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조의 안목(眼目)

오토산 2021. 9. 22. 20:58

삼국지(三國志) (107)
조조의 안목(眼目)

헌제로부터 유비가 황숙(皇叔)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조조의 세력이 날로 커져감에 따른 헌제의 염려로

조조를 견제하려는 의미가 담겨있는 정치적인 배려도 있었다.
이처럼 유비의 존재가 부상하자 못마땅하게 여기는 무리가 있었으니

조조의 심복 모사인 정욱(程昱)도 그런 사람이었다.
하루는 정욱이 조조를 보고 말한다.

 

"천자께서 유비를 황숙으로 인정하시고,
높은 벼슬을 내리면서 신임을 두텁게 한 것은 틀림없이,

누가되든 외부의 세력을 키우려는 것이니 승상께서는 경계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조조는,

 

"그 정도는 나도 생각했소.

경계해야지,
허나, 만사에는 득실이 있소.
유비는 귀한 황숙이 되었다고 하나,
내 장중(掌中: 손바닥 안)에 들어 있으니 어쩌지 못할 것이오."
그 말을 듣고 정욱이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조조는 오히려 정욱의 걱정보다는

허창으로 옮겨온 유비의 근황이 더욱 궁금하였다.

그래서,

 

"유비가 황숙이 되고 나서 바로 우쭐대지는 않던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정욱이 미소를 지으며,

 

"그 반대 입니다.

작위를 받고서는 더 겸손해지고,

그저 집안에만 틀어밖혀서 온종일 나오질 않습니다.

손님을 배웅할 때에도 멀리까지 나가 아주 깍듯이 인사할 정도라고 합니다."
정욱의 그 말을 듣고 조조는,

 

"으하하하하...

영리한 놈이로군 !"하고

파안 대소를 하였다.
그러자 곧 정욱이 정색을 하며,

 

"승상, 오래 전부터 드리고 싶었던 말씀이 있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즉각

 

"말해 보시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정욱이 입을 연다.

"승상께서는 조정 안팎을 막론하고 셀 수 없이 많은 공덕을 쌓아 위엄을 떨쳤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승상의 직위에 만족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정욱의 말 뜻을 단박에 알아 챈 조조가 묻는다.

 

"정욱,

즉위하라는거요,

응 ?"

 

"그렇습니다."

 

"음... 고맙소.

내가 비록 관직은 높아졌지만,

아직 명망이 낮고 군마와 영토도 원소보다 못하지 않소 ?

 

게다가 조정 안팎에는 천자에 충성하고
한실 부흥을 꾀하는 대신들이 많으니,
내가 지금 즉위하겠다고 나서면,

남들은 몰라도 순욱이 가장 먼저 반대할 것이오.
괜한 욕심부리다가 원술과 같은 화를 자초할 필요가 있겠소 ?"

"아, 그러면 승상 !

조정 대신들 중에 누가 승상편이고 누가 천자편인지,

한번 가늠해 보시지요."

 

"으흥 ? 음 ! 그거 좋은 생각이군 ! ...

이럽시다. 이틀후, 허전으로 사냥을 나갈 테니
내가 함께 가자고 천자께 보고 드리고,
문무 대신들에게도 그렇게 전하시오."

 

조조는 평소부터 생각하던 바가 있어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정욱은,

 

"예,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하고 물러갔다.

한편,

헌제 유협은 내실에서 홀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선조들은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 왔는데,

아쉽게도 나의 대에 이르러 간신과 역도들이 득세하여

나라가 혼란하니 애통한 일 이로다, 애통해 !....)

이러는 가운데 황제의 장인인

국궁 동승이 들어와 절을 하며,

 

"폐하, 처음 만난 유비에게

어찌 그렇게 큰 벼슬을 내리셨는지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헌제는 주위를 한번 살펴보고,

 

"조조가 조정을 장악해,

국사를 짐이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터에,

유비는 영웅인데다가 황실의 후예로 나 하고는 친척이니,
내 진자(眞者)로 삼을 수가 있지 않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동승이,

 

"이해하겠습니다.

허나, 유비는 휘하에 군사도 없고 영토도 없지 않습니까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헌제는 한숨을 내쉬며,

 

"하 ! ... 그건 기회를 보아,

차차 짐이 만들어 줘야죠."

 

"아,예 ..."
동승은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시종이 들어와,

 

"아뢰옵니다.

동평상(東平相) 정욱(程昱)이 뵙기를 청하옵니다."하고

아뢴다.
헌제는 또 무슨 일인가 하는 눈치를 동승과 주고 받은 후,

 

"들라 하라."하고 명을 하니,

곧 정욱이 들어와 허리를 굽히며 절을 한다.

"신,

정욱이 폐하를 뵈옵니다."

 

"일어나시오.

경은 무슨 일로 오셨소 ?"하고

헌제가 물으니 정욱이 허리를 반쯤 펴고 손을 모아 대답한다.

"아뢰옵니다.

조 승상께서 폐하를 청해 사냥을 가자고 합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조와의 사냥 동행이 마뜩치 않은 헌제는,

 

"인군이 사냥을 다니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닐 것이오."하고 대답하니,

조조의 명을 받은 정욱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물론 인군께서 사냥을 전업으로 다니시면
안 된다는 것을 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의 제왕들도 봄이면 비마강병(肥馬强兵)을 살피시고,
여름이면 농사 순찰을 다니시고, 가을이면 호수에 배를 띄우시고,
겨울이면 사냥을 나가시어, 사시(四時)에 한 번씩은 교외에 나가시어,

친히 민초(民草)를 대하심으로써 무위(武威)를 천하에 떨치셨습니다.

그러하오니 폐하께서도

항상 궁중에만 칩거(蟄居)해 계시면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옵니다.

하오니 이번 기회에 자연의 대기(大氣)와 직접 접촉하실 겸

사냥을 나가 보시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이렇듯 정욱이 강력히 주장하니,
헌제는 거절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가 보도록 하겠소. "
헌제는 마음에도 없는 사냥을 안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조조와 동행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여,

 

"그러면 유 황숙도 함께 가도록 승상께 전하시오"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조조가 초청한 사냥에는 유비도 동행하게 하였다.

이틀후,
천자는 보조궁(寶彫弓)을 시종에게 들려,

소요마(逍遙馬)를 타고 궁밖으로 납시었다.

황궁 성문 앞에서 부터 기라성 같은 심복 장성들과

비전마(飛電馬)를 타고 합류한 조조는 겨우 말머리 하나 떨어져

천자를 따르고 그 뒤에는 조조의 심복 장성들이 십여 리나 따라 붙었다.

헌제가 소요마를 달려 사냥터인 허전(許田)에 이르니,
그곳에는 이미 유비가 관우, 장비와 더불어 천자를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는다.
헌제가 현덕을 보고 속삭이듯 말했다.

 

"짐은 사냥을 하고 싶어서 나온 게 아니오.

오늘은 황숙이 사냥하는 것을 보는 것으로 짐의 낙을 삼을까 하오."

 

"황공 무비하옵니다."
현덕은 세 번 절하고 말에 올랐다.

그때 사방에서 몰이꾼들의 아우성이 들리더니,

숲속에서 토끼 한 마리가 툭 튀어나온다,

 

"황숙이 한번 쏘아 보시오."

 

헌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비는 나는 듯이 달려가는 토기를 한 살에 쏘아 맞혔다.

그리하여 달려가던 토끼가 대번에 뒹굴어 쓰러지자 헌제가 감탄하며,

 

"황숙은 참으로 천하의 명궁수(名弓手)요 !

오늘은 부디 내 옆을 떠나지 마시오."하고 말하는 순간,

이번에는 숲 덩굴 속에서 사슴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헌제는 금비전을 겨누기가 무섭게 화살을 쏘아갈겼다.

그러나 화살은 사슴을 못 맞추고 나무에 박혀버렸다.
그 순간, 헌제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하여 사슴을 황급히 쫒아가며 두 번, 세 번 연거푸 화살을 쏘았다.

그러나 화살은 그때마다 사슴을 비켜 나가기만 하였다.

자신을 잃어버린 헌제는

옆에 따르는 조조에게 활과 화살을 건네주며,

 

"승상이 한번 쏘아 보오 !"하고 숨가쁜 소리로 분부를 내리자,
조조는 궁전(弓箭)을  물려받기가 무섭게 비전마에 박차를

가하며 사슴을 나는 듯이 쫒아가며 활을 쏘아 갈겼다.

"쌔액 -- !"

 

화살은 시윗소리를 날카롭게 내며 날아가더니,

사슴의 등줄기에 깊숙히 들어박힌다.

화살을 맞은 사슴은 몇 발짝 그대로 달려가더니

숲속에 그대로 푹 고꾸라져 버렸다.

 

멀리서 몰이를 하고 있던 군사들과 몰이꾼들은

천자가 쏘아 맞춘 줄로 알고,

모두 칭송의 한호성을 울렸다.

"만세 ! 만세 !"
칭송의 만세소리가 숲속을 진동할 때,
문득 조조가 헌제의 앞으로 나서며,

 

"사슴을 쏘아 맞춘 사람은 바로 나로다 !"하고

외치었다.

문무 백관들은 조조의 너무도 도가 넘는 언행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더구나 유비의 뒤에 있던 관우는 조조의 언행에 크게 노하여,

봉의 눈을 부릅뜨고 칼집에서 칼을 반쯤 빼내었다.

유비가 그를 보고 황급히 눈짓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관우는 현덕의 견제에 눌려, 분노를 참는다.

문득 조조의 눈이 유비를 행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유비는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궁이시군요 !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러자 조조는,

 

"그건 유황숙의 진심이 아닌 듯 하오.
여포의 원문사격을 직접 보았으니 말이오.

신궁이란 말은 여포에게나 어울리지."하고

자신의 실력을 평가절하 하여 말한다.
그러자 유비가,

 

"여포도 훌륭했지만 승상께 처형되었고,

승상의 궁술이 여포에 못미치지만 승상께서는 강산을 평정했지요.
그리 본다면 여포는 실력은 있으나 평범할 뿐이었고 승상께서는 사슴 한 마리를 쏘셨어도,

신궁이라 할 만 하지요."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기뻐 웃으며,

 

"하하하하하, 옳은 말 만 하니,

듣기 참 좋소 !"하고 말하며

헌제에게,

 

"폐하의 보조궁을 돌려 드리지요."하고

말하며 활을 들어 헌제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헌제는,

 

"경이 그냥 쓰시오."하고

하명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조가 활을 쳐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황제 폐하께서 내게 활을 하사하셨다 !"
그러자 조조 휘하의 장수들과 병사들이 일시에,

 

"만세 ! 만세 !"하고

손을 들어 소리쳤다.

사냥이 끝나고 돌아오며,

조조는 승상부에 도착해서 말에서 내리며, 

허저에게 천자로부터 하사받은 보조궁을 내밀었다.

 

"허저,

이 활을 가져가게."

 

"예 ?

이렇게 물렁물렁한 활을 가져다가 어디다 쓰겠습니까 ?"
허저는 활을 받아 쥐고 한마디 한다.

 

"그럼 같다 버리던가."

 

" 예, 알겠습니다."
조조는 승상부로 들어가며 뒤따르는 정욱에게 묻는다.

 

"정욱 ?

조금 전의 일은 잘 봤겠지 ?"

 

"예."

 

"병졸들이 나에게 만세를 외칠 때,

누가 불쾌해 하던가 ?"

 

"국궁 동승은 안면이 붉어졌고, 관우는 검까지 꺼냈으나,

대다수 대신들은 표현을 못했습니다."

 

"그럼 순욱은,

한숨을 길게 쉬든가 ?"

 

"예..."

 

"내가 그렇게 신임을 하고 존중을 해 주었건만,

마음은 천자에게 있어 ?"

 

"예..."

 

"그것만 봐도 조정내에 황제에게 충성하는 자가 적지 않소.

더구나 지금은 제후들과 효웅들이 난립해 있으니,

얼마 전에 당신이 말했던 즉위 건은 없던 일로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10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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