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57>
월랑은 효가를 찾기위해 방을 붙이고,
대안 소식을 알수 있을까하고 준제암을 찾아 갔으나...
하염없이 이는 바람 벌판 가득한 티끌 먼지 하늘 끝까지 날려버리고,
아들 찾아 나선 머나먼 길 가을가고 봄이 오건만 야속하기만 한 세월이여.
천지는 끝도 없건만 몸은 영원하지가 못하네,
산천은 변함이 없으나 마음은 점점 아파만 간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주렁주렁 달린 과일 힘겨워 울고 있다.
두견새는 뜸북뜸북 세상만사 아픈 이별 끝도 없이 생겨나네.
정처없는 유랑생활 어느시절 끝나련가?
넓디넓은 강가에서 뿌려지는 눈물방울...
한편 오랑캐에 쫒기다가 대안과 효가와 헤어지게된 월랑과 소옥은
절대절명의 위기에 옛 반금련의 하녀였던 추국의 집에 우연히 도착 하여 하루를 넘긴다.
월랑은 이곳에서 묵고 있으면 대안과 효가의 소식을 알아 내기 힘들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 혼란스러운 전란 세상을 젊은 두 여인내가 넓디넓은 세상을
아들과 남편을 찾아 혜메 다닌다는 것은 사람을 찾는것 보다 본인들 안전도 보장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도무지 막막하여 있을때,
잃어버린 소를 찾아 아갔던 추국의 남편 왕진재(王进财)가 돌아 오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소를 찾지 못하고 돌아 오면서
"어느놈의 자식이 훔쳐 갔는지 잡히기만 하면 죽여버리리라."라며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집에 오니 뜻밖의 손님을 보고활짝 웃으며 달려와 큰절을 올린다.
"아이구 마님!
어인 일로 이 누추한 곳까지 오셨나요,
몇년 만에 뵙는 겁니까요?"하며 반가워 한다.
잠시 인사를 나누던 왕서방은 바깥으로 나가 장작을 가져와 난로에 불을 올리더니,
추옥에게는 우선 있는 쌀로라도 아침 밥을 지으라고 한다.
월랑은 쌀독을 긁는 소리를 듣고는 머리에 꽂혀 있는 은비녀를 뽑아 왕서방에게 주면서,
"이걸루 쌀과 바꾸어 오시게 은전 서너 닢은 쳐 줄거야,
그리고 가는 김에 대서(代书) 하는 서생을 찾아 데려 오시게
아무래도 대안이와 효가 찾는 방(榜) 이라도 좀 써 붙여야 마음이 편하겠어 한다."
"그렇게 하세요,
쇤네 집에 좀 계시면서 여기 저기 방을 붙여 놓고 도련님 소식을 기다려 보세요,
이 난리 통에 여자들 끼리 어디를 마음놓고 다니겠어요?
잘 못하면 도련님 소식은 고사하고 마님이 큰일나셔요?...
그저 제가 가난 해서 잘 대접 못하시는 것만 이해해주세요?"
왕서방이 쌀과 서생을 대리려 가고 나자,
월랑은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뾰족한 수가 없어서 난감해 있는데,
추국도 먼저 말을 꺼내 좀 머무르며 생각 하라고 권하자, 방법이 없으니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고맙구만,
잠시 신세를 짐세, 그렇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말어."
조금 시간이 지나자 왕서방이 쌀과 채소 몇가지와, 꾀죄죄한 서생을 데리고 돌아왔다.
"성안에는 아직도 오랑캐 놈들이 설쳐되어, 대놓고 쌀 파는 곳이 없어,
동촌에 있는 아는 사람한테서 간신히 바꾸어 왔구먼유,
그리고 이 샌님은 동내 아이들에게 글 공부를 시킨다 하여 데리고 왔구 만유!" 하며 씩 웃음을 지었다.
월랑은 이것저것 따질 처지도 아니라
이례적인 대면 인사만 나눈 후 눈물을 글썽이며 방에 쓸 내용을 알려준다.
<"사람을 찾습니다.
이번 달, 열사흐례 되는날 성밖에서 동남쪽 준제암으로 피난 가는 도중,
아명(兒名) 효가인 일곱살 난 어린 아이와 가복 대안이와 헤어졌습니다.
효가는 남색 솜옷에 청색바지와 청색신발을 신었으며,
대안은 삼십세의 장정으로 수염이 없고 청색 솜옷과 남색 바지를 입었으며
다리를 절룩거리고 걷습니다.
이런 사람을 보셨거나 연락처를 아시는 분은 은자 두냥,
데리고 계신분이 연락 주신다면 운자 다섯냥을 드리겠습니다.
연락처는 하하촌 왕진재 집.
청하현 서문경의 처 오월랑이 방을 붙칩니다.">
방은 모두 서른장을 썻다, 월랑은 왕서방에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잘 보이는 곳에 떨어지지 않게 잘 붙여 달라고 부탁하고는
추국에게 물어 본다.
"예, 추국아.
여기서 설고자가 주지로 있는 준제암이 까지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느냐?"
"예, 알다 마다요.
작년 부처님전에 향을 올리려 한번 가본적이 있는 걸요.
여기서 서북쪽으로 큰길을 따라 삼십리 정도 걸어 올라가면 강이 나오고
강건너 아담한 마을이 있는데 마을뒤 개울을 따라조금 올라가면 숲속에 있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을 까지만 가면 마을 뒤쪽에 있는 암자가 어렴픗이 생각이 떠올랐다.
피난길에 대안이와 준제암 이야기도 했었기 때문에 혹시 소식을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추옥네 가사 사정도 알고 있으니 신세 지기도 마음이 홀가분치 않아
그래도 설고자 스님 한테 눈치 고양을 하는 것 더 마음이 편할것 같아,
아침을 때우자 마자 바로 출발 하려고 하였다.
추국은 마님은 쉬고 계서요 하며 혼자 다녀 오겠다고 했으나,
월랑이 가겠다고 우기니 도리가 없었다.
"그럼, 거기까지 쇤네가 모시고 갈께요."
하며 추국이 월랑과 소옥을 따라 나섰다.
왕서방은 방을 부치려 나가고,
추국은 월랑과 소옥을 데리고 준제암을 향해 길을 떠났다.
두시진 정도를 걸어서 가는데,
'당신의 운명을 보아 줍니다'.
음양(阴阳), 길흉(吉凶), 혼인(婚姻), 장례(葬礼), 사주팔자,
육갑기문(六甲奇门) 을 모두 보아 드립니다. 라고 쓴
점술도사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월랑은 자신의 운명이 어떤지 알아 보고 싶은 마음에 도사에게 다가갔다.
"선생께서 점을 쳐 주실 수 있겠나요?" 하고 물었다.
" 점이란게 대역혼천갑자(大易浑天甲子) 를 말하는 것이니
그걸 안한다면 어찌 이런 깃발을 걸어 놓았겠소?"
"그러시면,
제가 사람을 찾고 있는데 좀 봐 주시겠어요?"
"그래요,
그럼 어디 한번 봅시다,
누구를 찾으시우, 생년과 태어난 시를 말해 보시우?"
"제 아들 효가를 찾는데요, 하며
생시를 알려주었다.
점술도사는 땅바닥에 황색 보자기를 펼치더니 동전을 한움큼 쥐고서는
'단단절절절단(单单折折折单) 하며, 눈을 지긋이 감고는 주문을 몇차례 외우더니,
이얏! 하며 보자기 위에 뿌리는 것이었다.
월랑은 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면서도 보자기에서
빙글 빙그 돌고 있는 동전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바닥에 까린 동전은 앞과 뒤가 다르게 흩어져서 멈추었다.
"점쾌가 어떻게 나왔나요?"
"어디보자, 어! 가설나무네,
규(揆)와 규가 겹쳤으니 리(离) 떠날 패이니,
단시일에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세효(世爻) 는묘(卯)에 속하니, 동남쪽으로 가면 소식을 알수 있을 패고,
일신(日神)은 등나무를 올라탄 뱀의 형상이나, 잡것들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방해를 할것이니,
쉽게 만날 수는없도다,
그러나 후일 반드시 만날 패로다."
월랑은 점술도사의 말을 알것 같기도 하나 모두 이해는 되지 않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당분간 쉽게 만나지는 못한단 말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대안이의 소식도 알아 본다.
"아! 이번 점쾌는 썩좋은데,
하늘도 기뻐하고 달도 덕망이 넘치니, 여기저기서 귀인들을 만나 도움도 받고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도 들을 점쾌요." 하자
월랑의 얼굴이 밝아진다.
누구보다 소옥은 신랑 대안이 소식을 곧 들을 수 있다니 뛸 듯이 좋아한다.
"월랑은 도사님 죄송해요,
가진 돈이 없어 이거라도 하며 끼고 있던 은 반지를 내어 놓았다. "
점술도사는 적은 복채에, 얼굴을 찌푸리며, 허흠 허흠 하며 헛 기침만 한다.
월랑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나 좀심때가 다 되어서야
작은 강을 건너 마을을 지나 준제암 가는 숲길로 들어섰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저기 모퉁이에 있는 소나무만 돌아서면 암자가 보일 겁니다."
앞서 가던 추국이 말했다.
그때, 모퉁이를 돌아서는 비구니 스님 한분이 계셨다.
"어머, 묘취스님 아냐?"
소옥이 다가오는 스님을 보고 말했다."
등에 바랑을 메고 걸어오고 있는 묘취스님도 월랑의 일행을 보고는 종종 걸음으로 다가와서는
"보살님, 정말 오랫만에 뵈옵니다.
그간 소식이 왜 없으셨어요?"
하는데 힘이 어쩐지 하나도 없어 보였다.
월랑이 묘취를 자세히 보니,
흰색 가사를 걸치고 있어, 이상한 생각에 물어보았다.
"암자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흰색 가사를 걸치고 계시게요?"
"휴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말도 마세요.
서너달 전에 암자에 토적이 몰려와 물건이란 물건은 모두 노략질 해 가고,
닥치는데로 불을 지르고 생 난리를 치렸답니다."
"그랬었군요?
설고자 스님은 잘계시죠?"
"아유, 잘계시면 제가 이런 흰색 가사를 걸치고 있겠어요,
그날 저녁 토적들이 노략질을 다하고 보살들이 시주한 금은 보화를
어디에 숨겨 놓았냐고 추궁 하던중 더 이상 없다고 하자 그
러면 몸이라도 내 놓으라며 겁탈을 하려하자 반항하다,
토적의 칼에 맞아 돌아 가셨답니다.
묘풍 스님은 그날 토적에 붙잡혀 갔는데,
어제에서야 동경 근처 어떤 암자에 있다는 이야길 듣고 지금 찾아 가던 중이예요."
설고자가 죽었다는 묘취의 말을 들은 월랑은 온몸에 기운이 쑥 빠졌다.
암자가 이런 난장판이니 효가나 대안의 소식은 물건너 간것 같았다.
월랑이 오도 가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자.
묘취가 그나저나. 암자에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구요, 암자에 앉을 자리는 있다구요.
소승의 먼 친척 활머니가 오셔서 암자 일을 도와 주어 오늘 묘풍을 찾으려 가는 길이 었어요.
말을 주고 받으며 걷다가 보니 암자에 도착 했다.
월랑은 폐허가 된 암자를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
일전 월랑이 머물던 암자는 아늑하고 정갈하여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었는데,
대법당은 불에 타, 타다 남은 기둥만 몇개가 서있고 법당안에 안취되어 있던 부쳐님의 좌상은
머리가 떨어진체 법당에 쳐박혀 있고
제를 올리던 단상은 보물을 찾으려 도끼로 내리쳐 빠게놓은 듯 두동강이 나 있었다.
서너달 만에 완전히 산 짐승이나 놀고 갈 폐사로 변해 있었다.
뒷마당에 있던 나한전과 응진전도 잿더미가 되어 몇몇 기둥만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심지어 설고자와 뚱뚱보가 음욕을 채우던 창고는 아주 흔적도 없고,
겨우 남아 있는 곳은 부억이 딸린 월랑이 묵었던 승방 하나만 온전 하였다.
승방 앞에는 조그만 하게 불당을 꾸려 놓았는데,
아마도 묘취 스님이 불공을 드리기 위해 임시로 꾸려 놓은 듯 하였다.
매단목(梅檀木) 으로 만든 서너뻠 정도되는 키의 지장 보살의 좌상이 모셔져 있고,
앞에는 그을린 향로 한게가 전부로 정화수라도 떠놓을 앉은뱅이 탁자 하나 없었다.
월랑은 그 자리에 꿇어앉아 눈물을 흘리며 예불을 드렸다.
문수보살의 자비로운 미소가 더욱 그윽한 눈길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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