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월랑과 소옥은 구사일생으로 추국을 만나고

오토산 2021. 2. 14. 18:28

금옥몽(속 금병매) <48>
월랑과 소옥은 구사일생으로 추국을 만나고, 효가는 혼자 응백작 식구들을 따라가는데...

한편 , 졸지에 자식과 남편을 생 이별한 월랑과 소옥은 몇시진 동안 헤어진 곳 부터

이곳 저곳을 수소문 해 보았으나 아는 이들도 몇명을 만났건만 소식을 안다는 사람이 없었다.

난감해 있는 월랑에게 소옥이
"마님, 안되겠어요.
차라리 준제암에 가서 기다리지요, 신랑도 간다는 곳을 알고 있으니 먼저 와서 기다릴 수도 있고요?"

소옥의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인지라 준제암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허구헌날 집에서 쳐박혀 바깥일은 하인들에게 시키고 나들이도 따라만 다니던 형편이라

지난번 대안이와 가본 곳이지만 아녀자 둘이는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방향조차 생각이 안났다.

 

물어 물어 찾아 가고는 있으나 걸음이 지체되어 인적 없는 숲속에서 날이 저물고 말았다.
두여인은 어떻게 할 방도도 없고 무작정 앞을 향해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고는 있으나,

밤이 점점 깊어 가자 이름모를 괴상한 새소리외 짐승들의 울음 소리가 간간이 들려오니

옆에서 갑자기 굶주린 짐승들이 튀어나올것도 갔고, 숨어 있던 토적떼들이 덮칠것 같은

무서움에 소름이 온몸에 돋아났다.

 

밤은 점점 깊어가는데 달 마져도 구름에 가리어 차가운 겨울 비가 추적이니

한기와 공포가 두여인을 사지로 몰아 넣는 듯 하였다.

 

칠흑속에서 청승맡게 추적이는 빗방울이 머리카락을 적시며 눈앞을 가리고 흘러내려 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월랑은 걸음이고 머고 아들도 잃어 버린 몹쓸 애미가 깊은 산속에서 짐승의 밥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냥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앗! 저게 머죠?
마님 저기를 보세요?"

소옥이 외치는 외마디 소리에 손으로 눈을 훔치고 자세히 앞을 보니 하얀 점 같은 것이 보였다.
헛것을 본것이 아닌가 하고 다시 정신을 집중하여 바라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세어 나오는 불빛이 분명했다.

"살았어요, 살았어!

마님, 인가에요?"

"쉿! 조용히 하려무나, 이런 깊은 산속에 인가가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혹 토적들일지 모르니 조심 해야지"

월랑의 말에 주춤하던 소옥은,
"그까짓거 토적이면 어떻고 마적이면 어떼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판인데 부딧쳐보기나 하고 죽어야죠"

여인인데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요?
한마디로 죽이지만 안는다면 모든것을 다참고 받아 들인다는 당찬 각오다.

 

마음을 다잡고 나자,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어 뱃가죽이 등에 붙을 정도인데 새로운 힘이 불끈 솟아 올랐다.
불빛이 점점 가까워 지자, 개짖는 소리도 들렸다.

 

자신들을 보고 짖는것 같았다.
조그마한 초가집인데 아무 인기척이 없는 걸로 보아 토적이 사는 곳 같진 않았다.
최근들어 너무나 많은 세상 경험을 하였는지라 마음은 죽기아니면

까무라 치기라 마음 먹었지만 막상 행동에 옮기려니 새삼 조심하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였다.
짖던 개도 사람이 그리웠던지 소옥에게 와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개의 행동으로 봐서는 살고 있는 사람의 심성을 짐작 할 것 같았다.
싸립문 밖에서 집 안쪽 동정을 한동안 주시 하고 있었으나 아무러 기척이 없었다.

소옥이
"마님에게, 제가 방안을 살펴보고 오겠어요"
조그많게 말하며 싸립문을 밀고 들어간다.

"하여튼 조심 하거라,"
소옥은 우선 문앞에 가서 귀를 곤두세우고 방안의 어떤 소리라도 놓치려 않는 듯

가만히 숨소리를 나추고 귀를 기울였다.
사람이 자고 있는듯 약하나마 코고는 소리같은 것이 감지되자,

용기를 내어 문고리를 잡고 살짝 당겨보니 문이 빼꼼히 열렷다.

 

방안는 누추한데 가운데 화로가 활활 뜨거운 열기를 뿜어 열기가 얼굴을 덮치자

차간운 빗방울에 얼어 있던 얼굴이 화끈하고 따가운 느낌이 일어났다.
화로 옆에는 백발의 할멈과 딸인지 젊은 아녀자가 깊은 잠에 빠져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화로의 땔감 재료가 가축의 변인지 활활 타는 불꽃에서는 매캐한 연기와 쿵쿰한 냄새가 느껴졌다.

소옥은 안심이 되자 문을 두드리며 조용하게 사람을 불렀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것 같던 젊은 아낙이 오 밤중에 문을 두드리며 사람을 부르니 놀란듯 빨딱 일어나

" 밤이 야심한데, 누구세요?" 한다.

"길잃은 사람입니다,

잠시 신세를 질 수 있는지요?" 하는

소옥의 대답에 이상하게 생각되는지, 길 잃은 여자라?
많이 귀에 익은 목소린데! 초에 불을 붙여서 들고는 방문을 연다,

그리고는 소옥의 얼굴에 가까이들이 되고는 아니 이게 누구야! "

"소옥!

소옥 언니 아니우?"

뜻밖에도 자신의 이름이 튀어 나오자 소옥은 깜짝 놀라며

촛불을 들고선 아낙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다가 화들짝 올라며 뒤로 물러서며,

"어머나!

너 추국(秋菊)이 아니니?"

아낙은 바로 반금련의 몸종이었던 추국이었다.
서문경이 죽고나서 반금련은 진경제와 붙어먹고 지내다 발각이 되어 쫏겨나고,

추국은 농사꾼 왕진재(王进财)에게 시집 을 보내 주었던 것이다.
지옥에서 부처를 만나도 이보다 더 반가울 손가!

"언니, 어쩌다 이 야밤중에 비까지 쫄딱 맞구...

어서 들어와 , 몸좀 녹여요?"

"잠깐, 마님을 모셔올께?"

"네에, 마님두요?"

추국은 오월랑이 바깥에 와 있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바까깥으로 급히 뛰어나가 월랑을 모시고 들어왔다.
월랑과 소옥이 얼음장이된 몸을 화롯불에 녹이고 있자니, 금방 지은 밥과 반찬을 들고 들어왔다.
밥을 먹고 있는 두 사람에게 추국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동안의 지내온 과거를 물어 왔다.
소옥이 금나라 오랑캐가 쳐들어오면서 피난길에 격었던 일들을 대충 이야기 해 주자,

밥을 먹고 있는 월랑을 추국은 꼭 껴안고는 엉엉 운다.

"흑흑, 어쩌다가 마님이 혹독한 고생을 경험 하실까!

도련님은 어떻게 지내실지 걱정이네."

효가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잊고 있던 눈물보가 터진다,

월랑은 어깨까지 들먹이며 운다.

"아참,

내 정신은, 왕서방은 어디가고 할멈하고 있냐?"

물으면서 울음을 멈추었다.
할머니는 제 시어머니인데 원래부터 앞을 못보는데다

요사인 귀까지 잘 안들려 우리가 이렇게 떠드는데도 모르시고 주무시는 거예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우리 전재산이나 다름없고

농사를 지을려면 없어서는 안되는 소가 없어졌어요, 토적들의 짓인지,

아는 이웃이 훔쳐 갔는지...

 

아침 먹자 말자 소를 찾아 나갔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걱정이네요.
그때 할멈이 일어나 앉는다, 월랑은 손을 잡고 인사겸 불쑥 찾은 미안함를 표한다.
할멈과 추국의 행동을 보니 고부간의 사이가 무척 좋아 보였다.
침상도 없이 바닥에 널 판지를 깔고 자는 걸로 봐서는 생활이 많이 궁핍해 보였다.
그러나 추국의 얼굴은 근심이라곤 조금도 없고 평온한 모습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였다.

한편,

응백작 부부를 따라다니고 있는 효가는 엄마가 보고싶고 무섭기도해 하도 많이 울어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소흑녀가 업고 달래면 울음을 그쳤다가 힘에 부쳐 내려 놓으면

또 울음을 터뜨려 응백작 마누라도 데리고 온걸 후회 하기도 했다.

"에이 빌어 먹을 자식!
지 애비가 그렇게 남을 못살게 하고 기집질이라면 사족을 못쓰더니

늦으막에 생긴 아들이란게 저렇게 사내답지 못하니, 천벌을 받아 씨를 뿌린거야,

천벌을 천벌!"

응백작이 애비 까지 들먹이며 욕을 해되자, 알아 들었는지 더 섧게 울어 제낀다.
화가난 응백작이 효가 녀석의 따귀를 호되게 서너번 때리자 더 울음 소리가 커졌다.

"야 이놈 새끼야!
니 어미는 어디 팔아먹고 나한테 빌 붙어서 지랄이냐, 지랄은!" 하며

몇대 더 때리자 도망갈 생각은 하지않고 울음소리만 고성이 된다.

 

어린 마음에 도망은 가지 않고 엉거 주춤 따라 오는걸 보면

일행을 놓치면 위험이 닥친다는걸 알고 있는 듯 하였다.

얻어 맞으면서도 엉거주춤 따라 오는 효가를 보고 안스러움에,

응백작 마누라가 농 아닌 핀잔을 준다.

"효가 애비한테 쫓아다니며 열나게 똥꾸멍 닦을때는 언제고?
공짜로 얻어 먹은게 얼마나 되는데, 애비 죽었으면 자식에게 라도 공을 갚아조야지.
애기에게 좀 잘해주지는 못하고, 두들겨 패지를 않나 차마 눈뜨고 봐 줄수가 없네,

차라리 암자라도 나타나면 맡기든가 해야지 하며"

효가의 손를 잡고 길을 뜬다.
응백작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없이 마누라 뒤를 따라 걸어간다.
말없이 한참을 걷던 응백작은 느닷없이 산길로 방향을 바꾸어 걸어 갔다.
앞서가던 응가 마누라가 아니 이양반이 왠 산길을 하며

앞을 쳐다보니 산모퉁이 비탈에 조그만 암자가 보였다.
그제서야 남편의 생각을 눈치채고는 가볍게 한숨을 한번 쉰다.

 

그리고는 묵묵히 뒤를 따라간다.
관음당(观音堂)이라고 현판이 붙어 있는 암자인데,

아무도 보이지 않자 응백작은 우선 목부터 축이고 사람을 찾아 보자며

우물을 찾아 뒤쪽로 돌아가 보니 한 노승이 우물물을 긷고 있었다.

" 옳지,

저렇게 나이든 중이 직접 우물물을 긷는 걸 보니 아마 혼자 뿐이라,

데리고 있는 사미승이 없는 모양 이구나 하며 무릅을 탁 쳤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 물 한바가지 얻어 먹고 싶습니다 하고 말을 걸었다."
귀가 먹었는지 말을 잘 못알아 듣고 아무런 반응이 없자.

"스님.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세요?" 하고

크게 말하자, 알아 들은 듯 하였다.

"응,

일흔이야 일흔."

"근데,

사미승도 없나요, 직접 물을 긷게?" 하고

응백작이 노승 귀에 가깝게 데고는 목소리를 크게해서 물었다.

"에구, 깜짝이야!
귀청 떨어지겠어, 살살 말해.
몇 일전 옷이랑 시주들이 보시한 것을 들고 도망 가버렸어,

지금은 혼자야."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