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옛 철길을 달린다.
미포 - 달맞이 - 청사포 - 다릿돌 - 구덕포 - 송정
다섯정거장을 차례로 가며 서면서
옛 기찻길을 잘도 달린다.
곁에는 산책로가 있어 삼삼오오 웰빙걷기 운동하는 사람이 동무하고
머리위에는 스카이켑슐 트램이 서서히 이동하며 사랑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해운대 미포에서 시작하는 해변기차는
송정 옛 기차역까지 옛 추억을 영화로 보여주는
해운대불루라인 코스가 우리를 낭만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모두 바다를 바라보도록 설치된 객차 좌석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다 잡지못해 입석까지 꽉 차있다.
우리는 재미삼아 점심도 먹을겸
청사포 역에서 잠시 내렸다.
푸른모래가 깨끗한 조용한 어촌마을이었었는데
지금은 관광마을로 북적이며 어지간히 붐비고 있다.
우리는 반갑게 맞아주는 하와이풍 멋쟁이 식당에서
이름만 맛있는 푸짐한 물회로 배를 채우고
그저 맥주 한잔으로 해외여행이나 나온듯 멋을 부리고 앉았다.
길가에 너무나 멋진 소나무 고목이 있어서 잠시 들렸더니
슬픈 바닷가 아낙의 전설이 소나무를 안고 있다.
300 년 묵은 고목소나무는 아직도 어부가 귀환하도록 비는
슬픈 아낙의 당집을 앞에 안고서
그저 말없이 물끄러미 오고가는 나그네들을 살핀다.
이제는 바다보다는 뒤길에 있는 철도역을 보고
하염없이 역앞에서 서성이는 아낙이 된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나선김에 송정역까지 내처 가보기로 했다.
다시 기차에 올라 지나치는 몇개의 역은
그전에도 있었을것같지는 않은 바닷가 전망대를 들리는 역도 있고
옛 바닷가 포구를 머물렀다가는 구덕포 역도 있다.
여기서 종착역인 송정역에는
옛날 송정해수욕장을 추억하는 바닷가 동네도 보이고
멀쩡하게 조그마한 역에 역무원들이 차표를 팔고 있고
대합실에는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들이 서성거린다.
우리는 철길에 놓인 휴게차에 올라 잠시쉬고
1918 년 경주,포항을 시작으로
1935 년 부산까지 개통되어 기적소리울리며 줄곧 달리던 기차는
승강장( 플렛폼 )은 국가등록문화재로 보존되면서 그대로 남아있고
지금은 조그마한 역사 하나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우리는 다시 돌아오는 기차에 올라
차창을 스치고 지나가는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곳이 우리나라 동해바다가 끝나는 곳이고
여기서부터는 남해가 시작되는 지점이란
아주 이색적인 방송을 듣고 있다.
그저 푸르기만한 저 일렁이는 파돗치는 저곳이
동해 끝, 남해 시작, 이라니
우리 삶도 그같이
오늘 끝, 내일 시작 하지않을까 무섭기 시작한다.
그래도 오늘은 오늘이다
저렇게 날보고 춤추는 파도도 오늘만은 내것이고
저렇게 남해라는 저 바다도 오늘은 모두 내것이다.
어쩌란 말이냐
내것이라는데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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