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50>
부자 심초환은 개봉의 웃음꺼리 상거지가 되어 구걸로 연명하는데...
한 잔술 걸치고 하염없이 걷는다.
가을바람 가득히 소매 속에 담으며...
메마른 풀 지평선에 끝이 없고.
솟구치던 솔개 파아란 하늘에서 떨어진다.
석양에 하나 가득 쓸쓸한 혼령(魂灵)...
네 줄 비파에 스며드는 회한(悔恨)에,
이렇게 늙어 버리는 걸까?
꿈마다 님 찾아 온 천지를 헤매건만.
애절한 이내 마음 전할 수가 없으니,
애당초 말았어야 할 덧없는 이별...
-남송(南宋)강기(姜夔)의
완계사(浣溪沙) 중에서-
오랑캐의 침략으로 조정은 마비되고,
무능 하지만 그나마 황제도 금나라에 인질로 잡혀가니
송나라 수도 개봉은 무법천지의 오랑캐 세상이 되었다.
그러자 제일 먼저 표적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고관대작의 집이나 고대광실의 부자집으로,
평소 돈께나 있다고 으시대며 방귀께나 뀌든 자들이니,
예고없이 들어닥친 오랑캐 도적들은 재물은 다 털리고 남정네가 반항하면 맞아 죽고,
여편네는 겁탈당하고 반반하면 잡혀가고 자랑하던 예의 염치 거들먹 거리던 행동은
다 어디가고 목숨 하나 건지기 위해 애걸 복걸에 목숨 거는 천지가 되었다.
장안 천지에 악명을 드날리던 심부자 심초환이도 '공포의 누런 딱지(黄表)'도 빈 종이 쪽지가 되고,
모든 재산은 몰수 당하고 몸뚱아리 하나만 가지고 거리로 쫓겨나고 말았다.
외조카 원지휘의 집에서 임시 거쳐하며 오랑캐가 철수 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느 심초환이다.
사태는 점점 더 나빠져만 갔다,
오랑캐 중 지위가 높은자들이 황친들과 고관대작과 심부자 와 같은 부자집들을 털고 나자,
졸개들이 웬만한 집들은 무조건 털기 시작 한 것이다.
재물을 털고 아녀자들을 놀이개로 되리고 놀아 보더니 , 점점 광기가 들기 시작 했다.
재미를 들인 오랑캐들은 이집 저집 몰려 다니며 자기들 하고싶은데로 다하고 다녔다.
어느날 갑자기 원지휘 집에도 몰려 왔다.
집안은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다.
항의하던 원지휘는 오랑캐의 칼에 맞아 죽었고
마누라와 심부자의 수십명의 여인들을 얼굴과 몸매가 반반한 처첩과 하녀들은 모두 붙잡혀 갔다.
심부자는 장님인 금가 아들과 천하 박색 금가 생모 난향과 함께 동전 한푼 챙길 틈도 없이
오랑캐에게 당하고 보니 오도가도 못하는 개봉의 상거지가 되고 말았다.
평소 재산 많을때 보시라도 넉넉히 해놓았다면 오라는 곳도 있으련만,
오직 배풀줄은 모르고 끍어 모으기만 하였으니 어느 누가 온정을 베풀겠는가?
모진 발길질 안 당하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화불단행(祸不单行)이라 했던가 불행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천하에 떵떵거리며 살던 부자(富者) 심초환이 상거렁뱅이가 되어 오갈데가 없어
성문 밖 다리 밑에서 거적대기를 이불 삼아 기거하며 먹을것은
집집마다 금가와 금가 애미를 앞세워 구걸해서 연명 하고 있으니
이제는
"거렁뱅이 장님 부자(父子)"라 불리게 되었다.
이러하니 심가에게 울화병이 도져 그만 당달봉사가 되어
이젠 금가 애미 아니면 입에 풀칠 하기도 힘들었다.
거적을 덮고 누워만 있으니,
척추에 커다란 혹이 생기더니 가슴에 까지 옮아 짖무르고
수백마리의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같이 스물스물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상거지 심가가 굶주림과 괴로움으로 거의 매일밤 악몽에 시달리는데, 그날 밤도 꿈을 꾸었다.
옛날 금가 녀석을 얻을때 꾸었던 태몽에서 금덩이를 들고있었던 녀석이 또 나타난 것이다.
아직도 탐욕을 버리지 못한 심가는 다시 달려들어 놈에게서 기어이 금덩이를 빼앗고는 꿈을 깼다.
꿈에서 깨어난 심가는 또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것 같이 가려움이 느껴지자,
손을 더듬거리며 잡히는 것응 찾는데 신기하게도 꿈속에서 빼았은 금덩이 같은 것이 있어
그것으로 가려운 곳을 긁었더니 시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후로는 가려울때는 금덩이 같은 돌로 박박 긁고 나면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심가가 빌려 주고 아직 받지 못한 빗쟁이 집을 찾아 갔더니,
있는 것이라고 개 밖에 없으니 돈대신 개라도 끌고 가라 하여
혹 끼니를 구걸 못하면 잡아 먹기라도 해야지 하면서 데리고 왔다.
그리고 목줄을 하여 동냥을 갈때 데리고 다녔더니 심가의 길눈잡이 목을 톡톡히 하였다.
금가 애미에 의하면 잡종 똥개라는데 영리한것 같았다.
그러자 , 이제는 금가 애미도 자유로와 지고, 동냥도 따로 하니 조금 여유가 생겼다.
개봉성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탄생 하였다.
심가네 가족이 구걸에 나서면 안되었다며 동정하는 사람,
결국 나뿐짖을 많이해 벌을 받는다며 쾌재를 부르는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심가의 구걸 행각은 똥개를 앞세우고 심가가 노래를 부르다가
손에든 금덩이 같은 돌맹이로 등을 벅벅 문지르고 두두리며 장단을 맞추고,
꿈에 볼까 겁나는 추녀 난향이 심금가를 안고 뒤딸아 가는데,
길가든 사람들은 구경하며 장탄식을 하며 수군 거린다.
심가의 한이 서린 각설이 타령은 개봉 꼬마들이 모두 부르는 유행가가 되었다.
얼씨구 들어온다,
황표삼(黄表三)이 들어온다.
절씨구 들어온다,
개봉갑부 들어온다.
먹는 걱도 끝내주고, 입는 것도 끝내주네.
고리대 놀음 하니, 반 년이면 세 곱 장사.
남이야 죽건 말건, 어김 없는 현찰 장사.
황금이 굴러드네, 황하(黄河) 물이 쏟아지듯.
에헤라 상사디야!
연꽃 잎이 떨어진다,
연꽃 잎이 떨어진다!
얼씨구 들어간다, 황표삼이 들어간다.
절씨구 들어 간다, 장님거지 들어간다.
저마다 문전박대, 세상인심 야박하다.
각설이 구걸하니, 어찌 그리 배고픈가.
아침은 건너뛰고, 저녁에는 굶고 잔다.
누룽지 그립구나, 깡보리밥 그립구나.
에헤라 상사디야!
연꽃 잎이 떨어졌다,
연꽃 잎이 떨어졌다.
심가는 후렴구 <연꽃 잎이 떨어졌다(连花落)>를 부를때는 닭 똥같은 눈물까지 흘렸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장탄식을 금치 못하는 사람.
고것 참 깨소금이다 라며 조소를 던지는 사람, 반응도 구구각색이다.
"옛날에는 창고에서 쌀이 썩어남은 적도 있다더니 하루를 구걸하며 연명 하야 한다니.
참.."
"등붙이구 잠잘 한평의 땅이 없어 성밖 다리밑에서 잔다니,
쯧쯧..."
"고놈 심 부잔지, 심 걸뱅인지 참 잘 되었구만,
그렇게 돈에걸신이 들려 온갖 지랄 다하며 긁어 모으더니, 참 꼴 좋다! "
"저런 놈은 오래 오래 살면서 온갖 고생 다 해보아야 지가 살아온걸 후회 하겠지,
그래야 개봉 사람 모두가 속이 시원 해 질꺼여, 안 그런감?"
심가는 목숨을 부지 하기 위해서는 온갖 수모와 손가락질에도 그져 묵묵부답 이다.
한동안 영특한 똥개 덕분에 구걸 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심가는 가을이 가고 겨울로 접어들자 추위와 영양실조로 지병이 도져,
혹한을 버텨내지 못하고 다리및 거적대기 속에서 죄많고 한만은 이승을 하직 하고 말았다.
엄동 설한에 곡괭이도 땅에 들어가지 않고 장례를 치룰 사람도 없어,
심금가 애미와 금가는 가까운 산 널적한 바위위에 시체를 옮겨 놓는 걸로 장례를 끝냈다,
좋게 말하면 '천장'이다. 독수리와 까마귀들과 여우의 밥이 되는 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오랑캐들은 간신 장방창(张邦昌)을 황제로 세워 꼭두각시 괴뢰 황제로 만들어 놓은 후 철군을 하였다.
어찌되었든 개봉은 점차 평온을 되찾아 가고, 심금가 거지도 무럭무럭 잘 자랐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작은 거지(小沈花子)"라 불렀다.
소심화자는 구걸을 하여 연명하면서도 못생긴 어미와 같이 다리밑에서
조금 외진 폐사(废寺)로 옮겨있어 무섭기도 하련만 어미, 강아지와 함께 살면서도 천하 태평이었다.
구걸이지만 세끼만 이어가면 희희낙락이라 원래 부자집이 아닌 거지 팔자로 태어난 듯 했다.
거지 삼년이면 임금도 부럽지 않다는 옛말이 공연한 이야기는 아닌것 같았다.
또 한해가 가자,
개봉의 거지떼들도 전란의 피해가 비교적 적은 지방으로 먹을것을 찾아 떠났다.
금가네 모자도 조금 구걸이 수월하고 자신들을 잘 알지 못하는 지방을 찾아 나셨다.
세상 지리를 잘 모르는 그들은 똥개가 이끄는데로 이곳저곳을 다녔다.
반년정도가 지난 어느날, 고개를 넘으니 깨나 큰 마을이 보였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말씀좀 묻겠시우,
여기 동네 이름이 어떻게 되나유?"
"또 거지네,
이름도 모르며 머하로 오노,
여기는 산동 청하현이네."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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