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자기가 짜 온 관에 실려간 방덕

오토산 2021. 12. 27. 06:36

삼국지(三國志) (289)
자기가 짜 온 관에 실려간 방덕

관우는 영채로 돌아오자 군의(軍醫)를 비롯해 마량과 관평에 둘러싸였다.
그리하여 군의가 집도를 준비하는 중에

 자신의 왼팔에 깊숙히 들어박힌 화살을 손수 뽑아내었다.

"어,엇 ? "

 

모두가 놀라며 모여들자

뽑아낸 화살을 바닥에 내던진 관우는,

 

"방덕, 이 놈 ! ..

암수(暗數:속임수)를 쓰다니,

놈을 살려두면 내, 사람이 아니다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분개하는 것이다. 

 

관우가 흥분하며 일어서자

화살을 뽑은 자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오며 고통이 밀려왔다.

"아, 아 ! ..."
관우가 고통의 소리를 짧게 내뱉자

군의가,

 

"군후, 고정하십시오.

상처가 아물기 전에는 노하시면 안 됩니다."하고,

말하며 피가 흘러내리는 관우의 상처에 금창약(金瘡藥)을 바르고

지혈을 위해 붕대를 감았다. 

"군후(君侯),

지금 부상중이시니

일단 상처를 치료한 뒤에 싸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모 마량이 간한다.

 

"당장 죽이겠다는 것이 아니야.

지원온 놈들의 지형부터 살펴야겠네."

관우는 이렇게 말하며 상처가 낳기도 전에

지원군이 진을 치고 있는 군영이 바라다 보이는 산으로 향하였다. 
산위에서 내려다 본 번성안은 포위를 당한지 오래여서

군사들의 사기는 형편없어 보였다.

 

그리고 관우의 병사들이

이미 여러날 번성을 철통같이 포위하고 있어서

지원군과의 연락도 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지원군은 번성 북쪽 십 리쯤의 골자기에 진을 치고

고립된 번성의 우군과의 연락을 맺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위군의 지원군 진지 뒤로는 강이 흐르는 것도 보였다. 

"평아 !

지리에 밝은 이 지방 사람을 한명 불러오너라."
관우는 불려온 노인에게 묻는다.

 

"적이 진을 치고 있는

저 산골짜기 이름이 무엇이오 ?"

 

"증구천이라 하옵니다."

관우는 그 소리를 듣고,

수염을 내리 쓸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음 !

이제는 조조의 선봉장 우금과 방덕이 나에게 사로잡히게 되었구나."
관평이 그 소리를 듣고 여러 장수들 앞에서 먼저 묻는다.

 

"아버님,

어떻게 적장 우금과 방덕을 사로잡는다는 말씀입니까 ?"

 

"허허허, 듣거라 !

중구란 지명은 그물의 아가리라는 뜻이 아니냐 ?
고기가 그물 아가리에 들어갔으니

이제 우리에게 붙잡힐 일만 남지 않았는가 ?

 

두고 보라 !
적은 머지않아 모두 물고기 밥이 될 터이니 ....

허허허 !..." 

관우는 그날부터 싸울 생각은 아니하고

군사들을 동원하여 영채 뒤에서 나무를 베어와 배와 뗏목을 만들게 하였다. 
관우의 심중을 모르는 장수들은 의아해 하며 수근거렸다.

 

"뭍에서 싸우는데

배와 뗏목이 무엇에 필요해 만들라 하실까 ?"

 

관우는 장수들에 질문에 대답하지 아니하고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이러는 와중에도 방덕은 날마다 영채 앞까지 다가와서 싸움을 청하였다.

그러면 관평이 달려나가 싸움을 가로막곤 하였다.

 

이렇게 도발하길 십여 일이 지나도 관우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매번 헛탕을 치고 돌아온 방덕이 휘하의 장수들을 불러놓고 술을 마시며,

"관우가 화살 한 대를 맞고 십여 일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필시 전창(箭瘡:화살 독)으로 기동을 못하는 것 같으니

이 기회에 칠로군을 휘몰아 쳐들어 가서 관우군을 무찔러 버리면 좋겠는데

장군들의 생각은 어떻소 ?"

"대단하십니다.

장군 ! 화살 한 대로 천하의 관우를 꼼짝 못하게 만드셨으니 말입니다 ! "하고,

휘하의 장수가 방덕의 용맹함을 크게 경하하며 추켜세웠다.
그러자 의기가 양양해진 방덕이,

 

"관우가 내가 쏜 독화살을 맞았으니 날이 갈 수록 고통에 시달릴 것이고

우린 크게 싸울 것도 없이 적군을 모두 물리치게 될 것이오 !"하고,

말하며 큰 소리로 웃어대었다.

그러면서 승리에 도취되어 술잔을 높이 들어 보이며,

"필승 ! 건배 !"를

외치었다.

장수들도 모두 술잔을 들어 필승과 건배를 외쳐댔다. 
         
그로부터 며칠 후, 팔월달로 접어들자
그 지방일대는 장마가 들었다.
한번 시작된 장마는 한없이 계속되어 비가 줄곧 내렸다.

 

관우는 조조의 선봉군 영채를 정찰하고 온 다음날부터

장군 주창을 시켜 중구천으로 통하는 산골짜기마다

둑을 쌓아올려 물을 가두어 놓게 하였다.

그런 뒤에는 그 둑에 물이 잔뜩 고여들기를 기다렸다. 

한편,

중구천 산골짜기에 진을 치고 있던 위군은

장마가 계속됨에 따라 사기가 점점 저하되었다. 
하루는 장군 성하(將軍 成何)가 우금을 보고 말한다.

 

"장마가 이처럼 오래 계속되면

이 산골짜기가 물바다가 될 우려가 없지 않으니

오늘이라도 진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듣건데 촉군이 영채 뒤에서 배와 뗏목을 만든다는 정보가 잇습니다."
그러나 우금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비가 오면 얼마나 온다고 이 산골짜기가 물바다 된단 말인가.
그리고 이렇게 비가 오는 때에 진지를 옮기자구 ?
이런 때에는 적군도 나타나질 않는다네 !

쓸데없는 걱정 말고 물러가 낮잠이나 자게 !"

성하는 무안을 당하자

이번에는 방덕을 찾아가 꼭같은 말을 하였다.
방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한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가 ?
나도 그 점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네.

허나, 총사령관이 자네 말을 못 알아들었다니 어떡하겠나.

이제는 우금 모르게 제각기 칠로군이 진지를 비밀리에 옮기는 수밖에 없겠네.

내일 부터라도 진지를 옮기도록 하세."

비는 여전히 철철 내리고 있었다.
방덕은 성하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밖에서 병사들이 지르는 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물이다 !

물 ! 물 !..."

 

"어서 피하라 !

어서.. 어서 !..."

방덕이 병사들이 질러대는 고함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왔다.

잠시후 병사들의 고함소리 뒤로,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과 함께, 어마무시한 크기의 물이

온 골짜기를 메우고 내달려 오는 것이 보였다.

 

방덕이 급히 말을 타고 높은 곳으로 피신하여 진지를 바라보니

물이 무섭게 밀려와 진지가 시시각각 물바다로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뿐 만이 아니었다.

 

촉군은 그 물위에 배와 뗏목을 띄워놓고 돌아다니며

탁류속에 허우적거리는 병사들을 모조리 몽둥이와 무기로 후려 갈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관운장만은 주선(主船)에 버티고 서서

병선들과 뗏목에 탄 병사들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배에 달라붙은 위군 병사들을 죽이지 아니하고 모두 구해주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번성을 구원하러 달려온 위군의 팔만 병사들 대부분은 물귀신이 되고 말았다.
방덕과 오백 명에 이르는 군사들은 물길을 피해서 제방위로 몸을 피하여 진을 치고 있었다.

 

"음 ! 방덕을 비롯해,

적장 동형, 동초, 성하가 저 제방위에 있으니

이제는 저자들에게 총공격의 화살을 퍼부어라 !"

 

이같이 관우가 명령하자 수많은 화살이 제방위로 날아갔다.

그리하여 오백 명의 군사들이 시시각각 삼백, 이백으로 줄어들었다. 
동형, 동초 형제가 방덕을 보고 말한다.

 

"이 이상 견딜 수가 없으니

이제는 백기를 들어 항복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항복하려거든 너희들이나 하라,

나는 위왕의 은혜를 입어 죽어도 변절을 못 하겠다 !"

 

방덕은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허리에서 칼을 뽑아 동형, 동초 형제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나서 성하를 돌아보며 말한다.

 

"용장은 죽음을 겁내지 않는다 !
그러기에 임전(臨戰)을 해서 어찌 구차스럽게 살려고 항복을 하겠는가 ?
장군과 나만이 남더라도 끝까지 싸우자 !"

 

방덕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관평이 쏘아갈긴 화살에 성하는 어이없게도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남은 군사들이 앞다투어 항복하니

이제 남은 장수는 오로지 방덕 한사람뿐이었다.

방덕은 물가로 쏜살같이 달려 내려가

마침 상륙하려는 조그만 적선(敵船)으로 뛰어 올랐다.
그리하여 적병을 가차없이 후려 갈겨 물속에 처박아 버리고

작은 배를 손수 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가까이 있던 큰배가 이런 모양을 보고

재빠르게 다가오더니 방덕의 배를 들이 받았다.
그 바람에 방덕이 탄 배는 여지없이 뒤집어졌다.

방덕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니

이번에는 관우의 장수 하나가 물속으로 뛰어들며 방덕과 격투를 벌이는 것이었다.
그제야 알고 보니 그는 헤엄을 잘 치기로 유명한 장수 주창(周倉)이었다. 

 

육지전에선 용맹을 자랑하는 방덕이지만

물 속에서는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주창은 방덕에게 어퍼컷과 훅을 연달아 날리며 기진맥진 시킨 뒤에

사정없이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흙탕물을 잔뜩 멕였다.

 

그런 뒤에 탈진한 방덕의 목을 뒤에서 끌어안고

헤엄을 쳐서 아군 배 위로 끌어올리니 졸지에 방덕은

물먹은 맹꽁이 배가 되어 촉군에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총사령관 우금도 물을 피해 무기도 없이 도망을 치다가

관평에게 붙들리는 신세가 되었다. 

관우의 수전(水戰)이 대승을 거둔 뒤,
군막 밖으로 속속 붙들려 오는 적군을 바라보던 관평이

아버지에게 말한다.

"정말 대단한 용별술입니다.
과거 공명 선생이 볏짚으로 십만 개의 화살을 얻었지만

아버님의 계책에는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
잠깐사이에 조조의 지원군 수만 명이 물고기 밥이 되었으니까요.""

 

그러자 관우가 아무런 말도 아니하고

만족한 듯이 그윽한 미소를 머금고 수염을 쓰담아 내렸다.

 

관우가 군막 안으로 들어와 좌정하니,

병사들이 사로잡아 포승줄로 옴 몸을 묶은 위군 총사령관 우금을 끌어온다.
병사들이 우금에게 명한다.

"군후 앞이다.

무릎을 꿇어 !"
관우의 앞에 무릅을 꿇은 우금이 고개를 숙이며 관우를 부른다.

 

"관 장군 ! "

 

"우금 ?

우린 구면이 아니던가 !
출전하기 전에 누가 적장인지 듣지도 못했나 ?"
관우는 우금을 힐난하는 어조로 이렇게 물었다.

"들었소.

관운장이란 것을 ..."

 

"이곳 수장이 나란 것을 알았으면

왜 칠로군을 이끌고 출전하여 죽음을 자초했나 ?
과거에 내가 안량과 문추를 벨 때, 바로 옆에서 보지않았나 ?"

 

"허 !...

명을 받고 어찌 거역하겠소.
관장군은 옛 정을 생각해, 살려주시오 ! "

 

우금은 상당한 사정조로 관우의 은전을 요청하였다.

관우가 덤덤한 어조로 대답한다.

"당신을 죽여야 칼 만 더렵혀질 뿐...
형주로 끌고가 옥에 가둬라 !
조조를 잡아 주공께 바칠때 함께 처리한다."

 

"예,

알겠습니다 !" 

관우의 병사들이 즉각 대답하고

우금을 일으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방덕 그놈은 ?"
관우가 우금을 심문할 때와는 다르게 목청을 높여 물었다.

 

"밖에 있습니다 !"

 

"끌고 와라."

"죽어도 안 오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

"떠 메고서라도 데려와 !"
관우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알겠습니다 !"
관평이 아버지 관우의 명에 즉각 대답한다. 

잠시후,

안 오겠다는 방덕은 널판지에 묶인 채로

관우의 병사들에 의해 떠메어져 나타났다. 
강제로 관우앞에 입시한 방덕에게 관우가 묻는다.

"방덕 !

네 형은 우리 주공 수하의 관리이고,
네 옛주인 마초도 촉의 장수로 있다.

 

순순히 투항해라.

관우에게 투항을 했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것이다."

"에이,

카~~악, 퇘 !" 

 

방덕은 더럽게도 목 안에 가래를 끌어 올려

관우 앞에 가래침을 <탁>하고 뱉었다.

"어,엇 ?

저 드러운 놈이 !"

 

지켜보던 관평이 발끈하였다. 
그러나 방덕은 제 멋 대로 지껄인다.

"주군과 형님은 모두 아둔한 자들이다 !
나는 네놈의 칼에 맞아 죽더라도

위왕을 섬긴 것에 추호도 후회가 없다 !
여러 소리하지 말로 어서 죽여라 !"

 

"죽기를 원하느냐 ?"

 

"죽지 않으면

다시 와서 너를 죽일 것이다 !"

 

방덕은 악을 쓰며 대들었다. 

그러자 안색이 변한 관우가 명한다.

 

"주창은 들으라 !"

"예 !"

 

"내 청룡언월도로 방덕을 참하라 !
그리고 저놈이 가져온 관에 담아 위군 진영을 보내거라 !"

 

"하하하하 !

하하하하 !..."

방덕은 널판지에 얹힌 채로

병사들에 의해 끌려 나가면서도

관우를 향한 조롱의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방덕은 주창에 의해 목이 달아났고

그의 시신은 그가 허창에서부터 가져온 관에 담겨져

우마차에 실린 채로 조조군이 지키고 있는 번성으로 보내졌다.
                   
290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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