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머

그때 그날밤 이야기

오토산 2017. 12. 6. 21:24

옛날이야기

 그때 그날 밤

 

 

열여덟살 백면서생(白面書生) 이운봉이

 단봇짐 하나 달랑 메고 문경(聞慶)새재를 넘고

탄금대(彈琴臺)를 지나 주막(酒幕)집에서 겨우 새우잠을 자며

걸어걸어 한양(漢陽)에 다다라

 

당주동(唐珠洞) 구석진 여관(旅館)에

문간방(門間房) 하나를 잡았다.

과거(科擧)가 한달이나 남았지만 한양(漢陽) 공기도 쐬고

과거(科擧) 흐름도 잡을 겸 일찍 올라온 것이다.

 

허나 주머니 사정(事情)이 여의치않아

한달동안 먹고 잘 일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였다.

 

자신(自身)이 행랑(行廊)아범 노릇을 하겠다며,

좁은 문간방(門間房) 값을 깎고 또 깎아

다른 방(房)의 반값에 눌어붙었다.

 

밤늦게 외출(外出)했던 손님이 돌아올 때면

얼른 나가 대문(大門)을 열어 주기도 하고

아침엔 일찍 일어나 마당도 쓸었다.

 

밥 때가 되면 여관(旅館) 밥은 비싸서 못 사 먹고

밖에 나가 선술집 국밥을 사 먹기도 하지만,

때 거르기를 밥 먹듯이 했다.

 

산적(山賊)처럼 생겨 먹은 여관주인(旅館主人)은

운봉이를 제 집 하인(下人)다루듯

함부로 심부름을 시키고 툭하면 욕을 퍼부어댔다.

 

하지만 안주인은 달랐다.

바깥주인 몰래 누룽지도 갖다 주고 삶은 감자도 갖다 주며

인정(人情)을 베풀어 어떤 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밤 •••

 

안주인은 닭죽에 호리병 가득 탁배기까지 챙긴

소반(小盤)을 들고 운봉이 방에 들어왔다.

 

바깥 주인한테 들킬세라

운봉이가 눈을 크게 뜨자

 

눈치 빠른 안주인은

“걱정하지 마 그 화상은 노름판에 갔으니

내일 들어올지, 모레 들어올지 몰라.”

 

그렇잖아도 배가 무척 고프던 참에 소반을 차고 앉은 운봉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닭죽을 비우고 나자

안주인이 콸콸콸 탁배기 한잔을 따라 주었다.

탁배기도 단숨에 들이켜고 나자

 

 

안주인이

“나도 한잔 따라 주게.”

운봉이 술을 따라주자 술잔을 서슴없이 비우고 난

안주인은 한숨을 푹 쉬더니

신세타령(身世打令)을 늘어놓았다.

 

여관(旅館)에서 모은 푼돈이 좀 쌓였다 하면

이 화상은 노름판에 몽땅 처박아 버리고

화난다고 몇날 며칠 술독에 빠져 살고~~~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어느덧 호리병 탁배기가 바닥나자

안주인은 부엌에서 또 한병을 들고 왔다.

 

마당을 가로지르며 장대비를 맞아 홑적삼이 몸에 짝 달라붙어

40代 초반(初盤)의 흐드러진 육덕(肉德)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 흐~~~

운봉이의 양물(陽物)이

홑바지를 뚫을 듯이 솟아오른 걸,

적삼을 벗으며 안주인이 뚫어지게 보더니

양물을 덥석 움켜쥐었다.

 

나 좀 살려주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고 빨고 법석(法席)을 떨었다.

 

안에서 쿵더쿵 덩더쿵

떡방아를 찧을때마다

밖에서는 천둥번개가 내리쳤다.

우르릉 쾅! 쾅~~~~

 

소나기 한줄기가 뿌리고 지나가자

옷매무새를 고치며 안주인이 •••

 

“운봉이는 이번에 알성급제(謁聖及第)하고

나중에 감사(監司)에 오를걸세.”

 

운봉은 웃으며 •••

지필묵(紙筆墨)을 꺼내 스스쓱~ 글을 써주었다.

 

 

 

안주인은 그걸 들고

호호호 ~ 하고 한바탕 웃었다.

 

세월(歲月)은 흐르고 흘러~~~

그로부터 20여 年의 세월(歲月)이 흘렀다.

 

평양(平壤) 감영(監營)에

웬 노파(老婆)가 찾아와 ~~~~~

 

평양감사(平壤監司)의 이모라며

감사(監司)를 만나겠다고 떼를 썼다.

 

평양감사(平壤監司)가

“나는 이모가 없는데…” 하며

노파(老婆)를 만났더니,

 

뜻밖에도 바로 그 옛날

당주동(唐珠洞) 여관(旅館)의 안주인이 아닌가! 

 

“그날 밤에 써 주었던 종이를 기름 먹여

이렇게 보관(保管)하고 있었습니다.

감사(監司) 어른.”

 

그때 장난으로 써 준 종이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감사(監司)가 되면

천냥으로 이 은혜(恩惠)를 갚으리다.

이운봉.’

 

감사(監司) 덕택에

평양(平壤) 구경까지 잘하고,

보름 만에 한양(漢陽) 집으로 돌아온 그녀가

천냥 보따리를 풀자

 

중풍(中風)에 걸려 누워 있던 남편(男便)이

눈이 휘둥그레져 사연(事緣)을 물었다.

 

노파(老婆)는

이제 반신불수(半身不遂)가 된 영감이 겁나지 않아

 

 

그때 그날 밤 •••

일을 자세(仔細)히 얘기해 줬다.

 

그러자

영감이 버럭 화를 내며 하는 말이

 

“야, 이 바보 천치 같은 여편네야!

기왕 주는 거 한 번더 줬으면

이천 냥은 받았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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