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87)
강동의 실패한 계책
한편,
조조는 손권에게 자신이 번성을 치는 동안
손권에게 형주를 치도록 권유하는 서신을 보내었다.
손권은 서신을 읽어 보고 곧 장소를 비롯해 제갈근과
수군 대도독 여몽을 비롯한 부도독 육손을 불러들여 이 문제를 논의하였다.
"유비가 한중을 취하고 한중왕에 올랐다 하오.
이제 군마도 강성해져서 천하의 절반을 차지했소.
닷새 전 관우가 중원의 요충인 양양성을 쳤고,
지금은 번성을 공격중이오.
조조가 서신을 보내,
이미 정예병을 칠로군(七路軍)으로 편성하여
번성을 지원했으니 우리보고 관우를 협공해 달라는 요청을 했소.
그러면서 얻은 땅에 반을 주겠다는 제의를 해왔소.
어떻소 ? 말들 해 보시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여몽(呂蒙)이 아뢴다.
"주공, 유비가 서천을 얻은 뒤에,
사기가 올랐으니 여세를 몰아 머지않아 낙양과 허창을 치고,
천하를 삼키려는 야심을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이제, 우리 강동의 가장 큰 적은 조조가 아니라 유비가 되었습니다.
노자경이 이런 유언을 남겼습니다.
<조조가 강하면 유비와 연합하고,
유비가 강하면 조조와 연합하라>고...
이는 강동의 생존 전략이자 필승 전략입니다.
조조와 연합해 형주를 취히는 것이 상책으로 판단됩니다."
그러자 육손(陸遜)이 반대 의견을 낸다.
"유비군은 사기가 높아 적이되어서는 안됩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안됩니다."
"적이될 수 없다면
우방이 될 수는 있다는건가 ?"
육손의 주장에 손권이 토를 달았다.
그러면서 육손의 대답이 없자,
유비를 불신하는 어조로 계속해 말한다.
"지금의 유비가 우리를 우방으로 생각할 것 같은가 ?"
손권의 불신어린 질문에 육손이 대답한다.
"주공, 계책이 있사온데
들어보시겠습니까 ?"
"음 ! 해보게 !"
손권의 허락이 즉각 떨어졌다.
"관우에게 장성한 딸이 있사온데,
아직까지 미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주공께도 미혼의 아드님이 계시지요.
이번에 주공께서 형주에 사신을 보내시어
관우에게 혼담을 청하시고 혼사를 맺으시면,어떨런지요 ?"
"혼사를 또 다시 맺는다구 ?
전에도 아가씨를 유비에게 시집 보냈다가
아가씨와 병사들만 잃었는데 그런 전철을 어찌 다시 밟겠는가 ?"
여몽이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육손은,
"관우가 승낙을 한다면
그 틈에 싸우지 않고서도 형주를 돌려받을 수가 있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심각한 표정의 손권이 굳은 얼굴을 펴면서 반문한다.
"음 !
교병지계(驕兵之計: 적의 교만심을 키워 제압하는 계략) ?..."
"그렇습니다.
결국 조조와 싸우는 것은 관우이고,
싸움도 없이 형주를 얻는 것은 주공이 되시는 겁니다."
"음 !...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군 !"
손권은 그 자리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뒤,
번성을 목전에 둔 관우의 군막 안에서는
관우가 참모인 마량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잠시후 아들 관평(關平)이 들어와 아뢴다.
"아버님 !
조조의 원군이 번성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병력은 얼마이고 어디 쯤 왔느냐 ?"
관우는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바둑을 계속 두면서 물었다.
"일곱 개 길로 나누어 오는데,
모두 팔만에 이르는 군사입니다.
선봉은 군영 삼십 리밖 까지 왔습니다."
"지휘 장수가 누구더냐 ?"
"상장 우금입니다."
"우금 ? ...
허허허허 !...
우금이 지휘를 해 ?
조조도 노망이 났구만 !
그런 자를 번성에 보내다니 !..."
"옳은 말씀입니다.
정찰을 나가 보니,
우금의 군영은 완전히 엉망입니다.
오히려 전군 선봉 방덕의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방덕 ?
처음 듣는 자로구나."
"그 자는 병사들에게 관(棺)을 들고오게 하며,
아버님과 대결하겠다고 하는 불순한 말을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방덕이 누군가 ?"
관우는 마량에게 물었다.
"전에 마초의 부장이었습니다.
서량 전투에서 패전한 뒤, 조조에게 투항한 자 입니다.
그자는 무예가 출중하며 용맹함이 마초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하의 영웅들도 내 이름을 듣게 되면, 벌벌 떠는 판인데
방덕같은 놈이 관을 내놓고 죽음을 재촉해 ?
관평 ! 계속해서 공격해라,
내 친히 놈을 처리하마 !"
관우는 어디까지나 상대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며
자신감 넘치는 명을 내린다.
"알겠습니다 !"
관평이 명을 수령하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러자 곧 다른 병사가 들어와 아뢴다.
"군후(君侯) !
동오에서 온 사자(使者)가 뵙기를 청합니다 !"
"누구냐 ?"
"좌장군 제갈근(左將軍 諸葛瑾)이라 합니다 !"
"무슨 일이지 ?"
관우는 마량을 쳐다 보면서 물었다.
"틀림없이 형주 문제로 왔을 겁니다."
마량이 이렇게 대답하자,
관우는 퉁명스런 어조로 병사에게 말한다.
"시간이 없다 해라 !"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마량이
손을 뻣어 관우의 결정을 말린다.
"군후 !
그래도 제갈근은 군사(軍師)의 형님이고,
먼 길을 찾아 왔는데 만나지 않는다면 예의에 어긋나게 됩니다.
더구나 우리는 지금 번성을 공격하는 중이니,
이럴 때 일 수록 동오와 더욱 더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그렇군 !
그럼 들여보내라 !"
"알겠습니다 !"
병사가 나가자,
곧바로 마량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잠시후,
제갈근이 들어와 수인사를 한다.
"하하하 !...
관 장군을 뵈옵니다."
관우는 마주 예를 표해 보인 뒤에,
"음 ! 오셨소 ?
앉으시오."하고,
제갈근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자리에 좌정한 관우가 물었다.
"이번엔 무슨 일로 오신거요 ?"
제갈근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한다.
"제가 이번에 온 것은 혼담을 청하기 위해 섭니다."
"또 혼인 동맹이오 ?
우리 형님이 먼저 손권과 사돈 관계를 맺지 않았소 ?"
관우는 마뜩치 않은 어조로대꾸하였다.
그러자 제갈근은 기분좋은 웃음을 웃으며,
"하하하하 ! 관 장군,
이번엔 좀 다름니다.
우리 주공께는 영특한 아드님이 계시는데,
듣기론 관 장군께도 따님이 있다고 하여,
장군께 혼담을 청하러 온 겁니다."하고,
내심, 관우의 기분좋은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관우는 대답에 앞서,
수염을 내리 쓸면서, 매우 가소로운 웃음을 웃는 것이 아닌가 ?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
"그 웃음은 무슨 의미입니까 ?"
제갈근은
관우의 심상치 않은 웃음 소리에 눈이 동그래지며 물었다.
"황당하군 !"
그러자 제갈근의 얼굴이 굳어졌다.
관우의 말이 곧바로 이어진다.
"형님께서 혼사를 치룰 때에도 비명횡사 하실 뻔 했는데,
호랑이 새끼를 어찌, 개에게 주겠나 ?"
"어,엇 ?..."
제갈근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관우의 매정한 말은 곧바로 이어졌다.
"가시오 !
긴 말 필요 없소 !
여봐라 ! 선생께서 가신단다 !"
관우의 호령에 호위 군사까지 들어와 제갈근에게 재촉한다.
"가시죠 !"
"하 !...
가보겠습니다."
제갈근은 관우에게 간략한 예를 표해 보이고
그대로 돌아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관우는 떠나가는 제갈근 뒤에다 대고
통쾌,상쾌, 유쾌한 웃음소리를 크게 퍼부었다.
"하하하핫 ! ~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
"군후(君侯) !
왜그러십니까 ?"
제갈근이 황급히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
마량이 서둘러 들어오며 물었다.
28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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