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백화궁주는 음란한 설법으로 중생을 미혹하고

오토산 2021. 5. 9. 17:52

금옥몽(속 금병매) <123>
백화궁주는 음란한 설법으로 중생을 미혹하고 금계와 매옥은 그의 법회에 참석한다.


선(禅)도 모르면서 어찌 선종에 귀의하나, 진수를 모르나니 속세인연 떨칠수가 없네.
맑은품성 밝은수양 참 모습을 되찾으리, 자연의 모습에서 선의 참뜻 찾아진다.
장노의 웃음속에 석가의 뜻 깨쳐지고, 창문열어 하늘보니 진리가 거기 있더라.

오십냥의 은전을 가져왔던 라마 비구니승은 설법은 밤에하고 낮에는 독경만 한다면서

대웅전보다 훨씬더 넓은 장소를 요구했다.
복청은 요구데로 옛날 이사사가

축하연때 쓰던 동쪽의 스무칸이 넘는 넓찍한 곳을 설법장소로 정했다.
그곳에는 침상과 탁자도 있고 장막(帐幕)과 향촉(香燭)도 설치되어 있어

조금만 청소를 하면 준비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법회날이 되었다.
먼저 라마 비구니승 삼십여명이 와서 대전(大殿)에 향을 피우고 법물을 차려놓았다.

그러자 땡중들과 떠돌이 건달중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역에서 온 라마승들 틈에끼여 붉운 천을 어께위에 걸치고 손에는 술잔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며 미사여구로 사람들을 꼬여내어 돈을 갈취하기도 하고

부녀자들을 꼬여내어 라마교를 믿게 한뒤 밤마다 법회를 한다며

어우러져 음행을 일삼는 음탕한 땡중들이다.

고기와 술을 즐기면서도 자기네 교파 교리는 원래 이렇다고 합리화를 한다.
라마교는 교리라는 미명하에 온갖 파계행각을 일삼으나 금나라 일부 권세가들과도 연관이 있으니

조정에서도 그들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다.
점심때가 지날 즈음 백화궁주가 양쪽에 황색깃발과 홍색깃발로 호위하는 가마를 타고 도착했다.

그 뒤에는 백여명의 승려가 말을 타고 뒤딸았다.
그런데 모두들 황색천을 머리에 둘렀고 붉은 천으로 어깨를 걸쳤으며

똑같은 신발을 신었으니 남녀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수염이 있는 사람은 남자일 것이고 없는 사람은 여자이리라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라마교의 여승 중에서도 가짜가 많았다.
그 중에는 음란하고 사악한 중원 땅의 비구니들이 라마 여승 시늉을 하며

끼어 있었는데 겉으로 봐서는 도저히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

백화궁주가 가마에서 내리자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요란하게 울러 퍼졌다.
먼저 도착해 있던 여승들이 백화궁주를 안으로 모셔 예불을 올리기 위해

새로 꾸며 놓은 강당으로 들어갔다.
다른 신도들도 우르르 들어와 긴 의자에 빽빽히 앉았다.
복청이 궁주에게 참배하고 인사말을 나눈 뒤 차를 내왔다.

먼저 진수성찬으로 배불리 공양을 한 뒤,

각자 공양 그릇을 들고 밖으로 나가 손을 씻은 다음 다시 차를 마셨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자 드디어 백화궁주는 설법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단하(坛下)에 있던 부녀자들과 향불을 피우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시선을 집중했다.

궁주가 살아있는 보살이라고 경의를 표하는 사람,

도술을 부려 산사람의 살가죽도 벗겨낸다 떠들어대는 사람,

어중이 떠중이들이 모두 호기심 어린 눈매로 바라보는데,

대체 얼마나 많은 신도들이 모였는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인파였다.

모두들 과연 백화궁주가 무슨 내용의 설법을 할지 궁금해 하는데,

심지어는 복청마저도 이 늙은 오랑캐 비구니가 도대체 무슨 설법을 할지 궁금해 했다.
대전안에 등불을 사방에 밝혀놓고 북을치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놓았으나

백화궁주는 단상에 올라오지 않았다.

다시 라마승 네명이 나팔을 요란하게 불었다.
이윽고 스물네개의 북이 일제히 울리자, 높이가 두척 정도인 극락불(极乐佛)이

네명의 건장한 라마승에 의해 들려나와 단상 한가운데 앉혀 놓았다.

해괴망칙하게 생긴 그 불상은 나체의 남녀 두 부처가 눈을 지긋이 감고 껴안은 모습인데,

남자의 음경이 여자의 국부에 갚숙히 들어간 채 두 쪽의 고환만이 바깥에 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단지 붉은 천으로 살짝 가려놓아 단하의 신도들이 자세히는 볼수 없게 했다.
이 불상이 바로 쾌락과 희열로 참선의 경지에 도달한 모습이라고 믿는 라마교의 상징이었다.
그제서야 백화궁주가 나와 단상 법좌(法座)에 좌정했다.

궁주는 손에 든 동고(铜鼓)를 흔들면서 주문을 외우더니 불상을 향해 삼배를 하고서는

마치 무당이 신을 받기위해 하는 듯이 엉덩이를 흔들며 알아 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노래 소리는 낭랑하고 청아한 것이 귀를 간지럽게 하였다.

그러자 라마 비구니승들도 각자 하나씩 들고 있던 북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며 라마경을 우렁차게 암송하기 시작했다.
라마경 암송이 끝이나자 네명의 라마승이 나와 이리 뛰고 저리뛰며

춤을 추고는 들어가자, 이어서 네명의 비구니승들이 나와 춤을 추고는 들어갔다.

그리고는 십여명이 남녀 혼성으로 나와 함께 춤을 추는데,

남녀가 서로 어깨를 붙잡고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젖히며 가슴을 비비면서

밀고 당기는 모습으로 음행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것이었다.

춤추는 모습을 보고 있던 신도나 부녀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도취되어

춤추는 환상속에 빠져 들어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밤이 깊어가자 벽에 걸어놓은 야한 나체 신상(神像)그림이

등불에 반사되어 묘한 모습을 연상케 하였고, 앞에 놓인

라마교의 상징 금불상 마져 남녀의 성행위를 묘사한 모습이라

춤과 분위기가 흥분을 가져오기에 충분 했다.

여신도들은 그저 같이 어우러져 몸을 비비고

신명나게 놀아보지 못하는게 마음속으로 안타까울 뿐이었다.

여씨댁과 공씨댁 두 과부의 속 고쟁이는 촉촉하게 적셔젔고, 

금계와 매옥도 아랫도리가 뜨근뜨근하면서도 간질간질한 것이

어딘가에 실컷 비비고싶은 마음이 들어 그져 안타까움 뿐이었다.

남녀 혼성 춤이 끝나자

구렛나루가 무성한 얼굴이 거무퉤퉤한 마흔정도 되어보이는 라마승이 나와

손에 작은 북을 치면서 불상앞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다른 라마승들도 염불을 외면서 먼저 돌던 라마승을 따라 돌면서 춤을 추기 시작하자

온 대전(大殿)안이 풍차가 돌아가듯 장엄하고, 보는 신도들도 어깨를 들썩인다.
이 춤은 서장(西藏)의 민속춤인 호선무(胡旋无)인데 요란하게 돌아 가는 통에

대전안 등불이 가물거려 분위기가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춤이 끝나자 먼저 나왔던 남자 라마승이 법좌로 다가가서는 백화궁주를

가슴팍에 껴안고는 코와 뺨을 비비면서 포옹을 하고는 백화고 옆에

좌정을 하고 조용히 참선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설은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라마승이 나와서 손에는 큰 북을 들고서

이리저리 뛰고 구르기도 하면서 춤을 추는데 젖가슴이 보일듯 말듯한 것이 욕정을 유발하는 춤이었다.

그 다음에는 흰 피부에 가는 눈썹 초롱초롱한 눈빛 빨간 입술에 미인인 스무살쯤 된 여자

라마승이 나와 먼저나와 춤추던 여승과 한데 어울려 천마무(天魔舞)라는 하늘의 마귀들이

추는 춤이라고 알려진 춤을 추는데 마귀라기 보다는 봉황새가

서로 애무해주듯 현란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런 방법으로 하나 둘씩 나와 춤을 추다 보니,

어느덧 삼경이되어 촛불은 다 타고 대전안은 점점 어두워 졌다.
여승들은 한사람당 한명씩 짝을 이루어 다들 침상에 올라가 노란 장막을 친 속에서

서로 가슴을 밀착하고 앉아 쾌락의 참선에 들어갔다.
한시진이 지나자 북소리가 다섯번 울렸다.

참선을 끝내고 다들 내려오니 커다란 상에 가득 차려진 양고기, 쇠고기와 술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사람당 한 접시씩 쾌락참선을 하고난 후의 잿밥인 것이다.

대각사에 있던 송나라 비구니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고 기절초풍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이런 참선법을 배워 신나게 즐기지 못하는게 은근히 안타깝게 느끼고 있었다.
매일 무료하게 독경이나 하고 염불이나 외는 것이 도리어 무의미한 것 같았다.

한편 이곳에 라마설법을 들으러 온 부녀 신도들은 하나같이 예불을 드린답시고

여러 절을 드나들면서 제자를 자처하며 땡중들에게 뒷바라지를 하는것은

은근히 재미를 보려는 여자들이었지, 제대로 불심을 가진 여자는 거의 없었다.

그들중에 전에 지휘영(指挥营)에서 무관직(武官职)을 하던 장도감(张都监)의 마누라가 있었는데,

법회날 사람들 틈에서 용케도 공씨댁과 여씨댁을 알아 보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남편을 따라 북방으로 갔던 여인네들이 여기에 있을까

의심스러워 사람을 잘못봤나 생각하다가 옆에 예쁘게 생긴 여자 아이 두 명도 같이 앉아 있는지라,

틀림없이 자기가 전에 중신을 섰던 그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먼저 방장으로 들어가 그 곳에 있는 비구니들에게 확인해보나 과연 짐작대로였다.
확인을 한 장대감의 마누라가 두 과부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나 누군지 몰라 보겠어?"

여씨댁이 자세히 보니 바로 십여년전 이웃에 살던 장도감의 처 이씨(李氏)였다.
십년 전에는 자주 어울려 여러 절에 불공 드리러 다니며 무척 친하게 지냈지만,

난리를 겪으면서 서로 멀리 헤어져 있었던 탓에 하마트면 얼굴도 못 알아보고 지나칠 뻔 했던 것이다.
여씨댁과 공씨댁이 반가워하며 서로 손을 잡으며, 급히 금계와 매옥을 불러 인사를 올리게 하였다.

"이분이 바로 너희들을 전에 중매한 장도감 어른의 마나님이시란다."
장도감의 처가 두 딸을 살펴보니 꽃같이 예쁜지라 한마디 하였다.

"헤어질 때는 서너살 먹은 아기였는데,

지금 이렇게 예쁘게 자란걸 보니 우리가 정말 늙긴 늙었나봐?"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