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의 봄도
사미니가
348 계를 받고 비구니가 되듯이
무르익고 짙어져 간다.
예까지 와서야 비로소 느끼는 이 게으름은
소요유 느긋하게 하는 신선으로 살겠다는 아집이었음을
이곳 청정계곡을 들어서서야 알게 되었다.
몇번을 와 봐야 깨달음의 언저리에 들려는지
수십번을 드나들고서도 아직 머언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기분으로 이곳을 돌아본다.
무슨 소리냐 하겠는데 ~ ~
숱하게 드나드면서도 절집에만 눈길을 주고 말았는데
오늘은 유별나게 비구니 스님들의 파르스름한
깨끗이 밀어 뽀요얗게 보이는 스님들의 머리에 마음이 머문다.
그냥 이곳은, 여기서 부터는 수행도량이고
일반 행자들은 출입을 삼가해 주십시요 란 팻말만 보고는
지레 자지러들어 돌아서던 스님들의 공간에 자꾸만 궁금증이 일고
오고가는 안타까움이 먼저인 어린 비구니 스님이 자꾸 눈에 밟힌다.
뿐만아니라 오늘은 왠일인지 전각마다 스님들이 목탁을 요란하게 치고
염불외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나만의 감상인진 모르겠으나
전과는 다른 느낌의 목탁소리이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잠깐 그 목탁에 마음을 놓고 있었다.
좋았다. 그 소리가 . . . 그리고 그 소리가 나를 잡아묶는 마음이 . . .
무슨 단오절 행사인진 모르겠으나
전각마다 울리는 청아한 비구니들의 성불을 기원하는
합장 염불소리에 나는 오늘 특별한 마음으로
극락을 잠시 저~ 하늘에서 찾는다.
마음에서 찾아야 하거늘. . .
가지런하게 벗어 놓여진
하얀 고무신 코끝을 보면서도
마음이 끌리는걸 보면
이 수도도량에 무슨 석가세존의 숨길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숲길에 들어섰고
흐르는 계곡물에서 웅얼웅얼 물소리에서
부처님의 우화, 꽃비를 어른 본듯한데. . .
하아~ ~
무언가 다른날과 다른 느낌.
오늘은 이러다 성불까지 이를지 모르겠다.
무슨 소릴 하느냐고 불자들은 나무라겠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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