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옥경은 혼자 천하절경 금산구경에서

오토산 2021. 4. 6. 16:10

금옥몽(속 금병매) <93>
옥교와 심드렁해진 옥경은 혼자 천하절경 금산구경에서 오우를 만난다.

경치가 아름답다고 소문난 수려한 강남땅,
수많은 기생들이 한량들을 유혹하네.
보물만 쥐어주면 어여쁘게 춤을 추리라,
천냥을 써서라도 달콤한 이밤을 즐기리라.
해당화가 비 맞으니 고운 얼굴 춥다하고,
수양버들 산들바람 고운 눈썹 흔들리네.
동쪽에서 우는 까치 서쪽에서 나는 제비,
나의 사랑 이디있나 피리 꺼내 불어본다.

천하절색 이은병의 이팔청춘 순정을 짓밟고서 천냥 돈에 사랑을 배신하고

천한 기생 동옥교와 눈이 맞아 줄행랑을 놓은 정옥경이란 천하의 패륜아는 어찌되었을까?
하늘이 무심치 않다면 그런 패륜 놈팽이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전생에서 이은병은 이병아가 환생한 것이고 정옥경은 화자허가 환생한 것이니

전생에서 이병아는 화자허의 전재산을 몽땅 가지고 서문경의 품에 안겼으니

화자허가 환생한 정옥경이 원수를 값는다고 생각하면 이해는 가나

인과 응보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인간들이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는것이다.

묘원외가 준비해 준 새 배로 옮겨타고 짐들을 모두 옮겨놓은 정옥경은

은병에게 묘원외의 큰배로 가서 작별인사하고 오라 보내놓고

뒷쪽으로 몰래 자기배로 올라탄 동옥교를 데리고 남쪽으로 줄행랑을 쳤다.

 

은병이야 죽던 살던 내팽개쳐 놓고 미리 준비해 놓은 술잔치를 벌리니,

아무것도 모르는 앵도는 그저 은병이 곧 따라 오겠지 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반나절이 지났건만 배는 계속 흘려가는데 은병의 소식은 없고

옥경과 옥교가 하는 꼬라지를 보니 앵도는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년 놈은 껴안고 술잔치를 벌리면서 동옥교는 손님인 줄 알았는데 앵도에게

자기 몸종 대하듯 술가져 와라 차가져 와라 명령하니 기분이 상한 앵도는

선실로 들어가 기어이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제비집에 주인이 없어진 격이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사랑에 눈먼 바보같은 여인아, 두 눈을 멀쩡하게 뜨고서도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다니.

어도 변치 않는다는 맹세도 다 거짓말이라, 사랑의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아리따운 몸뚱이 모두 바쳤건만, 온갖 금은 보화 몽땅 뺏겼구나.

그 누가 여인의 마음을 갈대라 하였던가?
주둥이가 달콤한 놈 마음속은 악랄하네,
달콤한 세치 혀에 날선 비수가 숨어있다니...
새 계집에 눈이멀어 옛 사랑을 버렸구나?
머지않아 그 계집도 네 놈일랑 차 버릴걸.

술이 한잔 들어 가자 기분이 좋아진 정옥경은 동옥교의 풍만한 육체를 매만지며

여인의 욕정을 촉발 시키고자 애를 썻다.
옥교는 앵도에게 기분이 상했는지 아무리 애무를 해도 몸이 달아 오르지 않았다.

"흥 건방진 년!
종년이 주인이 바뀌면 눈치가 있어야지 누굴 닮아 저리 건방진거야?"

옥교가 약이 올랐던지 옥경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댔다.
옥경은 옥교의 몸이 달아오르지 않는 이유가 앵도 때문이라고 생각되자

발끈하고 화가 치밀어 선실 뒤로 가서는 앵도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주인을 잃은 앵도는 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배는 밤새도록 순풍을 타고 바로 과주(瓜州)를 지나 금산(金山)에 도착하였다.
정옥경은 말로만 듣던 강남의 황홀한 명산 금산을 뱃머리에 나와 넋을 잃고 구경을 한다.

만리 장강은 도도히 흐르고, 하늘높이 세차게 부는 바람 구름 끝에 나부낀다.
줄줄이 펼쳐진 기암괴석들 천애의 절벽 안개속에 숨고.

단애의 낭떠러지 떨어질듯 걸려있는 고색창연한 대가람!
우뚝 솟은 구층(九层) 불탑(佛塔) 극락가는 계단인가,
산사 종소리 강물에 출렁이네. 강가의 초가 연기속에 묻히고,
신선계 찾아나선 곽박(郭璞)의 묘 어드메뇨?
오자서(伍子胥) 놀던 둥근달은 오늘도 떠오른다.

동옥교와도 심드렁해진 옥경은 혼자 나와 금산 경치에 취해버렸다.
정옥경은 금산의 선경을 좀더 가까이서 보고싶어 직접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는 앵도에게 금산에 올라가 구경을 하고 오겠다고 하고는 옥교에게는 알리지도 않은채,

사공이 때맞쳐 나룻배를 잡아주어 강변에 내려버렸다.
내린 옥경이 눈에 유람나온 듯한 두 젊은 여인이 타고 있는 배가 보였다.
요염하게 화장한 두 여인은 주위 경치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정옥경의 음탕한 눈길과 마주쳤으나 피하지 않았다.

 

열 여섯 일곱 정도 보이는 두 여인은 한참 물이오른 꽃같이 젊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개방적인 남방 여인답게 살짜기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도 

옥경의 뜨거운 눈길을 피하지 않은채 정면으로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옥경은 가슴속에 숨겨 있던 정염의 끼가 아랫도리에서 후끈거렸다.

두 여인이 타고있는 배가 강변으로 오더니 배에타고 있던

홍안의 젊은이가 동자를 데리고 배에서 내렸다.
그는 정옥경을 보더니 정중하게 예를 표하고는 말했다.

"혹 형씨 께서도 산에 유람을 가시나요?
만약 가시는 길이라면 소제와 함께 가시면 어떨까요?"

옥경이 좋다고 하자 함께 산에 올랐다.
중턱에 오르니 창연한 고찰이 나타났다.
절간에 들어서니 한 스님이 정중하게 맞아준다.
젊은이는 오늘 처음이 아닌듯 대웅전 뒷편 승방으로 안내되었다.
깨끗하게 정돈 된 승방은 탁자위에 펼쳐진 불경과 그 옆에는 화로가

벽에는 산수화 한폭이 걸려 청결하고 청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스님이 솔잎차와 몇 종류의 다과를 내왔다.
조금 있으니 정갈한 콩자반 안주와 곡주를 가져왔는데

한잔을 마시자 톡특한 향기가 잎안에 퍼졌다.

옥경이 젊은이를 살펴보니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붉은 입술 사이로

새하얀 이가 가지런 한것이 스무살은 아직 안되어 보였다.
머리에는 청옥(青玉)이 박힌 비단 두건을 썼고 남색 비단도포와

붉은 신을 신은 그는  무척 온순해 보였다.
옥경은 그가 처음 만난 젊은이지만

마치 오래 사권 벗 같이 대해주니 어려움 없이 친해졌다.

"형씨 께서는 존함이 어찌되는지요,

또한 고향은 어디이신가요?"

"저의 이름은 오우(吳友)라 하고 자(字)는 처주(处舟)라 합니다.
집은 경구(京口)에 있으며, 아버지께서는 일찌기 채태사(蔡太师)의 문화생으로

관직이 개봉부윤(开封府尹)에 이르셨습니다."
옥경은 오우의 말을 듣고는 자신도 소개하며 나이까지 이야기 했다.

"저는 정옥경이라 하며 개봉 사람입니다,

진강(镇江)으로 친척을 만나려 가는 중입니다.
나이는 이제 열아홉이라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릅나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아니,

그럼 저보다 한살 많으시니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제가 독자(独子)인 탓에 어려서 부터 놀기를 좋아하고 음률을 즐긴답나다.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는 그는 매일 세상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서

술마시고 놀며 친구를 사귀는게 낙이랍니다.
그래서 아까 배에 있던 두 계집도 놀기위해

돈을 만냥이나 들여 음률을 가르쳤답니다.

 

저의 돈은 아니지만 가산이 넉넉한 편이라 제가 남에게 욕먹을 짖만 하지않는다면

부모님들이 돈에는 그리 궁색하지 않답니다.
제가 아끼며 가르친 계집도 친구가 좋아하면 아낌없이 양도해주조

그리고 양주(扬州)에가서 명석한 기생을 사다가 반년 정도 가르치면 음률을 꽤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은 저를 '기분파 오바보'라고 부른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바보짖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름답고 기예가 출충한 계집들을 꼭 제가 소유해야 할 필요가 어디 있나요!
좋아하는 친구라면 함께 재미있게 놀면 되잖아요?

"정형! 어떼요?
아까 보신 두 계집 데려다 같이 술마시며 놀아 볼까요?"

한량인 옥경은 신이 나서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요사이는 내 운새가 왜 이리도 좋은지 모르겠어?
내 마음 먹은데로 일이 술술 풀리며 재수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는 구만 하며,

자꾸만 입이 벙긋벙긋 벌어진다.

오우는 이 절간에서 술을 먹고 놀기는 불편하니까,

우리 경치도 일품인 묘고대(妙高台)로 옮겨가서 그곳에 멍석을 깔고 술판을 벌립시다.
술상은 저 아래 연안에 있는 술집에 시키면 되니까?

금산의 정상인 묘고대로 올라가 보니 유람터로 소문난 곳이라

풍광이 좋은 곳은 이미 연안의 술집들이 자리를 마련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묘고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장강의 파아란 강물이 하늘과 물이 맞닿는 곳에

돛단배가 바람에 떠다니는 광경은 정말로 일품이었다.
북쪽 초산(焦山)쪽은 멀리 그림같은 강남(江南)의 풍경이 끝없이 이어졌다.
술상이 차려지자 오공자(吳公子)가 정옥경에 술을 따라 주며 말한다.

"다음에 만나면 정형과 의형제를 맺어서 저의 집에서 저와 한해 정도 보낸다면

정도 더 두터워 지고 우연히 만난 일도 헛되지 않을 텐데요?"

옥경도 좋다고 하자,

의기 투합한 두 청년은 동자가 연신 따라 주는 술잔을 거침없이 비운다.
술독이 바닥나자 다시 술을 시켰다.
술을 가져온 주모가 말한다.

"어느 분께서 한턱 내시는 건지 알아야 제가 대접하기 편한데요?
오공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큰소리를 치며 말한다.

"아니,

맛있는 음식을 가져올 생각은 안하고 돈받을 걱정 부터 하고 있네,

누가 술값 떼먹을까봐 벌써부터 걱정을 해?
이제 얼마나 먹었다고,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것 같네?
걱정하지 말고 제일 좋은 술과 신선한 안주를 계속해서 가져오시라구."

오공자가 허리춤에서 비단 주머니를 꺼내서 금덩이 하나와

닷 냥은되어 보이는 은덩이 네개 은화 열 냥 중에서 은덩이 하나를 꺼내어

주모에게 건내자 그제서야 만면의 웃음을 띄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