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비와 조조의 만남

오토산 2021. 9. 19. 04:24


- 삼국지(三國志) (39)

유비와 조조의 만남

제 십사진으로  회맹(會盟)에 참석한 북평 태수 공손찬(北平 太守 公孫瓚)이

일만 오천의 병사를 이끌고 조조를 찾아오던 도중에 있었던 일이다.
북평을 출발하여 덕주 평원현(德州 平原縣)에 가까워졌을 때

저편 산위에서 말탄 장수 세 사람이 공손찬 앞으로 천천히 달려오고 있었다.

공손찬이 진열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 보니,

앞선 장수는 바로 유현덕(劉玄德)이 아닌가 ?

 

"현덕 공이 여기는 웬일이오 ?"
공손찬은 유현덕과 예전부터 동문수학(同門修學)하던,

잘 알고 있는 사이여서  반갑게 맞았다.

"공손 장군께서 대군을 거느리고 이곳을 지나신다기에,

일부러 뵙고 회맹에  참여하려고 왔습니다."

 

"고마운 말씀이오.

동행한 두 장수는 뉘시오 ?"

 

"이 사람들은 바로 내 의제(義弟)올시다.

한 사람은 관운장, 한사람은 장비라 합니다."
유비는 두 아우를 공손찬에게 소개하였다.

 

"그러면 유 공이 황건적을 토벌할 때에

많은 공을 세웠다는 바로 그 아우들이구려 ?"

 

"네, 그렇습니다.

관운장은 마궁수(馬弓手)요,

장비는 보궁수(步弓手)올시다.

두 사람 모두가 일기당천(一騎當千)의 맹장입니다."
공손찬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한다.

 

"고맙소.

당대의 영웅들이 난적 동탁을 쳐부수는데 이렇게 힘을 합하겠다니

얼마나 고맙고 기쁜일 인지 모르겠소. 우리 함께 가십시다."

이렇게 유비,관우,장비 삼형제는 일시적으로

공손찬의 부하로서 조조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행군 대열에 참여한 장비가 관우에게 말한다.

 

"참,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르겠소."

 

"뭐가 말이냐 ?"

 

"아니,

형님은 그 일을 벌써 잊으셨소 ?"

 

"이 사람,

무슨 일을 말하는거야 ?"

관우는 장비의 말 뜻을 금방 알아듣지 못하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장비는 혀를 <끌끌>차면서,

 

"유비 형님의 어릴적 스승이신 노식장군이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낙양으로 압송될 때,

우리와 우연히 마주쳤잖아요 ?"

"그런데 ?..."

 

"아, 답답한 형님... !

그 뒤로 우리가 황건적에 몰려 위기에 처한 관군을 만나,

그들을 구해줬잖아요 ?"

 

"그래, 그랬었지."

"그때 우리가 구해 준 관군의 대장이 동탁 아닙니까 ?

그런데 그 자가 기껏 우리들이 살려주고나니까,

우리 의용군을 잡군(雜軍)이라며 무시하는 바람에 내가,

그 자를 죽여 없애려고하지 않았습니까 ?"

 

"응, 그랬었지."

 

"그때 두 형님께서 말리지 않았다면,

오늘날 이런 사태가 없었을 것이 아니오 ?

어때요, 이젠 후회가 되지요 ?"
그러자 관우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장비를 쳐다 본다.

 

"이젠 그만해 둬라."
그러자 장비는 장팔사모 손잡이를 한 번 움켜 쥐어 보이며,

맹세 하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동탁,

그놈을 내 손으로 베어 버리고 말겠어 !"
                          ...

조조는 각지에서 모여든 제후와 영웅들을 대접하기 위해

소와 양을 잡고 술독을 풀어 잔치를 크게 베풀었다.
이 회맹에 모여든 제후,영웅을 모두 합하면 ,

조조까지 십팔 명으로 모여든 병력의 숫자는 물경 이십 만이나 되었고

이들의 몰고온 병사들이 세운 영채는 장장 이백 여리에 달하였다.

이윽고 회맹에 참여한 십팔 제후와 영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하내군 태수 왕광이 말한다.
"

이제 우리들이 의병을 일으켜 역적 동탁을 토벌함에 있어

군기를 확립하고 명령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맹주(盟主)를 선정하여

모든 군사가 그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오."

"옳은 말씀이오 !"

 

"물론 그래야만 군기와 질서가 확립될 것이오."
제후와 영웅들은 즉석에서 찬성하였다.

그러나 누가 맹주가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오랜 침묵이 있은 뒤에 조조가 입을 열었다.

 

"원소 장군이 어떠하겠소 ?

원소 장군으로 말하면 한(漢)나라의 명장의 후예일 뿐만 아니라,

선조 사 대(四代)에 걸쳐 삼공(三公)의 중책을 지낸 뼈대 있는 가문이오.

가문으로 보나 본인의 명망으로 보나

원소 장군이야말로 맹주로 추대하기에 가장 적당한 분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원소가 즉각 대답한다.

"천만에 !

나는 맹주가 될 만한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오."

 

그러나 다른 제후와 장수들이 모두 조조의 제안에 찬성한다.

원소는 두어번 더 사양을 하다가 마침내,

 

"여러분들이 이처럼 말씀하시니...."하고

맹주가 되기를 수락하였다.

이튼날,

식장에는 단(壇)을 쌓고, 오방(五方)에 깃발을 꽂고,

각 제후와 장군들이 가지고 온 장비와 무기를 질서정연하게 나열해 놓고,

원소가 경건하게 단에 올랐다.

 

단상에 오른 원소는 의관을 바로잡고 허리에 장도(長刀)를 차고

분향재배(焚香再拜)하고 하늘을 우러러 다음과 같이 축원을 하였다.

<역적 동탁의 무리를 징벌하는 대맹(大盟)이 이제 굳게 맺어졌습니다.

우리는 이제 한실(漢室)의 불행을 떨쳐 버리고

만민을 도탄 속에서 구원할 책임을 맡았습니다.

불초 원소가 중망(衆望)에 따라 지휘의 대임을 맡았사오니,

천지신명이시어 바라옵건데 뜻을 이루도록 도와주소서.>

원소가 배천(拜天)의 대례를 마치자,

자리에 함께 있는 제후를 비롯한 군사들은 감격어린 어조로,

 

"이제 때는 왔도다 !"

 

"천하의 여명은 밝아 온다 !"

 

"머지않아 낙양의 역적들은 반드시 지상에서 제거 되고 말리라 !"하고

제각기 한마디씩 해댔다.

식이 끝나고 병사들이 외치는 만세 소리는 천지를 뒤흔들듯 진동하였다.
이어서 제후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락을 베풀었다.
조조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

오늘 이렇듯 맹주를 세우고 도적을 치기로 한 바에는

서로의 강약(强弱)을 가지고 계교(計較)를 부려서는 아니 될 줄로 아오."
그러자 원소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한다.

 

"본인은 비록 재주는 없으나 이미 제공의 추대를 받아 맹주가 된 이상에는,

공이 있으면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으면 반드시 벌을 줄 것이오.

제공들은 병사들에게 군율의 지엄함을 깨우쳐 행여 위법이 없도록 하여주시오."
이것은 맹주로서의 명령 제일호였다.

 

"삼가 명을 받자오리다."
제후들은 일제히 머리를 수그리며 영을 받들자,

원소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아우 원술은 경리(經理)에 재주가 능하므로

그로 하여금 병참(兵站)과 수송(輸送)의 임무를 맡길 것이니

모두들 그리 아시오."

 

거기에 대해서도 반론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원소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부터 낙양을 향하여 북진해야 하겠는데,

누가 선봉(先鋒)으로 나사서 <사수관>공격의 임무를 맡아 주겠소 ?"

 

원소의 이 말이 떨어지자,

장사 태수 손견(長沙 太守 孫堅)이 앞으로 썩 나서며 말한다.

"장사 태수 손견이 비록 재주는 없으나

선봉을 맡아볼까 하오."
원소는 크게 기뻐하면서,

 

"그러면 손견 장군이 선봉의 대임을 맏아

초전을 승리로 장식해 주기 바라오."하고

말하였다.

손견은 선봉의 임무를 부여 받자,

곧 원소의 앞을 물러나와 대군을 거느리고

사수관을 향하여 앞장서서 출발하기 시작하였다.
                         
40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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