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산적 이전의 부인 양씨는 요공의 됨됨이에 매료되어

오토산 2021. 6. 19. 20:16

금옥몽(속 금병매) <154>

*산적 이전의 부인 양씨는 요공의 됨됨이에 매료되어

그를 환속시켜 딸 금병과 부부의 연을 맺어주려 하지만...


"소승은 산동성 청하현 태생으로 난리가 난 후 피난길에 어머니와 헤어져 출가하여 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헤어진 속세의 모친이 회안에서 유랑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 이곳까지 찾으러 왔다가

뜻밖의 여기 계신 두 분의 수령에게 잡혀 이곳까지 왔습니다.
바라옵건데 자비심을 베푸셔서 소승이 모친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신다면, 

부처님의 크나 큰 공덕을 쌓으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요공이 공손히 합장하며 끌려온 사연을 말하는데,

조목조목 이치에 맞게 말하는 모습이 볼수록 범상치 않게 보였다.

그 때,

이 광경을 지켜보던 금병이 문득 양씨에게 무엇인가 귓속말을 하자, 양씨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좋다.
배가 고플테니 우선 안에 들어가 요기부터 시키거라."

요공이 안으로 끌려가니, 잠시 후 음식이 차려져 나왔다.
그러나 닭고기에 돼지고기와 생선만 그득하고 야채는 보이지도 않았다.

"아미타불!
소승은 출가인이오니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

요공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식사를 거부하자, 

다시 채식으로 된 상이 차려져 나왔다.
그러나 요공은 간단히 배를 채우기만 했다.

식사를 마치니,

다시 목욕을 하라 했다.
어쩐지 께름찍했지만 요공은 마지못해 목욕을 하였다.
목욕통 바깥에는 갈아입을 비단 옷과 비단 버선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요공은 거뜰떠 보지도 않고 다시 남루한 승복을 걸쳐 입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좌정하여 참선에 들어갔다.
양씨가 요공을 후대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애교가 철철넘치고 총명하기 그지없는 사랑스러운 딸이 요공을 마음에 들어 한 것이다.

양씨 또한 요공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데다가 깊은 산중이니 혼기가 다 된 딸에게

마땅한 신랑을 구해 주기도 어려운 터라 요공을 산채에 남겨두고

그 행동거지와 품성을 살펴본 후 괜찮으면 정식으로 사위를 삼을 마음이었다.

그날 밤이었다.
두 하녀가 등불을 들고 요공이 묵고 있는 방앞에 와서 양씨의 말을 전했다.

"마님께서 스님을 잠간 다녀 가시라 분부 하셨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요공은 거절할 수도 없어 하녀를 따라 안쪽 규방으로 향했다.
문앞에 다다르자 붉은 천이 드리워진 방안이 들여다 보였다.
오색의 색실로 수를 놓은 비단금침이 깔린 것이 마치 신방 같았다.
하녀가 인도하는대로 요공이 방안에 들어가 보니 낮에 본 금병이 침상위에 누워 있었다.

길게 풀어 늘어뜨린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어깨의 선이 이불 위로 드러나와 있었고,

손가락 모두에는 금반지가 끼어져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침상에 드리누워 있던 금병이 이불로 상체를 가리며 일어나 앉았다.
이불을 움직일때 마다 이불 사이로 여인의 눈부신 하얀 알몸이 문득문득 엿보였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낭자께서는 소승에게 어떤 분부를 내리시려 하십니까?
이미 밤이 깊은데다가 비록 소승이 출가한 몸이라지만 아무래도 남녀지간이니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타당치 않은 일로 생각됩니다."

"호호,

잡아먹지 않을테니 걱정 말아요.
근데 스님은 집이 어디라 했죠?
속가의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예요?
출가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스님들은 환속할 수 없나요?"

금병이 실세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가끔 이부자락이 흘러내리자 탐스러운 젖가슴 사이로 골이 아찔하게 드러나 보이기도 했지만,

요공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금병이 던진 질문에 일일이 침착하게 대답하고나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그때였다.

"호호, 잠깐,

  뭐가 그리 급하신가?"

웃음 소리와 함께 이부인 양씨가 방에 들어서는 것이었다.
양씨는 요공을 시험해 보려고 일부러 이런 자리를 만들어 놓고는,

창밖에서 몰래 요공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요공이 금병의 유혹에 넘어가 섣부른 행동을 했다면

그 길로 저승을 향해 바로 떠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창밖에서 요공의 행동을 몰래 관찰하고 있던 양씨는 아주 흡족해 하였다.
이런 정도라면 사윗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딸의 방에 들어섰던 것이다.
요공은 비록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부인을 맞이했다.

"자네가 일부러 여기를 찾아온 것도 아니고,

또 우리가 자네를 일부러 데려 온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게 아니겠는가?
그러하니 여기 남아서 내 딸과 부부의 인연을 맺도록 하면 좋겠네.
대왕께서 지금 남정(南征)을 가 있으니, 그이가 돌아오면 크게 잔치를 벌려 주겠네."

그날 밤 자기방으로 돌아온 요공은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앉아서 참선도 하고 염불도 외우면서 어지러운 머리속을 지우기위해 몸부림 쳤다.
요공은 부처를 마음속에 그리며 입으로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우며 백팔배를 하기 시작했다.

백팔배가 끝날때 쯤에는 먼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요공은 이렇게 매일같이 방에 틀어박혀 고민을 떨쳐버리고자 참선에 몰두하려 애를썼다.
그러면서 부처님에게 이 액을 면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대안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기가 지금 사악하고 요망한 토적 무리에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또 어머니는 어디에 계시는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다.

금병은 그 날밤의 요공 시험으로 요공의 됨됨이에 마음을 빼았겨 어떻게 해서라도

요공의 마음을 움직여 보려고 차(茶) 나 과자를 가지고 자주 찾아와 불법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었다.
금병은 원래부터 불성(佛性)이 있었는지 차차 정말로 불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회서(淮西) 봉양(风阳)땅의 산적들이 총두령 이전이 남쪽정벌에 가고 없는 틈을 타서

반기를 들고는 이곳 산채 본부로 와서 재물과 식량을 가져가겠다고

호언장담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양씨는 대노 하였다.

"어머니!
소녀가 여기에 있는 병력으로 토벌대를  편성 이끌고 가서

그 놈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올 터이니 아무 걱정 마시어요."

금병이 나서서 반역자들을 토벌하러 가겠다 하니,

양씨는 크게 기뻐하며 병력 삼천을 주어 토벌대를 편성하라 명령했다.

"근데...

부탁이 있어와요?"

"무엇이더냐?
어서 말해보거라.
내가 언제 내 부탁을 안들어 준 적이 있다더냐?"

"다름이아니오라, 

그이도 함께 갔으면 싶어서요."

만약에 요공을 남겨두고 가면 자신이 있을때는 수시로 방에 드나들며 요공을 설득도 하며

감시를 하였지만 혼자 있다가 마음이 변하면 도망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금병의 부탁에 양씨도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둘이 어려움도 함께 동고동락하다 보면

완강한 요공의 마음도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에 딸의 부탁을 혼쾌히 승락해 주었다.

금병이 거느린 병력이 회서(淮西)에 다다르자,

반역한 산적 패거리들이 진을 치고 싸움을 걸어왔다.
그러나 오합지졸로 구성된 반역패들은 애시당초 오랑캐의 칩입으로

갈곳없는 송나라군으로 편성된 금병의 정규군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금병은 별 힘도 들이지 않고 신기에 가까운 표창 솜씨를 마음껏 발휘

적들의 장수들을 무찌르고 나니 나머지 적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금병의 부대가 반역자들을 완전하게 소탕하고 큰 피해없이 당당하게 개선하자

양씨는 크게 승리의 축하 잔치를 벌려 그 공을 치하했다.

그 후로는 산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금병과 요공 젊은 한쌍에게 갈채를 보내며

요공을 아예 부마(驸马)라 불렀다.

하지만 요공의 마음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곧 억지로 입었던 갑옷을 벗고 다시 승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는 매일같이 드리던 예불과 독경도 전혀 게을리하지 않았다.

양씨와 금병도 더 이상 요공의 마음을 돌리게 할 방법이 없었던 지라

총두령 이전이 돌아와 일을 해결해 주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요공에 대한 보살핌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