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제갈양의 기사회생,조예의 토사구팽

오토산 2022. 3. 22. 07:54

삼국지(三國志) .. (367)
제갈양의 기사회생, 조예의 토사구팽(兔死狗烹)

마속과 왕평을 끝으로 북벌에 출정했던 장수와 병사들이 모두 돌아온 뒤,

공명은 조운을 비롯한 마속에 이르기까지 상,벌이 모두 끝나자

성도(成都)로 돌아가는 장완의 편에 후주(後主)에게 표문(表文)을 올렸다.
그 표문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신 양(亮)이 칙명을 받들고 위국을 도모하옵다가

가정과 기곡 등지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패전의 죄를 범하였나이다.
이는 응당 자리를 물러나 처벌을 받아야 옳은 일이오나,

국가의 정세가 위급하여 물러날 수도 없는 일이옵기에,

황송무비한 말씀이오나,

신의 벼슬을 삼등(三等)을 깎으시어,

승상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주시옵소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며, 엎드려 대명을 기다리나이다.

후주 유선(後主 劉禪)은 그 표문을 받아 보고,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러기에 이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서 상서령 이엄(李嚴)을 불러들였다.

"폐하,

불러 계시옵니까?"
후주 유선이 공명의 표문을 손에 든 채로 이엄을 반갑게 맞이한다.

"승상이 짐에게 파직을 시켜 달라는 상소를 올렸소.
경이 이것을 한 번 읽어 보시오."

 

유선은 이렇게 말하면서

공명의 표문을 이엄에게 건넸다.
이엄이 표문을 받아 읽은 뒤에 묻는다.

"폐하,

폐하의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짐도 난처해서 그러오.
짐이 승상을 파직한다면 조정에서

그런 중임을 맡아서 처리할 사람이 누가 있겠소?
또 파직을 하지 않고 그냥 덮고 넘어간다면

국법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니,
이 대인이 묘책을 내어 보시오."

"신이 볼 때는

제갈양의 권한을 절대 철회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조정에는 대신할 자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북벌 실패는 부득이 처벌을 하셔야지요.
폐하, 그렇다면 절충안을 택하십시오."

"무슨 절충안이오? "

 

"제갈양을 우장군(右將軍)으로 강등 시키되,

승상의 병권과 군정은 그냥 수행하도록 하는 겁니다." 

 

"아! 그거 좋군요!

좋아요, 좋아!"

유선은 이엄의 두 손을 붙잡으며 기뻐하였다.

그러면서,

 

"역시,

경은 고명하시오."하고,

말을 하니 이엄이 고개를 숙이며 답례하였다.

 

"망극하옵니다."

한편,

가정대첩(街亭大捷)에서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온

사마의는 위제(魏帝) 조예를 알현하였다.
조예는 몸소 문밖까지 달려나와 사마의의 손을 잡고 안으로 인도한다.

"경(卿), 이번 승전은 그대의 공이 컸소.

애썼소. 정말 고생했소."

 

조예는 극도로 사마의를 추켜세우며 말하였다.
그러면서 한 술을 더 떠서,

 

"이런! 
얼마나 고생이 심했으면 얼굴이 다 상한것 같구려?"하고,

말하기까지 하니,

사마의는 이런 낯 뜨거운 소리를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망극하옵니다."

"태조와 선제께서 말하신 적이 있소.
군신 중에 경이 최고의 병법가라고.
이번 대첩으로 선제의 안목을 확실히 느꼈소."

 

"선제께서는 영명하셨지요.
선제의 교시와 폐하의 은혜가 없었다면

오늘의 승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사마의는 승리의 원천은 조예와 조비의 덕이라는

노골적인 사탕발림의 대답을 하였다.
조예가 한 통의 사령장을 건네주며 말한다.

 

"이걸 보시오."

사마의가 허리를 굽힌 채 조예가 건네는 사령장을 펼쳐 보니,

그곳에는 사마의를 대사마(大司馬)의 직위와 함께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에 봉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사마의가 사령장을 그대로 들고 있자
조예가 그것을 거두어 들인 뒤,
사마의를 등지고 돌아서며 말한다.

"짐은 이틀 전에

이 사령장을 경에게 주려고 써놓았던 것이오.
그런데 어떻게 될 것같소."

 

사마의는 느닷없는 조예의 물음에 대답할 바를 몰랐다.

그리하여,

 

"모르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조예가 그 대답을 듣고 말한다.

"헌데,

백관들의 상소가 있었소.
그대가 십오만 대군으로 서성에 갔을 때,
성 안에는 제갈양과 병사 수백 명 뿐이었으나,

그대는 제갈양이 타는 거문고 소리만 듣고

그를 살려주어 후환을 남겼다고 말이오."

사마의는
"성 안과 양쪽 산속에

복병이 있다고 믿었으니 신의 잘못입니다."하고, 

위제 조예의 말에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이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역린(逆鱗 : 용의 턱밑에 거스른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한다는 전설로써,

제왕의 분노를 비유한다)을 거스린 자는 결코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을

사마의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예는 상소를 올린 백관들의 의견에

기운 듯한 어조로 말을 한다.

 

"그리고 대신들 말로는

그대가 제갈양을 살려 준 것은 본인의 장래 때문이라고 하더군.

이유는 제갈양이라는 우환없이 사마의 자신도 쓸모없다 여길까 두려워서..."

 

사마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위제 조예를 우러러 쳐다보며,

"폐하!

그건 아니옵니다!"

 

"더구나 탄핵을 청한 상소에는 맹달이 거병하기 전,

신의가 그대를 찾아가서 이런 말을 했다더군,
짐이 잡혀가는 것을 지켜 보고,

조위가 멸망하고 나면 그때 대군을 동원해

왕위를 차지하고 천하를 노리라고..."
사마의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폐하!

결단코 그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사마의는 조예의 앞에서 벌렁 나 자빠졌다.

그리고 외마디 비명을 몇 번이고 질러댔다.

 

"아! 아! 아...악...!"

 

그러나 조예는

자신이 사마의에게 말한 것을 의심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사마의의 괴성과 몸부림도 말리지 않았다.

사마의는 몸을 돌려 조예의 앞으로 기어갔다.
​그리곤 조예의 옷자락을 붙잡고 외치었다.

 

"부디,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조예가 허리를 굽혀 사마의를 내려다 보며 말한다.

"경(卿),

그런 헛소문을 짐은 절대 안 믿소.

죽어도 안 믿소."

 

"영명하십니다! 영명하십니다!
영명하십니다! 영명하십니다!"

 

사마의는 조예의 발에다 대고 연실 고개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그때, 조예는 또 다른 소리로 사마의의 염장(鹽醬)을 지른다.

"허나,

서성의 죄를 물으라 난리요.

보시오."

순간,

사마의는 조예가 가르키는 탁자 위에

수북히 쌓여있는 상소문 뭉치를 보았다. 

 

"이리 많은 탄핵 상소가 있으니

짐도 상을 내리긴 힘들 것 같소."

 

"죄가 있으니 신이 가진 모든 병권을 박탈하시고

작위 역시 철회해 주십시요."

 

"짐은 그대를 아끼는 만큼 보호할 것이오.

잠시동안만 병권을 거둘 터이니, 당분간 편히 쉬고 계시오.
잠시 모든 것을 잊고..."

 

"살려주시는 것만도 하해와 같은 은혜이옵니다.
신을 완성의 고향으로 보내주십시오.
여생을 그곳에서 보내겠습니다."

"아니, 안 보낼거요.

이곳 낙양에 머무시오.

짐이 그대에게 대저택을 내려주겠소.
지금의 완성의 집 보다는 지내기가 좋을 것이오."

 

사마의는 그 말을 듣고,

반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하여,

"명에 따르겠습니다!"하고,

조예의 명에 즉각 복명하였다.

36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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