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49>
대안은 효가를 잃어 버리고, 토적의 포로가 되는데...
응백작이 반색을 하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 스님 그럼 잘 되었구먼요,
저한테 자식놈이 하나 있는데, 난리통에 피난다니는 것이 애기 한테는 아주 고역이군요,
얘는 순둥이에 착하니까 여기에 스님 제자로 키워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아, 그러면 나야 좋지,
어디 얼굴이나 좀 보자구?"
"그런데 스님 피난 다니느라 노잣돈이 거덜 나서 동전 천닙만 좀 빌러 주시면
후일에 와서 전부 갚겠습니다,
자비를 바랍니다." 라고
말하며 본색을 나타낸다.
자식을 맡긴다면서 돈을 요구하는 아버지가 이상했던지 물끄러미 바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승방으로 들어가더니 엽전 꾸러미를 가지고 나와서 건네 주었다.
그제서여 응백작은 효가를 데리고 왔다.
그러고는 얘야 피난길은 위험하니 당분간 여기 있어야 한다.
"허, 고놈 착하게 생겼구나.
그래, 몇살이냐?"
고개를 푹 숙인 효가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응백작이 얼른
"스님, 올해 일곱살이고,
순둥이라 말을 잘들을 거예요,
스님! 잘 가르쳐 주세요." 하며
효가를 보고 스님 말씀 잘 듣고 있어 하고는, 스님 저희들도 해 저물기 전에 바로 떠나 겠습니다.
하고는 대답도 듣지않고 마누라를 제촉 서둘러 떠나 버린다.
부모와 이별을 하면서도 울지도 않고 아무런 반응도 없자,
이상하게 생각한 스님은 그거참 희안하네 하며, 효가에게 다시물었다.
"이름이 뭐지?"
효가는 침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 ,너의 마음은 알것 같다,
부모와 생 이별을 했으니 말하기도 싫겠지,
전란이 끝나면 아빠 엄마가 데리려 올거다.
암 오고 말고 어느 부모가 자식을 팽개치겠니." 하며
스남은 혼자 중얼 거렸다.
"아냐,
울 아빤 죽었어요." 하고
효가는 말을 불쑥 내 벹었다.
노 스님은 깜짝 놀라며
"아니,
그러면 아까 그 사람들이 너의 아빠 엄마가 아니란 말이냐?"
"아니라니까요?
흑흑 엉엉, 어저께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날 막 때렸어요.
생전에 아버지를 아는 것은 같았어요
흑흑 엉엉, 엄마는 같이 오다가 오랑캐 들이 몰려와 흩어 졌다고요.
엉엉~엉."
노 스님은 비로서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피난길에 부모와 생이별한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있다가
노스님에게 팔아 버린 셈이 되었다.
스님은
"아, 내가 그놈 한테 당했구만,
내가 부처님에 의지했다는 사실을 잊은채,
어쩜 이제까지 수행한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나."
허허 잠시, 내가?
이제 효가를 잘 보살펴 주어야지 나중 부모가 나타 나면
잘 설득해서 유괴범이란 오해는 피해야 되겠다 생각했다.
엽전 꾸러미야 본시 내것이 아니었으니, 허허.
모든게 부처님 뜻이로고
"아미타불 관세움 보살."
이것도 억겁의 세상에서만 만난다는 인연이로다.
마음을 굳힌 스님은 효가의 머리를 삭발한 다음,
방안에 있던 낡은 퀘짝에서 승복과 승모를 꺼네 입혔다.
그리고는 목욕을 시킨 후, 법당의 부처님 전으로 데려갔다.
걱정했던 노 스님 생각과는 다르게 사미승으로 만드는 동안에도 효가는 고분고분 하게 말을 잘 따랐다.
법당에가서 부처님 전에서 승려 귀의 의례 불공을 드리고 나와서는 법명을
"요공(了空)" 이라 지었다.
그러고는 노 스님이
"요공아!" 하고 부르자,
"예, 하며 합장까지 흉네를 내었다."
그리고는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승복을 입히기 전까지는 아무 말 없이 시무룩 하던 얼굴이,
이젠 깡총깡총 뛰면서 무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노 스님은 피안대소를 터뜨리며,
"허허, 고 녀석 제법인걸.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며
불경을 암송 한다.
그리고는 부처님이 요공을 보내주셨다고 믿으며 효가에게 목탁 두드리는 법, 향 피우는 법,
독경 하는 법, 불경의 경문 까지 가르치는데 요공은 꾀도 피우지 않고 재미 있게 배우는데,
노 스님은 요공을 애지중지 하게되었다.
천길만길 아찔한 절벽가에 걸렸다가,
태산같이 듬직한 바위 위에 옮겨 앉았다.
흘러가는 구름은 의지할데 하나 없지만,
끝도 없는 세상일 무슨 일로 집착하리.
바위 뒤에 숨어 살며 번뇌를 잊어 보네,
욕심하나 포기하면 만상(万象)이 흔적없고.
마음 하나 편해지니 우주가 내 집일세,
암흑천지 비쳐오는 찬란한 빛 그림자...
생전의 애비의 잘못을 효가가 치르던 중,
고생고생한 보람인지, 값비싼 진주도 서슴없이 보시하는 어미의 깊은 불심인지
노 스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게 되었다.
세상일이란 참 알수없는 것이니
불한당 응백작의 수작으로 동전 천닙에 팔렸던 것이 오히려 복이되었으니,
옛 말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면 살길이 생긴다더니, 효가의 일들이 꼭 그런 꼴이었다.
대안이는 갈대 밭에 불길이 치솟고 사람들이 우왕좌왕 할때에
등에서 떨어진 효가 만은 붙잡을려고 손을 내미는데 놀란 사람들이
그 사이를 걷잡을 수 없이 달려 오는 바람에 효가를 놓치고는
떠밀리던 대안이 사람틈을 비집고 나와 보니 응백작도 효가도 보이지 않았다.
갈대 숲에서 또 다른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뒤로는 토적떼들이 칼을 휘두르며 따라 오고 있었다.
갈대 밭을 벗어 나는 순간, 십여 명의 흉한들이 떡 버티고 서서는
"꼼짝마랏!
움직이면 죽인다!" 하며
횃불로 하나하나 확인 하더니 노인, 여자와 어린이이는 보내 주고
청년들만 오랏줄로 꽁꽁 묶어 끌고 가기 시작하였다.
사방이 칠흑같아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채 토적들이 가는데로
먼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제법 큰 절이었다.
전란 통에 중들도 깊은 산속 암자로 피신 한건지 승복을 입은 자는 보이지 않았다.
포로를 잡은 일행이 도착하자, 절간 이곳 저곳에서 수십명이 모여 나와 고함과 야유로 맞이 했다.
"어휴,
이번에 소득이 좀 있네 많이도 잡아 왔구만!"
"그놈들 중에서 말 안듣고 쓸모없는 놈은 그냥 죽여 버려!"
사방에서 한마디씩 거들며 겁을 준다.
붙들려 온 일행 모두가 얼이 빠져 있는데, 조금 서열이 높은 듯 세명이 다가 오더니
" 야, 이놈 새끼들 지금 부터 내 말 잘들어,
우리 일에 협조 하면 살려주고, 그렇지 않은 새끼들은 목을 확 따버린다 알갔제!"
"지금 부터 한놈씩 자기 이름과 나이 하던일,
우리와 한폐가 될건지 안될 건지,
거짓없이 고한다 알겠제?"
또 다른 이가 큰소리로 거든다.
"누군 엄니 뱃속에서 토적이 되었나,
난리 통에 먹고 살려고 이지랄 하는 거지,
다 하면 되는거야 우리 한번 뭉쳐보자구,
하기 싫으면 그만둬 바로 염라 대왕께 보내 줄꺼니."
칼을 휙흭 돌리다가는 오랏줄에 묶인 한 놈 목에 시퍼런 칼을 들이된다.
"예, 하겠습니다...."
대안이 차례가 되었다.
쓸데 없는 호기를 부리다 목숨을 버리기 보다는
일단 위기는 모면 하고 봐야만 된다고 생각한 대안은 "
예 대안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삼십일세이고 서대인네 하인입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맡겨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대답하고는, 끝에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고는 꾸뻑하고 인사를 했다.
그때 무리 중에 있던 한사람이 튀어 나와서는 대안이의 손을 덥썩 잡았다.
"아니, 대안 헹님 아니쇼?
아 나 모르겠수? '까불이'요 까불이." 하며
아는체를 하였다.
자세히 얼굴을 살펴보니 바로 서문경과 붙어 먹은
왕육아(王六兒)의 남편인 한도국(韩道国)의 동생 한이(韩二) 였다.
건달들 무리에서 하도 설치고 다니며 까불어 대서 이름 보다는 '까불이' 라는 별명을 부텄다,
그는 맹주로 귀양 갔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참 별난 인연이었다.
까불이는 대안을 꽁꽁 묶은 오랏줄을 풀고는 법당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불당 부처님의 제단에는 각종 고기 안주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제단 아래쪽에는 토적들이 먹던 술자리가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술자리가 벌어지다가 새로운 포로들을 잡아 오자 모두 나간듯 했다.
까불이는 뜨끈뜨끈한 술 한잔을 권하며 대안에게 묻는다.
"그래 난리통에 헹님은 어떻게 지내셨수?"
그제서야 대안이는 안심이 되는지,
피난길에 월랑 소옥과 헤어진 경위와 효가를 잃어버린 일들을 비교적 소상하게 이야기 하였다.
이야기 하고 나니 효가가 걱정이 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효가를 찾아야데
어린것이 얼마나 놀랐겠나 다시 가서 찾아 볼라고 하니
자네가 나좀 도와 주시게" 하고 말한다.
"아이고, 충신났네, 충신 났어.
이 난리통에 어디가서 찾는단 말이여,
우리 아그들이 사방에서 눈을 부릅뜨고 칼을 휘두르는디,
죽을라고 환장을 했군,
내가 다 알아서 찾아 줄테니 오늘은 마음 푹놓고 헹님하고 나하고 이야기나 하며 취해 봅시다.
내 동네방네 아그들을 풀어 비슷한 아이들을 다 잡아와 헹님에게 보여 드리리라." 하는데,
까불이 도움 없이는 갈 수도 없는 처지이니 다음 기회를 보아 탈출 하기로 하고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래, 그런데 자네는 어쩌다 이렇게 지내게 되었는가? 하고 물었다."
헹님도 알다 시피 나는 형님댁에 빌붙어 살며 말썽만 이르키자, 형님의 눈엣가시가 되었지요,
보다 못한 형수 왕육아께서 병정에 다녀오라고 권해 병정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고 새 생활을 마음 먹었는데,
솔직히 형수님께 마음을 뺏겨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가 서문경의 농간으로 맹주로 유배를가다,
전란이 일어난 것을 알고 어수선한 틈을 타서 탈주를 했지요,
나하고 생각이 같은 건달 아그들 하고 이짓을 하고 있지요,
나 한테는 딱 맞는 일입니다요.
이틀이 지나자
까불이는 대안에게 긴 창 한자루를 주면서 졸개 오십명을 부하로 준다.
"헹님, 인자 쓸데없는 걱정일랑 다 잊어 버리고,
크게 한탕해서 우리도 임금 같이 살아 봅시다.
임금의 씨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못할 일도 없지요 , 헹님!" 한다.
반 강요에 의해 승락을 하고는 까불이와 함께 첫 마을을 털로 출정을 했다.
나가면서 까불이는 이야기 한다,
헹님은 처음이니 나가 하는것을 잘 보았다가
다음 출정 부터는. 헹님 혼자 가셔야 한다오.하였다.
그러나 대안이는 마을을 터느라 어수선한 틈을 타서 뺑소니를 쳐버렸다.
기이한 인연으로 토적의 소굴을 벗어 나서는 효가를 찾기 위하여 동분 서주 하며 정처없이 돌아 다니나,
사막에서 잃어 버린 바늘을 찾는 격이니, 과연 대안은 효가를 만날 것인지
월랑마님과 소옥 마누라는 또 어떤 연으로 만나게 될지?
궁금해 지기 시작 한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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