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서명(西銘)의 불괴옥루(不愧屋漏)

오토산 2023. 7. 12. 21:25
● 불원재 유교문화 해설 (118)
【서명(西銘)의 불괴옥루(不愧屋漏)】
 
서명은 중국 북송시대의 유학자 장재(張載, 1020~1077)의 대표적 논설이며,
그의 자는 자후(子厚), 봉상 미현의 횡거진(橫渠鎭) 출신으로 횡거선생(橫渠先生)이라 하고 존칭하여
장자(張子)라고 불리며 문묘(文廟)에 모셔진 송조육현(宋朝六賢)의 한 분이다..
 
장재는 공부방(書齋)의 동쪽과 서쪽에 잠명(箴銘)을 붙여 놓고,
동쪽의 동명(東銘)에는 ‘우둔함을 바로잡는다’는 ‘폄우’(貶愚)라 하고,
서쪽의 서명(西銘)에는 ‘어리석음을 물리친다’는 ‘정완’(訂頑)이라 하였다.
 
《서명》은 "천지만물"과 "나"라는 존재와의 일체에서 얻어지는 "인(仁)"이라는 주제의 글로서
전체 253자의 글자에 담긴 내용은 앞 부분은 “사람이 천지의 아들임을 밝힌 것”이며,
뒤의 내용은 “사람이 천지를 섬기는 것을 마치 자식이 부모 섬기듯 해야 함”을 말한 것으로
퇴계선생의 《성학십도》중 제2도에 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서명의 내용중 “불괴옥루 위무첨(不愧屋漏 爲無忝)이오, 존심양성 위비해(存心養性 爲匪懈)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보이지 않는 구석방에서도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욕됨이 없음이요,
착한 마음을 보존하고 천성을 기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 말은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 것은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아서 부모를 섬기는 참다운 효자라 할 수 있고,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착한 본성을 지켜 보존함을 게을리 하지 아니하는 것은 하늘을 섬기는 것이다,
사람은 천지(天地)의 기(氣)를 받아 부모(父母)로부터 태어났으니 하늘이 아버지요 땅이 어머니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의 정기를 받아 태어났으니 이 몸은 곧 나의 몸이 아니라
부모의 몸이니 부모를 섬기는 자는 그 몸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하며,
사람은 천지를 부모로 태어났으니 하늘을 섬기는 도리는 착한 본성을 지켜가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효경(孝經)』에 사람의 ‘신체와 피부, 터럭하나까지 모두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헐거나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효행의 첫걸음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毀傷 孝之始也)’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천지의 기를 받아서 태어났으니 사람의 본성은 곧 천지의 본성이다.
하늘을 섬기는 자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그 본성을 보양할 줄 알아야 한다.
 
천리(天理)를 보존하고 본성을 기르는데 게으르지 아니함은 부모를 섬기고 천지를 섬기는 데 게으르지 아니한 것이다.
게으르지 아니한 연후에 욕되게 아니할 것이요, 욕됨이 없으면 깊은 구석방에 혼자 있어도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말은 부끄러움이 없이 산다는 것은 부모에게 욕됨이 없게 하는 효행의 실천이요,
부모에게 욕됨이 없이 섬기는 마음으로 하늘을 섬기는 것이니,
하늘은 섬기는 것은 곧 하늘로부터 받은 착한 본성을 지켜가는 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시경(詩經)』 〈대아편〉에 이르기를
“그대 홀로 방에 있는 것을 살펴보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끄러움이 없구나(相在爾室, 尚不愧于屋漏)”라 하여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늘 행동을 삼가하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라’는 말이며
또 『시경』 〈소완편〉에 “나는 나날이 힘쓰고 너는 다달이 힘을 써서. 일찍 일어나 늦게 잘때까지
너의 부모에게 욕됨이 없게 하라(我日斯邁 而月斯征 夙興夜寐 無忝爾所生)”는 것은
‘너를 태어나게 한 조상에게 욕됨이 없게 하라’는 말이다.
 
『중용』 33장에 『시경』에 이르기를 ‘고기가 비록 물 속에 엎드려 숨어 있어도, 역시 그 모습이 훤하게 보이네,
그러므로 군자는 안으로 살펴 부끄러움이 없고 그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음이라.
군자가 가진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오직 자신을 삼가 하는 것이다’ 라 하였고
또 말하기를 ‘너 홀로 방에 있을때 자세히 살펴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부끄러움이 없구나,
그러므로 군자가 나타나지 않아도 백성들은 공경하며,
말하지 않아도 백성들은 군자를 믿는다(相在爾室 尚不愧於屋漏 故君子不動而敬 不言而信)’라고 하였다.
 
○ 안동시 서후면 물한리 작산(鵲山)에는 진성이씨 2세조이자 퇴계선생의 5대조인
송안군 이자수(李子脩)의 유덕을 추모하는 작산정사(鵲山精舍)와 구강당(舊講堂), 송안군묘(松安君廟),
주사(廚舍)등 유적이 있다.
그 뒤편에는 퇴계의 증조부 선산부사 이정(李禎)의 묘소 재사인 가창재사(可倉齋舍)가
ㅁ자형 구조의 2층 누각에 6간대청의 누마루가 우뚝하다.
구 강당은 새로지은 작산정사 이전에 후손들이 모여 송안군의 시제(時祭)와 문중회합을 갖던 강당으로
조선 성종 11년(1480년)에 지어진 건물로 정면 5칸 측면 2칸의 건물로 가운데 3칸 대청을 두고
좌우로 온돌방을 두었다.
방문 위에 현판이 붙어 있으니 장횡거의 《서명》에서 인용하여 동쪽방을 비해재(匪懈齋)라 하여
‘조상을 섬기는 도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말이며,
서쪽방을 무첨재(無忝齋)라 하였으니 ‘조상에 욕됨이 없도록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산다’라는 뜻으로
후손들에게 경계하였다.
 
또한 퇴계선생의 조부 노송정 이계양(李繼陽)의 종택 입구에는 성임문(聖臨門),
별당 앞에는 노송정(老松亭)이라는 현판이 붙어있고,
그 방문 위에는 『시경』의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늘 행동을 삼가하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라(相在爾室, 尚不愧于屋漏)’에서 인용하여 해사
김성근(金聲根)이 쓴 옥루무괴(屋漏無愧)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안채의 돌출된 방문 위에는 퇴계선생태실(退溪先生胎室)이라는 현판과 기문이 붙어있다.
 
경주 양동마을의 여강이씨 회재종택의 별당 제청의 마루위에는 무첨당(無忝堂)이란 현판이 붙어 있으니
이는 『시경』의 ‘종일토록 너의 부모에게 욕됨이 없게 하라(夙興夜寐 無忝爾所生)’에서 인용한 것으로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선생의 손자 이의윤(李宜潤, 1564~1597)의 당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