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의 눈꺼풀은 어디로 갔을까?
눈에 대한 긍정적 시각 - 조소진 그림 제공 포털아트 ◎ 달마의 눈꺼풀은 어디로 갔을까? 어느 날 동네에 아주 큰 감자탕집이 생겼습니다. 입구로 들어서면 계산대 뒤에 걸린 커다란 달마도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초기에는 손님이 많아 저녁에는 앉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몸집이 좋고 호탕하게 생긴 50대 남자였는데 장사를 처음 시작했는지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것도 멋쩍다는 듯 식당의 모든 일을 종업원에게 맡기고 자신은 카운터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손님의 동태를 살피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어느 날 감자탕에서 머리카락이 나오자 손님이 주인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주인은 처음에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되레 손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일을 하다 보면 머리카락이 떨어질 수 있지, 그걸 가지고 많은 손님 앞에서 이렇게 언성을 높여야 옳은가 하는 게 주인의 적반하장 논리였습니다. 머리카락을 발견한 가족 단위의 손님은 언성을 높이며 식당을 떠났고, 다른 손님도 불쾌한 표정으로 주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날 이후 주인은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아졌고 식당을 찾는 손님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단 몇 달 사이에 파리 날리는 공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식당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주인은 당황한 심정으로 주변의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식당 운영이 처음인 그에게 명쾌하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도리 없이 식당 운영을 접기로 하고 건물 주인에게 전화를 걸자 꼬장꼬장해 보이는 팔순의 백발노인이 식당에 나타났습니다. 건물 주인은 카운터 뒤쪽에 걸린 달마도를 물끄러미 주시하다가 차분한 어조로 물었습니다. “ 혹시 달마의 눈이 왜 저렇게 크고 무섭게 생겼는지 아는가?” 노인의 물음에 식당 주인은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나서 이렇게 질타했습니다. “ 근원도 뜻도 모르는 그림을 걸어놓고 장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비는 심사가 도둑놈 심보 아닌가. 달마는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면벽 수행하다가 졸음을 이기기 어려워 칼로 자기 눈꺼풀을 도려내 버렸어. 수행을 방해하는 잠을 쫓아버리기 위해 아예 눈을 뜨고 감을 수 없게 만들어버린 걸세. 무슨 말인지 알겠나?” 노인은 장사에 임하는 식당 주인의 한심한 자세를 가차 없이 질타했습니다. 참선을 방해하는 졸음을 쫓기 위해 눈꺼풀을 도려낸 달마와 감자탕집 주인의 사례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식당에 걸린 달마도의 의미는 순식간에 변질되었습니다. 보나마나 장사가 잘되게 해 달라고 사서 건 그림일 터인데 이제는 주인의 안일과 나태를 꾸짖고 질타하는 눈빛으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주인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뒷날, 달마가 눈꺼풀을 묻은 곳에서 사람 눈꺼풀 모양의 새순이 달린 관목이 자라났습니다. 스님이 새순을 따 달여 먹으니 잠이 달아나고 정신이 맑아졌다 하여 차(茶)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물론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달마의 눈꺼풀 이야기에는 각성의 의미가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세상에 숱하게 걸린 달마도는 복을 부르는 그림이 아닙니다. 귀찮다고,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세태를 향해 각성하라고, 각성하라고 눈꺼풀이 없는 눈으로 오늘도 달마는 우리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끽다(喫茶), 차를 마시고 정신을 맑게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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