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사람들은 ‘어처구니’ 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어처구니’ 란, 본래는 왕궁 등의 처마에 장식된 ‘토기’ 를 말하나, 주로 ‘없다’ 의 앞에 쓰이어 ‘생각 밖으로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 을 나타내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왕궁을 지으면서, 처마에 ‘어처구니’ 를 올리지 않아 뒤늦게야 ‘어처구니’ 가 없음을 알게 된다면 매우 당황스러우리라 생각한다. 그로 인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어처구니(於處軀尼) 없다"라는 말은 한자어로 "어디에다가 몸을 둘지 모른다"는 의미로, "상상 밖에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 또는 "맷돌의 손잡이"를 뜻하는 이 말은 "어이없다"는 말과 같이 쓰여 "하도 엄청나거나" "너무도 뜻밖인 일"을 당하거나 "해서는 안 될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자주 쓰입니다.
원래 "어처구니"란 궁궐이나 지체 높은 집의 지붕을 올릴 때 지붕 위 처마 끝에 쪼르르 올리는 흙으로 만든 익살맞게 생긴 동물들의 조형물입니다.
이 “어처구니”들을 갖가지 다른 형태의 상이 모여 있다 하여 잡상(雜像)이라도 부릅니다.
중국에는 황제가 기거하는 건물엔 11마리의 잡상이 있고, 세자의 경우는 9마리, 그 외에 격이 낮은 경우는 7마리로 정해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별히 이러한 규칙을 따르지는 않고 있어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에는 9마리이지만, 경회루에는 11마리가 놓여 있다합니다.
유몽인이 남긴 "어우야담"에 따르면 어처구니는 궁궐이나 도성 성문에 3개에서 11개까지 올라가는데 각각 내림마루나 귀마루의 끝으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1. 대당사부(삼장법사 현장)
2. 손행자(손오공)
3. 저팔계(猪八戒),
4. 사화상(사오정沙悟淨)
5. 이귀박
6. 이구룡
7. 마화상
8. 천산갑
9. 삼살보살
10. 나토두 등으로 “서유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조형(造形)되어 있습니다.
특히 손오공은 "공을 깨닫는다."라는 뜻이고 저팔계는 "여덟 가지 계율" 그리고 사오정은 "다섯 가지 감정"이란 뜻이랍니다.
입이 두 개인 이구룡은 잠시도 쉬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저팔계"는 술을 먹고 천도복숭아 나무를 몽땅 뽑아버렸고 "손오공"은 상제와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선녀들을 골탕 먹이고, "사화상(사오정)"은 연못의 물을 모두 마셔버렸고, "대당사부"는 사람들이 죽는 날을 똑같이 만들어버려 하늘나라는 말썽꾸러기 이 "어처구니"들로 정신이 없었다고 하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옥황상제는 어처구니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려 굴비 엮듯이 묶여 옥황상제 앞에 끌려온 "어처구니"들에게 옥황상제는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손"이라는 귀신을 잡아오면 용서해주겠다고 했답니다.
이사를 하거나 무슨 큰 행사가 있을 때, 흔히 "손 없는 날"을 골라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여기서 "손"은 날수(日數)에 따라 사람들이 가는 쪽을 따라 다니며 심술을 부리는 귀신(鬼神)으로, "손"은 "손님"을 줄인 것으로 "두신(痘神)"을 일컫는 말입니다.
옛날엔 "천연두"가 얼마나 무서운 병이었는지 짐작이 가시지요?
"손"은 음력으로 1이나 2가 들어가는 날은 동쪽에, 3이나 4가 들어가는 날은 서쪽에, 5나 6이 들어가는 날은 남쪽에, 7이나 8이 들어가는 날은 북쪽에 있다고 하며, 9와 0이 들어가는 날은 하늘로 올라가 있으므로 귀신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손" 없는 날은 끝자리가 9와 0이 들어 간 날이 길일(吉日)이 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손"이 잡혔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있으니, "어처구니"들은 지금도 추녀마루에서 눈을 부릅뜨고 "손"을 찾고 있나봅니다.
게다가 이 "어처구니"로 대변되는 놈들은 초능력을 가진 동물들로서 이런 동물들의 조각상을 지붕 위 처마 끝에 올리는 것은 대들보를 올리는 상량식과 같은 풍습으로, 궁궐이나 집안 구석진 곳에 도깨비나 귀신 등 악귀가 범접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주술적 의미가 있습니다.
일설에는 중국의 당 태종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귀신을 쫓기 위해 병사를 지붕 위에 올린 데서 유래했다고도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궁궐이나 집을 지을 때 이 "어처구니"를 깜박 잊고 올리지 않은 것을 발견하곤 사람들이 기와장이들을 쳐다보며 "쯧쯧, 어처구니가 없구먼!"하고 혀를 차곤 했답니다.
대게 큰일에는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말라"는 말의 여파인지, 사소한 일은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 말에는 소아적인 집착을 질타하는 의미가 있습니다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큰일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거대한 산에 발이 걸려 넘어진 사람은 없지만,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사람은 부지기수 이듯이, 큰일이 망쳐지는 것은 신경 쓰지 않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 어처구니는 궁궐 지붕 위에 있지요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표현 중 어처구니는 무슨 뜻일까? 어처구니는 궁궐 추녀마루 끝자락에 있는 흙으로 만든 조각물을 일컫는다.
중국 당 태종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귀신을 쫓기 위해 병사를 지붕 위에 올린 데서 유래한 것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기와장이들이 궁궐을 지을 때 어처구니를 깜박 잊고 올리지 않은데서 비롯된 말이다.
어처구니는 궁궐 지붕에만 세우는 것이라 서민들의 지붕을 올리는 데 익숙한 기와장이들이 빼먹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왕실에서는 궁의 권위를 실추시킨 기와장이들을 쳐다보며 ’쯧쯧, 어처구니가 없구만’하고 혀를 찼다고 한다.
유몽인이 남긴 ’어우야담’에 따르면 어처구니는 궁궐이나 도성 성문에 3개에서 11개까지 올라가는데 각각 대당사부, 손행자, 저팔계, 사화상, 마화상, 삼살보살, 이구룡, 천산갑, 이귀박, 나토두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림책 작가 박연철씨가 펴낸 ’어처구니 이야기(비룡소)’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어처구니를 소재로 재미있는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시시포스처럼 영원한 형벌을 받은 어처구니들을 다뤘지만 비극적이지 않고 해학이 묻어난다. 고구려 벽화의 문양과 단청 무늬, 임금이 입던 옷의 문양 등 우리 전통 문화의 요소를 살려낸 그림도 눈길을 끈다.
하늘나라는 말썽꾸러기 어처구니들로 정신이 없었다.
입이 두 개인 이구룡은 잠시도 쉬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저팔계는 술을 먹고 천도복숭아 나무를 몽땅 뽑아버렸고 손행자는 상제와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선녀들을 골탕먹였다. 사화상은 연못의 물을 모두 마셔버렸고 대당사부는 사람들이 죽는 날을 똑같이 만들어버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상제는 어처구니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다. 굴비 엮듯이 묶여 상제 앞에 끌려온 어처구니들에게 상제는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손’이라는 귀신을 잡아오면 용서해주겠다고 한다.
잔꾀가 많은 대당사부는 ’손’을 잡을 계책을 생각해낸다. 이구룡은 두 입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힘이 센 저팔계는 방패연과 청동그릇을 만들고, 사화상은 청동그릇에 물을 가득 채웠다.
손행자에게는 귀신을 꼼짝 못하게 하는 엄나무로 999자짜리 밧줄을 엮으라고 했다. 하지만 말썽쟁이 손행자는 엄나무가 모자라자 귀찮은 나머지 두릅나무로 밧줄을 엮는다.
대당사부의 계략은 성공해 ’손’은 청동항아리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어처구니들은 손을 연에 묶어 하늘로 띄워 보낸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줄이 툭하고 끊어지고 만다. 손행자가 엄나무 대신 두릅나무를 썼기 때문이었다.
달아난 ’손’은 다시 어처구니의 계략에 빠질까 두려워 꼭꼭 숨어버렸다. 상제는 어처구니들에게 궁궐 추녀마루 끝에 올라가 ’손’이 잡힐 때까지 사람들을 지키라고 명했다.
’손’이 잡혔다는 말은 아직도 들리지 않는다. 물론 어처구니들은 지금도 추녀마루에서 눈을 부릅뜨고 손을 찾고 있다. 다시한번 하늘나라를 뒤집어 놓을 말썽을 궁리하면서.
출처 : 우리문화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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