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15)
유비의 결심 (상편)
여범을 객관으로 보내자 곧 공명이 들어왔다.
"하하하하...
동오에서 사신이 온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주공께선 그렇게나 선듯 응하셨습니까 ?"
유비는 그 말을 듣고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선생께서 무조건 승낙하라고 하지 않으셨소 ?"
유비는 공명에게 책임을 떠 넘겼다.
"하하하하..
제가 그러긴 했었죠.
여하튼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소."
유비는 갑자기 한 발 빼는 소리를 한다.
"또 왜 그러십니까 ?
대국을 생각하셔서 응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내일은 강동에 사람을 보내,
감사 인사를 해야겠소."
다음 날,
유비는 여범을 불러 혼사에 응할 뜻을 전하고 그를 융숭히 대접한 뒤에
손건을 응대 사절로 동행시켜 손권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유황숙께서 감사의 뜻을 전하시면서
혼사를 위해 며칠 내로 예물을 보내겠다고 하셨습니다."
손권이 그말을 듣고,
내심 쾌재를 부르면서 입을 열었다.
"손유 두 집안이 동맹을 맺은데 이어,
사돈까지 맺게 되니, 혼례를 올리는 날
조조는 필시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오."
"하하하하...
옳으신 말씀입니다.
아, 유황숙께서 혼례일을 어느 날로 정하실 것인지 여쭈셨습니다."
"유황숙께서 동오를 오시는 날,
그 날을 혼례일로 정할 것이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손건이 난처한 얼굴을 한다.
그리고 이어서,
"에,엣 ?.. 오후 !
아가씨께서 형주로 오시는 것이 아닙니까 ?
유황숙께서 아가씨를 맞이하러 나가실 겁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손권은 손까지 흔들어 가며,
"아,
동생이 나이가 어려 어머니께서 보내기 아쉬워하신다오.
그래서 혼례는 여기서 올렸으면 하오."
"아..아 ?..
우리 주공께서 이곳으로 오셔야...하는군요 ?"
손건은 난처한 얼굴을 하며 되물었다.
"황숙께 전하시오.
강동에서 형주까지 배로 빠르면 이틀 거리니,
혼례를 올린 후, 여기서 머물고 싶은 만큼 지내시다가 돌아가고 싶으실 때면,
언제든 새 색시를 데리고 형주로 돌아가시라고..."
동오에 다녀온 손건은 곧
유비와 공명, 관우와 장비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다녀온 결과를 보고 한다.
공명이 놀라며 묻는다.
"뭐요 ?
혼례를 동오에 와서 치루라고 ?..."
"예,
아가씨가 어려서 태부인께서 서운해 하시니,
동오로 오시라 했습니다.
혼례를 올린 후,
머물고 싶은 만큼 계시다가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가시라 했습니다. "
유비가 그 말을 듣고 입을 열어 말한다.
"어젯 밤, 이 일로 고민을 하다가,
한 숨도 자지 못 했는데 ..."
유비는 여기까지 말한 뒤에,
좌중을 돌아보며 다시 말한다.
"결심을 굳혔네,
손권의 누이 동생과 혼인을 하겠네."
그 말을 듣고 장비가 즉각 반문한다.
"형님 !
정말 혼례를 올리시려구요 ?
절대 안됩니다 ! "
"어째서 ?"
"형님 !
잊으셨습니까 ?
동탁을 토벌할 때 말입니다.
오후의 부친인 손견 장군과 동맹을 맺었잖습니까 ?
따지고 보면,
오후는 형님의 조카뻘이 되는 처지인데,
헌데, 어찌 형님이 스무 살도 넘게, 어린 오후의 손아래 처남이 된 단 말입니까 ?
게다가 동오로 가신다면 데릴사위가 되는 격이니, 이게 도데체 말이 되는 일입니까 ?"
이 말을 듣고 관우가 입을 연다.
"맞습니다.
너무나 굴욕적이어서 천하에 비웃음을 살 것 입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허탈한 웃음을 웃으며 말한다.
"후흣... 굴욕 ?
우리가 굴욕을 당한 것이 어디 한 두번이던가 ?
이제, .
천신만고 끝에 겨우 발 붙일 곳을 만들었는데,
데릴 사위가 되면 어떻고, 손권을 손윗 처남으로 모시면 어떤가 ?
난 상관없네, "
유비가 이렇게 장비와 관우에게 말하자,
공명이,
"주공, 이 일은 합당치가 않습니다."하고, 말한다.
그러자 유비가,
"어찌 마음을 바꾼거요 ?
나더러 혼사를 승낙하라 하지 않으셨소 ? "
"손권이 주공을 강동으로 불러 들일 줄은 몰랐습니다.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속임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주공께서 강동에 가신 뒤,
그곳에서 어떤 일이라도 생기게 되면,
주공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
"선생의 말이 맞습니다.
이건 주유의 계략일 겁니다.
계속 우리를 해치려 했지 않습니까 ?"
"맞아요 !
누가 아니랍니까 ?
형님, 이건 전쟁에 비유하자면 놈들이 매복을 하고 있는 겁니다.
주유, 그 놈이 오후의 누이 동생을 미끼로 형님을 동오로 유인하는 겁니다. "
관우와 장비가 잇달아 반대 의견을 낸다.
그러자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걱정들이 지나치군..
내 생각에는 손권이 합비에서 처절한 패배를 겪은 뒤,
조조가 치고 들어올 것을 걱정하다 보니,
우리와 좀 더 긴밀한 관계를 가지려고 하는 것 같아.
게다가 손권은 우리에게 형주를 빌려 주었는데,
우리가 이 혼사를 거절한다면,
그의 화를 돋우는 것이 아니겠나 ?
대국을 생각해서 받아들이자는거지..."
"하 !...
진퇴 양난이로군요, "
"어째서요 ?"
"가도 문제, 안 가도 문제입니다.
주공께서 이 혼사를 거절한다면,
강동에 모욕을 안겨주는 꼴이 됩니다.
주유는 복수심에 불타는 강동의 병사들을 이끌고 형주로 쳐들어 올 테니,
양 쪽은 크게 다치고, 조조는 어부지리를 얻겠지요."
"형님께서 가신다면요 ?"
"주유의 계산대로 되는 겁니다.
주유는 남군에서 부상을 입고,
많은 병사를 잃어, 형주를 치지 못햇는데,
이번엔 주공을 손아귀에 쥐고,
인질로 삼아, 우리에게 형주를 돌려 달라고 할 겁니다."
"바로 그거요,
선생 말이 맞소이다 !
형님 ! 가시면 안 됩니다."
장비가 손을 들어 만류하며 말한다.
관우도 덛붙여,
"형님 제 발로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일 입니다."하고,
말한다.
그런데 유비의 의외의 대답이 나온다.
"아니, 가야하네."
"형님 !"
"엇 !"
"예,엣 ?"
"으,응 ?"
장비, 관우, 공명은 물론 손건까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비를 향하여 몰려들었다.
그러자 유비는 이들을 제지하는 손을 들어 보이며,
"지금 강동과 사돈이 되느냐, 원수가 되느냐,
기로에 놓여 있네.
강동과 적이 되어서는 안 돼 !
내가 가지 않으면 주유가 쳐들어 올 것이니,
형양에 또 다시 위기가 닥칠 것이야.
내가 가면 주유가 쳐들어 올 명분이 없어지게 되지,
우리는 십오 년 동안이나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남에 밑에서 죽도록 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
이제 겨우 우리의 터전이 생겼는데,
어찌 이대로 포기할 수 있겠는가 ? "
"하지만 주유가 형님을 인질로 삼아,
형주를 요구하면 역시 지킬 수 없게 됩니다."
"맞아요 !"
"난 신경쓰지 말게,
자네들이 여기서 형주를 잘 지키면 되는 것이지.
아무리 그래도 주유가 날 어찌 할 수는 없을 것일세.
지금부터 하는 말 잘 듣게,
내가 강동으로 간 뒤엔,
형양의 모든 일은 공명선생이 맡아서 처리할 걸쎄,
그러니 설혹 강동에서 내 명령이 내려오더라도 듣지 말게."
"허나...
형님을 풀어주지 않으면 어쩝니까 ?"
"그런 건 걱정 말고,
자네들은 군사 훈련에만 매진하게.
우리가 형주에서 기반을 잘 다지고 세력을 키워나가면,
결국은 풀어 줄 걸세."
"형님 !"
"형님 !"
관우와 장비는 못 믿워서 다시 유비를 만류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유비는 일언지하에,
"됐네,
이제 그만하게.
이미 마음을 굳혔으니 더 이상 논하지 말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비는 장중을 떠나가는 것이었다.
216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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