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세상물정 모르는 패륜아 정옥경은 환상에 젖어있고

오토산 2021. 4. 10. 17:10

금옥몽(속 금병매) <96>
세상물정 모르는 패륜아 정옥경은 환상에 젖어있고, 의녀 앵도는 과주의 강물에 몸을 던진다.


쓸쓸한 가을 바람 국화는 쇠잔한데, 썩어가는 연꽃잎,
차라리 강남땅의 주막에서 막 일이나 하며 살까 보다.
호수건너 고향 찾는 나그네, 옛 영화 어찌하면 다시올까?
담장에 앉은 새도 슬피 우네, 흩날리는 꽃잎 담 넘어 난다.
물위 아지랑이 허망함 알리고, 파란 하늘 바람과 구름에 가려
사리를 분간 못하고 헤메이네.

인간세상의 부귀영화는 한순간에 허무한 환상으로 변할 수 있다.
손님들이 떠나고 난 텅빈 주막안을 둘러 보면은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풍악소리에 흥겨워하던 실체는 없고 쓸쓸하기만 하다.
그런 사항을 대변하는것이 불교와 도교에서 강조하는 글자

빌 '공(空)'이 허무한 인생을 애기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색즉시공(色即是空) 공즉시색(空即是色)이라 할 수 있다.
우리눈에 보이는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의 본질 세계와 다르지 않고,

'공'의 본질 세계 또한 눈에 보이는 물질적 형상 세계와 다르지 않다.

 

다시말해 정신적 요소인 '느낌, 생각, 의지, 인식작용'도

물질적 형상처럼 고정된 실체가 없이 텅빈 '공'이다.
세상의 일이란 제 아무리 뛰어난 영웅 호걸이라도 일순간의 권력욕에 빠져

의리와 절개 충절을 저버린다면, 평소에는 별 볼일 없는 백성이나 비천한 노비라도

국난의 순간 순간의 결단으로 절개와 의리를 지킨다면 후세의 사람들은 어떤이를 더 칭송 할까?

묘원외는 천하절색 은병을 옥경에게서 빼앗아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옥경에게 접근하였던 것이다.
동옥교야 기생 출신으로 돈만 많이 준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여인이었다.
그런데 세상 물정을 모르는 옥경은 여시 옥교의 육탄 공세에 빠져버렸으니 참 한심한 작자이다.
묘원외는 동옥교와 짜고서 평소 그가 밀매용(密卖用)으로 사용하던 배에

동옥교에게 정옥경의 마음을 뺏게한 후 함께 태워 과주(瓜州)로 떠나보냈다.

 

그 배의 사공이란 놈이 바로 묘청과 내통하여 그의 주인이던 묘증(苗曾)을 죽인자로

해적질을 전문으로 하는 양철호(杨铁蒿)란 도적이었다.
그는 묘청의 지시에 의해 수십척의 배를 가지고 소금 밀매를 하거나 돈많은 손님을 털고는
밧줄로 묶어 무거운 돌마대에 달아 강바닥에 수장 시켜버려 감쪽같이 해치우는 아주 흉악한 도적이었다.
묘원외가 바로 이 양가 놈에게 과주로 가는 도중에 옥경을 죽어 수장 시키고

동옥교와 그의 재물과 하녀 앵도까지 데려오라고 지시를 해 놓았던 것이다.

스스로 자신이 최고의 한량이요 제간둥이라 생각한 정옥경은

넓은 세상의 특히 절대강자만 살아나는 강호의 경험이 전혀 없으니

옥경은 그런 감쪽같은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여시 동옥교의 색육에 마음을 빼았겨 양가의 계획된 금산사(金山寺)에서

극단 배우들인 오공자 월강등에게 속아 배를 떠나 밤새 술독에 빠졌으니
기는 놈 위에 앉은 놈 있고 그위위에는 나는 놈이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알았더라면

그렇게 허망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운이 좋아 천만 다행으로 목숨만을 건진것으로 위로를 삼아야 할 것이나,

그걸 알턱이 없는 옥경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옥경은 금산사에서 오공자 월강스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다행히 잠이들어 꿈에서 은병의 도움을 받은 것이 천운 이리라.
양철호는 정옥경이 금산사에서 기다리다 스스로 배로 오면 그때 죽여버리기로 하고

기다렸으나 돌아오지 않자 날은 밝아오고 하여 생각을 바꾸어 버렸다.

"아이참,

내가 이놈 하고 무슨 원수가 졌다고 이러고 있지?
묘원외야 옥교년하고 배맞추고 재물에 눈독을 드린거니 그렇다치고 나야 빈손이 잖아,

이쁜 계집년도 있고 금은보화도 있으니 아주 먼곳으로 날아버리자,

그러면 묘청 이놈이 어디서 날 찾아내겠어?"

양가놈이 생각을 굳히고 나자,

기분도 낼겸 술 한 잔를 마시고는 앵도를 불렀지만 대꾸조차 없었다.
화가난 양가가 앵도에게 달려가 보니 겁에 질려 벌벌떨고 있었다.
음욕을 채울 욕심에 강제로 옷을 몽땅 벗기고는 힘으로 짖눌렀다.
어린 계집을 마음으로 달렸다면 상황을 알고있는 앵도도 별 수없이 허락 했을텐데

아무리 양가가 천하장사의 힘이 있다 해도 마음이 닫힌 앵도가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앵도의 옥문을 열수 없었다.
흥이 깨져 버린 양가 놈은 앵도를 발로 차버리고 뺨다구를 때려버렸다.

"흥 고 년 앙칼지기는,

그래밨자 소용 없다구,

니 년은 독안에 든 쥐라고 어디 두고 보자!"

양가는 앵도에게서 음욕을 채우지 못하자 동옥교에게 가서는

졸개 뱃놈에게 술상을 봐오게 하고는 묘원외가 준 특주를 가져오게 하였다.

"헤헤,

옥교야?
하늘이 이 엄청난 보물을 내게 주는 구나

우리 오늘밤 신나게 놀아보자꾸나!"

산전수전 다 겪은 여시 동옥교는 양철호가 재물에 탐이나

묘원외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을 알고는 기생 출신답게 양가에게 아양을 떤다.

"호호호!

나으리 축하드리와요.
자 한잔 쭉, 건배!"

"허허,

고 년 귀엽기도 하구나!
어디 네 젖통좀 만져보자,

여태껏 선실 밖에서 네 년이 놈과 붙어서 내지르는 신음소리에

내 하초가 얼마나 고통 스러웠는지 아느냐?
오늘은 내 하초에게 호강 좀 시켜 드려야 겠다."

동옥교는 간드러진 웃음소리와 함께 양가가 주물럭 데는 손은 가만히 나 둔체,

온몸을 베베꼬면서 옷을 하나씩 벗는다.

"호호, 오라버니도!
왜 그때 당장 쫓아 들어와 놈을 죽여버리지 그랬수?
그럼 내가 하초를 잠재워 주었을 텐데,

아이 간지러워..."

옥교의 교태에 눈깔이 뒤집힌 양가놈이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옥교를 짖 누른다.
천하장사 양가놈은 지칠줄도 모르고 욕정을 채우는데,

음녀 옥교가 질러대는 교성이 배안을 분홍빛 공기로 가득채워 버린다.
양가놈의 덜구덩 덜구덩 허며 내리 꽂는 방아질은

그 커다란 배도 집채만한 파도에 부딧치듯 좌우로 요동친다.

후미 선실에서 울고 있던 앵도는 느닷없이 양가놈이 들어와

색욕을 채우려고 한바탕 소동을 벌리다 가고나자,

옥경은 돌아 온다는 소식도 없고, 헤어진 은병 생각에 심란한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데,

양가놈은 옥교와 붙어 교성을 질러대며 난리법석을 떨어데니,

아무리 앞날을 걱정해봐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사경(四更)이 다되도록 두 년 놈이 떡치는 소리와 질러대는 교성은 수그러 들지 않고

삐걱거리는 침상소리는 앵도의 앞날에 받을 수모를 생각하게 하는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자 앵도는 짐승같은 두 년놈에게 당할 끔찍한 수모 보다
검푸른 물결에 몸을 던져 귀신이 되어서라도 은병 아씨를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은병이 손짓을 한다.

"앵도야, 앵도야!
어디 있니, 어서오렴.
나 혼자 있으니 쓸쓸해 죽겠어,

너도 빨리 내곁에 오려무나, 응?"

오경(五更)이 되어서야 두 년 놈의 색욕 욕구도 채워져 잠이 들었는지 조용했다.
앵도는 조용히 일어나 옷과 신발을 찬찬히 꼭 맞게 조여 입었다.
그리고는 살며시 선실 문을 열었다.
배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잠이 들었는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선창은 짙은 안개로 방향을 짐작 할 수 없었다.
앵도는 손을 뻣어 배의 후미를 확인한 후 속으로 장탄식을 하면서

짙은 안게속에 검푸르게 넘실되는 강물로 몸을 날렸다.

"모진 세상아, 안녕!
아씨 기다리세요 지금 가요."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