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공명과 노숙의 치열한 설전(舌戰)

오토산 2021. 10. 1. 07:58

삼국지(三國志) (213)
공명과 노숙의 치열한 설전(舌戰)

 

다음날,

형주에 도착한 노숙은 유기의 빈소를 방문하여 조문을 하였다. 
이 자리에는 유비와 공명이 함께 하였다. 

 

잠시후,

빈소를 떠나 세 사람은 마주 앉았다. 유비가 입을 열어 말한다.

 

"자경 선생,

제 조카를 조문하기 위해 밤길을 달려와 주시다니,

깊은 배려에 감사드리오."하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보였다.
노숙이 답례를 하면서 말한다.

 

"별 말씀을 요.

그보다 저는 황숙의 인의를 보고자 왔습니다."

 

"어 ?..."

 

"한 가지만 황숙께 가르침을 얻고자 합니다."

 

"말씀하시오."

 

"황숙께서 약조하시길,

유기 공자가 없으면 형주를 돌려 주신다고 하셨지요.
이제 공자가 세상을 떠났으니,

실행에 옮기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언제 돌려 주시겠습니까 ?"

 

"하 !...

그 문제는 며칠, 시간을 주시오.
훗날 상의 합시다."

 

"훗날이오 ?
훗날이란 게 대체 언제입니까 ?"

 

"자경,

정말 매정하구려.
상 중에 그런 말을 꺼내다니..."
공명이 듣다 못해 노숙을 나무라며 말을 가로 맡았다.

 

"그렇소, 상 중이니,

허언은 없겠지요 ?
더구나 유기 공자의 영령 앞에서 그 말을 꺼내야 더 솔직할 게 아니오 ? "

 

노숙은 유비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망연한 모습을 보이자,

공명을 향하여 말하였다.
그러자 곧바로 공명의 말이 튀어나온다.

 

"천하에 왕토(王土) 아닌 곳 없고,

세상에 신하 아닌 자 없다고 했는데,

 

형주는 누구 것이오 ?

오후(吳侯)의 것이오, 아니면 조조의 것이오 ?

그러나 형주는 둘 다 아닌, 조정의 것이오.

과거 한고조 유방(漢高祖 劉邦)께서는 숱한 고생 끝에 한나라를 세우셨소.
불행하게도 지금은 간웅(奸雄)들이 사방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각기 지방을 점거하고 있다는 것은 자경도 잘 알고 계시는 일이 아니오 ?

 

그러나 지금 형주는 천도(天道)가 옳게 돌아가,

정통(正統)으로 가는 중이오.
우리 주공으로 말씀드리면

중산정왕(中山靖王)의 후예인 효경 황제(孝景 皇帝)의 현손이시고,

금상 황제(今上 皇帝)의 황숙이시오.

 

게다가 형주의 주인이셨던 돌아가신 유표 장군으로 말하면 주공의 의형이시니,

이제 아우가 형님의 유업을 이어받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소 ? 

 

허나,

동오의 손권 장군으로 말하면 지방 관리인 아전의 아들로서,

조정에 대해 아무런 공로도 없이 강동 육십일 주를 힘으로 얻은 데 불과하지 않소 ?

 

그렇건만 손권 장군은 동오의 주인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이제 형주까지 탐을 낸다면 이게 무슨 도리요 ?
자경은 과거 우리 주공께서 서주를 세 번이나 양보하셨던 일을 들어보셨을 것이오.

 

이렇게 유황숙은 항상 인의군자였소,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인의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분이시오.
주공께서 형주를 점하신 이래, 수많은 비난을 받으시며 마음이 편하셨겠소 ?  

 

편치 않아도 참을 수밖에 없었던 거요,

왜 ? 주공의 가슴 속에는 신의와 목숨보다 더 중요한게 있어서요.

 

그것은 바로,

한실부흥(漢室復興)이오. 
속으로는 비웃겠지요,

지금이 어느때 인데,

아직도 한실의 선수(先手)를 외치는가 ?.. 

 

허나,
황숙께서는 고황제의 후예가 아니오 ?
지금 천자께서는 조조밑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계시고,

황숙 역시 여기서 매일같이 고통을 받고 계시오.

 

자경,

따지고 보면 우리 두 사람 모두 한나라의 신하요.
우리 선조들께서도 모두 한나라의 녹을 먹고 살아왔고,

신하는 아니더라도 한나라의 백성으로 살아왔소.

 

그러나 주유는 근본을 잊고 사리분별을 못하오.

당신은 사리가 분명하니 알 거요,

천자의 황숙께서 발 붙일 곳 조차 없다면,

어찌 한실을 부흥하며, 어찌 천자를 구하시겠소 ?.

하물며 조조는 또 어찌할 거요.

 

조조와 마찬가지로 손장군도 한낱 토호(土豪)에 불과한데,

어찌 유씨의 천하를 가지려는 욕심을 부린단 말이오.
적벽대전에 관해서 말하더라도 그 싸움의 승리를 누가 이끌어 주었소 ?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하고 욕심만 부리는 것은 인간의 도리에 심히 어긋나는 말씀이오."

 

공명의 변론은 원칙에서 어긋남 없이 정연한 데다가,

힘이 있고 정열이 있었다.

 

노숙은 공명의 기막힌 변론에

한동안 꿀먹은 벙어리처럼 묵묵히 듣고 있다가

문득 입을 열어 말한다.

 

"옳은 말씀이오. 한실 부흥을 이루려면 황숙 혼자의 힘 만으론 어려울 것이오.
만약 우리 주공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런 성과가 있으셨겠소 ?"

 

"옳은 말씀이오,

자경은 충직한 사람이오. 내가 오후와 동맹을 맺게 된 것도,
선생의 탁월한 식견 덕분인 것은 확실하오."

 

비로서 유비가 입을 열어 말하면서

노숙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다.

그러자 노숙이 답례하면서,

 

"과분한 칭찬입니다.

솔직히 손유 동맹이 맺어진 지난 이년 동안

동맹을 유지시키려고 나름대로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수차에 걸쳐서 주공께 간언을 했습니다.

 

그 쪽에 양보하라고 말입니다.
허나 만사에는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황숙께서 잇속을 차리기 위해 형주를 돌려주지 않으신다면,

설사, 우리 주공께서는 참으실 지라도, 누군가는 참지 못할 겁니다."

 

"누구요?"

 

"우리 동오의 대도독 주유, 주공근 입니다."

 

"허허허허...

주유가 도발을 요 ?
부상중임에도 성격은 여전하군요."

 

공명이 유비를 건너다 보며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이,

 

"주공근의 성격을 아신다니 다행이군요.

그렇소, 남군성 전투에서 피를 토할 정도였으니...

 

허나,

그 원한을 씼을, 혹은 치욕을 씼을,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주공이라 해도 그를 저지하진 못할 겁니다.
며칠 전 파릉에서 돌연 명을 내려,

삼만 보군과 오만 수군에게 동진을 명하였소.
이런 사실은 그쪽 척후병이 이미 보고 했을 것이라 생각하오.

 

다행인 것은 우리 주공께서 결단을 내려,

병권을 박탈해 버리고  공근의 보군과 수군을 원대 복귀하라 명하셨소. 

 

유황숙 ?

인심은 못 속임니다.
막바지에 몰리면,

강동의 병사들은 물불을 가리지않을 것입니다."

 

"좋소 !

자경의 말을 들으니, 매우 간절하군요.

선생이 보기엔 이제 형주 문제는 어찌 처리하는 것이 좋겠소 ?"

 

"그 질문은 제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황숙이 보시기엔 이제 형주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까 ?"

 

"자경, 이렇게 합시다.
형주는 그 쪽 것이고, 우린 잠시 빌리는 것이라고...
오늘 우리 주공께서 친필로 써서 드릴 터이니,

우리가 다른 지역을 점하고 그곳으로 옮겨 가기 전까지 잠시 빌리는 것으로 해두지요.

그렇게 하면 우리도 발붙일 곳이 생기게 되고,

그때 형주를 돌려드리면 되지않겠소 ?"

 

"어디를 말이오 ?"

 

"서천에 유장이 어리석은 자인지라,

주공께서 그곳을 치려고 하시니, 서천을 취하면 형주를 돌려드리겠소."
노숙이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없이 생각하다가,

 

"좋소,

그런 문서가 있다면 저도 주공께 말씀드리기쉽지요.

다만, 주공께서 승낙하실 지는 모릅니다.
그럼 황숙과 공명, 두 분께서는 문서에 날인해 주십시오. "

 

"좋소 ! "
유비는 흔쾌히 대답하였다.

 

다음 날,

노숙은  공명의 배웅을 받으며 강동으로 돌아가기 위해,

포구로 나왔다.

 

"공명, 배웅해 주어 고맙소."

 

"자경,

우리 두 사람의 처지가 때로는 자기 주군께 못 하는 애기도..

피차 서로를 알기에..

할 수있지 않겠소 ? "

 

"그렇소."

 

"조조가 건재하니,

손유 동맹이 깨져서는 안되오.

우리가 교전하는 순간, 조조는 천하를 얻을 것이오."

 

"그렇소..."

 

"돌아가 오후를 뵈오면 우리 입장을 잘 전해 주시오.

우리가 발 붙일 곳을 잠시 빌려주시되, 서로 창,칼을 겨누진 말자고."

 

"우리 주공께서 거절하신다면 ?..."

 

"허 !...

그건 우리 발 붙일 곳을 빼앗는 것이니,

발 붙일 곳이 없는 입장에선, 부득이 하게 동오와 교전을 벌이고,

발 붙일 곳을 찾을 수 밖에요. 그때는 강동의 여든 한개 현(縣)도, 편치 못할 거요."

 

"공명, 내 말도 명심하시오."

 

"말씀하시오."

 

"일단 서천을 얻고나면,

형주는 돌려줘야 할 거요.
아니면 우리 주공께서 무력을 쓸 테니,
그때는 그쪽도 더 이상 발 붙일 곳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살아서 편한 날이 없을 것이고,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을 것이오. "

 

"하 ! 명심하겠소."

 

"가보겠소."
     
214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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