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내자가추(來者可追)

오토산 2015. 6. 25. 00:21

 

내자가추(來者可追)

이제 곧 장마철이 시작되는데, 전국이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비가 많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또 너무 많이 한꺼번에 내리면 수해에도 대비해야

 하니,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입니다.

...

그런데 자연재해가 우리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지난 달 오가사와라제도

(小笠原諸島) 앞바다의 규모 8.1의 지진 이후, 더 큰 지진이 온다는 소식에, 지진 때

엘리베이터내에 갇히는 것을 대비하여 엘리베이터 안에 음료수, 간이화장실까지

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대비를 보며 저는 내자가추(來者可追)의 고사성어가 떠오릅니다.

來 올 래, 者 놈 자,可 옳을 가, 追 쫓을 추,

내자가추는 지나간 일은 어찌할 도리(道理)가 없지만 장차 다가올 일은 조심하여

이전(以前)과 같은 과실(過失)을 범(犯)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동진(東晋)의 은거시인었던 도연명(陶淵明·365~427)은 40이 넘어 팽택현(彭澤縣)의

수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급 기관인 군(郡)의 장관이 의관을 갖추고 와서 배알

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굽신거려야 하는 현실이 싫어 수령직을 사직하게 됩니다.

'돌아가리라(歸去來兮)!'라고 외치며 집으로가면서 지은시가 귀거래사(歸去來辭)입니다.

이 시에서 도연명은 논어를 인용하며,

'이미 지난 일은 간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悟已往之不諫),

다가올 일은 쫓을 수 있음을 알았다(知來者之可追)'고 하여

지난 세월을 탓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관직을 버리고 은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외칩니다. 여기서 유래한 내자가추는 과거의 과실을 거울삼아

미래에는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지난 지진에서 1만 9000대의 엘리베이터가 멈춰진 것에서 배워, 엘리베이터에 생수와

 화장실까지 준비하는 일본을 보며, 우리는 작년 풍수해에서 무엇을 배웠고 지금 무엇을 대비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지나간 일은 어찌할 도리(道理)가 없지만 장차 다가올 일은 조심하여 이전(以前)과 같은 과실(過失)을 범(犯)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자가추(來者可追)의 지혜가 장마철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고전에서 배워 현재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