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사랑방야화
(133) 새경 깎기
추수를 하고 나자
머슴들의 팔자가 늘어진 계절이 찾아왔다.
빈들빈들 놀며 가마니·맷방석·멍석 등을 짜다가
동짓달이 차면 새경을 두둑이 받는 일만 남아 있는 것이다.
동네 봉놋방에서 술내기 투전을 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홍과부네 총각머슴 억쇠는 아무리 대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어
월담을 해서 마당에 들어왔다.
‘마님이 깊은 잠이 들었나?’
생각하며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안방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나 죽는다.”
그 소리에 억쇠가 마루로 뛰어올라갔다.
“마님,
의원을 불러올까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들어와 보게.”
억쇠가 들어가
“마님,
호롱불을 켤까요?”묻자,
마님은
“불은 켜서 뭣하게.
빨리 내 배나 쓸어 주게”
억쇠가 조심스럽게 다가앉자
“아이고 나 죽는다.
오장육부가 다 끊어지네. 뭘 하고 있나.
이 사람아!”
홍과부는 억쇠의 손을 당겨 자신의 배 위에 얹으며
“빨리 주물러, 빨리”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풀어헤친 속치마 속으로 억쇠의 솥뚜껑만한 손이 들어가자
속치마끈이 스르르 저절로 풀어지고 40대 초반의 농익은 홍과부 속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좀더 아래,
좀더 좀더….”
홍과부의 아랫배를 쓰다듬던 억쇠의 손이 화들짝 놀라 빠져나왔다.
삼각지 숲까지 손이 내려간 것이다.
홍과부의 성화에 다시 넣은 억쇠의 손은 마침내 질척거리는 옥문까지 내려갔다,
억쇠는 옷을 훌훌 벗고 바위처럼 단단해진 양물을 홍과부의 옥문에 집어넣었다.
방구들이 꺼질 듯 요란한 운우가 지나고 억쇠가 엉거주춤 바지를 추스르자
갑자기 홍과부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네 이놈 억쇠야.
내가 과부라고 업신여겨 겁탈을 하고 네놈이 무사할 줄 아느냐!”
“마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아픈 배만 네놈 손으로 문질러 달라 했지,
그걸 그곳에 디밀어 달라 하더냐!”
결국 둘이 타협을 해서
나락 다섯섬을 받기로 한 새경에서
한섬을 뺀 넉섬을 받기로 합의했다.
새경 받을 섣달그믐이 두달이나 남아 머슴들이 가마니를 짜던 어느 날 밤,
홍과부가 또 배가 아팠다.
억쇠의 손이 또 홍과부의 속치마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때 억쇠가 손을 빼고 벌떡 일어났다.
“또 한섬을 빼면 세섬밖에 안 남아요!”
“야, 이 사람아.
새물과 헌물의 값이 같을 수 있나.”
그날부터 매일 밤값이 자꾸 내려가다 어느 날 밤,
억쇠가
“값의 고하간에 나는 이제 거래를 그만할 것이요,
마님”하자,
고기맛을 본 중처럼 홍과부가 달아올라
이제는 반대로 억쇠한테 나락을 주기로 했다.
섣달그믐날,
새경을 받아보니 나락이 다섯섬 하고도 두섬이 더 들어왔다.
이듬해도 이 집에 눌러앉기로 억쇠는 홍과부와 재계약을 했다.
봄부터 물오른 홍과부와 억쇠는 서로 밀당하면서
새경이 오르락 내리락 그해 섣달그믐엔 나락 여덟섬을 받았고,
억쇠와 홍과부는 그 이듬해도 이듬해도 계속 계약을 연장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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