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59>
효가와 대안를 찾아 개봉가는 강가 배에서 월랑은 이교아를 만나고, 급고사에 몸을 의탁한다.
까불이 한가는 알리부의 총애를 받는 애랑을 믿고 장인 행새를 하면서
거들먹 거리며 싸다니는 꼴이 아주 가관이었다.
몸에는 비단 마고자를 걸치고, 허리띠는 꽃을 수놓은 은빛 허리띠를 하고 있고,
허리에 찬 칼은 용을 새긴 칼집에 비까번쩍한 장도(长刀)에다,
짱구머리에는 수달피 모자에 갓 끈은 붉은 보석으로 장식 하였으며,
신발코가 구름처럼 올라간 말가죽 전투화를 신고
짝달막한 키에 뒷짐을 지고 다닐때는 정말 눈뜨고 못 봐줄 지경이었다.
알리부 일행의 관선에는 대원수(大元帅)라고 쓴 황색 비단 깃발을 걸어 놓고는
가끔 대포까지 쏘면서 금나라 대원수의 위용을 보이며 황하를 거슬러 올라 갔다.
배위에서는 계속해서 은은한 풍악을 울리고 무희들의 춤을 곁들인 호화스런 뱃놀이 였다.
배 한척에는 무장한 병사 수백명이 탄 거대한 관선이었다.
그러하니 두척의 배 근처에는 다른 배들은 얼른 길을 터 주고는 강의 가장자리로 비껴 다녔다.
그 뿐만 아니라 양쪽 강가로는 수도 없이 많은 금나라 오랑캐병사들이
질서 정연 하게 수많은 깃발을 휘날리며 배의 속도에 맞추어 따라 가고 있었다.
말탄 호위 기동대의 행렬이 수십리에 이어지니 수많은 백성들이
호화롭고 장엄한 광경에 구경을 나와 보고 있었다.
알리부의 배가 월랑의 배를 바짝 추격해 오자 길을 비켜 주고는
두배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가게 되었다.
월랑 일행도 선창 안에서 가끔씩 머리를 내밀고는 성대한 그들의 행렬에 관심을 보였다.
이틀동안 강을 거슬러 개봉으로 향하던 알리부의 관선이 조그마한 나룻터에 정박을 하였다.
월랑의 배도 감히 앞지르지 못하고 관선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정박을 하였다.
배를 처음 탄 탓인지 소옥은 뱃멀미에 고생을 하다.
배가 정박하자 뱃머리에서 내려 쉬고 있는데,
오랑캐 장수 한명이 배에서 내려 앞에 보이는 마을 쪽으로 걸어 가는데 눈에 많이 익은 얼굴이었다.
선창에 들어와 머리를 기웃거리며 생각을 떠올리던 소옥은 이제야 생각이 난 듯, 큰소리로 외쳤다.
" 한도국의 동생 까불이 '한이'가 틀림 없었다.
살이 많이 쪄서 한눈에 못 알아 봤으나 우피가(牛皮街) 골목에 살았던 때
형이 관리 하던 전당포에 가끔 와서 안면이 있었던 것이다."
"그럴리가 있겠어!
형수 왕육아와의 염문으로,
동내 사람들이 간통 현장을 덮쳐 관아에 고발 옥살이를 할때,
형이 부전옥이었던 서문대인에게 부탁 마누라는 석방 시켜 주고,
한이는 맹주 땅으로 유배를 보냈다고, 내가 남편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무슨 재주로 오랑캐 군의 장수가 되어 있겠어?" 하고
월랑이 애기를 하자,
소옥도 고개를 갸웃 하면서도,
마님 다시 돌아 올테니 마님도 한번 나가 보실레요 하며
월랑의 손을 끌고는 선창에서 나와 배에서 내렸다.
그때였다, 관선 선창에서 한 중년 부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살짝 늘어뜨린 귀밑머리,
까무잡잡 피부에 적힌 마흔 넘은 농염의 나이.
풍만한 몸과 훌쩍한 키?
얼굴에는 짙게바른 분가루. 엷게 바른 입술 연지,
짙은 눈썹에 반짝이는 눈동자,
실룩샐룩 흔드는 방뎅이 뭇 남정네 유혹하네.
"어머,
저 여자 한도국의 마누라 왕육아예요.
현모양처를 자처 하던 그년이 음탕한 색부였다고요,
껍질을 벗겨 놓아도 내가 알아 본다고요."
고옥이 열받아 씨근데는데,
월랑은 왕육아를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 알턱이 없고, 소옥 자신이 당한것 같이 씨근덴다.
그때 왠 화려하게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왕육아 에게 다가선다.
쪽머리는 황금줄로 멋을내고, 귀밑머리 살짝 옆으로 넘겼네.
궁궐안 궁년가, 기루의 기년가,
알쏭달쏭 도데채 짐작이 안데. 봉긋한 젖무덤 신의 조화던가,
작은키 훌쩍빠진 가냘픈 몸매, 절세가인 아니라도 어느누가
한번만 안아 보면 코피 깨나 쏟지 않고는 못 베기겠구나.
월랑은 모르는 여인인었으나 한눈에 보아도 같은 여자로도 질투할 만한 몸매 를 가진듯 했다.
그러하니 뭇 남정네들이야 오죽 애간장이 녹을 것인가?
"하두 오랜만에 보니 잘 모라 보겠으나 왕육아의 딸 애저가 틀림없어,
목구비가 애저하고 똑 같으니 말아다."
소옥의 말이 끝나갈 때,
오랑캐 복장을 한 두시녀가그 젊은 여인게 다가가 말을 건내는 것이었다.
"한씨, 소 마마님!
여기 계셨군요, 어머나!
고기가 참 많이도 잡혔네요 하며 손뼉까지 치며 좋아한다."
관선과 월랑의 배가 정박한 곳이 조금 멀기는 하지만 대낮이라 알아 볼 수 있는 거리였다.
월랑이 타고온 배의 뱃사공이 그물을 내려놓고 고기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관선의 여인들이 호기심으로 지켜보다가
뱃사공이 그물을 걷어 올리자 구경을 나왔던 것이다.
바깥이 떠들썩하자 또 한 여인이 선창에서 걸어 나왔다.
여인의 얼굴은 먼저 온 여인들에 가리어져 잘 보이지는 않았다.
소옥은 그들이 알아 볼까 선창 안에 숨어서 그들을 보고 있었으나,
월랑은 안면식이 없으니 마음놓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아니, 어머나!
거기 있는 분,
언니 언니 아니야?"
어디선가 월랑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나온 여인이 월랑을 보고는 너무 반가워서 먼저 소리를 쳤던 것이다.
월랑이 소리 지르는 쪽을 바라보고는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여기가 싯누런 황하의 물 위던가, 은은한 달빛 비추는 서문경의 호화로운 정원이더냐?
구름속에 일 잃은 왜 기러기,
갈대숲 우거진 황색 강가에서 내 정다운 식구를 만나는 구나.
연못가 날개짖 푸드득 나는새,
하얀 모래 톳 펼쳐진 강가에서 정들었던 낭군을 만나는 구나,
두 동강으로 깨어진 거울 조각, 맞추어 보니 동그스런 옛 모습,
흩어진 꽃잎도 만날 날이 있네, 밀려간 부평초 돌아올 날 있네.
월랑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멀지만 둘째 동생 이교아(李娇兒)가 틀림없었다.
서문경이 죽은 후 장이관인에게 재가(再嫁) 했던 이교아 였다.
두 여인은 배를 옮겨 탈 수도 없어 먼 발치에서 견우와 직녀처럼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한다.
이교아는 알리부의 첩이되어 개봉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한숨을 쉰다.
월랑은 피난길에 효가를 잃어버리고 개봉에 가면 알 수 있다는 막연한 말만 믿고 찾아 간다고 하자,
이교아는 눈물을 흘리며 무슨 여자의 운명이 이리도 팔자가 사나우냐며,
월랑의 남루한 비구니 복장과 얼굴의 고초가 묻어나는걸 보고는 그간의 사정을 짐작 한다는 듯이,
머리에 꽃고 있던 금비녀와 손가락에 끼고 있던 금가락지 두개를 빼서는 손수건에 싸서는 월랑 뱃전에 던져 준다.
월랑은 받기가 쑥스러워
"자네도 어려울 텐데하자."
"언니 받아도 되얻요,
여기는 어렵지 않아요, 그들이 오기전에 얼런 가봐요 되요." 하고는
눈물을 뿌리며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월랑은 이교아가 던져준 물건을 고맙게 받아 넣고는,
오랑캐의 눈에 띄어 괜히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 선창안에 들어가 일행에 주의를 시켰다.
이교아 옆에 있던 왕육아는 건너 배의 여인이 월랑이라는 것을 알고는 선창안으로 숨은지 오래였다.
강변에는 오랑캐들의 천막이 수 십동이나 쳐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징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알립 를 비롯한 장수들인 듯 한패거리가 배에서 내렸다.
오늘 밤은 땅에서 숙영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한식경이 지나자 이번에는 이병아가 배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
아마 알리부의 군막을 향해 가는 것으로 보아 오늘 저녁 수청들 차례인 듯 했다.
새벽 오경을 알리는 호각 소리가 울리더니,
오랑캐 군막에는 기상을 알리는 북소리가 요란하다.
병정들이 일어나 군막을 철거하고 싸움터에 출정 준비하는 것 같이 모두 분주하고 일사 분란하게 움직인다.
한시진 정도가 지나자, 쾅! 하는대포 한발이 터지자, 나팔 소리가 요란하다.
아마 다시 개봉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었다.
월랑은 대포와 나팔소리가 들리자 가만히 선창에 움크리고 숨어서
새벽 어둠속이나마 이교아가 타고 떠나는 배를 지켜 보고 있었다.
이교아는 선창 입구에서 얼굴만 내민 채 월랑을 향해 힘없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월랑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멀리 사라져가는 두 척의 배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월랑이 탄 배는 보름이 지나서야 개봉의 관문인 변량하에 도착했다.
그러나 개봉의 치안은 오랑캐들의 약탈이 계속되고 밤이면 몇명씩 무리지은 토적 까지 설쳐되니
마음놓고 다니기는 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월랑은 이교아에게 받은 금비녀를 소옥을 시켜 전당포에 맡기고 은자 두냥을 바꾸어 배삯을 지불 했다.
그리고는 묘취스님과 함께 묘풍 스님을 찾기위해 성내의 비구니 암자를 하나씩 찾아 나셨다.
며칠 동안 찾아 봤지만 헛수고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기진맥진한 세 여인은 숲가에 앉아 피곤한 다리를 주무르며 쉬고 있었다.
"어머! 저기 절이 있네,
두 분은 여기 잠간 쉬고 계서요.
제가 얼른가서 소식이나 물어보고 올테니까요?"
묘취는 가는 곳 마다 아무 소득도 없자 미안 한 마음에 두사람의 대답도 듣지 않고,
둘에게 쉬세요 하고는. 혼자 얼른 달려간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뜻밖에도 수많은 걸인들이 절 문앞 천막속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고,
절안에 들어가 보니 마당 천막 간이 공양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절간에는 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무아미타불,
스님께서도 죽 한 그릇 공양하시며 인연을 맺으시지요."
이곳 저곳을 기웃 거리던 묘취의 등 뒤에서 온화한 목소리가 들렸다.
묘취가 뒤돌아 보니, 한 노승이 정중하게 합장을 한다.
묘취도 황금히 합장을 하며 묘풍의 소식을 물어본다.
"허허, 참 딱하구료,
하지만 이 절안에 중이라곤 소승뿐이오니 이 일을 어찌합니까."
노승은 소식을 알려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 하게 생각하고 , 공양을 권하고는 뒤 돌아서 갔다.
묘취도 시장끼를 느끼고 있던 터라, 바깥에는 남정네들만 보이고 여인들은 보이지 않아
승방 안을 들여다 보니 모두 거기서 공양을 하고 있었다.
죽을 떠주던 노파가 정성스럽게 죽을 떠주다가, 묘취 스님을 보고는 구부정한 몸을 일으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을 읊으며 합장을한다.
곱게 늙은 얼굴에 새하얀 백발, 누더기 옷 걸쳤지만 몸에 묻어나는 온화한 기품.
부드러운 얼굴에 서린 온화한 미소, 굶주린 중생에게 현생한 '관음 보살' 인가?
그는 채태사의 어머니 '채 노부인' 이었다.
"나무아미타불,
스님 무슨 일로 오시었는지요?
우선 공양부터 하시지요."
"일행이 있는데,
잠시 쉬는 중 절이 눈에띄어. 소승이 들어와 봤습니다.
일행을 모셔와 이야기 들이지요."
" 네,
그럼 얼른 뫼시고 오시세요."
"노부인의 따뜻한 응대에 묘취는 월랑과 소옥을 데리고 와서는,
노부인에게 인사를 시키고, 사실은 잃어버린 아기를 찾으려온 속가승(俗家僧) 이라고 소개하고
자식 잃은 사연을 낱낱이 말하면서 눈물을 주체 못한다."
"우선 공양부터 하시고 천천히 대화 나누시지요 하며
공양을 권한다."
모두 시장 하던 차에 죽이지만 오랜만에 맛있게 공양을 마쳤다.
"나무아미타불!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어요?
딱히 갈 곳이 없으시다면, 마음을 너무 조급하게 먹지 마시고
이곳 '급고사(给孤寺)에 묵으시면서 천천히 소식을 알아 보는게 어떠실런지요?
이곳은 스님분들과 같은 분들을 위해 있는 곳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렇게 하시지요."
채 노부인의 진정어린 권유에 월랑은 급히 일어나 고맙다는 절을 올린다.
대하를 하다보니 채태사 채경의 모친인 채 노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다시 한번 큰 절을 올렸다.
그리하여, 월랑 일행은 당분간은 급고사에 몸을 의탁하고 채 노부인을 도와 주면서
자식 효가와 대안의 소식을 오고가는 길 손들로 부터 반가운 소식을 기대하며 지내게 되었다.
과연 월랑은 모자 상봉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소옥은 부부 상봉의 기쁨을 언제 맛보게 될지,
대안의 꿈에 계시해준 서문경의 예언은 그대로 맞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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