으로 번져 마을 사람이라도 알게 된다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 갈 터이니
오장 육부가 디집어지는 수모를 당하고도, 더 이상 찍소리 한번 못내고 물러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장씨 부자는 오밤중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 왔는데 부자가 기방에서 고주망태가 되어서
돌아 왔으니 기방에서 기생들에 한 짖들은 보나 마나 과관 이었을 것이다.
돌아온 부자에게 저녁때의 내안네와의 격은 무용담을 늘어놓자 박장 대소를 하며 즐거워 했다.
반면 마누라로 부터 장씨 여편네와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내안이는
분한 마음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며 분을 사기지 못하였다.
밤새 궁리를 해 보았지만 그 머리에는 허망한 욕심만 가득차 있지 치밀한 꾀보가 있을리 없었다.
어슴푸레 먼동이 터 오자 마자 내안이는 꼭두새벽부터 장소교를 찾아 갔다.
"아이고, 성님 안녕히 주무셨당가요?
어제는 무지 바쁘셨던 모양이구만요,
어제 저녁에는 우리 여편네가 형수님 한테 함부로 지껄이며
싸가지 없이 굴었던 것 같은데 죄송 하구 먼요.
못배운 미천 한 계집이니 이해해 주세요." 하며
마음에도 없지만 어쩔수 없어 싹싹하게 굴었다.
그러자 장소교도 점잖게 말으 받았다.
"뭘 그걸 가지고 그러는가 다같은 한 식구나 마찬가진데,
듣자하니 자네 처도 좀 심했더구만 속좁은 아녀자들의 말이니 신경 쓰지 말게
그리고 자네 삼경 에 우리집 담 너머서 기다리게,
내오늘 밤 묻어 논 옷보따리를 파네서 넘겨 주겠네,
딴 물 건들은 가져가 봤자 숨길만한 곳도 없으을 테니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의논하세나."
이젠 완전히 주객이 전도되어 있으나 다른 방법이 없으니
묘안이 나올때 까지는 우선은 고분고분하게 굴어 장소교의 심사를 붙들어 놓아야 했다.
"예 , 그러고 말고요 차차 의논해서 처리하도록 하지요 하면서,
성님만 너무 신경 쓰게하여 미안 하구만요 하며 입발린 아첨의 소리를 한다."
뜻밖에도 장소교가 순순히 내어 준다고 하자, 내안의 얼굴이 확 풀린다.
삼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리자 온동네가 적막에 휩싸였다.
간간히 개 짖는 소리가 들려 온다.
내안 부부는 장씨집 담 바깥에 혹시 이웃에 들킬가봐 담벼락 그늘 속에 바짝 붙어서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그때 쿵하고 보따리 하나가 담 밖으로 떨어졌다.
젭싸게 들고서 도둑고양이 모양 살금살금 기다 시피 하며
집에 갔다 놓고는 냉수 한바가지를 꿀꺽 꿀꺽 마신 내안이는
"이것 보라고,
형님이 얼마나 의리 있는 양반인데
자네는 이제 우리가 하는 일에 구경아나 하고 떡이나 먹으라고 알갔제!"
"아이구, 그래요 알았다구요.
당신 성님은 의리의 사나이구, 나만 나쁜 년이 돼었수다요?"
하면서도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며 그저 싱글벙글 한다.
보따리를 풀어 보니 보자기에 싸여 있는 것이라곤 서문경이 입던 관복 몇 벌과
싸구려 옷 상 하의 몇 벌, 녹쓴 비녀 몇 개, 손수건 몇 장 등, 전당포에 맡겨봐야
기껏해야 몇 십냥 가치 밖에 되지 않는다.
보고 있던 마누라는 욕지거리를 퍼 부으며 당장 쫓아가 요절을 내자고 했지만 장씨 하나라면,
힘으로라도 가능 하지만 장대녀석이 버티고 있으니 힘으로는 도저히 자신이 없고,
그런다고 해결이 될 일도 아니어서 난감하기만 한데 마누라 마져 징징되니
내안의 가슴속은 숯검댕이가 되어 있었다.
" 야, 가만 있어 이 여편내야 !
누군 당장 쫒아가 주리를 틀고 싶지 않겠어 그렇지만 가능한 일도 아니고 분해도 참으면서
좋은 방도를 찾아 보자구 그때 까진 모른척하고 가만 있으라고 ,
여팬내야!"
실제 보물은 죽써 개준 꼴이 되었건만 제 분수도 모르고 제딴에는 묘안을 찾을때 까지는
꿀먹은 벙어리로 장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상전 받들 듯 굽신굽신 하였다.
그래야 작은 떡고물이라도 하나 요행히 챙길수 있으니 말이다.
무정한 세월은 동지 섣달을 지나 새해 정월이 되었다.
정월 대보름 이 되었다.
원소절(元宵节)에는 공묘에 등을 달고 소원을 빌면 한가지 소원은 이루어 진다고 전해 진다.
서촌은 조그만 동내라 개봉이나 청하현 같이 휘황 찬란한 연등행사는 없지만
촌락 입구에 있는 관왕묘에는 소원을 빌기위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비교적 많았다.
내안이는 관왕묘에 돼지 머리와 약간의 과일로 고사상을 차려놓고
장소교를 초청하여 향을 올리고 지전을 태우며 정식으로 결의 형제를 맺었다.
"관왕이시어,
우리 결의 형제를 굽어 살펴 주소서,
나 장소교는 이제 천지신명 앞에 내안과의 형제의 의를 맺어
어떤 일이 있어도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며 딴 마음을 먹는다면
벼락을 맞아 횡사 한다 해도 원망치 않음을 맹세 합니다."
내안이 보다 다섯살이 더 많은 장소교가 형으로서 먼저 엄숙하게 서약을 했다.
이어서 내안이가 맹세를 한다.
"관왕이시어, 굽어 살피소서.
내안은 장소교를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앞으로 형제가 배신을 한다면 참혹한 형벌을 내리소서."
형과 아우의 서약이 끝나자 상호 맞 절로 의식은 끝났다.
장소교가 장대에게 이제 내안이를 숙부의 예로서 대하라며 절을 시키자,
얼굴이 어찌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지 못해 절을 올렸다.
그날 저녁, ]
장소교는 형제 결의의에 대한 형으로서
저녁 식사에 내안이 부부를 초대하여 제법 풍성한 축하연이 되었다.
내안이는 겉으로는 웃음을 띠고 식사를 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이를 바드득 갈고 있어,
"개자슥! 형님은 무슨 형 남의 보물을 코도 안풀고 다 차지해 내놓지 않으면서,
난 지난해 말 굶어 죽지 않은게 천만 다행인데,
저놈의 새끼는 육해진미를 안주로 술이나 쳐먹고 돈을 뿌리고 다녀,
쓰발 두고봐 내가 그냥 두나 보자!"
내안이는 내안이 대로 생각하지만,
장소교도 속으로는 니놈이 무슨 내 아우야라며
그냥 슬슬 구슬리며 살아 가는거지 만약 딴청을 부리면
진짜 죽여버리기는 손바닥 뒤집기 보다 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장소교가 담너머로 던져준 옷도 서문경의 관복이니
저당을 잡힐 수도 입고 다닐 수도 없는 무용지물이니 얼마나 원한이 뼈에 사무쳐 있었을까?
"형님, 겨울도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이제 금하를 처분하여 장사 준비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는데 성님 생각은 어떠세요?" 하고
장씨의 속셈을 떠 본다.
내안의 금하 이야기를 꺼내자 장소교는 단번에 내안이의 속셈을 눈치채고
"흥. 요놈의 자슥!
내가 니놈의 속셈을 모를 줄 알고 내가 니놈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
이놈아!"
속으로는 욕을 퍼부우며 겉으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댜꾸한다.
"당연히 이제 슬슬 준비를 시작해야제,
하지만 조심 조심 또 조심하면서 이곳은 너무 작은 지역이라 안되고
개봉이나 청하현은 너무 아는 사람들이 많아 위험하니
여기서 조금 떨어 지긴 했지만 물동량도 많아 장사하기에 제격인 부두도 있고
물자 수송도 풍부한 임청(临清)이란 도시에 가서 아주 큰 땅을 사서 시작 해 보자구
자리를 잡으면 마누라도 데려가고 그곳에 아주 새로운 고향을 만들자구."
내안이는 벌써 거상이 다 된듯
기분이 좋아 스스로 술을 부어 벌컥벌컥 마셔버맄다.
장소교는 세부 계획까지 이야기 한다.
사업은 천운도 따라야 하니 길한 출행 날짜를 따져봐야 하고,
금화를 안전하게 옮겨야 하는데, 내생각은 나와 자네가 금화를 허리에 반반씩 나누어 차고
공문을 전달하는 역리(驿吏)차림으로 변장을 해서 간다면 안전 하게 운반 할 수 있다 고 했다.
부드럽고 차분하게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니 내안은
추호의 의 의심도 없이 어린 아이 같이 어쩔 줄 모르며 좋아 한다.
그리면서 장대에게 바로 달력을 가져 오게 해서 날짜를 따져 보니
손도 없고 무탈한 정월 이십 팔일이 길일 인지라, 그날 출행 하가로 결정 하였다.
관운장 모셔 놓고 굳게 맺은 결의 형제, 삼백냥 황금 앞에 휴지 조각이 되었구나.
허리에 두른 물건 재앙의 씨앗인데, 저주의 효험인가?
참혹의 죽음이여!"
내안이 녀석은 장씨 부자와 함께 허리에 황금을 차고 임청으로 떠나는 길일이라던 그날이
가는 도중에 저승사자의 마중을 받는 날로 변해버렸다하니,
음흉하기 짝이 없는 장씨 부자는 소원 성취 하고 만석군 부자가 되었을까?
다음회가 궁금해 진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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