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52>
원상저는 은병으로 기명을 개명 본격적인 기녀 수업을 받게된다.
원상저는 기명을 은병(银瓶)으로 개명하고는 본격적으로 기녀 수업을 이사사에게 직접 전수받기 시작한다.
지난번 심부자 심초환집의 기생출신 첩들에게서 배운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노래와 춤은 기본이요, 고쟁(古筝), 사사의 특기인 생황(笙篁)불기등을
매일매일 고된 연습을 통해 익혀 나가기 사작 했다.
상저는 워낙 기초가 튼튼하여 쉽게 터특하였다.
이제는 나이에 비하여, 몸매면 몸매, 예기는 예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청루(青楼)에서 제일 뛰어난 명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사사는 은병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옥이야 금이야 하면서 열살 먹은 앵도(樱桃)를 시녀로 붙여주고는
어떤 유객도 받지 못하게 하고는 기화요초들로 잘 가꾸이진 정원에서
희귀한 수석들로 정돈하여 만들어진 곳에서 노래와 악기 연주로 세월을 보내게 하였다.
은병은 이층 누각에 올라 가끔씩 주렴을 살 짝 열어서는 바깥 길거리 풍경도 멍하니 바라보고는
수양 버들 늘어진 거리를 멋있게 생긴 남정네들이 말을 타고 유유히 지나 가는 것을 볼때는
혼자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지켜보다 들킨 사람 모양 가슴이 두근 거리기도 하였다.
어떤때는 춘추전국시대(春秋战国时代)의 대시인 송옥(宋玉)의 재주와
위.진시대(魏晋时代)의 미남 시인 반안(潘安)의 얼굴,
그리고 남조시대(南朝时代)의 천하 갑부 석숭(石崇)의 재산을 고루 갖춘
정랑(情郎)이 백마를 타고 자신을 찾아오는 망상에 사로 잡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은병은 이사사가 돈만 많이 내어 놓는다면
그날로 자기를 그 유객에 맡겨 머리를 얹게 할 계획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사사는 자기에게는 너그럽게 관대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표독스러울 만큼 엄하게 대하였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말을 거부 하면은 발가 벗겨 놓고 채찍질도 서슴없이 가하였다.
그런 걸로 보아 자기도 사사의 말을 거부한다면 다른 아이와 같이 형벌을 가하고
특별 대우도 하지 않을 것임이 잘알고 있었다.
은병은 오늘도 가만히 자신의 팔자를 되뇌어 본다.
청명절날 심부자네 집에 가서 그네를 타지 않았다면 휘종 황제의 눈에 띄이지도 안 했을 것이고,
그렇더라도 첫날 밤을 휘종과 지내고 궁궐에만 들어 갔더라면 귀비(贵妃)가 되어
호의 호식하며 지내고 있을 터인데, 왜 하필이면 그때 오랑캐가 쳐 들어와
부모님과 생이별을 해 기생 팔자가 되어야 하는지, 참으로 세상사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딸을 보내놓고 눈 물로 지새우던 아버지는 오랑캐 칼에 처참한 죽음을 당했다 하고,
어머니와 가솔들은 오랑캐에게 끌려가 소식도 알 수 없으니 생각만 하여도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런 소식도 최근 친해진 무운(巫云)에게서 집안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 했으나,
최근 개봉 상황을 생각하면 그것은 진실임이 틀림없었다.
은병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무운에게 전해준 소식이 낙양 갑부 적원외(翟员外)라는 것을 알았다.
적원외는 무운에 홀딱 빠져 자유 롭게 만날 수 있도록 이사사에게 많은 돈을 갖다 바쳤으나
더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하는데 무운은 사사의 속도 모르고 적원외에게 들은 소식을 은병에게 이야기해,
은병의 마음을 심란케 하였다고 하여, 애꿏게 온 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두둘겨 맞기도 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무르익어 제비가 돌아 온다는 삼월 삼짖날, 거울 보고 화장 하는 것도
싫증이나 무료하던 차에 이층 누각에 올라 주렴을 살짜기 밀치고 바깥 세상의 동정을 살피는데
곳곳에서 동네 여인들의 그네 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최근 익힌 노래를 가만히 불러 본다.
조롱에 갖힌 두견새 슬피 우는데,
간밤의 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들.
슬픔이 깊어가면 안개도 짙어지고,
짝잃은 원앙새는 목청도 애닮고나!
님떠난 남포(南浦)에 흐르는 정적.
강물이 흘러 흘러 구름따라 흘러가듯,
세월이 봄바람에 애잔하게 호소하네.
파도가 밀려와서 아픈 마음 전해주듯,
꽃잎이 떨어져서 뜨락 안에 서성인다.
내 마음 수양버들 하염없이 휘날리네.
은병은 앵도가 갔다 준 차를 한모근 마시면서 지나간 날들을 돌이켜 본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전생부터 주어진 숙명처럼 느껴 지는 것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찿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시 한번 생각 해 본다.
청명절 날의 그네도 성상 폐하의 눈길과 부딪힌 것도.
오랑캐가 쳐들어와 결국 온 밤을 꼬박 지세우며 성상의 은총을 기다린 것도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수많은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자라던 자신이
이렇게 아무도 없이 혼자 지내야만 되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은병은 다시 해삼성(解三醒)이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꾀꼬리는 꾀골꾀골 노래를 부르는데,
무슨 일로 나만 혼자 꽃피기를 기다리나?
이 봄은 깊어가서 향기는 무르익고,
세월은 거울 옆을 훌쩍 건너 달아난다.
차가운 밤 공기 어둠깨고 흐르는데,
봄꿈은 깨어지고 향기만 남아있네.
은병은 자기의 지난 처지를 생각하니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휘종 도군황제가 얼마나 눈이 좋아서 희춘루(煕春楼) 깊은 곳에서 아득히
그것도 수양버들 가지 사이로 선뜻 보였을 뿐인데 마음에 들어 한번도 대하지도 않하고
내관(内官)을 시켜 홍첩(红帖)까지 건네 주었을까?
그것도 왜 궁궐이 아닌 기방 희춘루로 오라고 하였을까?
이사사의 집에 당도 한날 밤새도록 황제를 기다렸지만 다음날 오겠다는
기별만 하고 왜 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의문만 커졌다.
아무래도 모든게 다 이사사의 농간으로 발생된게 틀림 없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만 은병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또다시 담황류(淡黄柳)라는 노래 한곡을 더 불러 본다.
텅빈 성 새벽을 깨우는 호각소리,
휘늘어진 버들가지 길가에 왜롭구나.
얇은 옷 말잔등엔 서늘하게 돋는 소름,
푸르른 신록의 봄이구나,
보이는 그 모두가 정든 고향 강남땅,
느낌은 다를 봐 없는데..
내일 오고 또 다시 한식날 온데도,
오늘 저녁 한잔술 객사 찾는 나그네.
오얏꽃만 떨어지면 가을도 금방이니,
따스한 봄 어데갔소 제비가 물어 올때,
파란 연못 혼자만이 옛날 모습 그데로네.
청루(青楼)를 드나드는 이사사의 주요 유객중에
무운(巫云)에 홀딱 빠진 적원외(翟员外)라는 낙양땅 제일갑부가 있다.
휘종 황제 당시 천하를 쥐락 펴락하던 채태사(蔡太师)의 집사 적운봉(翟云峰)에게
성이 같다는 이유로 가까운 친척인척 접근하여 수천냥의 재물을 갖다 바친 덕에
금오위천호(金吾卫千互)라는 칠급정도의 하급 관리 지만 벼슬을 사서는
몰골에 비해 어울리지 않는 거드름을 피우고 다닌다.
얼마나 구두쇠인지 인색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이 작자의 몰골은 더욱 가관이다,
어릴때 마마을 앓아서 얼굴이 곰보딱지이며 커다란 딸기코에 쑥 들어간 이마 짝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키는 오척 단신에 툭 튀어나온 배때기는 걸음을 걸을때 뒤뚱뒤뚱 하는꼴이
안넘어 지고 가는것이 신기할 뿐이다.
그래도 돈은 있어, 계집질이나 오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펑펑 써데니
집안에는 돈이 탐나 살고 있는 제법 반반한 처첩들로 득실됐다.
그런 몰골에도 자칭 풍류객이라 하며 다닌다.
부모가 남겨놓은 유산으로 빈둥데며 살아가는 한량들과 어울려
기생집들을 전전하며 주색 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 중 화화 공자(花花公子)가 있는데
나이가 십여년이나 어린 정옥경(郑玉卿) 일당 들과 특히 잘 어울렸다.
왕초선(王招宣)의 아들 왕가놈, 유천호(刘千户)의 아들 '말더듬이' 유가놈,
장천호(张千户)의 아들 '사팔뜨기' 장가놈 등이 있는데 모두 애비 잘 만난 덕에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 가는 놈들이다.
그중 우두머리인 정천호(郑千户)의 아들 정옥경인 나이 열여덟에 희멀쓱하게 생긴 허우대 하며,
행동 거지도 제법 젊잖은데다, 음률도 좀 알아 풍류를 즐기는 멋을 아는데,
무예도 뛰어나 어지간 한 장정 네뎃은 거뜬히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우두머리가 자연스럽게 되었고, 기방에서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풍류객이다.
그러나 양친이 남겨준 그 많은 재산을 거의 모두 유곽에 탕진해 빗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사사가 운영하는 청루(青楼)에는 감히 갈 엄두도 못 내는데
그들 중 돈많은 적원외 만이 청루를 유일하게 찾아 간다.
돈이 많으니 한턱 쏠 만도 한데 그런 생각은 꿈에도 없는 듯 하였다.
적원외는 이사사의 기루(妓楼)에 있는 십여명의 기생을 품에 안아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무운(巫云)이 제일 맘에 들어서 어떤날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와 이불속에서 딩군 적도 있었다.
이제 갖 십육세에 조그만 체구인 그가 그렇게 좋은 것이다.
"어디 귀여운 것!
어디 한번더 안아보자,
이리온?"
실제 무운은 적원외가 싫고 징그럽가 까지 하였으나
이사사에게 혼이 난후 부터는 싫든 좋든 방법이 없었다.
"아이참,
나리두 다른 예뿐 아이들도 많은데 왜 저한테만 이러세요?"
"허허,
아직도 모르느냐?"
"무얼 말씀이세요?"
"너의 이름이 무산(巫山)의 구름(云)이 아니더냐.
천하에서 방중술이 으뜸인 무산의 신녀(神女)가 일으키는 구름이니,
그맛이 특별하여 너를 귀여워 해 주는 것이 아니더냐?"
"내가 여기 있는 계집은 다 안아 보았지만,
역시 너가 최고 이니라."
"참 나리도 거짓말도 잘도 하시네,
다 안아 보긴 누굴 다 안아 봐요?
은병 언니도 있는데."
" 응?
은병이라니, 은병이 누구야?
이 집에 그런 아이도 있었더냐?"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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