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암호랑이 본처는 매옥의 신혼방을 덮치고

오토산 2021. 5. 31. 18:01

금옥몽(속 금병매) <139>

암호랑이 본처는 매옥의 신혼방을 덮치고,

신랑 합목아는 매옥은 어찌되든 뺑소니를 쳐버렸다.


기생 오라비 합목아가 바로 그때 낭패한 꼬락서니를 말한다면,

새끼 참새가 사나운 매를 만나 허둥되 듯이,

산토끼가 늑대만나 천방지축 달아나듯.

참매에 쫒긴 꿩이 엉뎅이는 까시넝쿨 밖에 내놓고

대갈박은 넝쿨속에 쳐 박고서 숨었다고 생각하는 장끼 신세와 다를 바 없었다.

남정네가 바람을 피우는 세가지 유형이 있는데

오입장이 서방을 둔 여인네들은 잘 숙지 한다면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첫째로는, 풍류와 글께나 좋아한다는 말을 할때는 입에 달고 다니는 문인(文人)형의 남정내로

재색(才色)을 겸비 했다는 계집이면 사족을 못쓴다,

이를 일러 "재자음(才子淫)"이라 한다.

둘째로는, 돈많은 졸부 아들 유형인데, 자기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다하면 가진돈을 이용해

물쓰듯이 하여 여자의 환심을 얻어 기어이 제 품에 안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족속을 말한다.
이를 일러 "방탕음(放荡淫)"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그저 치마만 두른 여자라면 미녀(美女)와 추녀(丑女), 나이의 노소(老少)을 불문하고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유형을 말한다.
이를 일러 "만행음(蠻行淫)이라 하거니와,

댁의 서방은 어떤 유형인지 관과할 일이다.

이에 맞서 대항하는 여편네들의 세가지 질투의 유형은 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자.

첫째가, "정(情)으로 질투하는 유형으로

이런 부부는 처음에는 금슬이 깨가 쏟아지다가

어느 날 아침 서방의 외도를 알고나서 머리카락을 자르던가

이마를 벽에 부딧치는등 자학하며 속으로 끙끙 않는 여인네 들을 말한다.

두번째로는, 색(色)"으로 질투하는 유형이다.
오직 이불속에서 서방과 질펀하게 방사를 벌이는게

서방을 섬기는 아낙네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여인네들로서,

어느날 서방에게 첩이라도 생기게 되면

혹시 그 년이 자기 자리를 빼앗아가지 않을까 하며 전전긍긍하는데,

자기는 늙어가고 첩년은 보나마나 새파랗게 젊어 한창 피어나는 계집일테니,

용모나 몸매로서는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평시부터 눈에 불을켜고 가만가만 서방을 감시하는

의부증(疑夫症)의 여인네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악한 질투" 가 있는데,

천성이 포악한 여자들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이 놈! 저 놈!' 자식에게 욕질하고,
'나가 뒈져라!' 며폭력을 행사하며

집안 물건을 팽개치고 닥치는대로 부수는 여편네들이니,

이런 여자들은 만에 하나 서방이 오입질로 밖에서 자식이라도 낳아오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기어이 죽여 버려야 속이 풀리는 유형이다.
이런 본처를 만난 시앗은 대개는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끓으면서 끝이나는 것이다.

유형이 이러하니,

지금의 합목아의 본 마누라가 바로 '포악한 질투형'에 해당되니, 앞으로 어떻게 해결 될찌?

합목아는 큰 마누라가 들이 닥친다는 전갈을 듣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지고 전신이 마비되어 침상에서 방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주저않고 말았다.
겨우 다시 정신을 수습하고 잽싸게 벗어논 옷을 허둥지둥 걸치고는 매옥은 안중에도 없이

혼자서 뒷문으로 달아나 말을 타고 뺑소니를 쳐버렸다.

매옥은 영문도 모르고 겁도 없이 서둘러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본처를 맞이하러 문밖으로 나갔다.

"신랑은 뭐가 그리도 쑥스럽고 겁을 내는지 모르겠네?
어차피 찾아가 인사를 드리려 갈려고 마음 먹었는데 잘됐지 뭐."

그러나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매옥은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피가 얼어 붙는 듯 했다 

문밖에 딱 버티고 서있는 본 부인의 모습이란

마치 조조의 배만대군을 장판교(长板桥)에서 딱 가로막고 버티고 선

용맹하고 흉칙스런 텁썩부리 장익덕(张益德)의 모습이었다.

벌써 입고있는 묵직한 갑옷과 투구하며 가죽 신발의 위세에

자신을 보려 온것이 아니라 전투를 하려온 모양새였다.
검붉은 얼굴색에 살기가 등등하고 치켜 올라간 눈꼬리하며

툭 튀어나온 광대뼈에 흉악함이 번득였다.

말로만 듣던 호랑이 악처가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매옥은 오금이 막 저러 왔다.

암호랑이 본처는 나긋나긋한 몸매에 꽃같이 화사한 얼굴,

향긋한 향기가 몸속에서풍기는 듯 요염하기 이를데 없는 매옥이

한들 한들  풍만한 방뎅이를 흔들면서 걸어 나오는 자태를 보자

배아리가 뒤틀리고 질투의 노기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네 이년, 겁대가리 없는 음탕한 년!
남의 신랑 양기를 빨아먹는 불여우 야.
네년이 감히 뉘 앞이라고 방뎅이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버젓이 걸어나와?

죽을라구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냐.
소원대로 해주마!
네 년이 내 서방이랑 실컷 방아를 찌었겠다.?"

암호랑이가 포효를 터뜨리며

무섭게 달겨들어 덥썩 매옥의 긴 머리채를 잡아채고 울부짖었다.

"얘들아!
빨리 이년의 옷을 몽땅 벗겨라!
본관이 오늘 천천히 따끔한 맛을 보여 주리라!"

부하 여전사들이 우르르 덤벼들어 찢고벗기고,

매옥은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순식간에 보라색 속옷만 남았다.
이때 공씨댁은 사람 살리라는 딸의 비명소리를 듣고 허둥지둥 뛰어 들어오다

머리채를 쥐인채 끌려 나가는 매옥과 마주쳤다.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아냐?
당신들은 누구인데 내딸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어?"

공씨댁은 황급히 달려가 딸을 감싸 안으며 악을 썼다.
암호랑이는 이 여편네가 매옥모(梅玉母) 라는 사실을 알자,

더욱 울화가 치미는지, 몽둥이를 들어 다짜고짜 두 모녀를 사정없이 두둘겨 패었다.

다행히도 집주인이 나와 간신히 떼어내어 일단 집 뒤로 피신을 시켰다.
잠시 후, 매옥을 무명옷으로 갈아입힌 다음 본가로 끌고 갔다.

그즈음,

뚜쟁이 손씨도 다른 방에 숨어있었으나,

본처가 갑자기 들이닥쳐 난리를 피우는 것을 알고는

침상밑에 쥐죽은 듯이 숨어 있다가 밖이 조용해지자 줄행랑을 쳐버렸다.

공씨댁이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여 뚜쟁이 손씨댁으러 뒤 쫒아가

내 딸을 내놓으라 대성통곡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웃들이 혀를 차며 동정을 해 준다.

"다 당신 사위가 줏대가 없어서 이 지경이 된게요."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이란 인과응보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어느 한 사람의 줏대가 있건 없건에 좌우되는 것도 아니고,

우연히 이루어 지는 것도 아니다 모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 할 따름이다.

매옥이 이런 봉변을 당하게 된 것도 그러하다.
암호랑이 본처가 매옥에 대해 느끼고 있는 질투심도 전생과 인연이 이어져 온 것이다.
만약 암호랑이가 여장부가 아니라 양귀비 같이 태어나서도

현재와 같은 모든 조건을 구비하였다면 질투보다는

아량이 넓은 여인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생에서 이어온 인연이 암호랑이가 신랑에 대한 복수심에서

매옥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여도 증명을 할 방법이 없다.

단지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일수 없는 불가사이한 일이 일어났을때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내세가 존재하는가 하며 의문을 가질 뿐이다.

한편 끌려온 매옥은 머리카락은 봉두난발이 된채

마루 아래에 고개를 숙이고 끓어앉아 있었다.

씨근대며 마루위에 앉아있던 암호랑이는 자꾸만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지

벌떡 일어나 매옥에게 달려가서는 우악스런 손으로 매옥의 하나 남은 무명 옷마져

거칠게 쫘아악 하고 찢어버렸다.

반나신이 된 매옥의 몸은 새하얗고 촉촉한  뽀얀 피부가 알맞게 살이 올라 있었다.
날씬하게 뻗어내린 허리의 곡선과 짤룩하게 들어간 개미허리는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봄바람에 수양버들 가지 흔들리듯 하늘 거릴것 같았다.

이러하니 매옥의 자태를 본 남정네들이라면 뇌쇠(恼杀)가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러하니 합목아가 대각사에서 설법을 듣는 매옥에게 한눈에 반하여

매옥의 집까지 쫒아 갔던 것이다.

"흥 이 년!
이 몸뚱아리로 얼마나 많은 남정네들을 호려먹었느냐?
이제 남자들이 보기만 해도 끔찍해서 도망가도록 만들어 주마!"

암호랑이는 홧김에 매옥에 옷을 찢었으나
옷에 숨겨졌던 매옥의 몸을 보고는 걷잡을 수 없게 질투가 치밀어

올라와 들고 있던 말채찍으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매옥의 비명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듯

광기들린 장수가 되어 전장의 적을 베듯이 그칠줄 모르고

수십번이 넘게 채찍질을 해되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