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공근겸화(恭謹謙和)- 공손하고 삼가고 겸허하고 온화하다

오토산 2024. 3. 14. 06:42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20) 공근겸화(恭謹謙和)- 공손하고 삼가고 겸허하고 온화하다

  • 기사입력 : 2024-03-12 08:09:18
  •   
  • 도산서원(陶山書院) 선비문화수련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가장 감명 깊은 과정’을 물으면,
  • ‘종손(宗孫)과의 대화’라고 대답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 종손은 어린애가 오건, 어른이 오건 누가 와도 꿇어앉아서 대화를 하고
  • 반드시 대문 밖에까지 따라 나가 전송하고 손님이 떠나야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 들어가신다.
  •  
  • 족보에 실린 원래 이름은 돈환(惇煥), 원래 자(字)는 승욱(承旭)이었다.
  • 권오봉(權五鳳) 교수가 자를 성유(聖幼), 호를 청하(靑霞)라고 지어 주었다.
  •  
  • 1970년 12월 8일 도산서원 성역화사업 준공식에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참석하였다.
  • 대통령이 윗대 종손 동우(東愚) 이동은(李東恩) 공에게 “아드님은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는데
  • “인천서 고등학교 교사로 있습니다.”
  • “안 되지요. 아버지 곁에서 종손 교육을 받아야지요”라고 하고는 떠났다.
  • 그 뒤 대통령이 조치를 하여 도산초등학교 등의 교장으로 재직하다 퇴직했다.
  •  
  • 종손이 되자
  • 근 500년 동안 새벽 축시(丑時)에 지내던 퇴계선생 불천위(不遷位) 제사도 초저녁 제사로 바꾸고
  • 내외분 합사(合祀)도 시행했다.
  • 제수도 대폭 줄였다.
  • “시대에 적응하지 않으면 존속하지 못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 도산서원 사당에는 여성들의 출입을 금했는데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 2019년 향사(享祀)에는 여성 초헌관(初獻官)도 초빙하였다.
  • 축시에 모시던 향사도 낮 11시에 모시도록 했다.
  •  
  • 필자는 1987년부터 종손 어른을 모시며 지냈다.
  • 엄숙함보다는 화락(和樂)함으로 사람을 교화(敎化)하는 힘이 컸다.
  •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화합에 더 무게를 두었다.
  •  
  • * 恭 : 공손할 공. * 謹 : 삼갈 근.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 * 謙 : 겸손할 겸. * 和 : 화합할 화.
  • 가까이 모시던 어른의 특징을 표현하기는 정말 어렵다.
  • 그래서 옛날부터 “지극한 정분은 글로 표현할 수 없다.[至情無文]”이라는 말이 있다.
  • 굳이 이 어른의 언행의 특징을 표현하자면 “공손하고 삼가고 겸허하고 화락하셨다.
  • [恭謹謙和]”라는 네 글자로 될까? 이 어른을 아는 다른 분들이 동의를 하실지?
  •  
  • 세상을 교화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했는데
  • 만년에는 ‘조복(造福 : 복을 만들자)’라는 글씨를 매일 200폭 이상 써서 널리 나누어주었다.
  •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언행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  
  • 퇴계선생 종가는 전국 유가(儒家)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 곧 종가의 종가다.
  • 모든 예법과 제도가 다른 종가의 모범이 된다.
  • 그러니 한 마디 말, 한 가지 행동도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러나 종손은 지극한 효자라서 부친이 살아 계실 때까지는
  • 부친의 뜻을 정성을 다해 받들었기 때문에 어떤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 어려서 집안에서 한학(漢學)을 공부하다가
  • 해방 후 경북대학교(慶北大學校)를 졸업하고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었다.
  •  
  • 선비문화수련원의 설립자가 바로 퇴계(退溪) 선생의 16대 종손 청하(靑霞) 이근필(李根必) 어른이다.
  • 지난 3월 7일 오후 2시경에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1932년 생이니까, 금년 93세다.

'인문교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례문화보존회 시민강좌를 다녀와서  (0) 2024.06.26
영(永)자 팔법  (0) 2024.03.31
선비들의 영원한 이별의 글  (0) 2024.03.12
2024(甲辰)년 청룡(靑龍)이 여의주를 얻다  (0) 2024.01.03
양반과 상놈  (0) 2023.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