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34>
월랑은 도적들의 방화와 약탈로 겨우 목숨만 건지니...
인간의 머리로 짜 낸 간사한 꾀,
하늘의 뜻인 걸 어찌 짐작하리...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제주는 곰이 넘고 여우는 숨어서 웃는다,
비둘기 잡아 말린 누포(漏脯)처럼 횡재한 재물이란 모든 재앙의 씨앗...
땀의 댓가 없이 취한 재물은 삼대를 이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오월랑이 훗날을 위해 꼭꼭 숨겨 놓았다 가져온 금은 보화도 따져보면
서문경이 재물과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온갖 더럽고 치사한 술수를 다 써서 모은 횡재한 물건이나 다름 없다.
오월랑은 금가를 키워가며 금가가 커서 재기의 장사 밑천으로 쓸거라며 순진한 생각을 한다.
어쩌면 애처롭고 가련 할 뿐이다.
그런데 서문경의 누포를 노리고 있는 승냥이 들이 주위에 우글 걸이고 있는데
저승에서 내려보고 있는 서문경은 자신의 비들기포를 덥썩 물고는
또 누가 이글이글 타오른 연옥의 불길을 향하여 먼 황천길을 떠날 건지
연옥의 고통 속에서도 짬이 날때는 혼자 빙그레 웃어본다.
어떤 미련스러운 욕심장이 승냥이가 누포를 물건지!
광동(廣东)땅은 무덥고 습하여 사계절이 뚜렸하지 못하여
동물이 살아 남기위해서는 자기만의 생존 전략이 다 있다.
다양한 동식물을 이용한 요리도 아주 발달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반면에 폭염과 습한 기온에 음식물도 상하기 일쑤라
개구리 뱀 거미등 스스로 끔직한 독성을 지닌 것도 있지만,
천하 일미로 소문난 비들기포(鸠脯)가 빗물이 스며들어 부패하여 생긴독이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누포(漏脯) 독(毒)이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기맛에 걸신들린 땡초 중들이 막걸리 한사발에
누포(비들기포로 오인) 안주를 먹고는 꼴까닥 하며 입도 뻥긋 못하고 황천길을 간다고 하니
또 같은 포이지만 백지 한장의 차이가 양식도 되고 지독한 독식도 된다
자진해서 독식을 찾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멍청한 물고기마냥 미끼를 덥석 물기도 하니
또 누가 서문경의 누포를 덥석 무는지 두고보자.
대안이와 내안이가 술이 고주 망태가 된체 잠이들자 코를 드릉 드르릉 골며 정신없어 자고 있었다.
술이 취한걸로 알았던 내안이는 어쩐 일 인지 부시시 일어나는데 술을 한방울도 먹지 않은 사람 갔았다.
그는 대안이 완전히 골아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침상 옆에있는 쌓아놓은 볏단 속에서
싸늘한 냉기를 뿜어내는 날카로운 비수 한자루를 손에 쥐고는
조금도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헛간을 나섰다.
월랑이 자고 있는 방안을 기웃거리더니 돌연 몸을 돌려서는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이경이나 된 야심한 밤에 비수를 들고는 금방이라도 큰일을 저지를것 같더니
어디를 향하는지 알수 있었다.
조금후 도착한곳은 개가 적막을 깨며 컹컹대미 짖고 있는
서촌(西村)의 그리 크지 않은 집 앞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듯이 사립문을 열고 나온 이는 낮에 오는 길에 만났던 장소교였다.
집안에 들어서자 방안에는 먹음직스러운 안주와 함께 주안상 까지 차려져 있었다.
"성님,
술은 일을 끝내고 기분좋게 한잔 합시다. "
마음이 급해진 내안이는 술이라 하면 마다 하는 일이 없는데
오늘 밤은 큰일을 앞둔 시점이라 술을 먹지 않았다.
그러고는 바로 생각해둔 본론을 이야기 한다.
오월랑이 자기를 찾아 온 경위와 자기가 어떤꾀를 내어 오월랑의 숨겨진 금은 보화를 가져오게 되었는지,
솔직히 대안이와 같이 나누어 가지자고 설득했으나 순둥이 대안이가 말을 듣지 않아
난감해 하던 중 장소교를 우연히 만났고 의기 투합 소뿔도 단숨에 빼라고,
그래서 오월랑을 안심시키고 대안이를 속여 그만 술에 뻗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호박이 넝굴체 굴러 들어온 것이 아니겠소?"
이제 우리 둘이 할수 있는 방법은 가장 효과적으로 빼았아 오는 일 만 남았습니다.
"형님 이런 천재 일우의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니 말이오?"
장소교는 서문경과 관련 되어 있어 어느정도 큰 건을 물었다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내안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단번에 신상을 바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성공 후에도 내안이와 관계를 깨끗하게 끝내야 일이 머무리 된다는 생각이
펀득 스치자 혼자 빙그레 웃어 본다.
그리고 내안에게는 하자는데로 하겠으니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한다,
엉큼한 생각은 전혀 나타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다.
장소교는 내안에게
"이런 재물을 손에 넣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선취(善取)고,
다른 하나는 악취(恶取)인데 언떤 방법을 선택하든 간에 치밀한 계획으로
행동을 완벽하게 실행 해야지 진행에 차질이 오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며."
말이 형방의 옥리지 옛날 부터 사기쳐서 재물을 탈취 하는 것은 이골이 나 있었다.
큰 도적패 들과 내통을 하며 같이 이득을 취했던 경험이 풍부해
이런 방면에는 가히 도사라 할수 있었다.
" 아하 그렇구만요?
선취, 악취가 먼저 나는 이해가 안데서..."
내안이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 그건 말이야,
악취 방법을 쓴다면 일운 간단하지 월랑의 식솔들을 모두 죽이거나 해치워버리면 간단하지
요사이 이 난리통에 누가 범죄를 수사하며 국법을 어떤 누가 집행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서문경이는 원래 건달 출신에 고아나 다름없고 변변한 가족도 없어서
의의를 제기할 사람도 없어 문제는 깨끗한데,
그런데 문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집행 할려면 우리 둘이서는 하기가 벅차다네
잘못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네.
그래서 다른 건달들을 끌어 들여야 하는데 그러면 우리의 몫도 적어질 뿐 아니라
끌어들이는 놈들도 믿기가 어려운 점이 있네,
그들도 값나가는 보물의 존재를 안다면 모두 견물 생심이지!
또한 실행을 옮기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만약 그 사이에
오월랑이 보물을 처분하거나 또 다른곳에 감추어 버린다면 도로아미타불이 될수 있지."
"그래서 말이야,
내 생각엔 선취의 방법을 쓰면 좋을 것 같네."
"하아!
그건 또 어떤 방법인데요?"
들을 수록 신바람이 난 내안이가 궁금해서 다그쳐 물었다."
"으음,
내 계책을 들어 보라고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계책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마침 내 아들 장대(张大)도 집에 있으니 나를 도와 줄거야
우리 셋이서 오늘 삼경이 넘어 모두 잠든 사이에 자네 집에 불을 지르는 거야?
초가집은 요사이 가물었으니 얼마나 잘 타겠어 불이 번지면
자네는 집 가까이에서 도적들이 나타 났다며며,
대안에게는 마님과 효가 아이를 안전하게 모시라 하고
불난 집 주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불을 끄느척 하는거야,
그러면 틀림없이 겁쟁이인 대안이 녀석은 도적들에게 맞설 엄두도 못내고
마님을 보호 하기 위해 어둠 속으로 도망 갈거야?
나하고 장대는 도망 가는 그들에게 도적 행세를 하며 죽여라!
어디로 달아났는지 빨리 찾아라!
죽여라! 하며 고함을 치면서 그들이 줄행랑 놓는 방향으로
짱돌 몇개만 던지며 겁을 준후에 보물을 우리 집으로 몽땅 옮겨놓고,
날이 밝아 수습이 되면 도적들이 다 털어 갔다하면 되네.
그리고는 혼자 막기는 역부족 이었다며 땅을 치며 울면서 원통하다는 연기를 하라고
그러면 그들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지,
자네의 근거지 집도 몽땅 잿더미가 되었는데 그들이 의심 하겠어,
더군더나 옛날 상전인데 손에 피한방울 무치지 않고 재물은 다 우리가 차지하게 되니,
이게 바로 꿩먹고 알먹고 이지 안그런가?"
내안이는 자기 집에 불을 지른다고 하니 좀 떨떠름 했으나,
그 초라한 초가집, 일만 성공 하고 나면
그것은 보물 몇개면 대궐도 지을 수 있겟다 싶어 바로 좋다고 하였다.
"장형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장자방의 꾀보다도 더 낫구만요!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지금 당장해 치웁시다.
대안이 녀석도 술에 골아 떨어져 있어 오늘 밤이 적격이라구요,
날이 밝기전에 끝내야 하니 서두릅시다.
그리고 내가 전에 한탕 한것도 있으니 여기 보관해 주세요."
계획을 세우고 서로 의기 투합이 되자 장소교는 아들 장대를 불렀다.
내안은 어린 장대는 보았으나 장성하고는 처음인데
들어온 장대는 서른정도 된것 갔고 팔척 거구였다.
투전판에서 거의 살고 있다하니 오늘일에는 아주 적격이었다.
주안상에 차려진 주전자를 들어 독주 한 사발씩을 들이키고는
날이 시퍼렇게 선 비수 한자루씩을 허리춤에 꽃고 내안의 집으로 갔다.
초가집 안은 월랑 모자가 잠에 골아 떨어진 듯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장씨 부자가 날렵한 동작으로 초가집 뒷쪽 처마 끝에 소리없이 건초를 옮겨 쌓았다.
내안이는 보물이 자기것이 된다는 생각에 자기 집이지만 주저없이 불을 그었다.
그리고는 대안이가 잠들어 있는데로 와서는 불이 지붕위로 번지며 불길이 치솟자,
"도둑이야 ,
도둑!"
"집에 불이 났다,
불이야!" 를
큰소리로 계속 고함을 쳤다.
대안이는 비몽사몽간에 도둑이야 하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문밖으로 화광이 충천한 것이 마님이 자고 있는 초가로 보여,
바지만 추려 입고는 월랑이 자고 있는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월랑은 효가만 꼭 껴안고는 어쩔줄을 모르고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다.
대안은 월랑과 효가를 안고 밖으로 나오자 소옥과 풍노파도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
내안이의 도둑이라는 고함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보물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목숨부터 보전 하기에 바빠
우선 몸을 숨길 컴컴한 숲속으로 정신없이 내 달렸다.
"저기있다!
저것들을 잡아라!" 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돌맹이가 우박처럼 날아 왔다.
효가를 안고 앞에서 정신없이 달리던 월랑이 나무등걸에 걸렸는지
앞으로 꼬꾸라 지며 효가를 떨어 뜨렸다.
그러자
"으앙 ! 으앙 !"하고
울음을 터트리자 뒤쪽 어둠 속에서 저 쪽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소리 치며
어서 붙잡아라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 왔다.
효가는 더 울지 않아 다행인데 월랑이 효가를 다시 안았을때는 머리 쪽에서
끈끈한 액채가 물컹하였으나 도적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하여 다시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만 하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등 뒤에서 들리던 고함 소리도 없고 하여 뒤를 돌아 보니 화광이 사라지고 안보였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월랑이 주위를 살펴보니 갈대밭 같았다.
효가를 눞히고 가슴에 귀를 대어 보니 미약하나마 심장은 뛰고 있었다.
상처를 살펴보니 머리와 얼굴이 피 범범이 되었으나
날이 어두워 어떤 상처인지 알 수 없어 주저앉아 흐느끼며 눈물을 쏟고 있는데
먼동이 트기시작 했다.
하늘을 찌르던 불길도 도적들의 고함 소리도 사라 졌지만
간밤의 악몽에 다시 돌아갈 엄두도 못내고 어떻게 하여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망연자실한 체 월랑은 효가만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님~! 마님~!
어디 계세요?" 하는
소옥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월랑이 여기야 하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실제 나오는 소리는 모기 소리만 하였다.
이윽고 소옥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와 지더니 월랑을 발견 하고는 뛰어 왔다.
뒤이어 내안이가 대안이를 찾는 듯,
"대안 어디 있는가?
대안 어디 있어?" 하는
고리가 들리더니 월랑앞에 모습을 나타 냈는데
여명 속이지만 온 몸과 얼굴이 검정 투성이가 되어 같이 검 탱이가 된 마누라와 같이 나타 났다.
소옥이는 마님을 붙들고
"아이고! 하늘도 무심하지,
웬 마른 하늘의 날 벼락이요.
우린 이제 어떡하라구!" 하며
눈물을 질질짠다.
내안은 아예 월랑 앞에 쓰러져 목을 놓고 통곡을 하고,
그 마누라는 갈대밭에 퍼저 앉아서
"아이고 내돈 ! 내돈 ! 하며
그게 어떤 돈인데, 몇년을 뼈빠지게 모은 돈인데! " 하며
목을 놓고 소리를 질러 된다.
월랑은 처음에는 자신을 동정해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자신들을 위해 그런다는 것을 알자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었다.
그러든 내안은 피투성이의 효가를 보고는
" 아이쿠! 우리 도련님이 왜 이레,
이게 어찌 된 거여?
세상에 어린 효가 도련님이 무슨 죄가 있다고,
천벌을 받을 놈들" 하면서
자신의 옷을 쭉 찢어서 피를 닦고는 상처를 감쏴 주었다.
내안의 천덕스러운 행동은 월랑 같이 순박하게 세상을 살아온
여인을 감동시키기에 충분 하였다.
그러하니 내안이가 꾸민 흉계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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