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가짜해구신 덕에 양주도독을 약속 받고

오토산 2021. 4. 5. 17:14

금옥몽(속 금병매) <92>
가짜해구신 덕에 양주도독을 약속 받고는 묘원외와 밀통한다.

올술왕자의 막영을 나오자 마자,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오랑캐 장수들이 앞다퉈 달려와,
축하인사를 받기에 바빴다.

 

장죽산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거들먹을 피는데

온갖 청탁을 해오는 자들로 장죽산의 막사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아하핫!

정말 나는 하늘이 도와주는 운명을 타고 났어!
이제는 내가 군사를 지휘 할 수 있으니 은괴를 실은 소금배는 양주로 옮겨놓고

내 왕국에서 마음데로 쓰는거야,

내가 양주 도독 양주의 최고 책임자이니 누가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는가?"

 

자기 멋대로 운명을 하늘의 뜻이라며 해석하며,

그날 부터는 용무늬가 수놓아지고 황금요대에 번쩍이는 이품(二品) 관복으로 갈아 입었다.
곧 양주를 치로 간다며 군사를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오색 깃발을 앞세우고

풍악소리 요란한 의장대를 거느리고 이막사 저막사를 돌아다니며

거들먹거리는 꼴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장죽산은 은밀하게 양주 출신의 병사 백여명을 선발하여

첩자로 양주 성내의 염상들과의 몰래 협상을 지시했다.

하늘은 공평하니 원망하지 마소서,
재색은 언제나 건달들의 몫일지니.
재물은 불꽃 향해 뛰어드는 부나비,
계집은 낚시줄의 날카로운 실 바늘.
죄악은 넘쳐흘러 새 죄악을 잉태하니,
분수넘친 패악질은 죽음의 저승길행!

은밀하게 첩자로 선발된 한 병졸이 보고 드릴 사항이 있다며 장죽산을 찾아왔다.
장죽산은 좌우를 물리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소인은 왕문거(王文挙)라 합니다.
실은 제 친척 형님 중에

왕경우(王敬宇)라는 양반이 있는데 제법 큰 염상을 하고 있습니다.
왜 지난번에 나으리께서 왕자마마께 아뢰어 풀어주었던 상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그 형님입니다."

깜짝 놀란 장죽산이 바짝 긴장이 되어 허리에 찬 칼을 어루만졌다.
소금가마니 속의 비밀을 알고 있는 놈이라면

살려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병졸이 그 내용은 모르는 듯 보였다.

"형님은 나으리께서 목숨을 구해주셨다고 무척 고마워 하십니다요.
저는 양주 태생인데 그 형님이 소금 관련 일을 맡겨준 덕택에

양주 소금 장사들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습니다.
양주성엔 지금 백 열명의 염상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큰 염상은 묘청인데 통상 묘원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외 염상들도 엄청난 부를 쌓아 금은 보화가 넘쳐나는 부자들입니다.
만약 소인에게 일을 맡겨 주신다면 그 놈들 한테 가서 설득을 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용맹 무쌍한 대 금나라 군사들이 쳐들어 간다면

송나라 군사들은 싸워보았자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니,
괜히 싸워 모두 병사들은 다 죽임을 당 하고 염상은 말 할 것도 없고

일반백성들 까지 도륙되지 않도록 설득을 하겠습니다.
소인이 세치 혀로 투항을 하도록 하여 확인서를 받아 오겠습니다요."

장죽산은 크게 기뻐하며 왕문거에게 첩자들의 선임자로 임명하여

파총(把总)이라는 벼슬까지 주었다.
왕문거는 첩자들을 모두 피난민 행색으로 변장하게 지시하고,

오십명은 청강포에서 회안을 거쳐 잠입하게 하고 나머지 오십명은 직접 인솔하여

장강을 따라 양주로 들어가게 하였다.
양주에 들어가자 제일 먼저 묘원외를 찾아갔다.

 

그를 만난 왕문거는 금나라 오랑캐가 칠일 안으로 양주를 침공해 올텐데

협력하지 않는 염상들과 상인들은 모두 도륙을 내고 재물을 뺏을 거라는 정보를 주며

은근히 겁을 주어 협조를 요청하였다.

음흉한 묘청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잘만하면

높은 벼슬과 재산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음흉한 웃음을 띄웠다.

"그래 기회가 왔어!
부귀영화가 내손에 들어오는군,

양주성 모든 상인들의 목숨이 내 한손에 달려있으니

이 기회에 맘에 안드는 놈들은 모조리 죽여버리고 재산도 깡그리 가로채어야지?"
묘청은 왕문거를 극진히 대접해주었다.

"이렇게 합시다.
내가 양주성내 상인들을 파악 협조자와 비협조자의 명단을 삼일 안으로 만들어 주리다."

그리고는 자신의 대서(代书)를 맡고있는 왕기사(王起事)를 불렀다.
원래 왕기사라는 놈은 사기쳐 먹고 사는데 이력이 난 악질중에서도 순 악질이었다.
그러하니 묘청과는 죽이 맞았다.
그는 행실이 나쁘고 말썽을 많이 핀다 하여 '말썽쟁이'란 뜻인 기사(起事)로 불리며

글을 좀 아는 까닥에 묘청의 대서를 맡은 것이다.

묘청은 왕기사와 밤을 새워가며 양주의 크고 작은 점포와 부잣집 명단을

상, 중, 하급 등급까지 매겨 작성 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성안의 송나라 군사들의 배치도와 장수들의 상황,

그리고 방어의 허술 한 곳 까지 지도에 표시하여 놓았다.
그리고 심복 하인을 보부상으로 분장시켜 왕문거에게 전달 했다.

빽빽하게 겹겹이 쳐진 군막들, 무더기 무더기 쌓여있는 창칼.
진군하는 말들 먼지 일으키고, 천지를 진동하는 행군의 함성.
나는 새들 숲속으로 도망치고, 강의 물고기 용궁으로 숨는다.

한편 아리해야는 장죽산과 함께 삼만 군사를 거느리고 양주로 진군 하고 있었다.
노도와 같은 기세로 거침없이 양주를 압박하는 오랑캐의 군사들이었다.
정탐부대가 수주에 도착하자 깃발을 식별하고는 양문거가

일부러 오랑캐 군사들에게 붙잡힌 뒤 장죽산 앞으로 끌려갔다.

장죽산은 왕문거가 가져온 첩보 보고서를 보고는

아주 기뻐하면서 술과 많은 고급요리를 대접해 주었다.
그리고 함께온 묘원외의 하인에게는 편지 일백장과 오랑캐 군사를 뜻하는

'번(番)'자가 새겨진 깃발을 건네 주었다.

"이 편지에는 이름 쓰는 난을 모두 비워 놓았으니,

네 주인 마음대로 사람을 쓸 수 있는  임명장이니 그리 알거라.
그리고 깃발은 가장 방어가 허술한 성곽에 이 깃발을 꽂아 놓으면

우리가 그곳으로 공격하여 갈 것이니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하렸다!
혹 일을 그르치면 네놈의 모가지도 성치 못할 터이니 그리 알렸다.
알겠느냐?"

장죽산은 제법 위엄있게 엄포를 놓으니 묘원외의 심복 하인은 잔뜩 겁을 먹은 상태로

피난민으로 변장 조심스럽게 양주로 되돌아 갔다.
그러나 장죽산은 만일을 대비하여 왕문거를 함께 보내 은밀하게 감시하도록 지시하였다.

회안을 향해 진군한 올술왕자와알리부의 십만 군사는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가

천장(,天长) 육합(六合) 도원(桃源)등이 제대로 한번 싸워 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오랑캐 수중에 떨어지고 말았다.

송나라 남경(南京)에서는 우매한 황제 고종이 강직한 충신 이강, 조정, 장준 같은 신하들은

귀양을 보내버리고 간신 황잠선, 왕백언과 같은 온통 썩어빠진 신하들과

연일 대책 회의를 해 보지만 나오는 대책이란 아무 쓸모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적에게 맞서 싸우기 보다는 황궁을 양자강 남쪽 금릉으로 천도하겠다는

실제 피난을 가는 소극적 대책을 세워버렸다.

 

더욱 한심한 일은 대금제국을 숙부(叔父)의 나라로 모시고 조카의 예로 섬기고

조공을 바치 겠으니 제발 철군해 주십사고 애걸 하는 치욕적인 문서를 계속 올술 왕자에게 보냈으니

황제의 채면이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용장 유기(刘锜), 오린(吳璘)등이 송나라 백성들의 영웅 악비(岳飞) 장군을 중심으로

굳게 항전하고 있어, 금나라 십만 대군의 올술왕자도 그들과 직접 싸움을 못하고

우회하여 회안(淮安)으로 쳐들어 갔다.

삼십만의 대군 오랑캐가 사나운 기세로 물밀듯이 쳐들어 온다는소문에

회안의 백성들은 앞다투어 아우성을 치며 남자들은 피난물건을 지게에 지고

여자들은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모조리 떠나 버렸다.
텅빈 성을 지키는 병사들도 사기가 떨어져 밤마다 도망치기에 바빴다.

 

올술왕자가 회안성에 입성하였을 때는

드넓은 성내가 개미새끼 한마리도 남아 있지 않아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러니 아무런 저항없이 무혈 점령 한것이다.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였는데 개인 사욕을 체우기 위하여

오랑캐와 밀통한 양주성의 묘원외는 양주성 높은 성곽에 올라가

오랑캐 군대가 언제 나타나나 하고 학수고대(鹤首苦待) 하고 있으니

이게 지도자를 잘못 만난 송나라 백성들의 고통은 어찌 말로 표현 하리오.
장죽산과 묘원외 같은 인간 말종들의 종말은 어떻게 맞이 할지

얘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