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들이 아버지에게쓴 편지
아버지......
세상에는
온통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는 없는 세상인 듯 합니다...
아들이고 딸이고 다들
세상에서 우리 엄마만큼 고생한 사람 없다며
우리 엄마, 우리 엄마 합니다...
아버지
당신은 무얼 하셨습니까?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느라
묵묵히 집안에
울타리가 되고 담이 되었고
새벽같이 일터로 나가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윗 사람 눈치보며
아랫 사람에게 치밀리면서
오로지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같은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는 일에
일신을 다 바쳐오지 않으셨나요?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마냥 흐믓하고
여우같은 마누라
곱게 치장시키는 재미에
내 한몸 부서지는 것은 생각않고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오지 않으셨나요?
예전엔 그래도
월급날 되면
돈 봉투라도 내밀며
마누라 앞에 턱 놓으며
폼이라도 잡으며 위세를 떨었건만
이젠 그나마
통장으로 깡그리 입금되어
죽자고 일만 했지
돈은 구경도 못해보고
마누라에게 받는 용돈이 부족하여
갖은 애교떨며 용돈받아 가며
살았습니다...
세탁기에 밸밸 꼬인 빨래 꺼내어 너는 일도 청소기 돌리는 일도, 애들 씻기는 일도 분리수거하는 날 맞춰 쓰레기 버리는 일도 다 아버지, 당신의 몫이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참 불쌍합니다...
결혼하고 당신을 위해선 돈도 시간도 투자한 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어머니처럼 화장을 하는것도 아니고 옷을 사치스럽게 사입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일터만 오가십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정년 퇴직하고 집만 지키는 아버지를 어머닌 삼식이라며 힘들어 하고, 딸들은 엄마 힘들게 하지말고
여행도 다니시고 그러라지만 나가면 조금의 돈이라도 낭비 할까봐 그저 집이나 동네에서 맴도는 아버지
여행도 노는 것도 젊어서 해봤어야지요...
집 나와봐야 갈 곳도 없어 공원만 어슬렁 거립니다.
차라리 마누라 눈치밥이지만 주는 밥 먹고 집에 들어 앉았는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시대의 흐름이라지만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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