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21>
금계와 매옥은 대각사에 복청을 찾아가서 엉터리 여승 여고자의 설법을 듣는다.
불가에서 말하는 이른바 참선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착오를 이르킬 수 있으며,
불교의 교리를 참선이라는 행위를 통해 이해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은 것을 함축해 일깨워 주는 시가 있다.
참선하는 자 많이 있으나 대개는 헛수고라.
쌓인 눈이 곡식될 리 전혀없는데,
벽돌을 아무리 갈고 닦아도 어찌 거울이 되랴?
이치를 모르고서 고집스레 참선하니 괜히 젊은 청춘만 다 보낸다.
터럭 한가닥이 큰 바다를 삼키고,
겨자씨 하나 속에 수미산(须弥山)을 다 넣을때,
금불상도 미소를 지으리라.
인적없는 외진 산속 두견새 슬피 울고,
가파른 계곡마다 구름만 오락가락,
길은 험하고 아는 이 하나 없는데,
천길 얼음 절벽 그 위에 연꽃피니,
궁궐 창가 비단 망사 향기조차 은은하네.
참선의 경지가 이 쯤은 되어야,
용왕삼보(龙王三宝) 비로서 눈에 보이리라.
쉽사리 미혹되는 평범한 신도나 음란한 작자들이야
참선을 어떻게 사작하는지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심지어 수행을 많이 했다는 고승들도 한가닥의 실마리를 붙잡기가 어려우니,
제 아무리 사십팔만권이나 되는 불경을 독파했다 하더라도
쥐새끼 한마리가 부처님 등불의 기름 조끔 훔쳐간 정도이니,
보통 사람으로 태어나서 부처가 되겠다는 것이
얼마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릴 것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현실이 그러한데 스스로 수행으로 깨우쳤다면 단상에 높히 올라 신도들 앞에 서서
불경 귀절 몇마디를 인용하여 전부를 도통한 듯이 참선하여 깨달음을 얻었다며
부처님 행세를 하며 신도들에게 설법이라고 불법을 전하고 있다.
신도들의 입장에서 보면 내 다리가 가려운데 남의 다리를 긁어주며 시원하냐고 묻는 격이니
이러한 위선 보다는 수호지의 노지심 같이 나는 땡중이라 무술을 하는데 힘을 쓰기위해서는
풀만 먹고는 안되어 개고기를 먹는 다는 진실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부처되기 더 쉬울 것이다.
공씨댁과 여씨댁 두 과부는 각각 자기딸인 매옥과 금계를 데리고
변하교 근처에 있는 복청의 암자 법화암에 자주 드나들며 친하게 지냈었다.
암자의 비구니들은 바느질 솜씨가 좋은 매옥과 금계가 자신들의 신발과 옷을 꿰매주는게 고마웠다.
반면에 두 과부들은 암자의 비구니들이 차와 먹을 것을 갖다 주는게
실제 생활에도 도움이 되어 고마웠던 것이다.
그러던 중 반년쯤 지난 뒤에 태자비의 지시를 받은 복청이
이사사의 청루를 개수하기 위해 많은 일로 바빠지자 서로간에 내왕이 뜸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하다 청루의 본격적인 개수가 시작되자 나이 많은 귀머거리 비구니에게
법화암을 맡기고 제자와 식솔 일부를 데리고 청루로 이사를 가버리자
두 과부와는 아주 남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하던 객잔도 법화암이 쇠퇴하자 찾아오는 손님들도 줄어들고
집안에 남정네 없이 장사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든 과부들만이 하다보니
띄이는 돈도 생기다 보니 장사 밑천도 점점 거덜이 났다.
하는 수 없이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신발꿰메는 일과 바느질 감을 얻어다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면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 후, 복청이 대각사(大觉寺)를 새로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두 과부는 축하를 하러 가기로 했다.
그러나 빈손으로 가기는 좀 마음이 찜찜해 반달동안 절약해서 모은 돈으로
국수와 떡 튀긴 꿀과자를 한 상자씩 꾸려서 여씨댁의 전 남편 이수비의 바보 아들에게
미리 지고가라 보낸 후에, 두 딸들에게는 이웃집 오씨 전당포에서 예뿐 옷을 빌려서
예쁘고 깔끔하게 차려 입혀 출발 했다.
집을 나선 두 모녀 가족은 강가의 환락가를 지나 골목을 몇번 돌아서야
아주 큰 궁궐같은 대각사를 찾아갔다.
대각사에선 마침 백의암(白衣庵)에서 초청해서 온 여사고(呂师姑)가 설법을 하는 날이라
수많은 암자에서 설법을 들으러 온 비구니와 여신도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여사고는 법명이 여제(如济)로 오늘 할 설법의 주제는 화등불법공안(花灯佛法公案)이었다.
예쁘게 단장하고 짙은 화장을 하여 나름대로 한껏 멋을 부린 금계와 매옥은
무르익은 처녀티에 골목울 지날때 부터 지나가는 뭇 남정네들의 시선을 받았다.
금계는 붉은색 주단 저고리에 남색 비단 걷옷 그리고 치렁치렁 늘어진 흰색 비단 치마를 입었고,
매옥은 분홍색 비단 저고리에 흰색 겉옷 그리고 흰바탕에 물방울 무늬가 선명한 비단 치마를 입었는데
둘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살짝살짝 보이는 전족을 한 앙증맞은 신발이 보일때는
뭇 남정네의 애간장을 태웠다.
아녀자들까지 다가워 하늘에서 온 선녀같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며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대각사에 들어온 여씨댁과 공씨댁은 먼저 대웅전에 들려 부처님께 삼배를 드린 후에
방장안으로 안내되어 복청과 안부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가져온 선물을 전달하였다.
선물을 받아본 복청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도 그렇게 달가워 하지 않는 눈치였다,
대각사를 일으킨 후에 워낙 눈이 높아진 때문이었다.
복청은 일행을 제당(斋堂)으로 안내하여 공양을 하게 한 후
대웅전으로 가서 함께 여고자의 설법을 듣도록 하였다.
여러 비구니들이 종과 북을 두드리고 신도들이 불경을 암송하며
여고자의 설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여고자는 나이 육십여세로 누런 얼굴에 긴 눈썹, 그리고 목에는 금강염주를 걸고
가사를 걸쳤는데, 손에는 고리가 아홉개 달린 철장을 짚고 있었다.
어린 비구니 두 명이 황색깃발을 들고 여고자를 인도하여 법좌에 올랐다.
두 비구니는 깃발을 양쪽에 꽂은 뒤 중간에 향로를 놓고 향불을 피운다.
단상 양쪽의 탁자에는 여덟명의 비구니가 앉았는데,
그들은 하얀색 승복을 입고서 종을 치고 염불을 합창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법사인 여고자가 좌정하자 단하에 있던 비구니와 여신도들도 앞으로 나가 참배를 드린다.
얼마 후 법사가 앞에 놓인 작은 관음불상을 들어 올리자 모두들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여고자는 이윽고 두눈을 지그시 감더니 위엄이 넘쳐흐르는 자세로 좌선(坐禅)에 들어갔다.
"오늘 단상에 앉은 이 법사가 무슨 불법을 얘기 할 것인가 하면,
바로 내가 서역에서 이곳에 전도하러 온 이유를 말할 것이요"
큰 소리로 설법을 시작하는데
얘기하는 내용이 거의가 불경에 나오는 귀절을 간단히 몇줄씩 인용하는 정도였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어떻고, 천당과 지옥이 어떻고 되는대로 지껄이더니
벌써 설법을 끝내버리는 것이었다.
몇몇 신도들이 뻔한 질문을 던지자 여고자는 대충대충 대답했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 여고자가 다시 말했다.
"이제 참선을 통해 불법(佛法)을 해석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것이다.
여러 신도들이 불법을 알기 위해 열심히 참선하는 것을 보고,
내가 자비심을 베풀어 특별히 여러 질문에 대해 상세히 가르쳐 준 것이니라."
그 말에 강당안에 빼빽하게 앉은 여신도들 중에 어는 누구도 감히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러자 탁자에 앉아있던 여덟명의 비구승들이 다같이 단상에서 내려와
단성위의 법사를 향해 합장하며 함께 간구한다.
"여기 모인 중생들은 불가의 심오한 교리를 처음들어보는 불자 들인지라
아까 말씀해 주신 심오한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부디 가르침을 요약해 주셔서 우매한 중생들이 깨우치게 해주십시오."
말을 마치고 여덟명이 일제히 아미타불을 합창하자,
만장한 신도 들이 다함께 따라 염불을 외었다.
여러 비구니 승들이 북을 치며 종을 울리자, 모든 목탁과 법기(法器)가 함께 울리기 시작한다.
신도들은 모든 부처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염불을 했다.
한참만에 염불이 끝나자 법사가 다시 선상(禅床)에 오르더니
부처가 된 연녀(莲女)의 이야기인 화등교(花灯轿)의 일부를 낭송해 주었다.
이 이야기는 송나라 인종(仁宗)황제 때이다.
효광양양부선락촌(湖广襄阳府善乐村)에 착한 심성을 가진 장원선(张元善)이란 사람이 있었다.
왕씨(王氏)를 부인으로 맞아 평생 소식(素食)을 하며 열심히 시주하고 불공을 드렸으나
사십이 넘도록 자식이 없었다.
단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꽃과 화등갓을 만들어 그런대로 두식구 먹고 살며,
여유가 생기면 마을에 다리를 만들고 길을 내는데 보태었다.
늘 빈민들에게 보시를 베풀었기에 사람들은 다들 그를 일러 화등장선인(花灯张善人)이라 불렀다.
장씨 부부는 자식이 없는지라 오랜 가간동안 소식을 하며 매일같이 아미타불을 외다가
나중에는 출가하려 했으나 부부가 나이도 많고 정도 많이 들어 헤어질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석가모니께서 이 사정을 듣고 감동하여
부부에게 자식을 내려주고 후일 부부가 함께 천당에 오르더록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까이 있던 산화천녀(散花天女)를 백발노파로 변하게 하여
속세로 내려가라 하면서 묘법연화경(妙法莲花经)을 가지고 가서
그 부부에게 주어 도(道)를 이루도록 하였다.
과연 산화천녀는 장님에 칠순이 넘어 보이는 모습으로 백발노파로 변신시켜서
뚝배기 동냥 그릇과 대광주리 하나들고 장씨집 문앞에 동냥하러 와서는
목탁을 두드리며 '묘법연화경'을 큰 소리를 줄줄 낭송하였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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