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51>
대안의 꿈속에 서문경이 나타나 환생의 비밀을 알려주는데...
검정 똥개는 금가 모녀 앞에서 조금의 서성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한참을 걸어가던 똥개는 불에 타 폐허가 된 큰 저택 앞에 멈추어 서서는
컹컹컹 하고 짖어 데는 것이었다.
"나으리, 밥한끼 줍쇼,
적선좀 해 주세요."
금가 녀석이 대문 문지방 안에 들어서서 애비가 물러준 돌덩이를 두두리며 목청을 크게 외친다.
조금 지나자 한 장정이 다리를 절룩이며 걸어 나왔다.
대안 이었다.
대안이는 토적들에게서 도망을 친후 이곳저곳 월랑과 효가가 갈만한 곳은 전부 찾아 보았지만
흔적 조차 찾지 못하자 오랑캐가 철수 했다는 소식을 듣고,
옛집에 와서 살다 보면 한번은 월랑이 들리겠지 하는 생각에
어저께 돌아와 낡은 방 한 칸을 손보아서 살며 조금씩 손볼 예정이었다.
대안은 몰골이 초라하고 피로에 지친듯한 아낙과 꼬마 장님이 똥개와 함께 문을 두두리자
월랑과 효가도 저런 꼴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콧등이 시큰하며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꼬마야,
이제 문짝좀 그만 두두려라, 내가 왔잔니,
나도 피난 다니느라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구나,
여기 마른 빵 몇 조각이 있으니 이거라도 먹으려무나." 하며
마른 빵 네 쪽을 쥐어주니 구걸에 이골이 난 듯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금가 애미에게 다 준다,
그 애미는 나누어 개와 함께 맛바람에 개눈 감추듯 금방 먹어 치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검둥이 똥개가 떡을 다 쳐 먹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대안이 주위를 떠나지 않는것이 꼭 옛 주인을 섬기는 듯 하였다.
대안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킹킹거리며 반갑다고 하는것도 같았다.
그래서 곧 겨울이 다가 오는데 가라고 쫓을 수도 없고 하여,
내년 봄 까지는 이곳에서 지내도 좋다고 하며 불타고 낡아 빠진
하인들이 사용하던 숙소에 묵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든 대안은 이런저런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식구는 아니지만 문간방에 잠자는 금가네 모자를 보니,
월랑과 효가 생각이 나며 유학사가 준 은자 오십냥도 자기가 보관 하고 있으니 살아 있다면,
문간방 거지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쓰라렸다.
효가 모자도 그렇지만 소옥과의 신혼 생활도 아직 제되로 맛보지 못하고 있으니 더 서럽고 그리웠다.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하던 대안이는 깜빡 잠이들었는데,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대안아, 대안아! 하고 부르며,
나를 알아 보겠느냐?" 하는 것이 었다.
대안은 머리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머리는 산발을 한 사람이 목에는 큰 칼을 찼으며,
손목에는 쇠고랑과 그와 연결된 쇠사슬을 온몸에 거의 칭칭 감고 있어 보기에도 힘겨워 보였다.
무섭기도 하지만 안쓰러워
"누구신데 이 야밤에
나를 찾아 오셨나요?" 하고 물었다.
"그 사이에,
나를 못알아 본단 말이냐?" 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던 머리를 뒤로 고개를 확 쳐서 넘기자 꾀제제한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그제서야 대안은...
"아니, 이거 서문 대인 아니십니까?
주인님의 몰골이 이게 무엇이랍니까!" 하며,
얼른 일어서서는 그의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반갑게 맞이한다.
서문경이 대안이를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대안아 너는 정말로 충직 스럽구나,
내 몰골이 이러한데도 조금도 싫어하지 않고 반겨 주니 말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하거라,
내가 이승에 있던 생전에 너무나 많은 죄를 지어,
염라대왕이 두눈을 뽑아 버리고 한평생 거지로 살아가라는 판결을 내려
내가 개봉 심부자네 집 외동 아들로 환생을 해서 살아오다 전란에 폭삭 망하고 거지로 떠도는 구나,
오늘 찾아온 문간방의 장님 꼬마가 바로 나이니라,
그리고 검둥이 똥개는 나와 반금련의 관계를 맺어준 왕파(王婆)노파이니라."
놀란 대안이 서문경에게 물어볼려고 하는데...
서문경이 말을 이어 갔다.
"너가 옛날 나와의 관계를 잊지 않았다면,
개봉에 있는 급고사(给孤寺)를 찾아가면, 네 마님 소식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나중에 세상이 안정되고 나면?
"사당 문설주 밑을 파보거라.
그러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하고는
대안을 확 떠밀어 대안이 뒤로 벌렁 나동굴어 졌다.
나동굴어 졌던 대안이가 벌떡 일어나니 꿈이었다.
아직도 엉덩이가 얼얼한 기분인데 멀리서 사경(四更)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한것도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절 이름도 '급고사'라고 또렸이 기억 되었다.
하지만 장님 금가가 서문대인이고 검정 똥개가 왕파라니 도무지 상상이 되지않았다.
대안은 날이 밝자 말자 금가가 자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언제 떠났는지 장님과 노파는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다 찾아 보았으나 흔적조차 없었다.
대안은 귀신에 홀린듯 멍하니 있다가 꿈이라 해도 너무 생생해서
서대인이 말했던 사당 문설주 밑을 파보면 꿈인지 알수 있을것 같아
삽과 곡괭이를 가져와 사방의 문을 닫아 걸고 파내려 가면서도 의심이 되었다.
한참을 파 내려가다니 파란 돌맹이 하나가 나왔으나 돌맹이를 아무리 살펴 보아도 특별한 돌은 아니었다.
그럼 그렇지 꿈은 꿈이야 하면서 묻으려는데 벽돌 조각 같은게 조금 뽀족이 보였다.
세장이나 깊은 땅속에 왠 벽돌 누가 묻지 않고는 땅속에 있을 수 없지 하며
벽돌들을 들어내자 보자기가 나왔다.
보자기를 끄집어 내자 항아리를 덮은 뚜껑이 나왔다.
그 뚜껑을 열자 항아리 속서 찬란한 빛이 눈부시게 쏟아져 나왔다.
조그만 황금빛의 금괴가 수백개는 될듯했다.
이런 곳에 이런 금괴을 숨겨놓은 서문대인이 치밀한 생각이 훗날 서문가 부흥에
힘이 될것을 안듯해서 대안은 이제 헤어진 월랑 모자와 소옥을 찾으면
큰 고생 안하고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공짜 거금을 보고 나면 마음이 흔들릴 만도 한데
대안은 충직한 자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았다.
그러하니 서문 대인이 꿈에 나타나 대안에게 일러줄 만 하였다.
팠던곳을 다시 묻고는 표시가 나지않게 복원을 하여놓았다.
그리고는 꿈에 일러준 개봉의 급고사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그 옛날 춤추고 노래하던 아름답던 정원에,
거지되어 찾아온 구슬픈 인과응보.
기러기 앉아 놀다 날아간 눈 위에는,
한 점 자취마저 보이지 않는 구나.
정원에 지는 꽃이 명년 봄에 다시 피어 나듯,
고해의 인생 살이 돌고 도는 윤회의 섭리.
한편, 황제의 어명에 의하여 오랑캐에게 바칠 공물을 마련하기 위하여,
온갖 애교와 웃음으로 몸팔아 마련해 놓은 돈 다뺏기고 기루에서 쫓겨난 수많은 기생들은
금나라 오랑캐에게 잡혀 가서 다시 관기(官妓) 가 되거나
아니면 조그만 주막집을 열어 술장사를 하거나 창부가 되어 살아 가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눈치 빠르게 대처한 이사사(李师师)는 어명이 떨어지기 전에
재물과 자신이 관리하던 관기들을 빼돌려 놓은 바람에 전란이 가라 앉아 가고,
오랑캐가 철수하고 나자 개봉성 밖 길손이 빈번히 다니는 곳에 기루를 새로 지어 유객을 받기 시작 했다.
영업이 잘 되자,
누각의 수와 호화로움도 지난번 보다 더 규모가 방대하고 커져만 갔다.
전에는 도군황제가 자주 드나들어 황제의 별궁이란 소문이 난 까닭에
공개적으로 손님을 받을 수 없었으나, 이제는 그런 제약이 모두 사라진 탓에
전에 이사사를 흠모했던 유명인사들도 줄을 이어 찾아 왔다.
더군더나 금나라의 올술왕자(兀术王子)와 장군 곽약사(郭药师)가
후견인으로 뒤를 바쳐주고 있으니 감히 누가 이사사(李师师)를 가볍게 대할수 있겠는가!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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