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임종시★
이보게, 친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때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쓺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 쥔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에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과 같이,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 원적 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詩를 읊으시고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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