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97>
*양가와 옥교에 전 재물을 몽땅 털린 옥경은
거렁뱅이 신세로 윤주성 오공자를 찾아나서는데
사공 양철호는 동옥교와 밤새 신물이 날 정도로 육방아를 찢고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해가 중천에 떠서야 깨어 났다.
옥교의 탐스런 알몸을 쓰다듬으며 물어본다.
"이 배에는 뭐가 있기에 묘청이 그렇게 당부를 한거야,
애송이야 처리하면 그만인데,
재물이란게 대체 무었이야?"
옥교가 자세하게 일러주니 듣고있던 양가 놈이 입이 헤벌러지며 감탄을 한다.
"야 아! 엄청 나구만.
이거 장난이 아니네
, 이 모든것을 묘원외에게 바친다,
은화 천냥까지 있는데 내가 미쳤다고 돌아가냐?"
그리고, 너처럼 귀엽고 토실토실한 이뿐이를
그 음흉하고 늙어빠진 못난이 묘가 놈에게 돌려 보낼 수야 없지 말도 안되지?
도적생활 십여년에 최고로 운좋은 날이야!
제발로 굴에 기어 들어온 토끼를 내가 안 잡아먹고 엉뚱한 놈에게 거져 줄수야 없지
천재일우의 기회인데 옥교야 안그러냐?
너도 그 유명한 양요 나으리 이름 정도는 들어 보았겠지?
호광(湖广) 지방에서 군사를 일으켜 썩어빠진 송나라를 때려 엎구 새나라를 일으킨다는 그 어른
위새가 요즘 대단 하다고, 동정호(洞庭湖)인근 팔백리가
몽땅 그 어르신네 수중에 갔다고 알려져 있다구.
내가 그 양반하고 연줄이 다아 있으니까 우리 그리로 가자구
그러면 묘청이 같은 동내 깡패 따위야 상대가 되지않을꺼야?
권세와 부귀영화도 누려 보자구, 당신 생각은 어때?"
"아이 좋아라!
난 그저 서방님 하자는 데로 따라 하겠어요, 좋아요."
옥교가 좋아하며 다시 양가놈의품을 파고 든다.
해가 중천에 떠 있지만 두 년 놈은 색욕에 굼주린 듯
또다시 살 방아를 찌어대며 교성과 떡치는 소리가 배를 흔든다.
한참 그짓을 하고 나니 배가 고픈지 앵도를 찾는다.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자 하인에게 찾아 오라고 소리친다.
배에는 없고 강물에 빠진 것 같다고 보고하자 대수롭지 않게 알았다고만 한다.
한편, 배와 모든 재물과 여인들 까지 다 잃어버린 옥경은
몇날째 금산의 강변에서 배가 돌아 오겠지 하며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느닷없이 몇번 들렸던 술집 주인이 달려와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는
술값을 더 내놓으라 하며 악을쓰며 소리소리 질러된다.
"아니,
분명히 어저께 계산을 다 했잖아요?"
"어디서,
속여 은덩이라고 받고 보니 정백동(精白铜)인데 이 사기꾼아,
아무리 시골에서 술집을 해도 은과 동을 구분 못할줄 알았어?" 하면
어제 주었던 은덩이를 던져 놓았다.
옥경이 자세히 살펴보니 주인 말이 틀림없는지라 난감해 한다.
평소 같으면 그정도 술값이야 문제 될께 없지만
배에서 금산 구경을 하기위하여 뭍에 올라올때 따로 은화를 챙기지 않았으니
수중에는 달랑 땡전 몇푼 없었던것이다.
"젊은이 우리같리 조그만 식당에서 그 돈은 큰 돈이요,
하루 벌어 하루먹고 사는 처지인데 밥값을 사기친다면 어떻게 살아갑니까?
그러지 말고 제발 살려 줍쇼?"
"전부 얼마인가요?"
"네 냥 여덟푼이요?"
정옥경은 아무리 속이상해 과음을 했다지만 한두푼도 아니고
네 냥이 넘게 먹었다니 난감하였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 양해를 구하고자했다.
그저께 오공자를 처음 만나 금산 구경을 하고 승방에서 술을 먹고 내려와 보니
오공자와 자기가 타고온 배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홧김에 부두에서 가까운 주인 주막에서
먹고 마시게 되었다며 정백동을 은덩이로 알고 주었으며
속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자기 배가 돌아오면 충분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막 주인은 납득이 될리가 없었다.
걷모습은 비단 옷으로 번드레하게 잘 차려 입었지만.
큰 배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부자가 하인 한명 데리고 다니지 못하는처지로,
지금 당장 땡전 한푼 없는데 하면서 옥경의 멱살을 잡고서는 물건 묵는 줄로 꽁꽁묶어 버리고는 소리친다.
"이 천하에 후레 자식놈아 집에 금송아지가 있으면 무었하나,
말만 번지르하게 하고는 사기나 쳐먹는 인간 말종 아닌가?
이 쌍놈의 새끼야 그렇게 수작을 부린다고 누가 믿을 줄 알아?
네 입으로 쳐 먹은 술과 안주, 밥값은 내야 할 것 아니야."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옥경은 정말 지금은 수중에 돈이 없다고 사정을 해 보았지만
주인은 내가 너르 어떻게 믿고 기다리냐면 옷이라도 벗어 달라고 해,
옥경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 하기도 하고 얼른 이 자리를 모면 하고자 비단옷을 벗어 주었다.
주막 주인은 옷을 받아 들고 가면서 오늘은 젠장 재수에 옴 붙은 날이구먼 한다.
옥경은 배에서 쪼로록 하는 소리가 나도록
이생각 저생각에 잠겨 궁리를 해 보았으나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남쪽 강변에 있는 윤주성(润州城) 내에 가서 오공자를 수소문해 보기로 마음 먹고
가진 돈이 없어 은병이 주었던 향주머니를 배삯으로 대신 주고 배를 얻어 타고
윤주성 까지 갈 수 있었다.
윤주성에 들어온 옥경은 감로사(甘露寺) 절문 앞에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어찌나 배가 고픈지 하늘이 노랗고 창자에서는 꼬륵꼬륵하고 밥달라는 소리가 요란했다.
위장에서는 지렁이가 스물스물 기어다니는 것 같고,
나중에는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기 까지 하였다.
옥경은 한끼의 식사 해결도 문제이지만 오늘밤은 어디서 잠을 자야 할까도 고민 꺼리였다.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던 옥경은 절 앞에 서낭당이 눈에 들어왔다.
에라 내일은 내일 생각하고 우선 저기가서 지친 심신이나 추스려 잠이나 한잠 자야겠다.
서낭당 문을 막 들어갈려는데 왠 늙은이가 등불을 들고 나와 문을 잠그면서 말한다.
"누구세요?
날도 저무는데 왜여길 들어 오시려하나요?
이런데서 어물쩡대다가 포졸들에게 발각되면 큰 경을 치루게 될꺼요,
요사이가 어떤떼요?
오랑캐 첩자들이 들끌어서 그들을 잡을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우.
저기 저 담벼락에 붙은 방문(榜文)을 읽어 보시고 행동 하세오."
옥경이 노옹이 아르켜준 담벼락으로 가서 보니
주먹만한 글씨로 쓴 방문이 붙어있었다.
<금나라 오랑캐가 동경(东京)을 침탈하고 요충지 진강(镇江) 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작금에
어려운 상항을 맞이하여 이 지방 백성들에게 엄중히 경고 하노라!
이곳은 남북의 요충지로서 오랑캐 첩자들이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다음의 경고를 어기는 자는 군법에 따라 연루자 모두를 참수 할 것이다.
첫째. 모든 사찰과 사당은 투숙자를 받지 말것
둘째. 만약 개봉 말씨를 쓰는 낯설은 수상 거동자를 발견시 즉시 관아에 신고 할것.
셋째. 수상 거동자를 숨겨 주거나 도움을 주지 말것.
넷째. 몰래 북쪽으로 건너 가려는 자는 도움을 주지말것.
상기 사항을 엄중히 지킬것.
대송(大宋)건염(建炎) 삼년 삼월.
흠차수어강남(钦差守卸江南) 겸 회양 병마도통제(淮扬兵马都统制) 한세충(韩世忠) 백.
방문을 읽어본 옥경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늙은이는 옥경이 방문을 읽는것을 지켜 보다가 말투도 지방 말씨가 아니고
멀쩡한 사람이 겉옷도 입지 않은것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귀찮다는 듯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옥경은어쩌해야 하나 하며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다행히도 강남 지방의 춘삼월의 날씨는 그리 춥지 않으니
순라꾼들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외부에서 밤을 지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래서 두리번 거리며 살피다 커다란 고목 나무를 발견하고는
나무의 그늘진 곳에 기대어 앉아 잠을 청하였다.
추위는 그래도 견딜만 한데 배가 고프고 몸은 천근 만근이라 잠이 쏟아졌지만,
처량한 자기 신세를 생각하니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마구 흘러 내렸다.
그동안의 생활은 부모에게 물러 받은 많은 재산으로 호의 호식하며 살았지만 ,
다 까먹은 후에도 얄팍한 재주로 많은 사람들을 속이며 희망없는 호사를 누리지 않았던가?
강호의 인생길 쉽지 않구나, 세상사 풋네기 패가망신 딱.
화사한 기녀의 미소속 비수, 수중돈 다털려도 미련 남아.
먼타향 온 쓸모없는 나그네, 캄캄한 눈앞 배는 어이 멈춰?
낮선 사람 어이 그리 믿었나, 거친 눈보라 어느곳에 쉴까?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넓고 험한 세상에 세상 물정이 무엇인지 쥐뿔도 모르는 아직도 입에서 젖내가 풍기(口尚乳臭)는 풋내기들이,
얕은 지식으로 노력은 하지 않은채 어쩌다 사기쳐서 모은 몇 푼의 재물을 도박이나 오입질에 쓰고서는
호탕한 한량들의 풍류세계라 지껄이니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이런 골빈 족속들을 북방인들은 발꼬린내가 철철 난다 하여
'신발깔창 족속이라 부르고 남방 소주(苏州)항주(杭州) 선비 고장에서는
'쥐치' '꼽살이' 라 부른다고 한다, 그 까닭은 바다 생선 가운데
가장 싸구려에 맛없는 어물이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현명하지 못한 인간들은 맛없는 첫째가는 쥐치라도 가끔은 그 맛 또한 별미로 느껴질때가 있다.
세상사도 비록 산발깔창 쥐치같은 부류가 살랑살랑 비위를 맞추어 주고
가끔 똥구녕을 햝아 준다며 꼽살이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놈들이라 해도
때로는 귀여워지고 믿음직 스러운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가끔 필요시엔 길가에서 주워다가 약으로 쓰는 개똥이라면 차라리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 말종들은 자기 주재파악도 못한채 쬐끔 귀여워했다하면
살살 기어올라 머리꼭대기 까지 올라와서는 주인과 손님이 바꿔지는 흔한 일이다.
그래봤자 온갖 재물과 권세에 졸졸 따라다니며 간에 붙었더 쓸개에 붙었다 하며
온갖 못된 짖을 다 하다가는 비참한 말년을 맡게되는것이 순연의 이치이다.
그러하니 현인이라면 '신발깔창, 쥐치, 꼽살이 같은 분류와는 말년을 위하여 상종을 하지 않아야 될것이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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