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삼국통일 - 2

오토산 2022. 5. 31. 07:54

삼국지 마지막회)

삼국통일 - 2

한편

진의 장수 왕준이 돛을 높이 달고 삼산(三山)을 지나가는데

배를 젓는 군사가 왕준에게 말한다.

 

"바람이 세고 물결이 높아 배가 앞으로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바람이 조금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가시지요."
왕준은 칼까지 빼들고 화를 낸다.

 

"지금 석두성(石頭城) 점령이 코앞인데 멈추자는 것이냐!"

 

그리고 당장 크게 북을 울리며 진군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때 오나라 장수 장상은 가망이 없는 싸움을 벌이려는 마음을 접고, 

십여 명의 군사들을 이끌고 왕준에게 와서 항복하기를 청했다.

왕준이 장상에게 말한다.

 

"그대가 진정으로 항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라면

선봉이 되어 공을 세우라."

 

장상은 곧장 자신의 전선으로 돌아가서

석두성에 이른 뒤, 성 안으로 소리를 쳐서 성문을 열도록 했다.
이리하여 왕준은 싸움 없이 석두성을 손에 넣었다.

진나라 군사가 입성했다는 보고를 받은 손호는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하려고 했다.

그때 중서령 호충(中書令 胡沖), 광록훈 설영(光祿勳 薛瑩)이 손호를 말린다.

 

"폐하,

안락공 유선(安樂公 劉禪)의 예를 따르심이 어떻겠습니까?"

 

손호는 그 말에 따르기로 했다.
항복의 절차에 따라 수레에 관을 싣고 스스로를 결박한 채

문무대신들을 뒤따르게 하고 왕준의 군사 앞으로 나가 항복했다.

왕준은 손호를 풀어주고 관을 불에 태우게 한 후,

왕의 예로써 그를 대해 주었다. 

 

이제 동오의 4주(州) 43군(郡) 313현(縣), 52만 3천 호(戶),

3만 2천 명의 관리, 군사 23만 명, 남녀노소 230만 명, 미곡 2백80만 섬,

배 5천여 척, 궁녀 5천여 명은 모두 진나라의 것이 되었다. 

 

나라의 대사(大事)가 정해지자

왕준은 방을 붙여 백성들을 안심시키고 모든 창고에 봉인을 붙였다.
이튿날 도준의 군사는 임금이 항복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 무너졌다.
이어서 진의 낭야왕 사마주와 왕융의 대군들도 전부 와서

왕준이 세운 큰 공을 보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다음날에는

두예도 도착하여 삼군에게 큰 상을 내리고

대도독의 직권으로 식량 창고를 열어 오나라 백성들을 구제했다.
두예의 넉넉한 인심에 그제서야 오나라 백성들은 마음을 놓았다. 
오의 건평태수 오언(建平太守 吳彦)은 성을 지키며

끝까지 항거하고자 하였으나

오나라가 이미 멸망했다는 소식에 곧 항복했다. 

 

왕준은 낙양에 승첩을 띄웠다.
조정에서는 오나라를 평정했다는 소식에

임금과 모든 신하가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축하연에서 진주 사마염은 술잔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오늘의 영광은 모두 양태부(양호)의 공로인데

그가 살아서 직접 보지를 못하니 애통하도다!"
표기장군 손수(驃騎將軍 孫秀)는 오나라 손권의 종손으로,

위나라 때부터 조정을 섬겨왔다.
손수는 승전 축하연이 끝나고

조정에서 나오면서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통곡한다.

 

"지난날 토역장군(討逆將軍, 손견)은

일개 교위(校尉)의 신분으로 기업(基業)을 세웠는데,

오늘 손호는 강남을 모조리 남에게 넘겼으니,

유유히 흐르는 푸른 하늘이여! 세상에 어찌 이런 사람을 내셨나이까?"
 
한편 왕준은 낙양으로 개선했다.
오주 손호도 낙양으로 함께 데려와서 진주를 뵙게 했다.
동오의 패주 손호는 진주 사마염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진주는 손호에게 자리를 내주어 앉기를 권하며 말한다.

 

"여기 앉으시오.

짐은 오래 전부터 이 자리를 마련해놓고 경이 오기를 기다렸소."

"신도 남녘 땅에 자리를 마련해놓고

폐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끌려온 와중에도 손호는 이렇게 당차게 대답했다.
진주 사마염은 손호의 당당한 태도에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곁에 있던 가충이 손호에게 묻는다.

"남쪽 땅에는 사람의 눈알을 뽑고 얼굴 가죽을 벗기는 형벌이 있다던데

대체 무슨 죄를 지으면 그런 형벌을 받는 것이오?"
손호가 곧장 대답한다.

"신하로서 제 군주를 시해하려는 자와

간사하고 불충스러운 자에게 가하는 형벌이오."

손호의 대답에 가충은 당황하여

얼굴이 붉어지고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손호는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가충이 느끼기에는 마치 '너 같은 놈'이라고

지적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주는 손호에게 귀명후(歸命侯)의 작위를 내렸다.
그리고 그 자손들은 중랑(中郞)으로 삼고,

함께 항복한 오나라 신하들은 모두 열후(列侯)에 봉했다.

 

또한 끝까지 충심을 다해 싸우다 죽은

승상 장제의 자손들에게도 빠짐없이 작위를 내렸다.
오나라 정복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왕준에게는

보국대장군(輔國大將軍)의 작위와 함께 큰 상을 내렸고,

그 밖의 군사들에게도 후하게 포상했다.

이로써 오래도록 정족지세를 이루던 삼국이

모두 진제 사마염의 수중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었다.
이른바 '천하대세는 합쳐진지 오래면 반드시 분열하고,

분열한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진다[天下大勢 合久必分 分久必合]'라는 말

그대로였다. 

그뒤 촉주 유선(蜀主 劉禪)은 태시(泰始) 7년(271)에,

위주 조환(魏主 曹奐)은 태안(太安) 원년(302)에,
오주 손호(吳主 孫皓)는 태강(太康) 5년(284)에 세상을 떠났다.

후세 사람들이 삼국의 발자취를 시(詩) 한 편으로 적어 노래했다.

高祖提劍入咸陽        한고조 칼 빼들고 함양에 들어갈 때, 
炎炎紅日升扶桑          이글이글 붉은 해 부상에 떠올랐네.
光武龍興成大統             광무제 크게 일어 대통을 이으니,
金烏飛上天中央    금빛 까마귀 하늘 한가운데 비상하였다.

 

哀哉獻帝紹海宇       슬프도다, 헌제가 천하를 이어받고서,
紅輪西墜咸池傍   붉은 해는 서쪽 함지 곁으로 떨어졌구나.
何進無謀中貴亂 하진이 무모하게 십상시의 난을 일으키니,
涼州董卓居朝堂              양주의 동탁이 조정을 차지했네.

 

王允定計誅逆黨       왕윤이 계책 세워 역당을 죽였으되,
李傕郭汜興刀槍         이각, 곽사 창칼을 들고 날뛰었네.
四方盜賊如蟻聚  도적이 사방에서 개미떼처럼 일어나니,
六合奸雄皆鷹揚      이 세상 간웅들 매처럼 날개를 편다.

 

孫堅孫策起江左    손견, 손책은 강동에서 일어나고,
袁紹袁術興河梁    원소, 원술은 하량에서 떨쳤도다.
劉焉父子據巴蜀      유언 부자는 파촉을 차지하고,
劉表軍旅屯荊襄   유표의 군대는 형양에 주둔하네.

 

張燕張魯霸南鄭     장연, 장로는 남정의 패권을 쥐고,
馬騰韓遂守西涼         마등, 한수는 서량을 지키도다.
陶謙張繡公孫瓚                     도겸, 장수, 공손찬도 
各逞雄才占一方   각기 웅재 떨쳐 한 지방을 차지했네.

 

曹操專權居相府              조조가 승상에 앉아 권력을 틀어쥐니,
牢籠英俊用文武                    문무 영재를 수하로 끌어들인다.
威挾天子令諸侯  천자에게 위엄 떨치고 제후들에게 호령하더니,
總領貔貅鎭中土                   사나운 군사로 중원을 진압하네.
 

樓桑玄德本皇孫               누상촌 유현덕은 본래 한나라 황손,
義結關張願扶主  관우, 장비와 의형제 맺어 천자 돕기를 원하네.
東西奔走恨無家        동분서주하여도 기반이 없음을 한탄하니,
將寡兵微作羈旅     적은 장수, 미약한 군사와 떠도는 신세여라.

 

南陽三顧情可深  남양의 삼고초려 그 정이 어찌나 깊었는지,
臥龍一見分寰宇     와룡은 첫 만남에 삼분천하를 알아보네.
先取荊州後取川         형주를 차지하고 후에 서천을 얻으니,
霸業圖王在天府        패업과 임금의 길 서천땅에 있었더라.

 

嗚呼三載逝升遐                       안됐구나, 유현덕 삼 년만에 승하하며
白帝託孤堪痛楚백제성 어린 아들 부탁하는 그 마음 찢어지게 아프도다. 
孔明六出祁山前                          공명이 여섯 번 기산으로 나아가니,
願以只手將天補          기울어가는 하늘 한 손으로 붙잡으려함이었네. 
 

何期歷數到此終                      어이하리, 운수가 다한 것을
長星半夜落山塢             한밤중 장성이 산기슭에 떨어지네.
姜維獨憑氣力高          강유 홀로 제 혈기, 능력에 의지하여
九伐中原空劬勞  아홉 번 중원을 쳤으나 공 없이 헛수고네.
 

鍾會鄧艾分兵進                종회, 등애가 두 길로 진격하니,
漢室江山盡屬曹                한나라 강산, 조씨 것이 되었네.
丕叡芳髦纔及奐 조비, 조예, 조방, 조모, 조환을 거치는 동안
司馬又將天下交                     천하가 사마씨로 바뀌었네.

 

 受禪臺前雲霧起                수선대 앞은 운무가 자욱하고,
石頭城下無波濤  석두성 아래는 물결조차 일지 않는구나.
陳留歸命與安樂                  진류왕, 귀명후, 안락공이여
王侯公爵從根苗    왕후공작은 그런 뿌리에 나온 싹이네.

 

紛紛世事無窮盡                     분분한 세상사 끝이 없고,
天數茫茫不可逃  아득한 하늘의 운수에서 도망갈 길 없네.
鼎足三分已成夢       정족삼분은 이미 꿈으로 돌아갔거늘,
後人憑弔空牢騷  후세 사람은 애도한다며 공연히 떠드네.

-삼국지(三國志) 끝-

※부족함을 이해해주시고,

연재 날짜를 기다려서 애독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가족과 화목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