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조삼모사/13월의 보너스(이면동)

오토산 2015. 2. 9. 23:42

 

 

朝三暮四

'13월의 세금 폭탄’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간이세액표가 바뀌어 매달 세금을 조금 더 원천 징수하고 연말에 세금을

되돌려주는 방식에서 ‘덜 내고 덜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더해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정부는 대안 마련 차원에서 “평소에 많이 내더라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게

 좋다는 정서가 많으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로소득자 입장에서는 돌려받는 금액에 차이가 없고 세금 부담도 같아

‘조삼모사다’라는 비판이 생겨났습니다.

 

朝 : 아침 조, 三 : 석 삼, 暮 : 저녁 모, 四 : 넉 사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으로, 이는 송나라에서 원숭이를 키우는던

저공의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

원숭이 수가 점차 많아지자, 먹이 값을 줄여야 할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라고 하자,

원숭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반대를 합니다.

이에 저공이 꾀를 내어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라고

하자 원숭이들이 만족했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7개인데 이렇게 교묘한 말로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는 것이

조삼모사의 고사입니다.

그런데 조삼모사를 경영학적으로 분석하면 원숭이가 저공보다 훨씬 더 똑똑합니다.

아침에 세 개가 아니라, 네 개를 받아두면 저녁에 저공이 늦게 귀가하거나, 먹이

 주는 걸 잊어버리더라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리스크매니지먼트
즉, 위기관리 측면이나,
NPV(Net Present Value)
즉, 순현재가치의 개념에서 보면 아침에 4개를 받는 것이 훨씬 영리한 선택이 됩니다.

조삼모사로 비웃지만, 현실은 원숭이가 인간보다 영리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더 큰 현실은 먹이가 8개에서 7개를 줄어든 것임을.

 사실 세제 개편 후 납세자 불만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시간이 1년 이상 있었는데,

정부는 세제 개편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수수방관했다고 합니다.

조삼모사보다 진심어린 대화와 상호간의 이해가 더 그리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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