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오토산 2011. 12. 8. 18:16

 

 

제3장 둔(屯, 수뢰둔)  [ㅡ , 水雷屯]

           

 

       ◆ 사랑할 때와 기다릴 때

 

         사랑은 세상만물의 본성이며,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

            가르치치 않아도 누구나 사랑을 할 줄 알고,  훼방을 놓아도 사란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의 열매는 지혜로운 눈을 가진 자만이 맛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보는 눈,  사랑을 예측하는 밝은 눈을 가진 사람만이

            마지막 결실까지도 아름다운 사랑을 가꿀 수 있다.

 

 

            屯 元亨利貞 勿用 有攸往 利乾侯  

          磐桓 利居貞 利建侯 

          屯如 邅如 乘馬班如 匪寇 婚媾 女子 貞 不字 十年乃字

          卽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 幾 不如舍 往 吝

          乘馬班如 求婚媾 往 吉 无不利

          屯其膏 小貞吉 大貞凶

          乘馬班如 泣血漣如

 

 

  둔(屯)의 애욕은 元, 亨, 利, 貞의 모든 시간대에 적용된다.  욕정을 억누르소 미래를 위한 큰 뜻을 세워 매진함이 옳다.

 

  屯의 시절, 곧 사춘기에는 누구나 목표 없이 방황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비록 큰 욕망이 엄습하더라도 끝까지 자신을 억제할 줄 알아야 하고,  먼장래를 위하여 뜻을 크게 세워야 한다.

 

  여리고 순진한 사람이 온갖 멋을 부리며 첫사랑을 하지만 대개 연인은 떠나고 오랫동안 실연의 아픔에 시달리게 된다.  

  숲속에서 사슴을 발견하나 몰이꾼이 없으니,  욕심을 내어 잡으려고 나아가면 얻지는 못하고 고생만 한다. 

 

  연애를 발전시켜 최종적으로는 결혼에 이르러야 길하고 어려운이 없다.  젊은 나이에 욕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여인을 만나는 일은, 그것이 짧은 시간에 끝나면 괜찮지만 길어지면 흉하다.

 

  철부지의 욕망으로 중요한 시기를 허비하고 때를 놓친다면 뒤에 깨닫고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元亨利貞 勿用 有攸往 利乾侯  (둔 원형리정 물용 유유왕 리건후)

   

    屯은 사랑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사랑은 元, 亨, 利, 貞의 단계와 시기를 모두 거치게 된다.  풀어보자면 원은 사랑의 근원이며,  형은 첫사랑의 시기이며,  리는 열애의 상태이며,  정은 헤어짐이다.

 

  屯은 또한 사랑에 민감해지기 시작하는 어린 청소년을 상징한다.

  性에 누을 뜨게 되고 때때로 욕정에 시달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의 사랑은 인생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글 위험 또한 매우 높다.  그래서 아직 쓰지 말라(勿用)고 했다.  둔은 사랑을 배우는 시기이지,  사랑에 빠져 현재에 안주할 때가 아닌 것이다.

 

  이 시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앞날을 내다보고 큰 목표를 세워 정진하는 것이다.  리건후(利乾侯)는 제후(侯)를 세워야(建) 이롭다(利)는 말이자,  장차 제후가 될 큰 뜻을 세워야 이롭다는 말이고,  유유왕(有攸往)은 그런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磐桓 利居貞 利建侯  (반환 리거정 리건후)    

 

  둔의 시절, 사춘기에는 목표없이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성 문제로 고민하게 되는 일이 잦다.  사춘기에 들어서 이성을 생각하며 이리저리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반환(磐桓)이다.  이렇게 되면 공부에뜻을 두지 못하고 한곳애 안주하지도 못한다.

 

  이런 시기에는 당연히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한곳에 멈추어 안정하고,  청운의 뜻을 세워 노력해야 한다.  리거정(利居貞)은 이처럼 마지막 순간(貞)까지 안착(居)해야 이롭다(利)는 말이고,  리건후(利建侯)는 앞에서서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위한 큰 뜻을 세워야 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屯如 邅如 乘馬班如 匪寇 婚媾 女子 貞 不字 十年乃字

     (둔여 전여 승마반여 비구 혼구 여자 정 불자 십년내자)

 

  첫사랑이 이떻게 진행되고 끝나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누구나 사춘기에 첫사랑의 열병을 앓지만 그 시작과 끝을 알고 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첫사랑의 묘미이자 첫사랑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역>은 첫사랑이 잘못된 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먼저 경계한다.  어떻게 잘못된다는 걸까?

 

  둔여(屯如)는 새싹처럼 순진한 소년의 사랑이 이제 막 움트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니 첫사랑의 시작이다.  전여(邅如)는 뚜렷한 목적도 없이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고,  승마반여(乘馬班如)는 말을 타고 멋을 부리며 여기저기 나돌아다니는 모양을 형용한 말이다.  모두 첫사랑에 빠진 젊은이의 치장과 방황을 상징한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도적놈이 아니면서도(匪寇) 도적놈 소리를 듣게 되는 사단이 벌어진다.  길거리를 방황하다 고내한 오해를 사게 된다는 경계다.

 

  그런 사랑의 와중에 남자는 청혼을 하게 된다.  이것이 혼구(婚)다.  하지만 첫살랑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여자는 떠나고 사랑은 끝(貞)이 난다. 그 사이에 아기를 배지도 못했고(不字),  10년 동안 사귀었어도 가정을 꾸리지도 사랑의 결실을 맺지도 못했다(乃字). 그러니 남는 것은 살연의 아픔뿐이다.

 

  이처럼 여리고 순진한 사람이 온갖 멋을 부리며 사랑을 하지만 연인은 떠나고 결국 오랫동안 실연의 아픔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 <주역>에서 그린 실패한 첫사랑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卽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 幾 不如舍 往 吝 (즉록무우 유입우림중 군자 기 불여사 왕 린)   

 

  그렇다면 이렇게 첫사랑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왜인가?    <주역>은 주변 환경을 이야기한다. 

  이 구절은 첫사랑의 실패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되,  몰이꾼도 없이 사슴을 잡으러 숲 속으로 들어가는 어린 사내의 이야기를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록(鹿)은 사슴이니,  사슴처럼 아름답고 귀한 여인을 상징한다.  무우(无虞)는 몰이꾼이 없다는 말이니,  사랑을 완결시키는 데 필요한 사람이나 환경의 준비가 되지 않음을 말한다.  그런데도 군자(君子)는 사슴을 잡으러 숲으로 들어간다(惟入于林中),  게다가 이 숲은 한번 들어가면(幾) 쉽게 포기하고 떠날 수 없는(不如舍) 숲이다.  하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往) 사슴을 잡으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생(吝)뿐이다.

 

 

     乘馬班如 求婚媾 往 吉 无不利   (승마반여 구혼구 왕 길 무불리)  

 

  어린 나이에 겪을 수 있는 사랑 가운데 두 번째 사랑에 대해 설명한 구절이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승마반여(乘馬班如), 곧 사랑을 위한 치장과 만남의 노력이 먼저 증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침내 사랑에 성공하여 결혼에 골인한다.  구혼구(求婚媾)는 여자에게 구혼하여 결혼을 이루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往) 모든 것이 길(吉)하고 불리할 것이 전혀 없다(无不利).  어린 나이에 연애하여 결혼을 하더라도 행복하게 사는 데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일찍 여자를 만나고 결혼하는 것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주변에서도 아직 어린 사람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부분을 따로 떼어낸다면,  철부지의 첫사랑과 달리 성년이 되어 정상적으로 결혼에 성공하는 아름다운 사랑을 말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둔(屯)>은 기본적으로 둔의 시절,  곧 청소년기에 대한 설명이어서,  일찍 결혼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함이 옳다고 본다.

 

 

    屯其膏 小貞吉 大貞凶 (둔기고 소정길 대정흉) 

 

  屯其膏(둔기고)는 屯에 기름이 가득하다는 말이니,  사춘기 시절의 욕정,  주로 육체적인 욕망에 바탕을 둔 남녀간의 사랑을 말한다.  <주역>이 경계하는 사랑이자, 청소년기에 유혹에 빠지게 되는 세 번째 사랑의 행태이다.

 

  소정(小貞)은 그런 둔기고의 끝(貞)이 짧다는 말이니,  욕정에 기반을 둔 사랑을 짧게 끝내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짧게 끝내면 괜찮지만(吉),  만약 길어지면(大貞) 凶하다는 가르침이다.

 

 

    乘馬班如 泣血漣如 (승마반여 읍혈연여)    

 

   앞 구절이 연속이다.  읍혈련여(泣血漣如)는 겉으로는 눈물을 감추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이다.  철부지의 욕망으로 중요한 시기를 허비하고 때를 놓치니 뒤에 이를 깨닫고 피눈물을 흘린다는  경계의 말이다.

 

  청소년들의 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가 자주 매스컴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확립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자주 생각하게 된다.  욕정에 사로잡히는 청소년기의 성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미래의 주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에 대한 이들의 가치관이 곧 장차 이 나라의 가정과 사회윤리에 대한 가치관의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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