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노파를 지극정성 봉양하여 늦둥이 여식을 얻고

오토산 2021. 5. 8. 17:18

옥루몽(속 금병매) <122>

자식이 없던 장씨부부는 노파를 지극정성 봉양하여 늦둥이 여식을 얻고,

금계와 매옥은 대각사를 찾아간다.


장씨가 문앞에 나와보니 웬 노파가 동냥을 왔는데

연화경을 줄줄 외는지라 깜작 놀라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 부부가 이제껏 제대로 불경을 이해 못하고

그저 수박 겉햝기 였으니 어느 시절에 불법을 터득하겠는가!
이 노파가 연화경을 잘 외우니 집에 묵게 하고,

우리한테 가르쳐 달라고 하며 돌아가실 때 까지 나의 어머니같이 잘 보살펴 드려야 겠다."
이렇게 생각한 장씨는 집안으로 모신뒤 따끈한 식사를 대접하면서 부부가 정중하게 물었다.

"할머니는 어디서 오신 사람이시길래

실명을 하고 구걸을 하시며 다니시나요?
자식도 없는 것 같으신데,

마침 저희 두 부부도 자식이 없으니 같이 의지하며 수행하고 싶습니다.
그러하니 한가지 부탁이 있으니 들어 주실런지요.
그렇게만 되면 동냥 할 필요 없이 저희와 같이 살 수 있겠는데요."

"할머니께서 저희 집에서 함께 살고 싶으시다면

저희 두 부부는 진정으로 당신의 아들 딸 노릇을 하며 아침 저녁으로 봉양하고 싶습니다.
다만 묘법연화경을 저희 부부에게 가르쳐 주신다면

일생동안 불교를 믿은게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자식이라도 낳게 된다면 그 녀석이 제 무덤을 찾아와 절이라도 해주겠지요.
저희 부부는 당신의 은덕에 보답하기 위해 나중에 당신이 돌아가시면

정중하게 장례를 치뤄 드리겠습니다."

노파는 기뻐하며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함께 생활한지 일년도 되지않아 장씨 부부는 연화경을 암송 할 정도가 되었다.
삼년이란 세월이 흐른 어느날 노파는 장씨 부부에게 한결같이 정성껏 보살펴 주어 고맙다며

연화경도 더 가르켜 줄것도 없고 신세만 지고 있어 이제는 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어머님!
그동안 저희 부부에게 베푸신 은혜 아직 갚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 모실때도 말하였듯이 어머니로 잘 봉양하여 후사까지 치를 생각이었는데

왜 어디로 가시려 하십니까?

집이 있으시다면 왜 이제까지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는지요?
만약 집이 있으시다면 저히 부부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래야 저희들이 자주 찾아 뵈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너희 부부는 가까이 와서 내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하여라!"

아미타불. 장선인 부부여, 내걱정 하지 마라.
아미타불. 나는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몸.
아미타불. 동서남북 마음 내키는대로 다니다.
아미타불. 말한마디 없이 훌쩍 떠나 간다네.
아미타불. 나는 내가 누군지도 모른 다네.

 

아미타불. 나는 고향도 집도 없는 몸이라네.
아마타불. 죽어도 아는 친척 없어 걱정없다네.
아미타불. 때가되면 정화수 길어 몸을 닦고는,
아미타불. 눈깜고 좌정하여 극락으로 떠나리.

설법을 하듯 말을 마치자 노파는 그 자리에서 운명하고 말았다.
장씨부부는 너무나 괴이한 일에 울음 보다는 독경으로 삼일을 모신뒤

화장을 하여 집에서 가까운 서산사(西山寺)에 모셨다.

노파가 죽은지 한달이 지나지 않아 사십이 넘은 왕씨가 임신을 하였다.
열달이 되자 왕씨의 산통이 시작되었다.

왕씨가 내실에 누워 산통으로 괴로워하자

장씨는 눈을 깜고서는 옆에서 독경을 하며 부인의 고통을 함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죽은 노파가 웃음을 띄면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장씨는 깜짝놀라며 노파에게 말을 할려는 순간 으앙으앙하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장씨가 눈을 떠보니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보름달 같은 얼굴의 예쁜딸을 왕씨가 안고 있었다.
아기의 이름을 연화경을 배우고 나서 얻은 아이라 하여 연녀(莲女)라고 지었다.

세월은 화살같아 연녀도 어느새 일곱살이 되었는데

어찌나 똑똑하고 명석한지 무엇이든 한번 보기만 하면 전부 기억을 하였다.

그리고 신기한것은 아르켜 준일도 없는데 연화경을 줄줄이 암송하는데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자유자재로 암송하는데

연화경전을 빌러다가 대조를 해보니 한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소식(素食)을 하였으며,

놀이도 연꽃을 만들고 불경 읽기를 좋아하며 부처님에게 예불 올리기를 좋아했다.
장씨부부가 걱정하는것은 아녀자의 법도를 배우기 보다는 아무 승려라도 보면

불법을 토론하려 들고 얌전히 보내는 법이 없었다.

집 근처 절에서 종(钟)같은 법기(法器)를 치는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집 밖으로 뛰쳐나가 구경을 하곤 했다.

어느날은 근처 능인사(能仁寺)의 혜광(惠光) 스님이 설법을 하였는데

연녀는 바로 그 절로 뛰어가 설법을 하는 스님에게 큰 소리로 엉뚱한 질문을 했다.

"용녀(龙女)는 여덟살 때 보석을 시주하여 부처가 됐습니다.
저는 올해 일곱살이 됐는데 아직 보석이 없는데

어느 시절에 득도할 수 있겠습니까?"

이 당돌한 질문에 혜광스님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장선인은 자기 딸이 절에 참선하러 갔다는 얘기를 듣고는 당황하여

급히 달려가 딸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러나 서너달 뒤 또 절에 가서는

똑같은 질문을 해서 장씨는 또 한번 달려가 연니를 안고 돌아왔다.
장씨는 왕부인에게 연니가 함부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이웃에 웃음거리가 되지않게

바깥을 쏘다니지 못하게 잘 보살피라고 하였다.

그 후로는 연니는 집안에서 꽃을 만들고 불경을 공부하며 지냈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어느덧 열여섯 살이 되었다.

천성은  곱고 얼굴은 꽃같이 피어나고 피부는 고와서 화장을 하지 않았어도,

천상의 선녀(仙女)같은 모습을 물씬 풍겼다.

정월 대보름날 화등(花灯)을 물에 떠 내려 보내며

소원을 비는 행사가 집 근처 능인사에서 열렸다.
수백개의 등불을 들고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구경나온 사람들이 모여들어 대성황이었다.
연녀도 참가 하겠다고 하니 말릴 방도가 없자 왕씨부인은

딸에게 몇 마디 당부의 말을 하였다

"너도 이제 어린얘가 아니니, 이웃 할머니들과 능인사에 화등을 보러가도 좋다.
이제는 어린아이 같이 천방지축으로 쏘다니지 말고 설법도 다소곳이 듣고

남들이 흉볼 일을 하지 말도록 하여라.
그리고 일찍 집에 돌아 오도록 하여라."

연녀가 할머니들과 능인사에 도착해서 대웅전에 들려

먼저 부처님께 삼배를 하고는 설법을 듣기위하여 단상 바로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장노(长老)의 설법이 이어지자, 연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느닷없이 스님에게 물었다.

" 스님?
화등은 오늘밤 어디에서나 볼수 있지만

마음의 등불은 도대체 어디어 있습니까 말씀해 주세요?"

 

노스님이 응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연녀는 돌연 스님의 지팡이를 낚아채서는 스님의 머리통을 후려치며,

그런 대답도 못하면서 무슨 중생을 위한 설법을 한다고 하나요 하며 호통을 쳤다.

단하에 빽빽하게 앉아있던 여신도들은 깜짝 놀라며

연녀에게 달려들어 지팡이를 빼앗고 팔을 나꿔채서 이웃집 할머니들과 집으로 돌려보냈다.
할머니들로 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장씨부부는 당황하고 창피하여 연녀를 꾸짖으며,

그렇게 당부했건만 다 큰 여자아이가 예절도 모르고 엉덩이에 뿔난 망나니 모양 날뛰어

남의 비웃음을 사고 다니냐며 혼을 낸 뒤 이제는 집에서만 지내라고 하였다.

장씨부부는 상의끝에 연녀를 혼인시키기로 하고 중신쟁이를 불렀다.
당시 이원외(李员外)의 아들이 마침 연녀와 동갑으로 준수하고 총명한 총각이 있었다.
연녀가 문앞에서 꽃을 파는 것을 자주 목격하였으며 이미 마음을 두고 있었다기에

사람을 보내 청혼을 하여왔다.

장씨부부는 사윗감이 만족스럽다고 생각하여 예물을 따지지 않고 바로 승낙을 하였다.
길일(吉日)을 택하여 연녀를 예쁘게 단장시키고 새색시 성장(盛装)을 시켜 꽃가마를 태웠다.
이웃들은 집집마다 화등을 밝히고 다들 연녀의 혼례를 축하하며 구경를 하려왔다.

연녀는 꽃가마에 앉아 연화경을 한권 다 암송한 뒤,

다리를 좌정하여 신고있던 꽃신발을 무릅에 가지런히 올려놓고는 가마의 휘장을 내려버렸다.

신랑집에 도착한 가마의 휘장을 올리자 연녀는 그대로 꼿꼿이 앉아 숨을 거두어 있었다.

너무나 놀란 신랑댁에서는 황급히 장씨부부를 불러왔다.
그때 하늘에서는 신선(神仙)의 음악이 들려오고 한줄기 찬란한 황금빛이

쏟아져 내려오는데 꽃잎이 난무하는 사이로 연녀가 나타나서 말했다.

" 나는 본시 하늘나라 사람이었다.
우연히 속세에 발을 딛었었니라,

중생들이 연화경의 뜻을 묻는다면,

화등을 어떻게 취(取)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니 부디 몸을 잘 관리하여 망치지 말도록 하거라."

법사(法师)가 연녀의 이야기를 다 설교하고나자,

비구니 승들과 여신도들은 아미타불을 외면서 법기(法器)를 두드린 후 법사를 내려 보냈다.
신도들은 법사가 연녀의 이야기를 설법하는 중에 열중하여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단지 금계와 매옥은 설법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호박씨를 까 먹거나 차를 마시며 시시덕 대기만 할 뿐이었다.
설법이 끝나고 여씨 공씨 두 과부가 딸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복청에게 작별인사를 하는데

두명의 라마교 여승이 들어왔다.

여승은 백화궁주의 심부름으로 왔다며 내일 이곳 대웅전에서 백화고가 설법을 하려고 하니

깨끗이 정돈하고 공양할 음식을 준비하라고 하며 은전 오십냥을 주고 갔다.
복청이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승락을 하고 말았다.

이를 본 금계와 매옥이 하루 묵은 뒤

자기들도 백화고의 설법을 듣겠다고 하자 두어미와 복청이 허락을 했다.
서역에서 온 백화궁주의 설법은 과연 어떠할지 궁금한 금계와 매옥이었다.
둘은 소문에 라마교는 사교(邪教)로서 남여관계를 주로 설법하는 음란한 교라고 알고 있어

불교나 유교의 따분한 교리보다는 뭔가 색다른 면이 있을 듯 싶어 무척 궁금해 하였다.
금계와 매옥은 내일의 설법에 대한 색다른 맛에 대한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치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