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홀아비아닌 홀아비 합목아는 매옥과의 신혼에 빠지고

오토산 2021. 5. 30. 18:06

금옥몽(속 금병매) <138>

*홀아비아닌 홀아비 합목아는 매옥과의 신혼에 빠지고,

매옥은 본처에 정식 인사를 하겠다는 당찬 마음을 먹지만...

홍안의 나의 님 꽃다운 새색씨적엔.
신혼살림 얼마동안 사랑깊어 두문불출.
어느사이 시들하니 독수공방 날지새고.
홀로지는 해당화는 누구한테 탓을 할까?

내세에는 홀로 피어나리라.
들녘의 무명초(无名草) 되어,
한많은 이내 인생,
여자 몸은 이제 싫네!

남녀간의 욕정은 인간의 본성이니 사랑과 미움도 이곳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전생의 업보요 인과(因果)이거늘, 어찌 이생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는가?
전생에서 이루어진 선악(善恶)의 많고 적음에 따라 염라대왕이 다시

이생에서 그 업보를 배정해 주는 것이니 백년해로할 사람이 따로 있고, 헤어질 사람도 따로 있다.

처음에는 잘 지내다가도 나중에는 원수가 되는 사람 또한  따로 있는 법이니라?
제 아무리 재색을 겸비한 사람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좋게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이는 뵈기 싫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다 이런 전생과 이생의 인과응보 때문이다.

옛부터 왕손(王孙)이든 사대부든 평범한 백성을 막론하고, 

생사이별의 변고는 부부간에 가장 흔한 일이니,

이는 바로 정욕(情欲)이라는 두 글자가 말하듯이 사람에게는 만족의 끝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 이치가 이러할진데, 

그러한 까닭으로 한많은 삶과 갚을길 없는 원한이 복잡하게 얼키고 설키어 있다.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도 없건만  제 스스로 사랑에도 빠지고 욕정에 불타오르기도 한다.

금병매(金瓶梅)란 소설은 한마디로 인간의 욕망인 '색(色)'을 말하는 것이라면,

금옥몽(金玉梦)은 '공(空)'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려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색즉시공(色即是空) 공즉시색(空即是色) 다시말해 색은 물질적 현상이며,

공은 실체가 없음을 뜻한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색과 공을 차별적인 개념보다는 대립과 차별을 넘어선

하나의 뜻으로 관조할 것을 강조 한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것이 인과응보를 말하는 불법(佛法)의 대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금이관인(金二官人) 합목아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금나라 황실의 친척으로 권세 또한 대단한 그 합목아가 젊은 나이에 매옥을 첩으로 얻으니 ,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한쌍이라 그 또한 천생연분 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그들은 한맺힌 인과의 업보를 타고 났으니 그 원한의 그 복수가 반복되리라는 사실을...

합목아의 본처는 앞에서도 잠간 언급했듯이 오랑캐 대장군 점한의 딸로서

말이 여자이지 흉악한 눈매에 딱 벌어진 어깨하며 활쏘기 말타기에 전부 능통하고 싸움 또한 잘하니

, 여장부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남자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 신랑 합목아는 뽀얀 얼굴에  입술마져 발그스레한것이

천상 계집애 모습이니 부부의 음양이 완전히 뒤바뀐 꼴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그 겁많고 부끄러워하는 합목아가 기방에는 죽어라 하고 드나드니,

자연히 부부 싸움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부인은 신랑의 여성 편력을 아무리 고치려 해도 다른 방법이 없자,

질투심에 눈이 뒤집혀 제 신랑과 놀아나는 계집은 물론이거니와 같이 앉아 웃거나 추파를 던지고

심지어 옆에서 시중만 들어주는 계집을 보면 누구를 막론하고 당장에 몸뚱아리를 짖이겨 곤죽을 만들거나,

칼로 살을 베기도 하고 바늘로 찌르기도 하니 여자가 질투를 하지않는 다는 것은

여자로서의 매력을 상실 했다고는 말하나,

질투 질투해도 이런 질투는 천하에 다시 없는 해괴무쌍한 질투라 할 수 있다.

"당신,

또 어느 계집년 집에서 뒹굴다 왔지?
아이고 이 쥑일 놈!
마누라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해줘?
에라이 ,썅놈 새끼!
치라리 나가 뒈져라!" 하면서

오밤중에도 손발을 걷어차고 쥐어 박으니,

툭하면 한겨울에도 마루 바닥으로 쫒겨 내려가 새우잠을 자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그러하니 합목아의 여성 편력은 마누라가 구박을 하니 혈기 왕성한 자산의 몸을 주체할 수 없어 그런건지

, 아니면 태어날때부터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홀아비 아닌 홀아비신세를 이젊은 바람둥이가 어떻게 견디어 내겠는가?
결국에는 이럴 바에야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다 하여,

대담하게도 매옥을 첩으로 삼았지만.
차마 본가로 데려들어 가지 못하고

집 밖에다 신접 살림을 차리고 한때나마 신혼의 즐거움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겁도 없이,

새앙쥐가 고양이를 쫓아 낸다고 덤벼들었으니,

합목아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을 저지른 까닭은

사실 매옥이 전생에 지은 죄로 이제 고통의 지옥으로 들어가는 업보의 시간이 정해져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신혼의 연 사흘밤을 꿈꾸듯 보낸 매옥은 기왕 첩이 될 바에야 합목아의 본처를 찾아가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는게 떳떳하게 행새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되었다.
그래야만 신랑이 두 집 살림을 해도 서로 편할 것이라 여긴 것이다.

매옥은 본처가 변변치 못한 인물이라 여기까지 찾아와서 매옥을 신경쓰게 할 위인이 못된다는

뚜쟁이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것이다.
매옥이 자신의 생각을 신랑에게 말하자.

"뭐, 

그 그럴것 까지야..."

합목아는 시큰둥하니 자신의 말을 얼버무리고 말아 매옥은 조만간 본처를 찾아가

정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인정 받고야 말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이 작자가 사냥간다고 나가더니 이게 어떻게 된거야?
사흘씩이나 안 들어오니 호랑이한테 잡혀 먹혔나, 구미호 한테 홀려 길을 잃어버렸나?
가만있자, 이작자가 혹시 간뗑이가 부어가지고 어디서 또 딴 수작이나 벌리고 있는 것은 아냐?"

호랑이 본마누라는 서방 합목아가 사흘씩이나 집에 들어오지 앉자 이상한 생각이 들어

즉시 하인 놈을 불러 남편의 행적을 수배하여 보고하라는 불 같은 지시를 내렸다.

"야, 너 말야!
확실히 알아와 보고해?
만약에 고 자식이랑 짜고 거짓보고 했다가는 늬 놈 뼈다귀도 못 추릴 줄 알아!"

호랑이 같은 안주인이 호통을 치자,

바깥주인은 아무 힘도 없는 허수아비 무지랭이임을 잘 알고 있는 하인들은

득달같이 합목아의 행적을 염탐하여 사실대로 일러 바치고 말았다.

"저, 그게, 그러니까..."

바깥주인이 밖에다 따로 방을 얻어 놓고,

교태가 넘치는 꽃처럼 아리따운 색씨를 얻어 살림을 차렸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호랑이 본처는 질투심에 눈이 뒤집히고 피가꺼꾸로 솟고 말았다.

"이런 개자슥!
어떠한 잡년하고 붙어 먹었어?
내 그년을 당장 요절을 내고 말리라!"

합목아의 본처는 울부짖는 암호랑이로 변해 두 눈을 지글지글 태우면서,

그 즉시로 휘하의 여전사 이십여명을 불러 모았다.

암호랑이는 부하 여전사들에게 장검과 곤봉을 나누어 준 다음,

자신은 갑옷을 입고  비수를 챙겨,

전장에 나가는 장수처럼  달리는 말에 채찍을 휘둘러 질풍같이 그 집으로 달려갔다.

그때,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합목아는 한창 분위기에 몰두해 있었다.
손으로 매옥의 봉긋하게 솟은 젖가슴 봉오리를 주무르며 행복에 도취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집에서 부리던 동자 하나가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와 외치는 것이었다.

"크, 큰일 났어요!
마, 마님이 이리로 달려오고 계셔요!"

청천의 벽력 같은 그 전갈 소리를 듣는 순간,

합목아는 머리에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은 듯

억! 하며 침상에서 벌떡 일어 나다가 갑자기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그 자리에서 다리가 굳어지며 힘이 빠져서 풀썩 주져 앉고 말았다.
그의 얼굴 빛은 진흙으로 빚어놓은 토룡(土俑)과도 다를 바 없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