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10)
황충의 충절(忠節)
위연은 곧바로 장사 태수 한현 앞으로 심복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갔다.
"한현은 어디 있나 ? ...
한현은 어디 있나 !"
위연이 이렇게 외치며 살기등등한 병사들을 이끌고 장중으로 들어서자,
놀라 당황한 한현이 그자리에 엎어진다.
"어,엇 ? 위연,
대체 왜 이러는 건가 !"
위연이 한현을 내려다 보다,
칼을 겨누며 말한다.
"널 죽이러 왔다."
"위연, 내 그대를 아꼈거늘,
이렇게 날 배반해 ?"
"번번히 공을 세웠지만,
상은 고사하고 죄를 물어 ?
일개 교위 자리나 줘 놓고서 ?
그걸 아껴준 것이라고 하느냐 !"
위연은 이렇게 말한 뒤에 칼을 들어,
그대로 한현을 베어버렸다.
"위연 ! 경고망동 말게 !"
그때 황충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 들었다.
그러나 이미 한현은 이미 죽어 엎어진 것이 아닌가.
황충이 즉석에서 위연을 나무란다.
"위연 !
어쩌자고 태수를 죽였는가 !"
그러자 위연은 웃음까지 웃어가며 대꾸한다.
"이런 태수는 없는 것이 좋습니다."
"하 !...."
황충이 한탄을 해보인다.
그러자 위연이 황충을 향해 말한다.
"황장군 !
장군께서는 성중에서 가장 덕망이 높으시니,
이제, 저희를 인솔하여 성문을 활짝 열고 유황숙을 맞으시지요."
"뭐 ? ...
나는 자네 처럼 주인을 배신할 생각이 없네 !
흥 ! 혼자서 잘해 보게 !"
황충은 이렇게 내뱉듯이 말하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아 ! 장군 !"
위연은 어떡하든지 황충을 잡아 보려고 하였지만,
황충은 뒤도 돌아다 보지 않고 가버렸다.
상황이 이리되자,
위연은 곧 태수 한현의 목을 한칼에 베어 그의 수급을 취한 뒤에 연락병에게 주어,
관우에게 보내고 자신은 백성들과 함께 유비군의 입성식을 준비하였다.
관우는 위연이 보내온 한현의 수급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병사를 보내어 유비와 공명에게 장사성을 취했노라고 알리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백성들과 위연을 비롯한 병사들을 위무한 뒤에,
"황충 장군은 어디 계시오 ?"하고,
위연에게 물었다.
"황 장군은 지금 댁에 계십니다.
제가 한현의 목을 벨 때 황 장군은
<주인을 배신할 생각이 없다>고 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미 싸움이 끝났으니 황 장군을 모셔옵시다."
관우는 사람을 여러차례 보냈으나
황충은 병을 칭하고 끝끝내 나오지 않았다.
한편,
관우가 보낸 병사에게 승전보와 함께,
장사성 태수 한현의 수급을 받아 본 유비가 ,
"과연 ! 운장은 천하의 명장이로고 !"하고,
크게 기뻐하며 공명과 함께 장사로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장사성에 도착하니 관우가 전승 보고를 올린다.
"운장, 황충 장군은 어찌 되었소 ?"
유비가 묻자 관우는,
"황충은 천하의 명장이기에 제가 만나기를 누차 청하였으나,
병을 칭하며 끝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음 ...
황충은 이곳 장사에서 명망이 높은 사람이니,
그를 얻을 수 있다면 이곳의 인심도 얻을 수 있을 텐데.."하고,
말하자,
공명이,
"옳으신 말씀입니다.
황충이 병중이라 하니, 직접 병문안을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하고,
말한다.
이튼날 유비는 홀로 황충의 사가를 찾았다.
황충은 자신의 집 작은 정자 앞에서 오십 보앞에 과녁을 세워놓고
활을 쏘며 답답한 시간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하여 한 발을 보기좋게 과녁 정중앙에 명중 시켰다.
자타가 공인하는 명궁의 솜씨였다.
황충이 다시 화살을 시위에 멕여 과녁을 쳐다보니,
처음보는 귀인이 과녁 옆에 서있는 것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
황충은 시위를 당기 채로 고개를 빗겨 그가 누군지 보았다.
"훌륭한 솜씨요."
과녁 앞을 가로막고 나선 귀인이 입을 열어 말한다.
"으, 응 ?"
황충은 잠깐 머뭇거리는 듯 싶더니,
그대로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하였다.
바야흐로 화살이 시위를 떠나면 과녁을 꿰뚫던지,
아니면 과녁옆에 서 있는 귀인을 맞추던지,
둘 중에 하나로 결판이 날 상황이었다.
이러한 황충의 위협스러운 모습을 보면서도 귀인은 과녁 옆에서 비키지 아니하고,
오히려 옅은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황충은 그런 그를 보면서도 활시위를 거두지 아니하고 오히려 시위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나 끝까지 시위를 당긴 황충의 활은 어느 순간,
<우지끈> 소리를 내며 마디가 부러졌다.
"제길헐,
활에 힘이 없으니 과녁조차 맞출 수가 없구먼 !"
황충은 이같이 뇌까리며 부러진 활을 집어던졌다.
그 모습을 보고 유비가 천천히 황충에게 걸어와서
그 앞에 이르자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히며 공손히 인사한다.
"저는 유비라 합니다.
실례인 줄 알지만 뵙고 싶어서 불쑥 찾아왔습니다."하고,
정중한 인사를 하니, 황충은,
"유황숙이신 것은 짐작했으나,
내 집엔 어떻게 들어 온 거요 ?" 하고,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무덤덤하게 묻는다.
이에 유비가,
"문이 열려 있어서 그냥 들어 왔습니다."하고,
말하니,
황충은 장수다운 거친 어조로 말한다.
"내가, 나가라 하면,
그리하겠소 ?"
황충의 대꾸는 냉랭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거침없이 대답한다.
"예. 허나,
들어오라 할 때 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황충은 눈꼬리를 꿈틀 대며 유비를 다시 쳐다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와는 다른, 조금 누그러진 어조로 말한다.
"여긴 앉을 곳이 없으니 들어가서 차나 한잔 하십시다."
그 말을 듣은 유비는,
"아닙니다.
바닥에 앉아서 애기나 하면 되지요."하고,
말하면서 황충이 활을 쏘던 작은 정자를 가리킨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정자의 중앙으로 옮겨가서 두 무릎을 꿇고 단정하게 앉는 것이 아닌가 ?
황충이 그 모습을 보더니 자신도 유비와 같은 자세로 그의 앞에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유비는 황충이 마주 앉자 입을 열어 말한다.
"황장군,
황장군의 도움을 얻고자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그동안 간웅들이 출몰해서 나라를 망치는 바람에
수많은 백성들이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신하로서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
그 말을 듣고, 황충이 한숨을 크게 한번 쉬더니,
"난 이제 늙고 지쳤소.
마음도 식어서 그 어떤 것에도 뜻이 없소이다."하고,
말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젖는다.
"그럴리가요,
장군의 이름에는 충(忠) 자가 있으니,
그것만 보더라도 장군은 충절을 생명보다 중히 여기시지요.
거기다가 자(字)는 한승(漢升), 한 나라가 태평성세를 이뤄,
승승장구 하기를 바라고 계실 겁니다.
이렇게 장군의 이름만 살펴 보아도, 장군의 웅대한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장군께서는 비록 연로하지만,
무술 솜씨가 뛰어나고 용맹함이 젊은 장수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허니, 오관참장의 명성이 높은 관우도 장군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지요."
"오,오 !..."
황충은 자신을 높게 평가해 주는 유비의 말을 듣고,
그의 인품에 짧은 경탄이 나왔다.
"거기다,
활 솜씨 또한, 백 보밖에서도 백 발 백중이라,
장비와 자룡이 감탄을 하더군요."
"오, 오 !..."
"장군,
장군은 이곳 장수에서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기둥이십니다. "
"어, 어 !... 황숙
, 과찬이시오."
비로서 황충의 얼굴이 감격과 존경으로 변하였다.
"황장군,
한나라는 장군 같은 영웅호걸이 지켜 주어야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장군께 도움을 청하는 바입니다."
유비는 이렇게 말하면서 앉은 채로 두 손을 모아 황충을 향해 반절을 해보인다.
그리고 유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황충을 향하여,
"장군을 흠모한 지는 오래이기는 하나,
강요할 수는 없지요.
심사숙고 하신 후, 결정해 주십시오.
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하고,
말한 뒤에 다시 한번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황충을 향하여 허리를 굽혀 보인다.
그런 뒤에 유비는 천천히 정자 밖으로 걸어나갔다.
유비가 정자를 벗어날 무렵에 그 자리에 꼼짝도 아니하고 앉아 있던 황충이 말한다.
"부탁이 하나 있소."
유비가 걸음을 멈추고 황충을 향하여 돌아섰다.
"무엇입니까 ?"
황충은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현이 포악한 태수였으나,
이곳을 지킨 자이니 그의 시신을 남산에 묻어줬으면 하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괜찮으시다면,
그날 장군과 함께 제(祭)를 올리고 싶습니다."
유비가 이렇게 대답하자 황충은
"아 !... 고맙소 !" 하고,
유비를 향해 허리를 굽혀 절을 해 보이는 것이었다.
211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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