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이화령옛길과 원풍리 미륵불(처음처럼昨)

오토산 2014. 11. 30. 15:13

 

 

 

 

 

때론 느긋하게 그리고 한가하게,

 

더더구나 나홀로 호젓하게,

 

남이 잘 다니지 않는

꼬불거리는 문경새재  옛길

이화령 고개를 넘다 보면

이외로 덤 같이

미륵사 청정한 유리세계를 만나기도 한답니다.

 

이럴때는 추억도 함께 걷는게 제격이지요.

 

오늘 서울가는길에

마침 나혼자 가게되었으므로

아주 작정하고

나그네의 절실한 마음을 느끼기위해

낙엽조차 다 떨구고 보기만해도 외롭고 추워보이는

낙엽송 가로수가 떨고있는

문경 새재 휑~ 하니 달릴수 있는

터널 굴로 그냥가지않고

오히려 애써 찾아서 가게되는

이화령 옛길로 들어섰다.

 

역시 역시나...

 

외로운건 외로운것끼리 통하나 보네요.

마음에 착 담기면서

만추도 한참을 지난

초동의 다지난 쓸쓸한 가을의 흔적에서도

진한 정을 느끼게 되고 제대로 나그네 마음이 발동하네요.

 

고개마루엔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느낄려고 그러는지

삼삼오오 모여 산을 내려다 보며

꼬불거리는 산길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신선이 되어 인간사 사바세계 내려다 보듯이...

 

연풍에 내려서서도 나는

또 옛길을 찾아들고 좁고 불편한 길을 애써 찾는데

원풍리 마애불이 비식 웃으며 맞는다.

 

조각 솜씨도 그러하거니와

길가에 서서 오고가는 사연많은 사람들에게

마음 보시하려는듯 뭉뚱거려 만들어져

오히려 잘 조각된 화려한 신라마애불보다 정겹다.

 

마치 너무나 예뻐 잘생긴 사람에게 괜히 시샘나듯이

그래서 친근하기보다 무언가 시비나 걸고 싶듯이

이래 생겨야 마음에 뭉친 애나 한을 설설 풀어내기 마련이지...

 

한참을 서성이다가

내친김에 다시 미륵사 가는길로 접어들었다.

 

전엔 그리도 자주 찾아갔던

미륵사 불상에

처다보면 무엇이나 얻어 안을까 하고...

 

비켜선 햇살 탓인지

아님, 쪽빛으로 맑은 초겨울 하늘때문인지

바라다 보이는 미륵사 전경은

마치 성불하여 찾아든

유리청정 세계같이만 느껴진다.

 

아, 아 !

이런 맛을 보려고

오늘 이길을 찾아왔구나.

 

석등 붉밝기 창에 비친 불두 미륵도

다시 내려다본 화창에 담긴 불탑도

모두 내 마음에 간직된 소중한 보물이 된다.

 

오늘따라 한가하게 약간은 외롭고 쓸쓸하게

그러나 너무 아리지는 않게  호젓하게

 

그리 돌아보고 물러서는 나에겐

분명히 나보고 열심히 염불하는

미륵의 잔잔한 다독임이 들린다.

 

그래서 대답했다.

 

괜찮아요.

이런 마음이어야 내가 보이고

이래 아파야 내일도 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