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17)
강동으로 가는 유비
때는 건안 십사년 시월,
날이 밝자 유비는 관우, 장비, 공명을 비롯하여 많은 병사의 환송을 받으며,
배행 대장 조자룡과 오백 명의 군사를 세 척의 범선(帆船)에 나누어 싣고,
형주를 떠나 강동으로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나왔다.
공명이 배행대장 조운을 불러 말한다.
"조 장군,
그대만 믿겠소.
주공을 잘 부탁하오."
"걱정 마십시오.
목숨을 걸고 지켜드리겠습니다."
공명이 그 말을 듣고,
조운의 팔을 잡아 끌며,
"조 장군, 여기 세 개의 주머니가 있소,
이곳에는 세 가지 계책이 적혀 있소.
가지고 있다가 홍, 황, 백의 순서대로 열어 보되,
배를 타고 출발하여 여강에 이르기 전에 홍색을 열어 보고,
거기 적힌 대로 하시오.
동오에 연말 까지 있게 되면 황색을 열어 적힌 대로 움직이시오.
백색은 위험에 처하거든 그때 열어 보시오.
명심해야 하오."
공명은 이렇게 말하면서,
계책이 든 세개의 금낭을 손에 쥐어주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몸 조심 하십시오."
"잘 다녀 오시오."
유비도 관우와 장비의 손을 붙잡고 말한다.
"운장, 익덕, 여기서 인사하세."
"형님, 몸조심 하십시오 !"
"잘 다녀 오십시오."
"내가 없는 동안 두 사람은 군사들을 잘 훈련시키고
공명 선생을 잘 도와주기 바라네."
유비는 이렇게 당부를 한 뒤에,
형주를 떠나 물길 천리 동오로 향하였다.
한편,
독화살로 인한 부상치료를 받고 있던 주유는
유비가 혼례를 위해 형주를 출발하여 동오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놀라며 외쳤다.
"뭐라구 ? ...
육로와 수로 어느 쪽이냐 ?"
"어제 형주에서 출발하여 수로로 세 척의 배로 가는 중인데,
여강에 거의 이르렀다고 합니다."
"교활하기 짝이 없군요.
유비가 정말, 아가씨와 혼인할 계획인가 봅니다.
태 부인께서 아시기 전에 어서 손을 써야 되지 않겠습니까 ?
정말 이 혼사가 성사된다면 그땐 손을 쓸 방도가 없지 않겠습니까 ?"
함께 있던 여몽이 즉각 말하며 나섰다.
"음 ! 제갈양 이놈 !"
"대도독 !
제가 지금이라도 수군을 이끌고 추격하여 유비를 사로잡아 오겠습니다."
여몽이 분연히 말하였다.
그러나 주유가 단호하게 말한다.
"순풍이 불 때라 못 따라 잡네."
"그럼 어찌 합니까 ?"
잠시 생각을 고르던 주유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갑자기 탁자의 물 잔을 건드려 엎어 보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여몽은 주유가 어떤 말을 하려 하였는지 아는 듯이.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한편,
형주를 떠나 하루 뱃길을 달려 동오로 향하던 조운은
공명이 당부한 대로 첫번째 금낭을 풀어 보았다.
그 곳에는 공명의 당부가 쓰여 있었는데,
동오의 도읍인 건강에 도착하기 전에, 여강에 들려,
혼례 예물을 구입하면서 유황숙과 국태 부인의 딸이
곧 혼례를 치른다는 것을 크게 소문을 내라는 당부였다.
이를 읽어 본 조운이 즉시 유비에게 달려간다.
그리하여 망망한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유비에게 고한다.
"주공,
곧 강동의 번화한 지역인 여강군 입니다.
급히 오느라고 예물을 준비하지 못 하였으니,
내려서 물건을 구입하겠습니다."
"건강에 가서 구입하세,
강동의 도읍이니 물건이 많지 않겠나 ?"
"그리하면 너무 급조한 기분이 들어,
그 사실을 손권이 알면, 기분이 언잖아 할 것 같습니다."
"음... 알았네,
그러면 내려서 예물을 구입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유비의 배는 여강군에 도착하는 대로 조운의 지시에 따라
병사를 열 패로 나누어 각기 오백 냥씩을 손에 쥐고,
한꺼번에 시장으로 들이닥쳐 혼례 예물 구입에 나섰다.
조운이 병사들에게 명한다.
"이제부터 열 패로 나누어 오백 냥씩을 가지고, 사방으로 흩어져 귀하고 좋은 물건을 구하되,
떠들썩하게 흥정을 해서 이곳의 장삿치와 백성들 모두가,
유황숙이 건강으로 달려가 손권의 누이 동생과 혼례를 치룬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
병사들은 삼삼오오 사방으로 흩어져 흥정에 들어갔다.
"주인장 !
최고급 비단을 있는 대로 사고 싶소만..."
"헤헤헤..
나리 ! 저희 가게 물건은 모두 최상품입니다.
어서 들어가보시지요 !"
상점 주인은 최고급 비단을 모두 사고 싶다는 소리를 듣자,
두 손을 맞잡아 보이면서 <쪼르르> 달려나왔다.
"태부인 께서도 저희 가게 물건을 가져가시는 형편이니,
안심하시고 가져가셔도 됩니다."
"응 ? ..
전부 가져 갈 터니, 포구에 있는 배로 옮겨주시오."
"예, 엣 ?... 전부라굽쇼 ?
헤헤헤... 알겠습니다.
헌데, 나리, 물건 값이 족히 삼백 냥은 되는군입쇼."
"오후의 누이 동생과 우리 주공께서 혼인을 하시는데,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소 ?"
"아이고, 나리 !
나리의 주공이 누구신데요 ?"
"유황숙이시오 !
그래서, 혼례 예물을 준비하는 중이오."
"예 ,엣 ?
유황숙께서 저희 주군의 여동생과 혼례를 하신다굽쑈 ?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그러면 이 비단들을 속히 일꾼들을 시켜서 배로 옮겨 드리겠습니다.
여봐라 ! 뭣들 하느냐 ?
어서 빨리 물건을 모두,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포구에 유황숙 배에 실어드려라 !"
이런 떠들썩 때문에 시장에 나와 있던 백성들이 <와글와글> 몰려들었다.
"유황숙과 우리 주군의 여동생이 ? ..."
"그러게나 말야 !..."
"누가 혼사를 한다고 ?"
"유황숙과 태부인 따님이래 !..."
유황숙과 태부인 딸이 혼례를 올린다는 소문은
날으는 화살보다 빠르게 동오의 도읍 건강에 까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장안에 어린애 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고,
이것은 노숙의 귀 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노숙이 장중으로 들어가 손권에게 이 문제로 아뢴다.
"주공,
지금 유황숙이 혼례를 올리러 강동에 온다는 소문이 온 장안에 쫙 퍼졌습니다.
더구나 대량의 예물을 구입하느라고 여강군 시장 거리의 물건을 거의 다 쓸어 담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내일이면 건강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
손권이 그 말을 듣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빨리도 왔구려. 그런데 큰일이오.
유비가 혼례를 올리러 왔다는 소문이 온 장안에 퍼졌다면,
어머니 귀에도 그 소식이 들어갈 게 아니오 ?
어머니께는 아직 아무 말씀도 올리지않았는데
아시게 되면 크게 역정을 내시게 될 거요."
손권이 이렇게 말하는 중에 갑자기 당황한 노숙이
손권의 뒤를 향해 허리를 깊숙히 굽혀 절을 해보이는 것이 아닌가.
손권이 의아해 하며 뒤를 돌아다
그곳에는 노기가 충천한 자신의 어머니가
자기를 잔뜩 노려보며 서있는 것이었다.
"아, 어머니 !..."
손권은 어쩔 줄을 몰라 할 말을 잊고 있었는데,
국태 부인이 노숙을 지칭하며 말한다.
"선생, 좀 비켜주시오."
"예."
노숙이 물러가자,
손권이 어머니에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어 본다.
"어머니, 안 그래도..."
"닥치거라 ! "
국태 부인은 다자고짜 큰 소리로 손권을 꾸짖었다.
그리하여 아들이 움찔하고 말문을 닫자,
"네가 날 어미로 여기기나 하는거냐 !
자식이 장성하면 혼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 !
네 누이 동생은 네 동생이기에 앞서, 내 딸이다
그런데 그 애 혼사를 결정하는데 이 어미한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네 마음대로 정한단 말이냐 ?
이런 건방진 녀석 !"
국태 부인의 노기는 하늘을 찔렀다.
손권이 어머니 앞에 털썩 무릅을 꿇었다.
그리고,
"잘못했습니다.
주유의 생각이었습니다.
손유 두 집안이 혼인으로요."하고,
궁색한 대답을 하였다.
"강동의 남자들은 다 죽었더냐 !
어찌 내 딸을 희생양으로 삼아 유비와의 결속을 다지려고 할 수 있지 ?
게다가 유비는 네 아버지와 동년배가 아니더냐 !
그럼, 지금 나이가 몇이냐 ?
어째서 어리디 어린 제 동생을 다 늙어빠진 영감한테 보내겠다는 말이냐 !
도대체 제 정신인 게냐 ?"
"어머니, 전..."
"닥치거라 !
지금 당장 주유를 불러오너라 !
내 가만두지 않겠다 !"
태부인은 이같은 호통을 치고 ,
나가려다가 꿇어 앉은 노숙을 발견하자,
"응 ? 자네 !
소위 강동의 기둥이라는 사람이,
주군이 우매한 생각을 하면 말려야 했지,
어찌 지켜만 보고 있었나 !"하고,
호통을 내질렀다.
노숙이 황감한 표정으로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지금 당장,
주유를 불러들여라 !"
노기가 가라앉지 않은 태 부인은 이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쌩>하니 장중을 떠나갔다.
어머니가 나가 버리자,
손권이 얼른 일어나 <쪼르르>단하로 내려왔다.
"선생, 선생 ! 일어나시오.
이제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겠소, 엉 ?"
손권이 난감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노숙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의 성격대로 차분한 어조로 말한다.
"주공, 어쨌든 유비가 오고 있으니,
이번 혼사가 성사 되든 안 되든 유비가 강동에 도착하는 대로
주공께서는 강동의 주인 도리를 하셔야 합니다.
나머지 일은 대도독이 돌아온 후에,
다시 논의하시지요."
"그러면 유비가 오는 대로 선생이 선착장으로 나가 맞이하고
일단 역관으로 안내하시오."
"알겠습니다."
21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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