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세한도와 지송백지후조야(이면동作)

오토산 2015. 1. 8. 17:17

 

 

 

세한도(歲寒圖)와 지송백지후조야(知松柏之後彫也)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라고 하는 소한(小寒)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추운 소한이 되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떠오릅니다.
1844년, 59세가 되던 해에 추사는 절해고도의 유배지 제주도로 귀양을 떠납니다.
추사가 서울에서 세도가로서 벼슬하고 있을 때는 친한 척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귀양을 오고 난 뒤에는 모두가 소식을 끊었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니 모두가 곁을 떠난 것이지요.
그런데 오직 제자 이상적(李尙迪)만이 사제 간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중국에 통역관으로 다녀 올 때마다 추사에게 귀한 책들을 구해서 보내줍니다.

자신을 잊지 않고 늘 찾아오는 제자를 높이 평가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바로,
국보 180호로 지정되어 국립 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歲寒圖(세한도)입니다.

이 세한도의 세한은 논어의 자한편(子罕篇)에서 나온 것입니다.
子曰 歲寒然後에 知松柏之後彫也라 “해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더  늦게 시들어 돋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름에는 모든 초목들이 다 푸르기에 모두 영원히 푸를 것 같아 누가 누군지

 

모르지만, 추운 겨울이 된 후에는 비로소 최후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나무가 어느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내가 부귀할 때는 모두가 친한 척하기에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미천해진 뒤에는 나를 이용했던 사람들은 내 곁을 떠나고 없기에

 

그때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歲寒然後에 知松柏之後彫也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는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잘 표현해 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세한도의 모든 것일까요? 아닙니다.

세한도는 우리 자신이 소한의 추위에도 그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 잣나무의

 

모습으로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일러줍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모습, 모두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소한같은
마음과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