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요공은 정성이 부족해 어머니를 못만다고 생각

오토산 2021. 7. 17. 19:58

금옥몽(속 금병매) <179>

요공은 정성이 부족해 어머니를 못만다고 생각

고행을 통해 관세움보살의 도움으로 진주염주도 찾고 대안도 만난다.
요공은 또 다른 고행의 장소를 찾기 위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그가 산모퉁이 하나를 막 돌아셨을 때였다.
요공은 이른 아침인데 계곡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하얀 옷을 입은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을 발견했다.

여인도 요공을 보았는지,

청초하고 맑은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왔다.

"스님, 입고 있는 가사가 너무 더럽네요.
제가 빨아줄 테니까 벗으세요.
우리 아들도 스님이지요.
저 위에 있는 암자에서 수도를 하고 있답니다.
지금 빨고 있는 옷도 그 아이 옷이지요."

"하지만 힘드실텐데 그만 두시지요.
소승이야 워낙 더러운게 습관이 되었답니다."

요공은 이른 새벽 깊은 산중의 여인이 혹시 백년묵은 불여우나 요괴가 둔갑하여

자기를 유혹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여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여인의 해맑은 눈동자를 보고는 의심했던 자신을 책망하였다.

"괜찮아요,

하나도 힘들지 않은 걸요.
여기 이 계곡물은 아주 신기하답니다.
우리 아들 옷도 너무 더러웠는데

이 물에 한번 담그기만 하였는데도 깨끗하게 변하네요?
그리고 다시는 더 빨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래요?
그럼 아주머니가 애쓰실 필요도 없이 소승이 직접 빨면 되겠습니다. "

요공이 기뻐하며 누더기 가사를 벗었다.
일년이 넘도록 한번도 벗어본 적이 없던 옷이었다.
때가 쩔어 반질반질한 조각 조각의 누더기 가사 사이로 이가 기어 다니는 것이 보이기도 하였다.
요공은 그 더러운 가사를 계곡물에 슬쩍 담구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정말로 그 아주머니의 말대로 그렇게 때가 쩔어있던 시커먼 가사가

삽시간에 말끔한 회색의 옷으로 깨끗하게 세탁이 되었다.

"어때요?
내 말이 정말이죠?
아니 그런데 그 옷 옆 쪽이 찢어졌네요.
자, 여기 바늘이 있으니 꿰메어 입도록 하세요. "

아주머니는 옷 고름에 꽂혀있던 바늘을 요공에게 건네 주었다.
무심코 바늘을 받아든 요공은

누더기 가사를 돌 위에 올려놓고 실밥이 터져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실밥이 엉기성기 얽혀있어 다시 꿰매기 위해 실밥의 끝을 주욱하고 잡아 당겼다.
그러자 누더기 조각 사이에서 갑자기 노란 주머니가 툭 튀어 나오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뭐지?"
요공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주머니를 만져 보았다.
동글동글한 그 물건은 꽤 묵직하기까지 했다.
궁금증이 더하여 주머니를 펼쳐보니 눈부시게 찬란한 빛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 수를 세어보니 일백팔개로 만들어진 진주 염주였다.

그것은 설고자가 있던 준제암에 월랑이 시주하였던 것이나

설고자가 오랑캐에게 죽고나자 불탑 속에 숨겨 있던 것을

여혜가 준제암에 불을 지르자 불탄 불상속에서 발견 된것을 설간 선사가

준제암 재건을 위해 누더기 가사에 숨겨놓은 것을 여해가 훔쳐 갔다가

산채에 잡혀와 벗어놓은 것을 금병이 요공에게 입혀 산채 탈출을 도와주어

여기까지 온 것임을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아주머니,

여기서 이런 게 튀어나왔어요.
이런 누더기 속에서 어떻게 이런 귀한 물건이 나왔을까요?"

요공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를 치며

아주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어, 조금전 까지 옆에계시던

아주머니가 어디로 가셨지?"

분명히 여기 계셨는데 이상한 일이네 가신다는 소리도 없이 가시다니,

요공이 어리둥절해 하며 사방을 돌아 보았다.
저 먼 계곡에 하얀 뭉게구름 한조각이 오색 빛갈을 발산하며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요공은 무의식적으로 되뇌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요공은 급히 합장을 하고는

사라져 가는 구름을 보면서 나무관세음보살을 계속 되뇌었다.
찬란한 구름이 사라지자 요공은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바늘을 잡고는

보석 염주를 원위치에 넣고는 정성스레 꿰메기 시작했다.
옷을 다 꿰메고 보니 아주머니가 준 바늘도 금바늘 이었다.

요공이 동냥주발을 꺼내 계곡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물 한 바가지를 쭉 들이키고 났을 때였다.
온 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쾌한 기운이 가득 퍼져 나가는데,

느닷없이 어디선가 커다란 고함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었구나!
찾았다, 찾았어!"

요공이 고개를 돌려보니 보따리를 맨 한 도인이

이쪽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련님! 요공 스님!"

도인이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가까이 뛰어오는 도인의 얼굴을 살펴본 요공도 큰 소리로 외쳤다.

"대안! 대안이구나!"

곧 감격어린 상봉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 거세게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어쩧던 부처님의 도움인지 만날때가 되니 너무도 쉽게 만나는 것이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산 넘고 물 건너도 찾을 길이 없더니만,
알고보니 그 님은 수풀 안에 있었구나,
계곡물에 몸 씻으니 마음마져 깨끗하고,
보석염주 찾았으니 천만금의 가치있네.

보살님이 도우시사 모자상봉 다가왔네,
보아하니 도사님이 가까이서 도우셨네,
모든 식구 함께 모여 고향으로 돌아가니,
자비하신 관음보살 착한 사람 돕는구나!

주인과 노복의 신분인 요공과 대안은 스님과 도인(道人)의 차림으로

길옆 바위에 앉아 작별 이후의 고생담을 얘기 하였다.

"마님은 도련님 때문에 출가하셔서 비구니가 되셨어요.
그리구 이 먼데까지 도련님을 찾아 나셨어요.
왜 지난번에 어떤 비구니가 도련님 한테

욕을 바가지로 퍼부은 적이 있습죠?
그게 바로 도련님의 어머니셨어요.

왜 그랬느냐 하면요,

아주 기막힌 사연이 있습니다."

 

대안이 월랑과 소옥이 오해하게 된 까닭을

빠짐없이 이야기 해 주자 요공은 배를 잡고 웃었다.

"하하하!
그랫구만,

난 요공이 하나인 줄만 알았지,

어디 그렇게 많은 가짜 요공이 있는 줄을 처음 알았네.
그날 느닷없이 욕을 퍼부어 대는 바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구만!"

한참을 웃고 난 요공은 대안과 헤어진 후,

산적에게 잡혀 있다가 금병의 도움으로 도망친 경위를 소상히 말해주었다.
대안이 다시 여혜 스님을 만나 요공의 소식을 알게 되어

월랑과 함께 길을 떠난 과정을 말해주었다.

요공이 숙연한 자세로 관음보살님께 다시 한번 합장을 하고 감사를 드렸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끼니도 거르며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가만 있어봐라.
이럴게 아니라 빨리 어머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갑시다."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이 산이 얼마나 깊은데 밤중에 돌아가겠다고 그러시우?
언제 산짐승들이 튀어 나올지 모르니 근처에 있는 암자에 가서

하루 묵고 낼 아침 일찍 길을 떠납시다.

그래요

이제까지 기다렸는데

  이까짓 하룻밤 더 못 기다리겠수?"

"그럼, 요

근방에 노스님이 고행을 수행하시는 작은 암자가 하나 있는데,

그곳으로 가서 묵고 갑시다.
몇 번 신세를 진 적이 있으니,

오늘 한번 더 신세를 지도록 합시다."

두 사람은 어느덧 암자 문 앞에 이르렀다.
이 곳의 노 스님은 어린 제자 하나와 단출하게 지내면서 예불이나 독경 같은 것은 하지 않고,

단지 돌밭을 경작하며 매일 밤 좌선을 하며 지내는 기인(奇人) 이었다.

개 짖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온 사미승이 요공을 알아보고는 친절하게 맞으며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해 주더니 산나물을 넣어 만든 죽 두 그릇을 대접해 주었다.
소나무 장작으로 군불을 때는 향기로운 냄새가 암자에 가득 퍼져갔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