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楚漢誌) (117)
분분한 강화 조약 파기의 책임론
항우는 홍구에서 강화 조약을 맺고 팽성으로 돌아오자,
오랜만에 장병들에게 휴가령을 내렸다.
"싸우느라고 오랫동안 고생이 많았으니,
이제부터 삼교대로 한달씩 고향에 다녀오도록 하여라."
평소에는 몰인정한 항우가 이같은 선심을 베푼 이유는,
이번에 체결한 한왕과의 강화 조약으로 초한간에는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항우 자신도 그날부터는 군무(軍務)를 전폐하고 사랑하는 우미인과 더불어 환락에 빠져 버렸다.
영웅 호색이라 하던가 ?
항우는 싸움을 기막히게 잘 하기도 하였지만, 정력 또한 출중한 관계로 팽성으로
돌아온 그날부터 오직 아내 우미인과 술로써 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대부 주란(周蘭)으로부터 상소문(上疎文)이 올라왔다.
상소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자고로 성제명왕(聖帝明王)은 <나라가 편안할 때에 위험스러운 경우를 잊어버리지 아니하고
세상이 잘 되어갈 때에 어지러운 경우를 잊어버리지 않는다(安不忘危 治不忘亂 : 안불망위 치불망란)>고 하옵니다.
지금은 비록 전시(戰時)는 아니오나, 전쟁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비상시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옵니다.
더구나 한왕 유방이 우리와 강화 조약을 맺었다고는 하오나, 그의 마음을 믿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유방의 주변에는 권모 술수에 능한 참모들이 수다한 관계로 언제 무슨 변란(變亂)을 꾀할지 모르는 형편이옵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는 마땅히 병마(兵馬)를 주야로 훈련하시와 비상시에 대비하셔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자에는 오로지 안일(安逸)만 일삼고 계시니, 이 어찌 된 일이옵니까 ?
일찍부터 폐하께서 한번 호령을 내리시면, 공격하여 취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싸워서 이기지 못하는 일이 없어, 폐하의 위무(威武)를 천하에 떨쳐 왔사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안일을 일삼고 계시다가는 나라의 장래가 매우 위태로울 것이옵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유방의 신하들은 아직도 우리나라를 정벌할 모의를 일삼고 있다 하는데,
만약 그들이 불시에 군사를 몰아쳐 오게 되면, 우리는 저들을 무슨 힘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옵니까 ?
폐하께서는 소신의 간언을 어리석다 생각지 마시고,
이제부터라도 비상시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도록 힘써 주시옵소서."
항우는 주란의 상소문을 읽어 보고 오랫동안 심사 묵고하다가
주란을 대전으로 직접 불러들여 말한다.
"경의 상소문을 잘 읽어 보았소.
경의 우국 지정에는 감복해 마지 않는 바이오.
그러나 나는 유방과의 강화 조약을 철석같이 맺었으니, 유방이 설마 마음을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오.
그 점은 안심해도 좋을 것이니, 경은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바라오."
항우는 유방과의 강화 조약을 이처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주란은 항우의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폐하 !
강화 조약이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휴지 조각과 다름없는 것이옵니다.
유방은 태공을 돌려 받기 위해 거짓 강화를 맺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온데,
그런 조약을 어떻게 믿고 안심하시옵니까 ?
더구나 장량이라는 자는 그런 계교를 쓰는데 있어 귀신 같은 재주꾼이라는 사실을 아셔야 하옵니다.
그러하니 특별 휴가령은 당장 취소하시고, 이제부터 삼군을 맹렬히 훈련시키도록 하시옵소서."
항우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불안감이 엄습해 오자,
즉석에서 종이매를 불러 군령을 내린다.
"비록 우리가 유방과 강화 조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가 언제 또다시 군사를 몰고 올지 모르니,
장군은 오늘부터 삼군을 맹렬히 훈련시키도록 하오."
이리하여 종이매는 유방의 내습에 대비하여,
삼군의 훈련을 맹렬하게 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보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하루는 영양성 방면으로부터 비마가 급히 달려오더니,
"폐하 !
유방이 강화 협정을 무시하고,
우리와 일전을 시도하려고 고릉(固陵)에 대군을 집결시키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강화 협정은 태공 일가족을 돌려 받기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사옵니다."
하고 항우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항우는 그 보고를 받고 펄쩍 뛰었다.
"뭐야 ?
유방이란 놈이 나를 그렇게나 감쪽같이 속였단 말이냐 ?
그렇다면 그자를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대장들을 긴급히 소집하여라."
항우는 대장들을 긴급히 소집해 놓고 추상 같은 명령을 내렸다.
"유방이 강화 조약을 무시하고 전쟁 준비 다시 하고 있다고 하니,
모든 장수들은 총출동하여 적이 전투 준비를 하기 전에 우리가 선제 공격을 하여 여지 없이 부셔버리도록 하자."
그러자 계포가 썩 나서며 아뢴다.
"폐하 !
간자(間者: 첩자)들이 수집한 정보는 전폭적으로 믿을 바는 못 되오니,
신중을 기하셔야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만일 간자들의 잘못된 정보를 믿고 우리가 먼저 군사 행동을 취하게 되면
강화 조약을 파기한 죄를 우리가 모두 뒤집어쓰게 될 것이옵니다.
그러하니 우리는 적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 태세를 견고히 갖추고 그들이 먼저 쳐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그래서 그들이 먼저 도발을 해오면,
그때에는 변방의 제후들에게 유방의 약속 파기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지원도 끌어내고,
동시에 우리의 대군을 발동하여 저들을 섬멸시켜 버리면 우리의 대의 명분이 뚜렸해질 것이 아니옵니까 ?"
항우는 계포의 간언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의 말을 들어 보니 과연 그렇겠구려.
그러면 장군은 한나라 군사들과 맞닿은 일선에 방어 태세를 견고히 갖추고 간자를 많이 보내어,
적의 동태를 상세하게 파악하도록 하시오."
한편, 한왕은 장량의 권고에 따라 초나라를 치려고 하면서도
자신이 항우와 직접 맺은 강화 조약을 파기하기가 매우 꺼림칙하였다.
그리하여 장량과 진평에게 다시 한번 상의한다.
"초나라를 정벌하려면 한신,영포,팽월등 외부에서의 병력 지원이 절대로 필요할 것인데,
지금 그들은 초나라와의 강화 조약이 체결된 것을 알고 제각기 임지(任地)에서 방심하고 있을 것이니,
이제 그들을 소환한들 급히 와 줄지는 매우 의심스럽구려. 장량 선생은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
장량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신이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사옵니다.
대왕께서는 우선 항우에게 <
강화 조약을 체결한 것은 오로지 태공을 모셔오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려 주시옵소서.
그러면 항우는 크게 분노하여, 스스로 먼저 군사를 일으켜 오게 될 것이옵니다."
한왕은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감탄하였다.
"알겠소이다.
전쟁의 책임을 항우에게 뒤집어씌우자는 말씀이구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우가 쳐들어 오는 것에 대한 방비책은 세우고 있어야 하옵니다.
"그 대책은 어떻게 세우는 것이 좋겠소이까 ?"
"쳐들어 오는 항우와 맞서 싸우려면 한신,영포,팽월 등의 지원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그러니 항우에게 사신을 보내는 것에 때를 같이하여 한신과 팽월, 영포에게도 대왕의 친서를 보내셔야 하옵니다."
"어떤 내용의 친서를 .... ? "
"세 장군에게 친서를 보내시되,
그 내용은 < 홍구에서 초패왕과 강화 조약을 맺은 것은 태공을 구출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을 솔직히 알려 주는 동시에,
<태공이 무사히 돌아오셨으므로 이제야말로 초를 정벌하여 천하를 통일할 기회이니,
모든 장수는 급히 달려와 나를 도우라>고 특별 조서를 내리시옵소서.
그러면 모든 장수들은 최후의 결전에 참여하지 못할까 염려스러워서,
앞을 다투어 달려오게 될 것이옵니다."
한왕은 장량의 신출 귀몰한 계략에 탄복해 마지않았다.
"과연 선생의 지략은 천하의 제일 입니다.
그러면 항우에게 보내는 서한은 누구더러 전달하게 하는 것이 좋겠소이까 ?"
"대부 육가가 누구보다도 적임자이옵니다."
그러면서 장량은 육가를 어전으로 불러 자세한 사정을 말해 주면서,
"대왕의 친서를 항우에게 전달할 적임자는 대부밖에 없으니,
수고스러운 대로 초나라에 꼭 다녀와 주셔야 하겠소."하고 간곡히 부탁을 하였다.
육가가 즉석에서 쾌락한다.
"염려마시옵소서.
대왕을 위하는 일이라면 이몸은 물불을 가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왕은 대뜸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것은 안 될 말씀이오."
장량은 한왕의 반대에 부딪치자 적잖이 놀란다.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육대부를 항우에게 보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까 ?"
한왕은 즉석에서 대답한다.
"선생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항우는 성미가 급하고 거친 사람이오.
따라서 <강화 조약을 파기한다>는 서한을 보기만 하면,
그자리에서 내가 보낸 조약 파기의 서한을 가지고 온 육 대부를 참살 하려할 것이 분명한 일 인데,
그런 변을 당할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육 대부를 어떻게 사지(死地)에 보낼 수 있겠소 ?
그러니 어떤 일이 있어도 육 대부는 절대로 못 보내겠소이다."
육가는 그 말을 듣고 너무도 감격스러워 한왕에게 큰절을 올리며 아뢴다.
"대왕 전하의 자비하신 은총에는 오직 감루(感淚: 감격의 눈물)가 있을 뿐이옵니다.
그러나 신은 항우의 손에 죽임을 당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아니하옵니다.
그 점은 조금도 염려 마시옵소서.
항우는 우직하기만 할 뿐 아무 지혜도 없는 인간입니다.
신이 항우를 교묘하게 구워 삶아 가지고, 기필코 초군이 먼저 도발해 오도록 만들고야 말겠사옵니다."
장량이 다시 아뢴다.
"지금 본인이 말씀하셨다시피, 육 대부는 결코 항우의 손에 죽을 사람은 아니오니
대왕께서는 안심하시고 보내 주시옵소서.
육 대부가 아니면, 이처럼 중대한 사명을 완수할 사람은 아무도 없사옵니다."
한왕은 그제서야 육가를 보내는 것을 허락하였다.
다음날 육가가 팽성으로 항우를 찾아가니, 항우는 육가를 만나기 무섭게 따져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왔는가 ?"
육가가 대답한다.
"한왕이 일전에 폐하와 강화 조약을 맺은 것은 태공을 돌려받기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옵니다.
그 증거로써 한왕은 지금 강화 조약을 파기하고, 폐하를 치려고 고릉에 대군을 집결중에 있사옵니다.
중신들이 아무리 만류하여도 듣지 아니하고 기어코 전쟁을 일으킬 모양이니,
그야말로 폐하에 대한 배신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
항우는 그 소리를 듣고 크게 분노하며 말한다.
"유방이 고릉에 대군을 집결중이라는 정보를 나도 듣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나를 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단 말인가 ?"
"모두가 사실이옵니다.
그러나 그뿐이옵니까 ? 한왕은 폐하에게 보내는 선전 포고문을 소생더러 가지고 가라고 해서,
소생은 어쩔 수 없이 심부름을 오기는 왔사옵니다마는,
한왕이야말로 폐하의 위력을 너무도 모르는 사람 같사옵니다."
"뭐야 ?
유방이란 자가 나에게 선전 포고문을 보내 왔다구 ? "
육가는 새삼스럽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그렇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몰라도 유만 부동이지, 한왕 따위가 폐하의 막강한 세력을 어떻게 당해 낼 것이옵니까 ?
천하를 양분해 가졌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지, 무엇이 부족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지,
소생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사옵니다."
육가가 항우의 비위를 맞춰가며 항우가 하고 싶은 말을 듣기 좋게 씨부려대는 바람에,
고지식한 항우는 육가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육가에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유방이 나에게 보냈다는 선전 포고문을 이리 내보이게."
육가는 송구스러운 자세로 한왕의 서한을 내주며 말한다.
"소생은 죽지 못해 이것을 가지고 오기는 했습니다마는 폐하께 실로 죄송스럽기 짝이 없사옵니다."
항우가 한왕의 서한을 읽어 보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왕 유방은 초패왕에게 글월을 보내오 >
전일 귀왕은 나의 양친과 왕후를 오랫동안 인질로 잡아 두었을 뿐만 아니라,
한때에는 나의 가족을 도마위에 올려 놓고 흥정을 했던 일도 있었으니,
이는 진실로 나의 원한이 골수에 맺혓던 일이오.
그리하여 나는 진작부터 군사를 일으켜 귀왕을 정벌할 생각이었으나,
그렇게 되면 나의 가족들이 피해를 당할 것이 염려되어 부득이 거짓 강화 조약을 맺고 가족들을 구출한 것이오.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식된 도리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귀왕은 어리석게도 나의 술책에 넘어간 것이오.
이제 나의 가족을 무사히 구출해 왔으니 내 어찌 골수에 맺힌 원한을 풀지 않을 수 있으리오 ?
그리하여 나는 이제 대군을 일으켜, 고릉에서 귀왕과 자웅을 결하고자 하는 터이니,
귀왕은 조금도 나를 두려워 말고 싸우러 나오시오.
하늘에 두 해가 있을 수 없듯, 천하에는 두 왕이 있을 수 없는 일이오.
귀왕과 나는 이번 결전에서 흥망의 최후를 가리기로 합시다.
항우는 편지를 읽어 본 뒤 길길이 분노하며,
즉석에서 한왕의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유방이란 자가 나를 감쪽같이 속여 애비 에미를 돌려 받고 나서, 나를 이렇게나 모욕할 수가 있느냐 !
내 일찍이 회계(會稽)에서 군사를 일으켜 3백여 전을 싸워 오는 동안에,
가는 곳마다 승리에 승리를 거두어 변방 제후들이 한결같이 나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 자가 없었다.
유방을 한왕으로 봉해 준 사람도 바로 내가 아니었더냐.
그런데 그자가 나에게 이렇게나 배은 망덕할 수가 있느냐 ! "
항우는 너무도 격분하여 전신을 와들와들 떨며 눈 앞에 앉아 있는 육가에게 호통을 지르듯 말한다.
"그대는 당장 돌아가 유방에게 나의 말을 전하라 !
이번만은 유방의 목을 내 손으로 직접 쳐버릴 것이니,
지금부터 목을 깨끗이 씻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이다.
지체 말고 돌아가 내 말을 분명하게 전하라 ! "
항우는 무섭게 호통을 쳤으나,
육가는 자리에서 일어서기를 주저하면서 걱정스럽게 반문한다.
"폐하 !
소생은 폐하의 분부대로 전하기는 하겠습니다마는,
어쩐지 소생은 몹시 불안스럽사옵니다."
성미가 급한 항우는 또다시 화를 내며 육가에게 소리친다.
"빨리 돌아가 유방에게 나의 말을 전하지 않고 무엇을 꾸물거리고 있소 ! "
육가는 이왕이면 초군의 군사 기밀까지 알아 가지고 돌아가고 싶어 짐짓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싸움은 최후의 결전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옵니다.
한왕의 군사는 여기저기서 주워 모으면 20만이 넘을 것 같은데, 폐하께서는 그래도 이겨내실 수 있을지,
소생은 은근히 걱정스럽사옵니다."
한왕의 군사들은 모두 합하면 50만이 되련만, 육가는 일부러 20만으로 줄여 말했다.
항우는 육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크게 웃는다.
"하하하, 고작 20만밖에 안 되는 군사를 가지고 나를 어쩌겠다는것인가 ?
우리 군사는 30만이 넘소. 그러니 유방이 어찌 나를 당해낼 수가 있겠소 ?
그대는 아무 걱정 말고 어서 돌아가 유방에게 나의 말을 전하기나 하시오."
항우는 무심결에 군사 기밀을 서슴치 않고 말해버렸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소생은 폐하의 말씀만 전하고 즉시 달려오겠습니다."
육가는 그 말을 남기고 총총히 돌아왔다.
육가가 죽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자, 한왕은 죽었던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기뻐하였다.
"대부는 무슨 재주로 무사히 돌아오셨소 ?"
육가는 그간의 경과를 한왕에게 자세히 보고하고 나서,
"항우는 불원간 30만 군사를 몰아쳐 올 것이 확실하오니,
대왕께서는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시옵소서."하고 말했다.
한왕은 크게 걱정하며 장량에게 물었다.
"항우가 30만 군사로써 공격을 해 온다면 이를 어떻게 막아 내는 것이 좋겠소 ?"
장량은 한동안 궁리를 해보다가 대답한다.
"지금 곧 군령을 내리시어, 경계 태세를 강화 시키시고,
한신,영포,팽월 등에게도 긴급 소집 명령을 내리셔야 하옵니다.
항우가 여기까지 군사들을 몰고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5,6일은 걸려야 할 것이니
그안에 한신,영포,팽월 등이 이곳에 도착하여야 합니다."
한왕은 장량의 말을 듣고 한신,영포,팽월 에게 급사(急使)를 파견하는 동시에
왕릉,주발,번쾌,관영,노관,주창,근흠,고기, 여마통 등을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적의 내습에 대비하였다.
과연 장량의 예상대로 항우는 엿새 후에 30만 군사를 거느리고
고릉성(固陵城) 30리 밖에 도착하여 한왕에게 정식으로 싸움을 걸어 왔다.
그러나 5,6일이면 반드시 오리라 믿고 있었던 한신,영포,팽월 등은 그때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었다.
이러고 보니, 한왕은 크게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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