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40>
전생의 손설아는 암호랑이로 환생,매옥에게 복수를 하고,
매옥은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 공덕을 쌓고 참회에 매진 한다.
미친듯이 채찍질을 하던 암호랑이는 숨을 안정시키며 매옥을 내려다 보니,
그 햐얗고 촉촉하던 피부는 살이 터져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그래도 암호랑이는 분이 안풀린 ,듯
치렁치렁 늘어진 매옥의 머리채를 잡고는 가지고 있던 비수로 싹뚝 짤라서는 불에 태워 버렸다.
"저 년을 냉큼 부엌으로 끌고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종년으로 부려먹어라!"
암호랑이가 서슬이 시퍼런 분부를 내렸다.
그냥 죽이면 분이 안 풀릴테고 실컷 고생을 하는 꼴을 봐야 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매옥은 울면서 부엌으로 끌려갔다.
"그 놈의 우라질 서방은 어디 쳐박혔어?
지금 즉시 찾아 오지 못할까?"
암호랑이는 다시 하인들에게 합목아를 찾아오라 성화를 부렸다.
그러나 아무리 서슬퍼런 명령이라도 이번만은 지키기가 여간 난처하지가 않았다.
암호랑이 부인의 포악함을 익히 아는 합목아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꽁꽁 숨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합목아는 매옥을 나 몰라라 팽개치고 혼자 혼비백산 도망쳐서
절친한 친구 탁발사인의 집에 숨어 있었다.
"아니,
왜 그 예쁜 색씨랑 실컷 더 즐기다 오지 벌써 우리한테 놀러왔어"
역시 난봉꾼인 탁발사인(拓跋舍人)은 한량패 완안(完颜)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데
비실비실 힘없이 들어오는 합목아를 보고 놀려대었다.
그런데 이 친구 얼굴이 창백하기 이를 데 없는게 꼭 혼이 나간 사람같자,
그제서여 암호랑이 본 마누라가 들이 닥쳤구나 하고 내심 짐작을 하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으응,
우리 색씨가 얼마나 모욕을 당했쓸까?
너네들이 사람 좀 보내서 알아봐주라,
나는 간이 다 떨어진 것 같에,
색씨를 우리 마누라가 죽이고 있다고 해도 마누라 에게가서 빌 용기가 없네."
"아이구,
이 한심한 놈!
그 색씨를 온갖 감언 이설로 꼬셔서 첩을 삼아 놓고는 이제 와서 몰라라 해?
네 놈도 벌을 받아야 싸다.싸!" 하면서도 부탁을 들어주었다
하인들이 득달 갔이 달려가 소식을 알아보고 돌아왔다.
"금이관인 나으리의 큰 마님께서는
작은마님을 끌고 집으로 돌아 가셨다 하는뎁쇼..."
하인들이 매옥이 능욕을 당하고 옷을 몽땅 벗긴 채 사정없이 두둘겨 맞은 일을낱낱이 전해 주었다.
합목아는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더니
, 암호랑이가 사람을 풀어 자기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듣자.
얼굴이 파랗게 질려 방안으로 뛰어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방구석에서 감히 나오지를 못했다.
"하하하!
아이구, 저 못난 자식!
정말 구제불능이구만."
친구들은 깔깔 웃으며 재미있어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한편 매옥모(梅玉母) 공씨댁은 뚜쟁이 손씨 할망구집을 찾아거
머리는 산발이되어 풀어 혜쳐진 채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야,
이 못된 늙은 년아!
우리하고 네 년하고 대체 무슨 원수가 졌다고 내딸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니?
우리딸을 아주 일찍 황천길로 보낼라고 작심을 했더냐?
나 오늘 죽어도 여기서 죽을란다."
"저 뚜쟁이 할망구가 돈을 챙겨 먹을라고
당신 딸을 감언 이설로 꼬여 호랑이 마누라 집에 첩으로 소개해 준거요.
그 호랑이 마누라는 이 개봉에서 서방 잘 패기로 으뜸이라는 소문이 나 있으며,
아무도 그의 성깔을 건드리지 못한다우."
이웃 아낙들이 나와서 해주는 말에 공씨댁은 그만 목이 메여 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한편 부엌에 끌려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꼬꾸라진 매옥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일어서지도 못했다.
몇번이나 목을 메어 자진하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여이치 않았다.
종년 둘이서 따라다니며 감시하고,
죽지 않을 만큼의 음식만 먹여 주었던 것이다.
그 종년들도 인간인지라 동정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으나
주인 마님의 무서운 성깔을 잘 알고 있는지라 감히 위로의 말한마디도 못했다.
매옥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었다.
"이게 다 내 운명이니 어찌하나?
기회를 봐서 몰래 목숨을 끊어야지 하며 스스로 마음을 위로하였다."
마음을 다져 먹으니 갑자기 어미가 보고싶어져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그러나 밤에도 종년들이 양쪽에서 팔을 꼭 잡고 잠을 자는 통에 자진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채찍에 맞은 온몸은 쑤씨고 아팠으나 피곤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와
눈꺼플이 자꾸만 감겨졌다.
그때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허연 수염을 흩날리는 무사차림의 노인이 나타났다.
나이는 환갑쯤 되어 보이는데 대여섯살 쯤 되어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매옥에게 다가왔다.
"여기 있었구나!
빨리 나랑 집으로 가자꾸나."
노안이 매옥에게 말을 걸며 팔을 잡아 당기는데,
매옥은 가지 안을려고 그 어린 아아를 꼭 붙들고는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인의 뒤에서 또 한 여자가 나타났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예쁘게 화장한 얼굴에 녹색치마와 홍색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매옥을 보자마자 갑자기 다가오더니 껴안고 있는 어린 아이를 빼앗으며
다짜고짜 멱살을 잡는게 아닌가!
"야, 이 년아!
내 목숨 돌려다구.
네 년이 전생에 반금련과 함께 내 인생을 망쳤지?"
나중에는 수비(守备) 첩년으로 나를 쫓아 시집와서 내 옷을 다 벗기고 때리고 능욕까지 했지?
그것도 모자라 나를 사창굴로 팔아넘겨 포주의 갖은 매질과 욕설을 다 당하게 하더니,
결국 날 자살하게 만들었지?
오늘 너도 한번 똑같이 당해봐라!"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몽둥이를 들더니 매질을 해데면서 발길질을 사정없이 하는 것이었다.
느닷없는 일에 매옥이 고개를 들어 다시 보니 여자의 얼굴은
어느새 검붉은 얼굴색의 합목아 본 마누라 암호랑이로 바뀌어 있었다.
아까까지 옆에 있던 노인 무사와 어린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매옥은 살혀달라고 애원하며 고함을 치다 깨어났다.
이미 사경이 지나 있었다.
채찍에 맞은 온 몸이 쓰리고 아팠으나 매옥의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
이게 내 전생의 원한인가 보다!
그렇다면...
그 한을 풀어줘야 다시는 이러한 인과에 억메이지 않겠지?"
매옥은 이번 합목아와 신방을 차리고
암호랑이 본 마누라에게 발가벗겨 채찍질을 당하는 수모를 격음으로서
비로서 전생에 춘매가 한생한것 임을 깨닫게 되었다.
서문경이 황천길로 떠나간 연후에 반금련과 어울려서 진경제와 붙어 먹다 월랑에게 들킨 후에
수비부(守备府)로 시집을 가게된 춘매년이 먼저 시집와 있던 손설아(孙雪娥)를 죽지 않을 만큼 때려서
사창굴에 팔아 넘겼던 것이다.
손설아는 그 수모를 견디지 못하고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말았었다.
전생의 사연이 이러하니,
그때 당시 원한를 품고 저승길로 떠나갔던 손설아는 금나라 오랑캐 장수의 딸로 환생하여
, 춘매가 자기를 죽인 한을 갚고있었던 것이다.
매옥의 꿈속에 나타났던 늙은 무사는 바로 춘매가 나중에 시집갔던 주수비(周守备)였고,
데리고 나온 아이는 춘매가 낳은 아이라 하늘이 부부와 모자간의 정을 감안하여 꿈속에서 나마
이들을 만나게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옥은 꿈속에서의 일을 격고 나서는 자기의 현실이 우연이 아니고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 뒤로 부터는 매옥은 남을 원망함이 없이 아무에게도 한을 품지 않은채
그저 전생의 죄업이라 생각하고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부엌일도 아무 불평없이 열심히 맡겨진 일을 수행 하였다.
그러면서 틈만나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을 열심히 암송하였다.
한마디로 말하여 공덕을 쌓고 참회하는 수도의 자세로 훗날 고해에서 해탈하여
불가에 귀의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였다.
매옥은 어떻게 암호랑이 품에서 벗어나가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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