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부부
“부부와 불륜 구분하는 법 알아요?”
지난 연말 식당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는 내게 아내가 물었다.
물론 알 턱이 없지만
설령 안다고 해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질문은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한
“주목!” 같은 것이니까.
게다가 질문 자체가 너무 민감하지 않은가.
나는 삼겹살을 뒤집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내는 입맛을 한번 다신다. “이런 식당 사장님들은 다 안대.
주문할 때
남자가 비싼 음식을 이것 저것 많이 시키면
불륜이고,
여자가 값싼 음식으로 적당한 양을 시키면
부부래.”
나는 적당히 구워진 삼겹살을
한입에 먹기 좋을 정도로 자른다. “맞네. 우리도 그렇잖아.”
“또 자리에 앉을 때도
부부는 마주 보고 앉는데
불륜은 옆에 딱 붙어 앉는대.
부부는 말없이 열심히 먹기만 하는데
불륜은 음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대화를 한대.”
불륜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음” 이지만
일상적으로는 다르게 사용된다.
리처드 테일러는
『결혼하면 사랑일까』에서
불륜을
“두 당사자 중 적어도 한쪽이 결혼한 상태이거나
실질적인 혼인관계를 맺고 동거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강렬하고 열정적인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부부 사이가 아닌
이성 간의 성적 관계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좀 이상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그러니까
윤리를 벗어나는 일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왜 배우자 외의 이성과 맺는 성적 관계만을
불륜이라고 하는 걸까?
나는 불의 세기를 약하게 낮춘다.
“다 구워진 것 같은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좀 먹읍시다.”
“부부도 가끔 대화를 하긴 하는데
대개 돈이나 자녀 교육 문제로 다툰대.
상대를 비난하거나 윽박지른다는 거야.
반면
불륜 커플은
문학이나 영화, 철학이나 예술 같은
우아하고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주로 한대.
신기하게 그런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웃는다는 거야.
불륜은.”
아내는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이럴 때 나는 좀 난감하다.
아내를 향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나는 일단 우아하게 소주를 한잔 마신다.
그리고
삼겹살 한 점과 얇게 썬 마늘과 쌈장에 찍은 고추를
상추와 깻잎에 싼 다음
입을 형이상학적으로 크게 벌려 먹는다.
그 꼴을 아내가 애틋한 눈으로 바라본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아내가
소주를 따라 한 잔 마신다.
“고기를 먹을 때도 부부는 저 먹기 바쁜데
불륜은 상추에 고기를 싸서 서로에게 먹여준대요.
어때요?
부부보다 불륜이 더 낫지.
우리도 불륜할까?”
몇 번 씹지도 않고 삼킨 쌈이 목에 끅 걸린 것 같다. 벤 프랭클린은
“사랑 없는 결혼이 있는 곳에
결혼 없는 사랑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는
결혼 없는 사랑에 빠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불륜이 결혼생활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이미
실패한 결혼에서 불륜이 생겨나는 것인지 모른다.
사람에게는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인정해주는 상대가 필요하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묻는다. “당신 정말 괜찮겠어?” “무슨 소리야.
우리도 불륜 커플처럼 다정하게 지내보자는데.
쌈부터 싸줘 봐요.”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 큰 메뚜기
관광차 한국에 온 일본인이
한국 안내원의 안내를 받으며
과천 동물운을 방문했다.
한국 안내원이 기린을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이 기린은 한국에서
가장 키가 크고 가장 목이 긴 기린입니다."
그러자
그 일본인이 비웃으면서 말했다.
"일본 동물원에는
키가 아파트 10층 높이가 되는 기린도 많습니다.
이 기린의 크기는 정말 가소롭군요."
한국 안내원은 몹시 기분이 상했지만
꾹 참고 이번에는 코끼리를 소개했다.
"이 동물은 한국에서 가장 몸집이 크고
몸무게도 가장 많이 나가는 코끼리입니다."
이번에도
일본인은 허리를 잡고 웃음을 터뜨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일본 동물원의 코끼리는
작은 놈도 몸집이 집채만 합니다.
한국 동물원의 동물들은 크기가 장난감 같군요!"
이런 반응에 한국 안내원은
기분이 거의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일본 사람이 캥거루를 가리키며
"저건 무슨 동물이죠?"하고 물었다.
이에 안내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메뚜기다. 인마!"
●. 결코 쉽지 않은 문제
다음 세 사람 중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인가?
(아니면 모두 똑같이 나쁜 사람인가?)
사람들은
A를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고 부른다.
B는 어디에서나
"짐승과 똑같은 놈"이라고 불린다.
C에 대해서 말할 때는
"짐승보다 더한 놈"이라고 한다.
●. 경망스러운 사람에 대한 치료약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상황 파악을 잘하지 못하거나
경망스런 행동으로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빈축을 사는 사람은 시래기
(배추 잎사귀나 무청을 말린 것)나
가마솥에서 눌린 누룽지를 먹는 게 좋다.
이런 음식에는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충분히 먹으면 '철'을 많이 흡수하게 된다.
사람은 '철이 들면'
쓸데없이 까불거나 경망스럽게 행동하지 않는 법이다.
●. 우애를 위해 마시는 술
어떤 사람이 술집에 들어와서
술을 주문하면서 술 다섯 잔을 따로따로 따라서
팔라고 했다.
술집 주인은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손님의 요구대로 했다.
손님은 다섯 잔의 술을 차례로
한 잔씩 마시더니 술값을 치르고 나갔다.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이 손님은 그 술집에 와서 그런 식으로 술을 마시고
돈을 지불하고 갔다.
어느 날 손님과 꽤 친숙해진 주인이 물었다.
"손님, 감히 여쭈어보고 싶은데요.
왜 다섯 잔을 따로따로 부어서 술을 마십니까?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그러자 손님이 대답했다.
"아, 나에게는 형님이 네 분 있답니다.
그러니까 우린 오형제인 거죠.
지금은 이리저리 떨어져 있어서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니
형님들을 생각하면서 술을 마시는 거랍니다."
주인은 감탄했다.
"형제간의 우애가 정말 대단하군요!"
며칠 후
이 손님이 술집에 들러서 이번에는
술을 넉 잔만 달라고 했다.
궁금한 주인이 물었다.
"왜 오늘은 넉 잔만 드십니까?"
손님이 대답했다.
"내가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는데
의사가 술을 끊으라고 그럽디다.
그래서
오늘 부터는 내가 과감히 술을 끊은 거요."
●. 큰일 날 뻔한 상황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맹구가
변기통에서 신나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것을 본 의사가 물었다.
"맹구 씨, 물고기가 잘 잡힙니까?"
그러자
맹구가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의사 양반,
당신 미쳤소?
변기통에 무슨 물고기가 산단 말이오?"
의사는
맹구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하며
마음속으로 맹구의 병이 거의 나았다고 여기고
기뻐했다.
의사가 가버리자 맹구가 중얼거렸다.
"휴~ 십년감수했네.
하마터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낚시터를 빼앗길 뻔했잖아!"
●.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은데
한 젊은 신문기자가 99번째 생일을 맞은
할아버지를 단독 인터뷰했다.
노인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건강하고 사리 판단도 매우 분명했다.
크게 감동한 기자는
1년 후 노인이 100살 되는 날에
다시 인터뷰하러 오기로 노인과 약속했다.
기자는
다시 인터뷰하거 오는 그 날까지
건강히 살아 계시라는 인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제가 다시 찾아 뵐 때까지 부디 살아 계십시오"라고
말한다면
노인에게 괜히 죽음을 상기시키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르신,
1년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상면하기 바랍니다."
그러자 노인의 표정이 갑자기 상기되었다.
그리고
기자의 어깨를 만지면서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젊은 기자 양반,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무슨 몹쓸 병이라도 걸린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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