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옥경이 잠에서 깨어보니 모두가 일장춘몽인데

오토산 2021. 4. 8. 20:37

금옥몽(속 금병매) <95>
옥경이 잠에서 깨어보니 모두가 일장춘몽인데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미련이 남아...

"스님!
월강스님!"

옥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리 불러 보아도 인기척이 없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가다듬어 주위를 둘러보니 텅빈 방에는 자신만 있고

여기저기에는 어제밤 먹었던 술병과 안주가 널부러져 있고

퉁소만이 달랑 남아 있는것이 어제밤 일이 분명히 꿈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먼동이 터오고 있는데 산사 주위는 운무로 뒤덮혀 있었다.
그냥 산을 내려가기도 그렇고 어제밤의 함께했던 사람들도 모두 안보여

이상하게 생각한 옥경은 옆에 있는 요사채로 가서 사람을 불러 보았다.
한참만에 한 노승이 눈을 비비며 나와 합장을 한다.

"아미타불!
처사님 께서는 무슨일로 이렇게 일찍 찾아 주셨습니까?"

옥경은 어제밤 월강스님이 승방으로 초대해 오공자와 세명이 곡주를 마신 이야기와

동자승이 여인을 데리려 배로 간 이야기와 그를 찾는다며 나간 사미승,

그리고 오공자 월강 스님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노승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 한다.

"그 승방은 찾아주신 시주들을 접대하는 곳입니다.
며칠전 한 스님이 오셔서 은화 닷 냥에 며칠간 빌린 걸로 알고 있으며

우리는 전혀 모르는 스님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퉁소소리와 떠드는 소리는 들은것 같은데

우리하고는 무관한 일이라 전혀 상관을 하지 안는답니다.
아미타불." 하고는 하품을 하면서 다시 요사채로 사라졌다.

"허, 그거 참!
희한한 일이로세."

옥경은 그져 꿈을 꾼 것은 아닌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별 수 없이 배로 돌아 가기로 하고 산 아래로 더듬거리며 강가로 내려간다.
배안에 있는 동옥교와 앵도가 밤새 애태우며 기다렸을 것을 생각하니 미안 함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내려가면서 생각을 한다.

혹시 두 계집하고 오우 아우, 월강 스님 모두 배에서 재미보고 있는게 아닐까?
어제 내기해서 따놓은 일곱 냥으로 오늘 술을 사먹기로 했으니 재미 있게 놀 일만 남았군?
먼저 배를 타고 떠났다면은 어저께 알려준 집으로 찾아가면 깜짝 놀라며

이 형을 대접 해 주겠지?

 

옥경은 금산을 내려 오면서도 즐겁게 놀 생각에 그저 기분이 흐믓해 졌다.
강가 부두에 도착한 옥경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어제까지 정박해 있던 자신이 타고온

배와 오우 아우의 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풍랑만 거세게 일고 있는 강위에는 짙은 안개만이 흩어졌다 다시왔다 하면서

강한 바람에 하얀 강물의 포말(泡沫)을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버들가지, 물위에서 흔들리는 부평초.
기러기 무리잃고 홀로 난다 고대광실 금옥이 꿈이었나,
지난날의 모든것 환몽인데 옥피리 소리 끊어지고 없네.

어디가야 아방궁을 찾을까?

향기롭고 화려한 꽃 시들고 욕망의 바다 苦海가 되었네.

비단 옷에 황금꽃 달콤하게 혀굴리던 붉은 문앞에 탕아,

잔치끝나 꿈에서 깨어보니, 梦幻药 먹은 백수 건달이네.

얕은 꾀는 패가망신의 지름길, 재물도 미인도 떠난 백수한량.
물속에서 얻어 꿈속에서 잃네, 남을 속이니 인과응보로 오네.

화자허에게 전생에서 빚을 졌던 이병아는 원상저로 환생하여 휘종의 비로 간택까지 될 뻔 하였으나

무능한 황제 휘종이 송나라를 지키지 못한채 금나라 오랑캐의 침공으로 상저의 생애도

은병이라는 기녀로 바뀌어 화자허의 후신인 정옥경에게 몸도 재물도 몽땅 사기당하고

세상을 하직하니 이로써 이생(二生)에 걸친 그들의 은원은 장군 멍군으로 끝난 샘이 되었다.

 

얕아빠진 재주 믿고 스리슬쩍 남의 재물 등쳐 먹는놈 치고 잘된 놈 없고, 

화투의 신 타짜도 언젠가는 나는 놈에게 땡전 한푼 없이 몽땅 털리게 되는 것이 세상이치다.

그러나 천하에  바람둥이 정옥경은 얕은 자신의 재주만 밑고 세상만사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되어간다는 망상에서 결국은 자신의 본전 마져도 남에게 사기를 당했으니

이 어찌 한갖 미물에 불과한 인간들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인과 응보의 섭리를 이해 할 수 있을까?

양주에서 묘원외가 정옥경에게 내주었던 배의 사공놈은 바로 묘가와 밀통하여

묘원외의 심복처럼 지내던 도적놈이었다.
묘청은 배가 진강(镇江)을지나면 기회를 보아 옥경을 죽여 버리고

동옥교와 금은보화를 가져오라고 은밀히 지시해 놓았던것이다.
동옥교 역시 묘청의 밀명을 받아 앵도를 핑게데고는 옥경에게 쌀쌀맞게 대했던 것이다.

첫 계획은 극단(剧团) 패거리들을 두 계집과 오공자, 월강, 동자, 사미승으로 역활을 분담,

계획데로 실행 했던것이다.
그리고는 금산의 승방에서 만취한 정옥경을  죽여 금산의 귀신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죽을 때가 되지 않았는지 동자가 두 계집을 데려오는 일 부터 차질이 생겨

죽일 시간을 놓쳐버리자 배에 돌아와 도망가고 말았다.

 

동옥교와 뱃사공은 금산에 올라간 옥경이 배로 돌아오면 죽여

장강에 수장 물귀신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밤새 돌아오지 않자

배와 재물만 가지고 날이 새기전에 감쪽같이 사라졌던 것이다.
배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앵도가 있었으니 그는 전생에 무슨 사연이 있어,

어떤 운명을 타고 테어 났던 것을까?

옥경은 오공자와 월강과 금산 절간 승방에서 술에 취해 잠들었다 깨어보니

졸지에 사기쳐 얻은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수중에 땡전외에는 가진게 없는 옥경은 매일같이 강가와 나루를 오가며

혹 동옥교가 자신을 버릴리가 없어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하며

배를 타고 올거라는 기대에 꿈을 꾸고 있었다.

매일 같이 어슬렁되며 무언가 찾아다니는 것 같은 옥경의 행동을 보고

강위 유람선 유객들은 한마디씩 했다.

"저 놈은 뭐하는 놈인가?
매일 종일 강가를 어슬렁거리니, 좋은 경치에 넋이나가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강에 마누라라도 빠져 죽어 마누라 생각에 저러는 것인가?

어쩌튼 정옥경도 한때의 춘몽에서 끝이 난것인지, 이 정도로 생의 응보를 끝낼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운명의 앞날이 펼쳐 질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