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이사사의 청루는 관청 소유가 되어 경매에 붙였으나

오토산 2021. 5. 4. 16:24

금옥몽(속 금병매) <119>

*이사사의 청루는 관청 소유가 되어 경매에 붙였으나

일년동안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더니, 불교 도교 유교가 청탁하는 일이 벌어지고...

푸른 구름 나는 곳이 신선세계 옆이로다.
안개 걷힌 꽃길 속에 푸른이끼 지라나네.
꿈속에 본 도원경은 언제 한번 가볼까나,
책에서 본 태평성세 언제 한번 누려볼까.

만날때는 즐거웁고 헤어지면 그리우니,
벽옥이면 무얼하나 아니갈면 소용없네
인간세상 어찌하여 슬프다고 말하는가?
이치를 모르고서 뫼만 높다 하더라...

제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경일지라도 순식간에 황랑하고 처량한 광경으로 변하고,
적막하고 볼품없는 곳일지라도 이치를 깨치며는 그곳이 곳 무릉도원의 신선세계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둥그런 보름달이 일그러지고 향기롭던 꽃은 시들어 술자리도 끝나게 되니

모였던 손님들도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아무리 아름답고 권세를 한손에 쥐고 있다 하여도 선하게 쓰지않고

악하게 사용한다면 필경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남진의 장려화(张丽华) 같은 절세의 미녀도 지나친 총명함과 미모로

결국에는 우물물에 몸을 던지는 재앙을 맞이했다.

천지간 만물의 조화가 그럴리가 없겠지만,
만약에 보름이 지나가도 둥근달이 기울 줄을 모르고,
봄이 지나고 여름 가을 지나 겨울이 오고 한해가 다가도 봄에 핀 꽃이 시들지 않는다면,
태양의 찬란한 빛도 장미와 국화꽃의 그윽한 향기도 매력이 없어질 것이다.

아무리 맛나는 산해진미도 배가 부르면 맛을 느낄수 없고 먹을 수 없으며,
아름다운 춤과 노래도 흥이 식으면 싫증나게 마련이다.

세상천지의 일이란 모두 흥망성쇠와 이합집산(离合集散)이 있게 마련이다.
현세에서는 고락(苦乐)이 번갈아가며 다가오고,
내세에서는 윤회로 천리(天理)가 증명된다고 한다.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린 이사사는 음탕하고 사치스러운 생활로 온갖 나뿐짖을 했던 죄로 가난하고

늙은 말을 조련하는 장수에게 짝지어져 멀고 황량한 만주 벌판으로 추방을 당하고 말았으니,
화사한 꽃과 나약한 버들잎도 순간적으로 불어온 일진 광풍에 휘말혀서

어디론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이사사가 소장했던 재물과 골동품 그림 글씨들은 모두 송나라 황실의 귀중한 보물이었다.
그러나 무식한 오랑캐 장수 점한은 이 진귀한 보물들을 몰라보고 부장들에게 상으로 나누어 주었으나

똑 같이 무식한 부장 장수들은 술과 계집들의 오입 값으로 바꾸어 먹고 말았다.
이사사의 궁궐같은 거대한 저택은 관청 소유가 되어 오천냥에 경매로 내 놓았지만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다.

기생집의 대명사 청루(青楼)인지라 오입질의 본거지였던 곳을

어떻게 양가집 규수가 살 수 있는냐는 것이 기피의 주된 이유였다.
그 큰 저택은 일년이 넘도록 페쇄된 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그런던 차,

대상국사(大相国寺)의 월광(月光)스님이 제왕부(济王府)의 중군제독(中军堤督)을 찾아가

이천냥에 매입하여 선원(禅院)으로 개조하겠다고 나섰다.
불법(佛法)도 전파하고 고명한 스님도 모셔서 설법대회(说法大会)도 개최하겠다며

유예의 허락을 기다리는 한편, 이천냥을 만들기 위해 모금을 하기 시작했다.

한편,

여금계의 집 옆에 있는 법화암의 비구니 복청은 수시로 오랑캐 장수 점한의 집을 드나들며

부인네 들과 불경을 경독하는 모임을 결성하였다.

그러다가 알리부 집에 있는 이교아와 이계저,

한애랑까지 모임에 참석하자 제법 큰 모임으로 변했다.
부인들은 각자 매달 닷 냥씩을 갹출하여 관음보살상을 법화암에 기증하고,

수시로 드나들며 녹차와 쌀, 밀가루와 기름등을 시주하였다.
그런데 워낙 많은 여인네들이 같이 드나 들자니 조그만 암자가 무척 협소하게 느껴졌다.

아예 이기회를 이용하여 더 큰 불전을 지어

모든 불자들을 맞이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적합한 장소를 물색하지 못하였다.
이사사의 청루도 거론 되었지만 오입질하던 유곽이라는 장소이기 때문에

수도하는 도장으로 만들기에는 어쩐지 꺼림직 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다시 거론되지 않았다.

그런데 월광 스님이 이사사의 청루를 이천냥에 사들여 절을 지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는

비구니 복청이 이 기회에 우리가 인수하여 비구니 불당으로 바꾸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비구니 복청이 불경 경독 모임의 일원인 점한과 알리부의 처첩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는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 했다.

"아니,

마니님들 월광 스님이 청루를 절로 개조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비구니 들이라고 못 하란 법이 있나요?
기왕 절로 개조 한다고 하면

비구니 들이 거주하며 수행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요."

그러자 점한과 알리부의 처첩들도 모두 대 찬성을 하자,

함께 올술왕자의 태자비를 찾아가 부탁을 하기로 하였다.

"이사사의 청루는 옛날 도군황제 조길이 놀던 곳이니 응당 금나라 황실에 소속 되어야 하지

어쩌서 유예는 월광스님에게 이천냥에 팔아 넘기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일대가 모두 홍등가인지라 남자 스님들이 출입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잖아요?
비구니들이 거기서 수도를 하면서 태자비 마마의 기도원으로 삼으면 오죽이나 좋겠어요?
나라도 태평해지고 마마께서도 무병장수하시고 득남도 하시면 얼마나 좋습니까?"
시큰둥하던 태자비는 '득남'이란 말에 귀가 번쩍 트였다.

"그래?
그럼 어서 그 법화암의 비구니들을 만나보도록 하자꾸나."

소식을 전해 듣자 말자 복청은 태자비를 만나보기 위해 머리가 반짝일 정도로 밀고는

깨끗한 새 승복으로 갈아 입고 염주를 들고서는 제자 담능과 담부를 대리고 태자비를 찾아갔다.
세 비구니가 함께 합장하고 인사를 드리니 환하게 웃으며 말을하는데

오랑캐 말이라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호이적인 말인 것 같았다.

궁녀가 우유차를 세잔 내어 왔지만 기름이 둥둥 떠 있어 동물성 기름같아 마시지 못하고 있으니

태자비가 또 웃으며 말을 하는데 그져 난감해 하고 있자,

태자비가 궁녀에게 무어라 분부를 하자 두명의 중국 여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들은 오랑캐가 점령을 하고부터 하녀로 일 했는지 오랑캐 말을 아주 잘 했다.
태자비와 몇 마디를 주고 받더니 통역을 하였다.

"태자비 마마께서 우유에 찻 잎과 깨를 볶아 넣어 기름이 떠 있으며

금나라 스님들도 계율을 철저히 지키지만 이 우유차는 즐겨 마신답니다

, 그러니 안심하고 마셔도 좋다고 하십니다." 하고

알려주자 우유차 몇 모금을 마시고는 감사의 예를 표 하였다.
태자비는 두 여인의 통역을 통해 복청에게 다시 이야기 했다.

"청루는 몰수한 황실 재산이니 우리 황실의 기도원으로 개조 할 것을 너히 들에게 맡기도록 하겠다.
우선 삼천 냥을 희사 할 테니 그 돈으로 천불각을  우선 만들어

송자관음상(送子观音像)을 모시도록 하여 반드시 내게 아들을 점지해 주시도록

열심히 기도를 드리도록 하여라.
그리고 나머지는 네가 불전에 맞게 개조를 하도록 하거라.
공사가 모두 완료되면 나도 직접 가서 기도를 드릴 것이야."

복청은 다시 합장을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물러 나왔다.
한편 천단리(天坛里)의 왕도관(王道官)도 월광스님이 청루를 절로 개조 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알리부를 찾아가  천 냥을 내어 놓을테니 도교의 사원으로 개조해 달라고 요청를 했다.

기녀들이 유객을 받던 청루의 앞채는 삼청원시궁(三清元始宫)을

이사사가 거쳐 하던 안채는 북극진무전(北极真武殿)을 새우겠다는 구체안까지 내어 놓았다.
그러다 이번에는 유교의 선비들이 오도례(吳蹈礼) 변수분(卞守分)등을 앞세워

개봉부학(开封府学)의 수재(秀才)들이 제자들을 데리고 제왕부의 유예 왕을 찾아가

청루를 집현서원(集贤书院)으로 개조하여 고명한 학자들을 모시고

십삼경(十三经)을 강이하도록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일년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음탕과 쾌락의 상징인 기생집을

불교 도교, 유교의 삼교(三教)사람들이 한꺼번에 눈독을 들이며 연줄을 끌어들여

청탁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